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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장르별로 골라봐요!” 가족과 함께 떠나는 OTT 여행

오징어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돌아온 ‘오징어게임’… 생존게임 속으로 K-드라마의 간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시즌 2로 돌아왔다. 3년 3개월 만이다. 오징어게임 2의 줄거리가 전개되는 시점은 지난 오징어게임이 끝나고 2년이 흐른 뒤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그렸다. ‘기훈’은 대학살이 일어나는 게임을 멈추고, 게임을 만든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도전한다. 하지만 계획은 좀처럼 쉽지 않다. 게임이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반으로 나뉜다. 게임을 계속해서 돈을 쌓으려는 자 게임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자가 팽팽하게 맞서게 된다. 세상을 떠난 주최자 오일남을 대신해 ‘프론트맨’이 ‘영일’로 위장해 기훈의 옆에 찰싹 붙어 한 팀으로 임한다. 그는 ‘기훈’과 같은 편인 척을 하며 ‘더는 죽는 사람이 없도록 게임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기훈’의 믿음을 몰래 비웃으며 게임에 참여한다. ‘기훈’은 잔혹한 게임을 위해 끝내기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며 게임 주최자를 찾는데, 과연 이 쿠데타는 성공할까?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공유,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양동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공개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던 탑(본명 최승현)의 출연은 그가 이번 시즌 악당 캐릭터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시즌2에서 탑이 맡은 캐릭터는 ‘타노스’로, 한물 간 랩퍼 역할이다. 극 중 ‘타노스’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준우승자 출신이지만, 유튜버 ‘진기명기’로 활동한 명기(임시완 분)의 방송을 보고 코인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진 인물로 설정됐다. 이 밖에도 성전환 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 분), 도박 빚에 허덕이는 ‘용식’(양동근 분), 남자친구였던 명기를 믿었다 거액을 잃은 임산부 ‘준희’(조유리 분),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박규영 분) 등 여러 인물이 얽힌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번 설 연휴엔 바빠서 놓친 오징어게임 시리즈 방구석 정주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트리거’로 답답한 현실의 시름 잊어보자 “우린 목숨을 걸고 그 안에 들어가서 증거를 찍어야 해. 그래야 나쁜 짓을 멈추니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지난 15일 공개된 총12부작 범죄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다. 꽃 같은 세상, 검찰·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 사고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탐사프로그램 ‘트리거’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트리거’를 진행하는 MC이자 PD, 오늘만 사는 팀장 오소룡 역의 김혜수를 중심으로, 사회성 제로 중고 신입 PD 한도 역의 정성일, 열정 가득한 조연출 강기호 역의 주종혁 등이 출연한다. 오소룡(김혜수 분)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 PD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데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나쁜 놈들의 잘못을 까발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재 현장을 누빈다. 장전된 총구 앞에서 “쏴보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낙하산을 타고 출입이 막힌 지역에 잠입하기도 한다. ‘트리거’팀의 신입 한도(정성일 분)는 사회성 제로인 명문대 출신 낙하산 PD로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강기호(주종혁 분)는 3년 차 조연출로 오소룡 팀장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청년이다. 드라마는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모인 ‘트리거’팀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고 빌런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펼쳐낸다. 탐사보도 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사이비 종교, 동물 학대, 스토킹 범죄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사회이슈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루지만 이를 무겁게만 끌고 가진 않는다. ‘트리거’는 경찰이나 법조인도 아닌 ‘언론인’의 시선으로 흉악 범죄를 조명하면서 신선함을 부여한다. 현실에서 은폐된 진실과 부조리를 폭로하고 악인을 응징하는 에피소드가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설 연휴 동안 답답한 현실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드라마를 찾는다면‘트리거’를 추천한다. 퍼펙트 데이즈 /넷플릭스 제공 ‘퍼펙트 데이즈’를 통해 위안을 찾기를… 이른 새벽 동네 주민의 빗질소리가 들리면 혼곤한 눈을 뜨며 아침을 시작한다. 이불을 개고 이를 닦고 집앞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빼낸 후 차에 탄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화장실) 청소부 인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기쁨을 잃지 않는다. 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길 우뚝 솟은 스카이트리 타워가 보이면 카세트 테이프를 꽂는다. 그가 주로 듣는 노래는 루 리드의 ‘원더플 데이즈’ 애니멀즈의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 같은 1960~1970년대 올드 팝이다. 그는 사소한 일상이 모두 소중하다. 이른 새벽 가슴 깊숙이 들어마시는 공기, 출근 직전 마시는 캔 커피, 출근 길 자동차안에서 듣는 올드 팝,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코모레비),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 단골가게에서 즐기는 사와(일본 소주와 탄산수를 섞어 만든 술), 잠들기 직전 읽는 문고판 책 까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삶은 소중하다. 어떤 이는 거창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다. 남의 삶을 보며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대단히 지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동안 한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자는 관객이 여러 명 있었다.) 똑같은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같은 화장실을 매일 청소한다. 반복과 반복.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때로 예기치 않게 단조로운 일상을 깨뜨리는 일들도 생긴다. 청소업체 동료인 다카시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거나, 조카 니코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오래동안 보지 못한 동생과 재회하기도 한다. 마음속에 연모를 품었던 단골 가게 주인의 전남편과 의도치 않게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돌발적인 일들이 그이 일상을 깨뜨리지 않는다. 언제나 처럼 그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아침을 맞고 청소를 하고 사와 한잔을 한뒤 문고판 책을 읽으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삶이 불안하거나 일상이 불만족스럽다면 이 영화속에서 위안을 찾기를 권한다. 트렁크. /넷플릭스 제공 ‘트렁크’ 인간 본연의 감정 심도 있게 탐구 “밀당 좋아해요? 난 당신 안 꼬셔요. 그러니까 당신도 내 앞에서 편해져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2024년 11월 29일 공개된 8부작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서현진과 공유가 주연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며, 방영 이후에도 신선한 소재와 몰입감 높은 전개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트렁크’는 호숫가에서 발견된 의문의 트렁크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트렁크에 얽힌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중심에 놓인 두 남녀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노인지(서현진 분)는 사랑을 믿지 않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의 차장이다. 그녀는 철저히 현실적이고 냉철한 인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완벽한 결혼을 설계하는 것이 직업이다. 한정원(공유 분)은 과거의 아픔에 갇혀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다. 그가 선택한 계약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만나게 되지만 트렁크를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노인지와 한정원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으로 시작됐으나 한정원의 전 부인 이서연(정윤하 분)의 등장과 NM 대표 이선(엄지원 분)의 숨겨진 의도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이선의 역할은 단순한 매칭 회사를 넘어선 NM의 비밀스러운 시스템을 암시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서현진과 공유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서현진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노인지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으며, 공유는 한정원의 고독과 내면적 갈등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풀어냈다. ‘트렁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외로움, 욕망, 구원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트렁크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인간의 숨겨진 진심과 상처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외로움과 구원을 성찰하며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또 하나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 연휴 색다른 감성과 여운을 남길 드라마를 찾는다면 ‘트렁크’를 놓치지 말자. /최병일·이시라·단정민·김보규기자

