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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간이역으로 떠나는 감성여행

등록일 2025-09-18 16:10 게재일 2025-09-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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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서 가장 많은 13개 역 자리잡아
대부분 두메산골 역, 품은 사연들 남달라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여행지 속으로
느낌과 여유 가득한 추억여행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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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역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

도시 주변의 기차역을 제외하면 이제 대부분의 역은 옛날의 북적거렸던 때와 사뭇 다르게 변했다. 낮과 밤 구별 없이 번화했던 역 주변은 썰렁하고, 플랫폼마저 정겨움을 잃어가고 있다. 

 

산골이나 오지로 갈수록 폐역이 되고 기차역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 옛날에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던 친지와 가족을 배웅하던 플랫폼, 연인들이 기차를 보고 눈물 흘리던 애틋한 장면은 이제 영화에서도 감상하기 힘들어져 간다. 하지만, 사람은 떠났어도 간이역은 남아 추억 여행, 감성 여행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봉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기차역이 있으며 대부분 두메산골 역으로 감성과 사연의 깊이가 남다르다. 높은 하늘 아래 조용히 내려앉은 산의 능선, 고즈넉한 품성에 시원한 물줄기,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 속을 천천히 달리는 기차는 추억으로 가는 여정이다. 

 

영동선은 영주를 지나 문단역, 봉화역, 거촌역, 봉성역, 법전역, 춘양역, 녹동역, 임기역, 현동역, 분천역, 비동 임시역, 양원역, 승부역, 석포역으로 이어지고 태백 철암역을 지나 동해로 연결된다. 

 

기차역은 옛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간직한 낭만의 장소다. 가난한 시절 시골 젊은 청년들은 무작정 도시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애환 서린 봉화 산간벽지 간이역들은 오래된 이야기들을 품은 체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추억여행도 그만이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한적한 간이역에서 역사와 기찻길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분천역은 자연과 동심을 자극하는 산타클로스를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산타 마을로, 현동역은 시가 있는 역으로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페로 변신한 임기역의 숲터마을은 화려했던 번영은 세월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마을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분천역에서 석포역까지 펼쳐지는 오지협곡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심오한 섭리를 지켜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고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진 양원역은 마을 주민이 직접 삽을 들고 만든 민자역이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승부역은 특히 겨울 눈꽃여행과 세평 하늘길로 세상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낙동강의 최상류에 있는 오지역으로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이라는 시로 유명하다. 

 

봉화역과 춘양역에서 만나는 전통시장은 용마루와 돌담 너머로 겹겹이 즐비한 고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라 정겹기 그지없다. 자연으로 남은 마음의 고향 봉화는 기차를 타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봉화 산골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고 그 속에 삶이 있었기에 더 따스하게 다가오는 간이역에서 여행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보자. 아련한 추억과 삶의 체취가 그리운 날, 봉화 산골 간이역에서 느림과 여유 가득한 추억여행을 떠나 감성 여정을 즐겨보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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