헌법학자이자 교육자·정치가
제헌절을 맞으니 제헌 헌법을 초안하신 현민 유진오 박사(1906~1987)가 생각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격동기였던 1948년 대한민국 제헌 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핵심 인물의 한 사람이다. 초대 법제처장, 한일회담 한국 대표를 맡았고, 문인과 정치가, 교육자였다. 유진오 박사는 우리 헌정사의 뿌리를 세운 대표적인 인물이다.
1906년 서울에서 출생한 유 박사는 1924년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1929년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예과 강사를 거처 보성 전문학교 법학 교수가 됐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 ‘조선지광’ ‘현대 평론’ 등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에도 등단했다. 동반작가로 ‘갑수의 연애’ ‘빌딩 여명’ 등의 작품을 썼고, 1938년 장편 ‘화상보’를 동아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법학자로서 명성 못지않게 그는 교육자로서도 존경을 받았다. 유 박사는 1950년부터 1965년까지 고려대학교 제 4~6대 총장으로 재직하며, 법학, 정치학, 경제학 등의 사회과학 분야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학문의 자율성과 대학의 민주화라는 교육철학을 펼쳤다.
정치 무대에서도 그는 ‘지성 양심’이었다. 7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야당인 신민당 총재를 지내며 당시 여권의 권위주의에 맞섰다. 외교적 사안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1950년대, 한일회담 한국 측 대표로 참여해 한국의 자존과 민족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썼다.
유 박사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획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는 생애 대부분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울타리를 세우는 데 바쳤으며 특히 제헌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적 조항의 철학적 배경을 제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유진오 박사는 대한민국의 첫 헌법을 설계하며 이 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선각자로 기억된다. 유진오 박사가 남긴 업적과 철학은 77주년 맞는 제헌절의 의미를 더 깊게 한다.
/유병길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