2025-01-23

한 줄 한 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많은 이가 작금을 낭독의 시대라 한다. 혼자 묵독하던 책을 여러 사람과 어울려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낭독 모임도 곳곳에 생겼고, 독서회 중에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한 사람이 책을 읽어주고, 그것을 들으며 뜨개질을, 어떤 팀은 컬러링북에 색칠을, 또는 만다라를 그리는 모임도 있다고 한다. 다양하게 낭독을 공유한다. 이번 설에 부모님께 시를 들려드리고, 조카들은 색칠하며 연휴를 꾸며도 좋겠다. 낭독하기에 좋은 책 몇 권을 골라보았다. ◇ 한강 작가 읽기 2024년이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들리자 출판사와 서점은 마비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책 주문이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주문한 친지들이 입 모아 묻는 말은 비슷했다. 책이 어려워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재미있게 즐기는 좋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대부분 독자가 완전하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이럴 때 낭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독서 모임도 정해진 목록이 있어서 어쩌나 하다가, 다른 날을 잡아 만나 그 자리에서 나눠 읽었다. 한강은 시, 수필,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펴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권양우 낭독사랑방에서 20여 명의 동인이 나눠 완독했다. 3시간이 걸렸다. 시의 느낌을 나누고, 노벨상 수상작에 한강이라는 이름이 불리던 날의 감동도 나눴다.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뻤다고 했다. 어떤 이는 한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노벨상에 문학상이 존재한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고도 했다. 얼마 후 독서회 회원들과 아침 8시에 만나 오후 1시까지 ‘소년이 온다’를 읽었더니, 반을 남기고 다른 날을 하루 더 정해, 마저 읽었다. 다음 달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 번에 나눠 읽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경하는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로 등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새’와 ‘눈’은 공통점이 많다는 것도 같이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혼자 묵독할 때보다 만나서 낭독하니,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와 앉았다. 회원이 읽는 것을 들을 때 문장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고, 아무 때고 이해가 안 될 때 멈추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니 도가 터지듯 그렇구나 하고 끄덕였다. 함께 읽는 것이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다 같이 공감했다. 세 번째 책으로 ‘희랍어 시간’을 2월에 낭독하기로 정했다. ◇ ‘어린 왕자’ 사투리 버전 읽기 ‘어린 왕자’는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150개가 넘는 언어로 출판했는데 포항 사투리 버전 ‘애린 왕자’가 125번이고, 전라도 사투리는 154번째로 세상에 등장했다. 제주도 사투리도 있으니 골라 읽어도 좋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과 함께 ‘애린 왕자’를 읽고 줌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자 했더니, 고향이 안동이지만 30년 이상 서울 언저리에 살다 보니 글로 된 경상도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포항에 사는 철학의 위안 독서 팀에게 한 단락씩 나눠 녹음해서 공유하자고 했다. 핸드폰의 기능이 다양해져서 영상 찍기뿐만 아니라 목소리만 녹음해서 파일로 공유하니 카세트테이프도 필요 없었다. 부산 출신 현미씨의 목소리, 경기도가 고향인 정희씨의 서울 억양의 사투리, 포항에서 나고 자란 진아씨의 진정한 포항 사투리까지 더해지니 애린 왕자가 살아 움직였다. 여수가 고향인 하원씨에게 전라도 사투리 ‘에린 왕자’를 녹음해 달라고 해서 들었다. 구수한 남도의 사투리가 경상도 사람이 읽어서 낼 수 없는 뉘앙스까지 담아내니 절묘했다. 책을 귀로 읽으니 그 맛이 남달랐다. 함께 들으며 웃고 즐겼다. 독서 모임의 의미가 확장되었다. ◇ ‘즐거운 소음’(두 사람을 위한 시) 1989년 뉴베리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어린이 글에 주는 상이다. 오래전에 상을 받은 작품이 2024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곤충들의 일생이 그려진 문장들, 세밀화로 그려진 곤충들이 시와 함께 살아 움직인다. 책의 부제처럼 이 책은 둘이 함께 읽어야 한다. 그래야 운율이 살아난다. 마치 이중창처럼. 시는 악보처럼 한 사람의 목소리 부분, 둘이 함께 이중 화음으로 나눠 놨다. 같은 줄에 있는 구절은 내용이 달라도 같이 읽고 공간이 비어있는 사람은 쉬면 된다. 같이 읽다 따로 읽다 보면 저절로 시가 노래가 된다. 마치 듀엣처럼. 이 책이야말로 묵독하면 재미가 없다. 소리 내어 읽어야 그 맛이 산다. 미국에서 읽기 체험 교과서로 불린다. 다른 곤충들에게 물 위에 뜨는 법을 알려주는 소금쟁이, 하루살이, 메뚜기, 반딧불이, 각자 곤충들의 삶이 시로 적혔고 함께 읽으면 곤충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교실이 풀밭이 되고, 숲이 된다. 이 책을 듣게 된 것은 라디오에서다. 지난봄 당일치기 여행을 하려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니 자동으로 라디오가 들렸다. ‘라디오 북클럽’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림책 한 권과 즐거운 소음을 함께 읽어주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방송이라니 반가워서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일요일만 하는 방송이었다. 듣는 이가 적은 새벽 6시, 그것도 모자라 다들 간만에 늦잠을 즐기는 일요일 새벽 하루 방송이라니, 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지 말해주는 시간대요 방송편성이었다. 다시 듣기로 몇 편을 찾아 들으니 좋은 책이 많았다. 메모해 두었다가 주문한 책이 몇 권이나 된다. 그중에 즐거운 소음은 북클럽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책이었다. 감사한 방송이다. 긴 연휴 동안 부부가 함께,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와 목소리를 맞춰보면 색다른 추억이 만들어질 소중한 책이다. /김순희 수필가

