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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 “족보는 책이 아니라 조상”

등록일 2025-09-21 16:05 게재일 2025-09-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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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 골목 ‘대보사’
뿌리 찾는 이들 든든한 지킴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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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에 위치한 대보사 전경.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 골목 한가운데에는 50년 넘게 족보와 문집 제작에만 몰두해온 ‘대보사’가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책으로 가득찬 내부는 마치 도서관을 연상케 하며, 정갈히 정리된 족보와 문집에서 은은한 종이 향이 퍼져 나와 차분한 기운을 준다.

대보사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대표 고(故) 박노택 회장이 ‘서성인쇄사’를 세운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 대구 유지였던 이석기씨가 “내 점포를 빌려줄 테니 인쇄소를 해보라”라고 권유하며 물심양면 지원한 인연이 발판이 됐다. 이후 1981년 ‘대보사’로 상호를 변경하며, 족보와 문집을 위한 국내 최초의 청 타조 판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는 2대 박도규 대표(77)가 가업을 이끌고 있으며, 장남 박종찬 기획실장이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반세기 동안 대보사는 족보와 문집 출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보사가 지켜온 ‘족보’는 단순한 책이 아니다. 가문의 뿌리이자 조상의 발자취를 기록한 소중한 역사다. 예로부터 귀감(龜鑑)이라 불리며, 친족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가풍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보사에서는 족보를 “책이 아니라 조상”이라 여기며, 완성된 족보를 ‘납품’이 아니라 ‘모셔간다’고 표현한다.

일반 인쇄물과 달리 운반비를 따로 받지 않고, 한 장 한 장을 조상으로 대하며 소중히 다룬다. 배부 또한 택배나 우편이 아닌, 문중에서 직접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심지어 족보에는 가격표조차 붙이지 않는다. 성경책처럼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거룩한 정신이 담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족보를 집안의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며 상에 올려놓고 절을 올리기도 했다. 핵가족화와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한때 봉건적 유물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대보사 같은 곳이 있어 조상들의 지혜와 가문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반세기 동안 뿌리 찾는 이들의 곁을 지켜온 대보사. “족보는 곧 조상”이라는 신념은 오늘도 남산동 골목에서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1대 박노택 회장, 2대 박도규 대표, 3대 박종찬 실장까지 3대에 걸쳐 약 50년간 활동하며 대략 4500~5000종의 족보와 문집만을 제작해 왔다.

1999년 자동화 설비 도입, 2004년 자체 개발한 족보 전용 프로그램, 2008년부터 전자족보 발간, 이후 모바일·인터넷족보 서비스를 확대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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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제작에만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박도규 대보사 대표. 

박도규 대표는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대보사는 족보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일익을 담당하며, 문집 등 전통 서적 발간에 더욱 전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보사는 지금까지 50년의 노력을 통해 5000 여 문중의 족보와 다양한 문집을 제작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시대에 부응하는 전자족보와 다양한 문집 등을 만드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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