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참가했다. 지난 9월 28일 송도에서 열린 ‘2025 포항2차전지 전국마라톤대회’였다. 일주일 전부터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완주할 수 있을까 괜히 신경도 쓰였다. 함께 참가하는 둘째 아이도 그런 모양이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이날 있을 마라톤이 살짝 걱정되었다. 6월에 있었던 ‘2025 포항 철강마라톤 대회’ 접수를 놓쳐 아쉬웠는데 혹시 날씨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걱정은 기우였다. 흐린 날씨였지만 밀려드는 차들과 공영 주차장은 이미 대형버스와 자동차로 꽉 차 있었고 도로 옆으로 줄 선 차들 사이로 경찰의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준비한 기념품 티셔츠를 입고 차 사이로 오가며 빈 도로를 가득가득 채웠다. 7000명의 사람들은 인파를 이루었고 바다의 흐린 색과 반대로 참가자들이 입은 주황색의 티셔츠가 가을 운동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분위기를 돋우었다.
자연스레 그 분위기에 아이와 함께 섞였다. 참가자들은 어린아이와 함께 참가한 가족들, 할아버지 할머니, 학교에서 단체로 참가한 학생들, 마라톤 동호회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라톤 시작을 기다리며 송도 여신상 앞에서 모여 오늘의 마라톤 코스를 이야기하거나 조금 뛰어보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동호회 사람들은 원을 만들며 마라톤 시작하기 전 몸을 푸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송도의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다 주황색 물결의 마라톤 참가자들의 와글와글한 풍경을 구경하느라 모두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우렁찼다. 오전 9시가 되자 먼저 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축포와 드론과 함께였다. 이어서 10km가 10분 뒤에 출발하고 5km가 마지막 순서였다. 시민기자도 아이와 함께 5km 출발선에 섰다. 5km는 송도 여신상에서 출발해 수협 앞에서 유턴, 포항 운하 육교를 돌아 나오는 코스였다. 다른 코스보다 송도 바다와 함께하는 코스여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출발 소리가 들리자 뛰기 시작했는데 5km는 그냥 걸어도 한 시간 안에 도착하는 거리니 애쓰지 말라는 아나운서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1km쯤 달리니 벌써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 세 분이 보였다. 대단하다 싶어 함께 뛰면서 응원했다. 뛰지 않고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젊은 엄마, 아이를 응원하며 같이 속도를 맞추는 아빠, 이야기하며 걷거나 뛰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4km가 다가오자 조금 힘들었다. 조금씩 걷는 듯 뛰었다. 그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음료대를 만나 물을 마시고 포항 운하 육교를 지나니 보라색의 결승점이 보였다. 다시 힘이 났다. 아이와 따로 기록을 만들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먼저 결승점에 골인했다. 시간은 38분이었다. 뒤에 도착한 아이는 43분이었다. 무언가 시원한 게 몸속을 흘렀다. 달리는 동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이라 마라톤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 생각했는데 5km를 뛰어보니 10km도 할 수 있겠다 싶다. 완주 메달을 받은 아이도 처음에 걱정과는 달리 눈을 반짝반짝한다. 송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완주 메달을 받고 기쁜 건 10km를 뛴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불볕더위가 물러가니 남녀노소 달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독서는 물론이고 운동과 친해지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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