2025-01-23

망망대해에 우뚝 울릉도 새하얀 지상낙원

□ 출항, 큰 바다를 건너는 일 며칠 연이어 결항에 결항이 거듭되었다. 건너가는 일은 계획하는 것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해상 날씨와 선사 사정을 살폈다. 초조하기 때문이다. 출항이 결정되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겨울 바다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때는 숱하게 겪었던,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음에도 불안한 마음은 먼저 엄습했다. 배에 오르고 선체가 움직이고, 육지의 불빛이 점점 멀어져 까마득해져서야 비로소 ‘출항’은 기적처럼 반가웁게 현실로 다가온다. 밤새 요동치는 바다 위에서 흔들린다. 오늘만큼은 바다 위에서 한없이 흔들리고 흔들려도 좋으리. 내 육신 저 밑바닥까지 다 게우고 게워도 좋으리. 갈망하고 꿈꾸던 망망대해의 그 땅에 발 딛고 서는 순간이 온다면야 이 몸 녹초가 되어도 괜찮으리. 사위는 온통 짙은 어둠이다. 사방 천지 빛이라고는 없고 오직 바다를 가르는 이 한 척의 배뿐이다. 칠흑의 바다를 건너는 일은 어쩌면 극도의 불안 속에 시작되는 고난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검은 바다를 가르며 미궁의 세계로 달려가는 배의 갑판에 서서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향방을 가늠할 혜안이 없으므로 그저 어서 빨리 목적한 땅에 당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객실에 누웠어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뒤척이는 동안 수천, 수만의 시간이 흐르는 듯 지루하다. 삶에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흐른 적도 없었을 것이다. 배는 도착 예정 시각을 40여 분이나 넘겨서야 하선 안내 방송을 했다. □ 낯설지 않은 울릉도의 바람 아침 7시 40여 분, 울릉도는 아직 잠 깨지 않았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여명이 밝아오려는 지 바다 위가 붉게 물들고 있다. 날개를 펼치고 한껏 비상하는 갈매기 날갯짓이 제법 여유롭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산골짜기를 훑고 내려온 바람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 멀지 않은 한때 나는 이 섬에서 먹고 잤다. 그러니 이 바람들이 낯설지 않다. 어떤 해로움도 거치지 않고 오직 태초의 바람처럼 맑고 선명한 바람이다. 망망대해의, 깊은 골짜기의 영혼이 가장 선명하고 가벼운 몸짓으로 일어선 게 울릉도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여객선이 당도한 사동항을 빠져나와 도동으로 넘어가려는데 붉은 기운이 시선을 잡는다. 몽돌밭이 있는 사동리 물양장에 내려서서 동쪽을 향해 선다. 세상 구석진 곳까지 찾아 들어 밝히고 밝힐 해를 향해 나도 한없이 밝아지고 있었다. □ 반갑다, 금징어야, 울릉도 오징어야 저동항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다. 무슨 일일까? 지나치려다 급히 차를 세운다. 느릿하게 걷던 걸음이 빨라진다. 섬을 떠난 후 그간 몇 차례 울릉도에 왔었지만,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어판장은 적막하기만 했다. 울릉도를 대표했던 오징어잡이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가장 먼저 어판장의 역할이 줄었다. 1∼3월, 겨울에 활발하게 잡혔던 오징어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밤이면 수십 개의 집어(集魚)등을 달고 오징어 떼가 형성된 어군(魚群)을 찾아 나서던 채낚기 어선들의 불빛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울릉도의 오징어잡이 100년 역사가 점점 막을 내리게 될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일던 차였다. 오징어가 들어왔다. 울릉도 사람들마저 오징어가 왔다며 얼굴에 화색을 띤다. 적은 양이지만 어판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배에서 내린 오징어를 어판장 바닥에 쏟자 오징어가 배를 볼록하게 부풀린다. 놀라긴 놀란 모양이다. 열 개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다 못해 배배 꼬이는 모습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살아 있어 더욱 붉은 빛을 띠고, 때로는 붉다 못해 금빛을 띠거나 투명하기까지 하여 먹물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오징어 왕국을 막 떠나온 호기심 많은 종족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활기차다. 너른 바다를 쏘다니다 막다른 곳에서 마주하게 된 인간세계의 경험이 다소 불쾌하다는 듯 물을 뿜거나 “빼액~”하고 거친 소리까지 낸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듯하다. 살아있는 오징어를 보는 일, 그 오징어를 사이에 두고 경매가 붙는 일, 이 모든 게 울릉도의 삶 아니겠는가. 7~8년 전까지만 해도 오징어잡이를 직접 나갔다는 어른이 오징어잡이와 경매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신다. 어판장에서 마주한 지역민의 친절에 객의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경매가 시작된다. 밤새 오징어를 낚은 선주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뿐, 어떠한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경매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 매수인이 어떤 손짓을 한다. 매수인이 많을 때는 곳곳에서 손짓이 이어지고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흥정은 더욱 치열해진다. 높게 금이 쳐지면 그제야 선주의 얼굴에 화색이 오른다. 오늘은 물량이 많지 않아 금방 끝이 난다. 싱겁다. 그러나 오랜만에 어판장에 들어온 오징어에 비록 적은 양이지만 모두의 표정이 밝고 힘차다. 경매가 끝나자 ‘할복(割腹)’이 시작된다. ‘할복’은 일본 사무라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육체적 고통을 이겨 낸다는 의지의 표현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울릉도에서는 단순히 배를 가른다는 의미로만 생각하면 된다. 오징어 할복은 울릉도에서도 볼만한 구경거리다. 오징어잡이와 경매가 남성들의 몫이라면 할복은 여성들의 몫이다. 한 마리 할복하는데 50원이란다. 겨우 50원이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종일 한다면 돈이 되는 기술 중의 기술이다. 몇 년 하셨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 철 들고부터 했으니 한 40~50년 했나?” 평생 할복하여 자식들을 키워냈고 지금껏 굶주리지 않고 살아왔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을 쏟아 놓는다. 그도 그럴 게 전문적인 도구나 연장은 없다. 각자의 손에 맞게 개조한 칼이 전부고, 그 칼도 닳고 닳아 볼품없다. 칼이 손바닥 안에 쏘옥 숨겨질 정도인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오징어를 가르고 가르기를 반복했을까. 숙달된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장인(匠人)의 품격이 절로 느껴진다. “어? 낯이 익은데….” 경매를 막 마친 매수인이 몇 안 되는 사람들 틈에 서 있는 객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더니 객을 불러 막 할복한 오징어 두 마리를 건넨다. 이렇게 값이 치솟는 중에 아는 이를 외면하지 않고 챙기는 울릉도 사람들만의 친절함인 게다. □ 새하얀 눈의 나라, 나리분지(羅里盆地) 종일 날씨가 얄궂다. 빗발과 눈발이 번갈아 내리고 개이기를 반복한다. 저동과 도동 날씨가 이러하면 북면은 분명 사나울 것이며, 나리분지엔 폭설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북면으로 향하는 내내 눈 내리는 나리분지의 비경을 떠올린다. 북면 바다엔 높은 파도가 바다를 뒤집고 뒤집는다. 바람은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눈발은 정처 없이 떠돈다. 천부에서 본천부, 홍문동을 지나 급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자동차 바퀴가 헛돈다. 1882년(고종19) 울릉도를 살피기 위해 파견 온 검찰사 이규원이 기록한 ‘울릉도검찰 계초본’에는 나리동으로 가는 길을 기록해 놓았다. “천년포를 지나 왜선창에서… (중략) … 점차 전진하여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니 큰 고개 다섯을 넘었는데 고갯길이 가팔라 올라갈 때는 거의 이마가 닿고 내려올 때는 뒷머리가 닿았다. 가장 아래쪽의 고개가 홍문가인데 이를 넘어 들어가면 이 섬의 중심인 나리동이다.” 길이 가파르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으나 막상 얼어붙은 길을 만나 아찔한 상황에 놓이고 나니 놀라고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까스로 위험한 구간을 지나 나리분지 평탄한 곳으로 접어드니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박시윤 수필가 나리분지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면서 생긴 화구원이다. 가파르게 우뚝 솟은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원이기도 하다. 둘러보면 봉오리 봉오리가 연꽃처럼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남쪽의 성인봉(聖人峰, 984m)으로 나리분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리분지 남쪽에는 작은 봉오리가 하나 더 있다. 화산이 크게 터진 후 다시 작은 화산이 터지면서 생긴 것으로 알봉(卵峰, 611m)이라 부른다. 나리분지는 온통 새하얀 세상이다. 아이젠과 방한용품을 챙겨 눈 속으로 걸어간다. 허벅지까지 깊숙이 쌓인 눈을 헤치며 걷는데, 어느 틈에서 요정이 나와 저들만의 세상으로 인도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눈 돌리는 곳마다 하늘을 우러러 곧게 뻗은 나무뿐이고, 나무마다 포슬포슬하게 쌓인 눈은 세상 무슨 티끌도 섞이지 않은 가장 깨끗한 자연 그대로인 것만 같다. 사방 천지 골짜기 골짜기마다 쌓인 눈으로 하여 설경은 흑과 백만 존재하는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오직 산과 나무, 길을 내며 걸어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목적한 곳까지 당도했다가 돌아 나올 때까지 하루가 다 저물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다. 설맹으로 흐려진 눈( 目)은 오래도록 시렸으나 투명한 풍경을 쉽사리 거둬들이지는 못했다. 울릉도를 떠나오는 순간까지도 설맹은 나를 오래도록 새하얀 세상, 울릉도만 기억하도록 오래오래 가둬 두었다. /박시윤 수필가

