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도 않았는데 무던히 발등이 통통 부어 병원 다녀오는 길이라는 동네 어르신을 만난다. 의사가 내린 처방은 약이나 주사가 아닌 물리치료와 맨발걷기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몸무게도 있는데 너무 딱딱한 땅을 맨발로 무리하게 걷다보니 발바닥 연골도 많이 닳았다며 특히 퇴행성 관절 질환이 의심되는 나이에는 단단한 길 맨발걷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단다.
자연길이 다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동네 공원은 맨발걷기에 최적화된 석비레(마사토) 길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비온 뒤 진흙 길이 맨발로 걷기에 쫀득쫀득 촉감이 좋으면서 쿠션감도 있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며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으면 외려 발바닥과 발목에 무리를 준다. 건강을 염려해 좀은 귀찮아도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는데 외려 건강을 위해 자제해야 될 거 같다며 가던 길을 가신다. 또 다른 이웃은 맨발로 걷다 돌부리에 채여 엄지발가락 골절로 한동안 고생을 했고, 지인은 맨발걷기 후 생긴 습진으로 고생 중이다.
맨발걷기의 건강 원리는 어싱(Earthing) 효과로 흙길, 잔디, 모래사장 같은 자연적인 지면 위에 발이 직접 닿으면 지면의 음전하가 몸의 양전하를 자연스럽게 중화시켜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므로 염증 억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심장 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는 맨발걷기에 대한 연구에서 혈액이 묽어지고,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한의학에서도 천기(天氣)와 지기(地氣)의 교류가 건강의 근본이라고 한다. 혈액의 점도 개선, 수족 냉증, 고혈압, 고 콜레스테롤 증상 완화, 피부 상처 회복 및 만성염증 개선, 허리통증 완화, 수면의 질 개선 등 이 모든 것들이 접지 효과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장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맨발걷기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어싱을 처음 시작할 때는 반드시 부드러운 땅에서 5~10분 정도만 걸으며 점차 시간을 늘려나가는, 발바닥의 단련 기간을 거쳐야 하며 발과 발목을 충분히 스트레칭 한다. 당뇨병 환자나 말초순환장애가 있는 사람은 돌과 자갈이 많은 길은 반드시 피하고 모랫길에서는 어싱 슈즈 착용이 권장된다. 봄·가을 잔디밭은 쯔쯔가무시 병 위험이 있어 피하는 것이 좋고, 산이나 숲길에서는 금속 쓰레기, 유리 파편 등에 다칠 위험이 있어 파상풍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족저근막염 환자는 부드러운 흙길이나 잔디밭의 맨발걷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요철이나 딱딱한 지면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반드시 전문 상담을 받은 뒤 실천한다.
언제부턴가 맨발걷기는 만병통치약처럼 회자된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은 물론 관절염까지 특히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담이 넘쳐난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나무에 등을 치는 것이 혈액순환에 좋다는 말에 매일 나무에 등치기를 한 사람이 장 파열로 병원에 실려 간 것처럼.
맨발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포항은 해안 도시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랫길과 걷기 좋은 길 ‘맨발로 40선’이 있어 어싱으로 자연치유하기에 최적의 도시다. 그러나 무작정하기보다 올바른 실천 법을 숙지한 후 조심히, 그리고 꾸준히 걸을 때 비로소 건강이 제대로 지켜질 것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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