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 헌터스 경주 안강읍 ‘옥산맷돌손두부’ 새벽 5시에 나와서 4시간 넘는 시간 가마솥에 장작 넣고 지펴 끓인 ‘정성’ 10여 년째 같은 자리서 손님들 맞아 순두부·청국장·두부전·추어탕까지 들판뷰 만끽하며 가을 맛보기에 그만
주말엔 주중에 먹을 장을 본다. 그럴 때 꼭 장바구니에 담는 것이 두부다. 두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품이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특히 더 중요한 음식이다.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으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콩과 소금이 만나면 두부가 된다. 콩을 갈아서 소금 간수에 절이면 두부가 되는 것이다. 이 두부는 단백질을 보충하는 가장 효과적인 음식이다. 특히 승려들에게도 두부는 필수 식품이자 맛이 있는 식사 재료였다. 육식에서 나오는 단백질 섭취가 계율로 금지되어 식물성 단백질은 훌륭한 대체 요리였다. 콩의 단백질을 가장 건강하며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은 두부다. 다만, 콩 단백질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쌀과 함께 먹으면 적절하게 서로 부족한 곳을 채워줘서 궁합이 좋다.
한국의 사찰음식 중에 붉나무 소금으로 만든 두부가 존재한다. 다만 흰 두부와는 달리 붉나무 소금으로 만든 것은 회색빛이다. 그리고 이러한 두부를 이용한 두부장아찌도 존재하며, 프랑스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였다. 두부의 한자는 豆(콩 두)와 腐(썩을 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두부의 ‘부(腐)’는 썩은 것이란 뜻이 아니고 뇌수(腦髓)처럼 연하고 물렁물렁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泡)’라고도 하였다.”라고 설명한다.
두부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직접 가마솥에서 끓이고 눌러서 만든다고 가게 이름이 ‘옥산맷돌손두부’인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풍산금속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 옥산서원 입구를 지나자마자 주유소가 나오면 바로 거기다. 창밖에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들판뷰 창가에 앉아 해물 순두부와 모두부 한 접시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있는 것을 다 맛보고 싶지만 참았다. 얼마 전 친구들과 가서 청국장과 들깨 순두부, 모두부전까지 시켜 나눠 먹으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다 맛났다. 당뇨 때문에 음식을 조절하는 친구는 청국장이 찐이라고 칭찬했다. 오늘은 추어탕까지 시켜 가을을 맛보기로 했다.
음식을 내오며 사장님이 직접 만든 두부에 대한 자랑을 하셨다. 새벽 5시에 나와서 4시간 넘게 가마솥에 장작을 넣고 지펴 끓인다고 했다. 콩도 천북면에 가서 일 년 사용할 양을 계약 재배해서 저온 창고에 넣어두고 사용한다고. 수입 콩이 아니라 국산 콩만 그것도 로컬푸드라 더 안심이었다.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두부를 만들어 손님을 맞았다고 한다. 모두부와 함께 내온 반찬에 콩비지 찌개와 비지 샐러드가 입맛을 돋웠다. 막걸리 한 잔에 따끈한 두부가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해물순두부는 깔끔했고 추어탕도 담백했다.
어느 해 추석, 시어머니께서 동네 부녀회에서 각자 집에서 농사지은 콩을 모아 한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나누어 오셨다. 마트에서 산 것보다 구수하고 맛이 좋아 앉은 자리에서 아직 온기가 남은 두부를 배가 부르게 먹었었다. 그날 이후 동네에서 다시 두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니 그럴만도 했다.
옥산맷돌손두부 사장님이 건강하셔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오래도록 맛볼 수 있길 바란다. 옥산서원 입구 근처에 주유소와 마당을 함께 사용한다. 경주시 안강읍 호국로 2405,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하고 첫째, 셋째 화요일이 휴무이다. 맛있는 손두부 먹고 옥산서원과 독락당도 거닐고, 정혜사지십삼층석탑에 은행잎이 노랗게 지면 더 골짜기로 차를 몰면 장산서원 위 옥산저수지에 가을이 내려와 낯을 씻는 것 구경하면 좋다. 콩도 두부도 가을이 익어간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