2025-01-23

액티비티와 쉼, 즐기면 경품이 ‘팡팡’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특급호텔들은 도심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설 패키지를 준비했다. 올해 설 패키지는 어지럽고 복잡한 현 상황과 경제 여건을 감안해 온전한 쉼을 주제로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인다. 유명 관광지와 연계하거나 행운권을 추첨해 다양한 선물을 주는 곳도 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번거롭다면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특급호텔 설 패키지를 주목해 보자. ◇ 켄싱턴호텔앤리조트, 겨울 액티비티 즐기는 패키지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자녀와 특별한 추억을 쌓으려는 가족을 위해 ‘아이와 겨울여행’ 테마 패키지를 3월까지 선보인다. 이번 패키지는 △지역 겨울 축제 △눈썰매장 △유명 관광지 입장권 등 지점별로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와 지역의 유명 관광지를 연계한 콘텐츠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켄싱턴리조트 5곳(설악밸리, 설악비치, 경주, 지리산하동, 지리산남원)은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스파오 잠옷도 준다. 겨울 대표 지역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는 켄싱턴호텔 평창의 ‘평창 송어축제’와 켄싱턴리조트 가평의 ‘가평 송어축제’가 있다. 각 패키지는 평창 송어축제와 대성리 송어축제의 얼음낚시 이용권 2매가 포함돼 온 가족이 함께 특별한 겨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와 켄싱턴리조트 2곳(설악밸리, 설악비치) 총 3곳의 패키지는 인근 눈썰매장 이용 혜택이 포함됐다. 켄싱턴호텔 여의도의 ‘인 더 스노우(In the snow)’ 패키지는 △한강공원 눈썰매장 입장권 2매 △핫팩 2개 △웰컴드링크 2잔을 이용할 수 있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의 ‘속초 겨울여행’ 패키지와 설악비치의 ‘키즈 윈터 페스타’ 패키지는 인근 눈썰매장 이용권 2매를 준다. 켄싱턴리조트 경주는 온수 풀로 운영되는 뽀로로 아쿠아빌리지 입장권 3매를 포함한 ‘아이랑 겨울여행’ 패키지를 선보인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윈터 키캉스’ 패키지는 섬진강 어류생태관 입장권 4매(성인 2인, 소인 2인)를 제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 전시를 관람하며 자연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 신라스테이, 역대급 경품 주는 버킷리스트 패키지 신라스테이는 2025년을 맞아 이용객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테마로 한 역대급 규모의 14종 경품을 주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버킷리스트 그랜드 페스타 럭키스테이 2025’ 패키지는 객실 1박, 럭키 드로우 1회 응모권, 투숙 기간 중 뷔페 레스토랑·카페(cafe)’ 조·중·석식 뷔페 및 라운지 바 이용 시 50% 깎아준다. 행운권 경품은 새해, 졸업, 입학, 방학, 봄 시즌을 맞아 행운, 건강 관리, 가족과의 추억, 봄맞이 대청소, 입학 선물 등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 5개를 주제로 구성됐으며, 총 250명을 추첨한다. 경품은 순금 열쇠 7돈(1명), 100만 원 상당의 종합병원 건강검진 이용권과 신라스테이 서대문 숙박권 등이다. 가족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신라모노그램 다낭 숙박권, 서울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 4인 식사권 등도 제공한다. 이밖에 비스포크 스팀 로봇 청소기, 35만 원 상당의 홈클리닝 서비스 이용권, 신라스테이 침대·침구 세트 등이 있다. 신라스테이는 사랑하는 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위트스테이(SWEET STAY)’ 패키지를 출시했다. 스위트스테이 패키지는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 ‘멜리초콜릿’과 협업해 특별 제작된 신라스테이 한정판 봉봉 초콜릿 2구 세트 한정판 초콜릿을 제공한다. ◇ 곤지암리조트, 전통놀이와 불꽃놀이로 즐기는 설 서울에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이 2025년 설 명절을 맞이해 온 가족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놀이 체험과 불꽃놀이를 25일부터 설 연휴간 진행한다. 이번 설 명절 이벤트는 수도권 최대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 스키장 곳곳에서 25~29일까지 총 5일간 진행한다. 온 가족 함께 다채로운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더 ‘설’레이는 ‘날’ 이벤트는 초대형 곤지암 스키 베어와 겨울 눈꽃과 흰 자작나무가 펼쳐진 스키하우스 시계탑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새해의 소원을 담은 소원 편지지를 싸리 울타리에 걸어 소원을 비는 ‘새해 소원 적기’ 이벤트를 비롯해 전통 의상을 입은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힘껏 내리치는 ‘떡메치기’ 체험 및 인절미 시식 등 온 가족이 함께 명절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미션형 전통놀이 체험도 함께 진행되는데 딱지치기, 비석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정해진 시간 내 완수한 후 마지막 히든 미션을 완료시에는 다양한 선물도 준다. 설 연휴 첫날인 28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소원을 빌며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 이벤트도 진행한다. 수도권 최대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 스키장 슬로프 베이스에서 오후 9시 40분부터 진행되며, 2025년의 희망을 품은 레이저쇼와 함께 다이나믹한 다채로운 형상의 천여 발의 불꽃들이 희망찬 노래에 맞추며 상공으로 올라가 설 연휴를 더욱 다채롭게 할 예정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1-23

