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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되살아난 민족의 숨결, 이육사 정신의 오늘 2025년

등록일 2025-11-03 17:04 게재일 2025-11-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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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시낭송회 모습.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라는 주제로 열린 시 낭송회가 최근 대구 이육사기념관에서 성대히 개최됐다. 이 행사는 일제 강점기에도 변절의 흔적 없이 시와 영혼으로 항거한 이육사, 이상화, 심훈, 윤동주, 한용운, 현진건 여섯 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자리였다. 단순히 시를 읊는 것을 넘어, 민족의 혼 속에 깃든 자주와 희망의 언어를 되살리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냈다.

특히 경동초등학교 김태윤 군이 이육사의 ‘꽃’을 낭송하던 순간, 세대를 넘어 이어져 내려오는 문학의 불씨가 찬린히 빛났다. 뜨거운 함성과 따뜻한 눈빛은 그 자체로 민족정신이 계승되는 모습을 상징했다. 이육사 기념관은 시인의 유품과 투옥 당시의 기록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혼을 담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민족의 교실이다.

한 시대의 고통과 의지를 후대가 체험을 통해 언어로 되새기고, 그 뜻을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다. 일찍이 대구에서 항일 문학과 독립운동을 주도한 이육사의 발자취는, 이 도시가 지닌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글로벌시낭송협회 박영선 회장과 11명의 낭송가는 낭송을 통해 한글 문학의 품격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각 시인과 작품의 정신을 담은 낭송이 이어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영선 회장은 이육사의 ‘절정’을, 손병갑씨는 이육사의 ‘광야’를 낭송하며 시대의 아픔을 되새겼다. 안현정씨는 이상화의 ‘역천’을, 손진경씨는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연희씨는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차분히 낭송해 깊은 울림을 남겼고, 경동초등학교 김태윤군은 이육사의 ‘꽃’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문학의 힘을 증명해 보였다. 송외숙씨는 이상화의 ‘비 갠 아침’을, 서교현씨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현장감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이은숙씨는 이육사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를 낭송해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시가 다시 입말이 되고, 그 입말이 사람의 마음을 깨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민족교육의 가장 깊은 형태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신의 근원을 자주 놓친다. 그러나 시는 여전히 인간의 근본을 지키는 언어이며, 민족의 혼과 기억을 품은 그릇이다. 이육사 기념관의 낭송회는 이를 증명한 하나의 장엄한 증언이었다. 시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힘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고 세대를 묶는 가장 순결한 유대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는 그날처럼 시로 되살아나는 민족의 숨결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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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낭송협회 박영선 회장이 시 낭송을 하고 있다. 

남산동 주민 김모 씨는 “이육사 정신을 담은 낭송회가 이육사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열렸는데, 이를 참관한 후 깔끔하고 품격 있는 진행에 큰 감명을 받았다. 저 또한 용기를 내어 낭송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선 회장은 뛰어난 지도력과 진솔한 성격으로 알려진 박식가다. 한글의 아름다운 시를 널리 알리며, 낭송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낭송 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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