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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신라예술제를 즐기다

등록일 2025-09-16 15:38 게재일 2025-09-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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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라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작가로 산다는 건 하나의 섬에 사는 것과 같다. 작업실이란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그리고 쓰고 조각하며 산다. 그렇게 각자의 섬으로 살다 전시나 행사가 있으면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13일 저녁. 신라예술제를 핑계 삼아 뭍으로 나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왔다.

 

이번 2025년 신라예술제엔 경주미술협회 소속으로 참여했다. 2025년 신라예술제는 한국예총 경주지회 주최 주관으로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 경주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열렸다. 

 

경주 미술협회에서는 ‘아트빛, 머무르는 시간 : 종이컵을 이용한 설치물 제작’을 준비했다. 37명의 작가가 1인당 7개씩을 담당해 그림을 그려 넣어 종이 등을 만들었다. 오픈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이라 30여 분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만난 반가운 얼굴들로 인사하기 바쁘다. 등은 행사장 안쪽 나무들이 있는 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빛을 머금은 작은 등 위엔 꽃, 곤충, 사람 등 저마다 다른 색을 품은 이야기가 빼곡이 담겨있었다. 행사 전날 비가 제법 내린데다 당일에도 조금씩 뿌린 탓에 조금 번진 그림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것대로 작품이 됐다. 

 

등이 각각 나눠져 전시중이다보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소소한 재미를 즐기는 사이 오랜만에 만난 동료 작가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짧은 안부를 전했다. 오후 7시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일본 오이타현의 교류 공연 및 주제 공연 ‘신라의 빛’이 이어졌다. 주제공연인 ‘신라의 빛’은 국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관현악 연주에 연극과 마임을 결합한 ‘국페라타(국악+오페라+연극)’형식으로 선보였다. 공연은 13, 14일 이틀간 저녁 7시에 진행됐다. 그리고 이번 신라예술제엔 프리마켓과 푸드트럭이 함께 했는데 공연을 보며 잔잔한 먹거리도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친한 작가 몇이 모여 서로 한 품목씩 골라 모이니 포트럭 파티가 따로 없다. 조금씩 뿌리는 비를 피해 정자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어둠을 적당히 밝혀주는 종이등을 배경으로 그간 못 나눈 수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진짜 잔칫집에 온 기분이었다. 

 

첫날 식이 끝나자 다시금 세찬 비가 한차례 쏟아졌다. 날씨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작은 등들은 굳센 주인들을 닮아 이틀간 잘 버텨주었다. 전시되었던 등은 희망하는 작가들 한정으로 행사 종료 이후 무상으로 관람객에게 나눠졌다. 좀 더 온전한 상태로 전달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즐겁게 시작된 작업이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했다.

 

모처럼의 잔칫날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다시 섬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외로움과 불안함을 한 몸처럼 한껏 껴안은 채 전쟁을 치를 것이다. 저마다의 섬에서 다들 안녕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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