히트맨2·하얼빈·소방관 한국영화 ‘극장전’

영화 '히트맨2' /영화 홈페이지 믿고 보는 권상우표 코믹 액션… ‘히트맨2’ 코믹·액션 영화 ‘히트맨2’가 설 연휴를 겨냥해 22일 개봉했다. 최원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믿고 보는 권상우표 전매특허 코믹 액션과 정준호 이이경의 티키타카뿐만 아니라 설 연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장르도 강점이다. 황우슬혜, 이지원까지 다시 뭉친 원년 멤버에 김성오가 새롭게 합류했다. 권상우는 전설의 암살요원에서 짠내 폭발 웹툰 작가를 거쳐 이제는 대히트 흥행 작가가 되어 돌아온 ‘준’ 역을 맡았다. 최근 그는 “‘히트맨’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 베스트다”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이번에도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예고했다. 권상우는 “톰 크루즈만큼은 뛰어보자”며 열의를 드러냈고, 정준호는 “10번을 해도 정말 끝까지 한다”며 열정을 칭찬했다. 최원섭 감독은 “1편에서도 코미디와 액션 중점을 뒀는데 이번에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며 똘똘 뭉쳐서 만들었다”며 “이번엔 액션이 49, 코미디가 51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작 ‘히트맨’은 개봉 당시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여파에도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24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히트맨2’는 전작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스케일을 전반적으로 키웠다. 웹툰 작가로 변신한 특수요원 ‘준’(권상우 분)이 새 작품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지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폭발과 총기 액션 시퀀스가 강화됐고, 웹툰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요소도 더욱 화려해졌다. 코미디 요소 강화를 위해 덕규(정준호)와 철(이이경) 캐릭터의 비중을 늘렸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시사회 참석자들은 “과장된 연기와 뻔한 설정으로 인해 웃음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반면, 권상우와 황우슬혜의 연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두 배우의 코믹 연기가 영화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히트맨2’의 흥행 성공 여부는 변화한 관객들의 취향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이며, 영화계는 이번 설 연휴 극장가의 흐름이 향후 한국 코미디 영화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화 '하얼빈' /영화 홈페이지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어디서 왔나… ‘하얼빈’ “대한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죽는데 어찌 두렵거나 후회스러울 것인가.” 1910년 3월 26일. 갓 서른을 넘긴 청년 한 명이 사형 당한다.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사 안중근(1879~1910). 안 의사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으로 적의 수뇌를 쏘았다며 총살형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그 요구를 거부하고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교수형을 집행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 안중근. 영화 ‘하얼빈’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의거’에 카메라를 들이댄 작품이다. 20세기 초반. 나라를 잃은 젊은이들이 개인적 두려움을 떨치고, 대의와 명분 앞에 당당하고자 했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 관객들의 호평을 불러냈다. 안중근 역을 맡은 현빈만이 아니라 조우진과 전여빈의 조연 연기도 빼어났으며, 차갑게 얼어붙은 두만강과 몽골 현지 촬영으로 담아낸 광대한 사막의 모습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가 누구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설날도 의미가 클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영화관을 찾아 ‘하얼빈’과 만나면 된다. 영화 '소방관' /영화 홈페이지 자기희생 제단 위에서 사는 사람들… ‘소방관’ 공포와 두려움은 인간의 보편 감정이다. 그러나, 우리 곁엔 두려움과 공포를 목적의식적으로 극복하며 매일을 죽음 곁에서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타인을 위험에서 구해내거나, 재난 현장에서 자신을 던지는 이들은 숭고하다. 이는 그저 레토릭(rhetoric)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소방관이 존중받아 마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저한 자기희생의 제단 위에 서있는 직업이 소방관이 아닐까. 곽경택이 연출한 영화 ‘소방관’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2001년 봄 서울 홍제동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주연과 조연 가릴 것 없는 배우들의 호연과 사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영화 속에서 소방관으로 분한 배우 둘은 이런 대사를 주고받는다. “형은 안 무서워요?” “무섭지. 근데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저 사람들이 죽어.” 실제로 홍제동 화재로 인해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영화는 현실의 토대 위에 상상력을 더해 소방관의 고뇌와 사명의식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비극적 결말과 마주한 여성 관객 다수가 소리 내 울었다는 후문. 메마른 가슴을 적실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어울리는 영화다. /이석윤·홍성식기자

2025-01-23

처진 모습이 아름다운, 늘 푸른 소나무는 변함이 없구나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과 나무가 2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 같은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영세불망(永世不忘)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서유민 군수(徐有民 郡守)와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이다. 서유민(徐有民)은 자는 원경(元卿)이요. 본관은 달성으로 200여 년 전 1826년(순조 26년) 8월에 삼동 현령으로 부임하여 1828년(순조 28년) 3월까지 근무하고 가산 군수로 이동한 목민관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는 나이 240살, 키는 14m, 몸 둘레는 2m 넘는 아름답고 우람한 늘 푸른 소나무이다. 서유민은 목민관으로 주민의 추앙과 이목을 끌었고, 늘 푸른 소나무는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진 모습이 아름답고 우람하여 경외심과 이목을 끌었다. 사람은 주민들로부터 청렴한 목민관으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영세불망비를 세워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소나무는 내외적인 아름다움과 고결한 지조의 상징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나라에서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이 둘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주인공이 함께하고 있는 곳은 경북 청도 매전면 동산리 151-1번지이다. 지역 주민이 그의 공적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기 위하여 영세불망비를 세워 그를 기리고 있는 곳도 그리 흔치 않다. 얼마나 훌륭한 공적을 쌓았으면 그를 위해 주민들이 영세불망비까지 세웠을까. 지금의 공직자와 선량은 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주요 공직자들이 줄줄이 선량들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어 대행이라는 낯선 행정의 일면을 보고 있다. 또한 국회의 선량들은 공직자의 탄핵발의가 일상화되어 나라의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민으로부터 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로 몇 년간 재판을 받는 해괴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신속하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해 주어야 할 사법부 판사 나리는 진영의 논리에 갇혀 국민을 양분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양의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묵묵히 생업을 이어가는 국민은 불안에 불면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서유민 군수와 늘 푸른 소나무 노거수가 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해 줄까 궁금하다. 주민들은 늘 푸른 소나무 곁에 서유민 군수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세워 그의 선정을 후손에게 길이 기억하게 했다. 매년 9월 초에 문화재 보호 재단에서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단장하고 있다. 아마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가 없었다면 서유민의 영세불망비도 찾기도 어렵거니와 그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되었거나 자취를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영세불망비와 소나무라는 한 세트의 그림은 참으로 오묘하다. 영세불망비의 주인공은 200여 년 전에 돌아가시고 없지만, 그의 선정은 살아 숨을 쉬는 문화재 소나무와 함께 돌비석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그의 선정 미담의 숨결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소나무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의 옷을 입고 있다. 1980년대 450원에 출시된 솔이라는 브랜드의 담배가 있었다. 당시 고급 담배로 1986년까지 단일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60%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2005년에 단종되어 지금은 나오지 않지만, 애연가라면 담배 겉표지의 그림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처진 소나무가 솔 담배에 그려진 모델이 된 소나무라고 한다. 아마 그로 인해 1982년 천연기념물 제295호로 품격이 올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처진 소나무 중 가장 전형적이고 희귀한 유송(柳松)으로 전국에서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가치가 높은 소나무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에 해로운 담뱃갑의 겉표면에 경고의 문구 대신에 덩그렇게 실려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지금은 그 브랜드의 담배가 단종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소나무는 비틀린 줄기와 가지의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나무의 모습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듯하다. 이는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미이다. 인간이 조각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손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소나무의 푸른 잎은 생명력과 불멸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문화에서 소나무는 변함없는 의지와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로 자주 등장한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고결함과 지조를 지키는 군자의 덕목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래로 처진 나뭇가지는 마치 고개를 숙인 모습처럼 보인다. 이는 겸손함과 인내의 미덕을 상징할 수 있다. 고개를 높이 들기보다 내려 숙이는 행위는 동양 철학에서 지혜와 성숙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공자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군자는 겸손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 소나무의 가지도 그러한 겸손한 자세를 표현하는 듯하다. 또한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흔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소나무가 오랜 시간 성장하면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연륜과 삶의 지혜를 상징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고, 겉으로는 약해 보일지라도 내적으로 단단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담고 있는 듯하다. 또한 처진 나뭇가지 모습은 오히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었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완벽함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상처와 세월의 흔적 역시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겸손, 연륜, 순응, 포용,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통한 아름다움이라는 깊은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연의 모습에서 삶의 철학과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푸른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소나무와 영세불망비라는 한 세트의 그림에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조상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오늘날 스스로 영혼이 없다는 자조적인 공직자와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은 선량들이 보고 무언가 느꼈으며 하는 바람을 해본다. 군수 서유민 영세불망비는… 경북 청도군 매전면 동산리 151-1번지에 위치했다. 1828년(순조 28년)에 만들어졌고, 비석 높이는 90cm, 너비는 38cm다. ‘선정에 부지런히 힘쓰시니 일마다 밝게 다스려졌네, 그 은혜 윤택하여 폐단을 막으니 군수님 떠나가셔도 더욱 생각나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유민(徐有民)의 자는 원경(元卿). 본관은 달성으로 1826년(순조 26년) 8월에 삼동 현령에서 도임하여 1828년(순조 28년) 3월에 가산 군수로 옮겨갔다. 선정비가 매전면 동산리 외에 금천면 임당리 명포마을, 청도읍성에도 남겨져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22

고향·어머니·떡국… 따뜻한 情 담은 詩

오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으로써 올해 설 명절은 6일을 쉬게 됐다. 몇몇 회사는 31일도 휴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일부는 9일의 긴 연휴를 가질 수도 있다. 바뀐 세태 탓인지 설과 추석에 고향으로 가는 발길이 줄어들고, 친척 간의 만남도 소원해진 감이 없지 않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집단보단 개인이 중시되는 현대화가 가져온 변화다. 그러나 6~9일의 짧지 않은 휴일을 보낸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태어나고, 부모가 살고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지는 어릴 적 살던 마을, 잘났든 못났든 효자건 불효자건 오매불망 자식의 귀향을 기다리는 어머니, 그리고 일가친척들이 함께 한 밥상에 오른 소박한 한 그릇의 떡국. ‘고향’, ‘어머니’, ‘떡국’은 예나 지금이나 설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 분명하다. 이번 설에 고향을 찾아 어머니를 만나고, 김 오르는 떡국을 달게 나눠 먹을 우리들. 그 시간에 어울리는 시 3편을 아래 소개한다. ▲이성부의 ‘산길에서’ 질박하면서도 섬세한 언어와 민중지향적 서정으로 많은 독자를 감동시켰던 시인 이성부(1942~2012)가 세상을 떠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시는 여전히 살아남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이성부의 절창 ‘산길에서’를 낭송해보면 ‘수줍음으로 와서/내 가슴 벅차게’ 하는 길과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 마침내 만들어지는 것’이 고향으로 가는 길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기자 역시 그 길을 걷고 싶어진다. 20세기에 읽을 때도 좋았고, 21세기에 다시 읽어도 좋다. 당연하게도 ‘좋은 시’는 세월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런 노래다.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정일근의 ‘어머니의 그륵’ 가난하고 무지한 어머니가 많던 시대였다. 여성에겐 진학과 학업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던 60~70년 전 한국. 지금 중년이 된 아들을 가진 상당수의 어머니가 아는 것 많지 않고, 풍족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개개인 어머니들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많이 배우지 못했음에도 삶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혜는 누구보다 빼어난 이 땅 노년의 어머니. 정일근의 시 ‘어머니의 그륵’은 그릇을 ‘그륵’이라 틀리게 쓰는 어머니의 언어가 실상은 시인인 자신의 언어보다 더 진실하고 뜨거운 호명(呼名)이란 걸 알려준다. 주름진 얼굴의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시다. 설 명절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 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박남준의 ‘떡국 한 그릇’ 고희(古稀)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여전히 소년처럼 해사한 박남준(68)은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설 전날 풍경을 고풍스런 수채화인양 근사하게 그려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풍성한 마음가짐 하나로 시골 장터에 나가 고향으로 돌아올 자식들을 위해 과일과 얼린 명태를 사고, 특별히 아끼는 장남이 먹을 숨겨둔 감도 몇 개 깨끗한 행주로 닦아두는 어머니의 모습. 눈물겨운 그림이다. 설맞이 집안 청소와 전 부치는 일이 끝나면 아들과 딸이 사립문을 밀며 들어서고, 어머니는 설날 새벽 일찍 깨어나 떡국을 끓일 것이다. 세상 어떤 진미(珍味)가 그 떡국 맛만 하겠는가? 섣달 그믐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후략)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21

오션뷰와 시티뷰 동시에 즐기는 짜릿함 ‘스페이스워크’

포항시는 설 연휴 귀성객 맞이에 분주하다.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올해 설 연휴는 최장 6일간의 황금 연휴가 찾아온다. 포항시는 설 연휴 기간 도심이 활력을 찾고 침체한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시는 연휴 동안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관광객들이 나들이하기 좋은 도심공원의 편의시설 확충 및 안전점검 등 환경정비를 마치고 귀성객을 맞이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맞아 그리움과 설렘을 안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들을 위해 주요 관광시설의 안전점검 등 환경정비를 정성껏 했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에게 변화되어가는 포항의 아름다운 명소와 관광지에서 편안한 휴식을 보내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동해안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스페이스워크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는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로 아름다운 도심과 바다 전망을 한눈에 감상하는 관광명소이다. 2022년 11월 19일 개장을 시작으로 올해 3년을 지나면서 2022년 공간문화대상 수상 등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안정 받아 지난해 12월 28일 체험인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스페이스워크는 부드러운 곡선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사람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동해와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 25m에 이르는 스페이스워크를 만들기 위해 최신 철강기술이 반영된 고품질 철강재 317t이 사용됐다. 스페이스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타이거 앤드 터틀-매직 마운틴’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가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워크를 직접 디자인했다.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이는 스페이스워크를 천천히 걷다보면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영일만 바다의 수평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가슴이 확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 운영과 관련한 안내는 포항시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형산강과 동해안이 만나는 물길의 향연, 포항운하 지난 10년간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안락한 산책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는 포항운하도 신년을 맞아 부지런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금계국과 핑크뮬리, 데이지 등 각종 초화류를 심어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야간 경관조명을 새롭게 조성해 색다른 사진 명소로 주목받았다. 2014년 1월 준공된 포항운하는 포항시 송도동과 죽도1동 사이에 있는 동빈대교와 형산강을 남북으로 잇는 물길이다. 총길이가 1.3km이지만 바닷길과 연결하면 8~10 km의 운하가 된다. 옛 물길과 생태환경을 복원해 시민들의 공원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한 이곳은 도시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운하 주변 산책길도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찾고 있다. 포항운하는 기존에 없었던 물길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전에 있던 물길을 복원해 옛 모습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운하가 만들어졌다. 국가적으로 변혁기를 맞았던 1960년대 말, 포항이 도시화되면서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작은 물길을 매립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되었던 것을 복원해 물길을 다시 트고 주변을 정비해 포항운하와 유원지로 꾸몄다. 그 곁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조성해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번 명절 연휴간의 포항운하의 크루즈는 설날 당일 오전을 제외한 나머지 연휴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며, 독특한 포항의 도심 속 푸른 물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도심속 생활권 내 녹지수변공간을 조성한 포항시는 시민의 관심에 부응하여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과 정비를 진행할 예정이며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갈 방침이다. □ 신화속으로 걸어가는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 포항시 동해안 바닷가에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가 있는 테마공원이 있다. 신라 사람인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는 신라 아달라왕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니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세오가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어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는 설화로 전해지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의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일만해수욕장을 마주 바라다보는 호랑이 꼬리 호미곶 어귀에 테마공원을 지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 명소를 만들었다. 동해의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테마공원은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을 대비시켜 전시관 진입로의 양편으로 구분하고, 산책로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쉼터로 제공한다.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에는 각각 정자 와 작은 호수를 곁에 두고 물에 비치는 그림자와 하나가 되어 예술적 풍경을 연출한다. 전설의 보물창고 귀비고 앞에는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갔을 것이라고 여겨지게끔 신화속 이야기를 현실화 하여 쌍거북바위가 바다를 바라보며 엎드려 있다. 신비로움을 가지는 많은 방문객들은 용기를 내어 거북바위 등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기념촬영을 시도한다. 연오랑 세오녀가 떠나간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지어진 정자 일월대는 바다 가까이 세워진 한옥형 2층 정자로 운치를 더한다. 언덕 위에는 바닷바람을 받으면서 돛을 높게 올린 목선이 망망대해를 둥둥 떠가는 형상으로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경사가 제법 가파른 산책로를 등산하듯 오른다. 귀비고를 지나 남쪽에는 낮은 초가들의 신라마을이 댓잎 울타리로 옹기종기 조성되어 있다. 철기문화를 자랑하는 쇠로 만들어진 조각품들이 전시돼 철예술뜰을 선보인다. 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귀비고’는 연오랑 세오녀의 솜씨가 기록된 비단을 보관했던 신라의 보물창고 이름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1890m²규모로 건축됐다. 3층은 전망대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제공하는 연오랑 세오녀카페,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야외테라스 전망대에 서면 공원의 전경과 철강도시 포항의 도심은 물론 푸른물결이 넘치는 파도를 따라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선일대 □ 진경산수가 있는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 송라면 중산리 일원에 위치한 보경사 군립공원은 1983년 영일군에서 지정한 수려한 계곡이 있어 매년 41만명 이상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1995년 포항시와 영일군 통합으로 포항시가 됐으나 여전히 군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오다가 2023년 2월에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동북쪽에 위치한 내연산(710m)은 12개의 폭포를 간직하고 있는 태백산맥 줄기에 있는 산으로 그 경관이 아름다워 경북의 금강산 혹은 소금강으로 불린다. 원래는 종남산이라 하였으나 신라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로는 내연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문수산(622m), 향로봉(930m), 삿갓봉(718m), 천령산(775m)등의 높은 준봉들로 둘러싸인 내연산 골짜기 청하골은 여느 심산유곡 못지않게 깊고 그윽하고 다양한 형태의 폭포와 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청하골의 12폭포 가운데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관음폭포(제 6폭포)와 연산폭포(제 7폭포)이다. 쌍폭인 관음폭포 주변에는 선일대, 신선대, 관음대, 월영대 등의 기암절벽이 장성처럼 둘러쳐저 있고,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못 옆에는 커다란 관음굴이 뚫려 있다. 이 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폭포수 줄기를 볼 수 있다. 관음폭포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30m, 길이 40m에 이르는 연산폭포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보경사를 지나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등산로를 1.5km쯤 오르면 제1폭포인 쌍생폭포가 나온다. 그리 우람하지는 않지만 두 물길이 양옆으로 나란히 떨어지는 모양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이 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보현폭포(제2폭포), 삼보폭포(제3폭포), 잠룡폭포(제4폭포), 무봉폭포(제5폭포)가 나타난다. 등산코스로는 보경사를 출발하여 보현암~소금강전망대~은폭포삼거리~선일대~연산폭포~보경사 원점 회귀로 약 7.5km로 2시간 40분 걸린다. 이 코스는 내연산의 모든 명소를 돌아볼 수 있으며 1~7폭포 조망권으로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1-20

“우리 것에 관심 가지고 배워보려는 후계자 두는 것이 소망”

세월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며 수많은 직업이 생기고 사라졌다. 아직까지 기술이 인간의 손을 100%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기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최신기술 도입에 있어 적극적이었다. 이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은 기술 선도국이 됐다. 하지만 기술과 속도가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느리지만 소중한 것들이 우리 삶에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과 더께가 묻어 있는 작은 노포에서 삶의 위안을 얻고, 전통을 꿋꿋하게 지키는 사람들을 보며 뭉근한 감동을 받는다. 소박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경상도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탕탕탕’ 경북 경주시 건천읍 건천시장 안 깊은 골목.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낯선 망치실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니, 골목 한쪽에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건천대장간’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5평 남짓한 공간. 그곳에서 2대째 가업을 잇는 건천대장간 유종태(53)사장이 수줍은 미소를 건네며 기자를 반겨줬다. 유씨의 첫인상은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두툼한 어깨와 손, 둥근 배까지도. 하지만 그는 보통 중년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에게서 뜨거운 불과 쇠의 향기가 짙게 느껴졌기 때문. 그는 “아버지께서 65년간 이 자리에서 대장장이 일을 했다. 어렸을 적 대장간은 나의 놀이터였다”면서 “대장간에 손이 없어 바쁠 때면 낫에 댕기를 엮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깨너머로 배운 일을 물려받아 어느덧 20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직 수작업만 ‘고집’ 건천 대장간의 첫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194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대장간의 한쪽 벽면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연장들로 가득했다. 유씨는 “연장뿐만 아니라 화덕 같은 집기들도 개업 당시 상태 그대로다. 망치에서부터 집게, 풍로까지 모두 아버지가 썼던 물건이다”고 했다. 건천 대장간은 80년째 대부분 작업을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대장장이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농기구에 밀려 사양 산업이 된 지 오래된, 우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눈요기용 대장간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유씨는 “사실 기계의 힘을 빌려 작업을 하면 편하고, 물건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 백번 두드려서 만든 칼과 쉽게 만든 칼은 절삭력의 차이가 엄청나다. 만드는 사람이 힘이 들수록 좋은 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유씨의 아침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그는 매일 새벽 3시에 기상을 한다. 이후 전날 두드려 놓은 쇠를 모양과 두께에 맞춰 가는 작업을 한다. 또 다른 철을 불에 달구고 다시 꺼내 수 백번 망치질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낙하 해머를 사용하는 다른 대장간과는 달리, 유 씨는 오직 손 망치질만을 고집해 칼을 제작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칼을 만드는 대장간은 전국에서 몇 곳이 안 된다. 수작업으로 만드니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칼은 3~5개 정도다. ◇경북동해안지역 최고 인기 수제 칼 유씨는 정성 들여 만든 칼을 경주 안강 시장과 건천 시장, 포항 구룡포 시장, 기계장 등에 판매한다. 그의 칼은 절삭력이 뛰어나고, 강도가 세기로 소문 나있다. 가정집 주방용 칼보다는 횟집, 수산가공물 손질 업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유 씨의 칼을 한 번 사용해보면 중국산 칼은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유씨는 “대량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공장 제품들과 오랜 시간 메질과 담금질을 반복한 수제품의 차이는 품질 면에서 비교가 되질 않는다”면서 “고객의 작업 환경에 맞춰 연장의 형태와 강도, 무게 등을 조절해 주고 있다. 고객을 위한 맞춤형 칼까지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그가 개발한 칼 중에 특히 횟 칼은 경주, 포항뿐만 아니라 영덕, 울진 등에서 인기가 높다. 경북동해안지역 횟집에서 사용하는 회칼 70∼80% 가 유 씨가 만든 것이다. 목수들도 유 씨가 만든 망치, 정, 끌 등의 연장을 찾는다. 이같은 명성 덕에 그의 대장간 대부분의 고객은 20년 이상 된 단골들로 구성돼 있다. 아버지 때의 단골도 현재까지 포함하면 40년 된 단골도 있다. 유씨는 “우리 칼의 수요는 꾸준하지만, 정작 칼을 만드는 일을 배워 보겠다는 젊은이가 없어 걱정이다”며 “우리나라는 공장이 발전돼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가 잘 없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꼭 가업이 아니더라도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모습은 참 대조적이고 아쉽다”고 했다. ◇3대째 명맥을 잇는 이의 등장? 지난해 반가운 손님이 유 씨를 찾아왔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민규 군이다. 그는 유 씨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집인 울산을 떠나 경주로 유학을 왔다. 유씨는 “민규 군 부모님이 전화로 ‘우리 애를 받아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수차례 부탁을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이 일이 힘이 들어 민규가 금방 포기하고 갈 줄 알았는데, 어느덧 6개월째 일을 배우고 있다. 대를 잇겠다는 이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찾아온 민규가 반갑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민규 군도 배움의 의지를 활활 불태웠고 그렇게 대장장이 유 씨의 후계 수업도 시작됐다. 유씨는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장간 일을 배워보려는 젊은이를 후계자로 두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라면서 “정부에서도 사라져 가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등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1-19

넉넉한 情 담아… 인삼·사과·한우에 강정·전통주까지 다있네!

설날은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해를 여는 첫날이자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창이다. 올해도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설날은 만남의 기쁨도 있지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은 한층 뜻깊은 몫을 한다. 영주시 곳곳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고장이다. 영주시는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영주장날 쇼핑몰은 소백산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고품질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130여 개 농가 및 업체가 참여해 3000여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설맞이 할인 행사에서는 영주시의 대표 농특산물인 사과, 인삼, 한우를 포함해 미곡류, 가공식품류 등 농·특산품 최소 30% 이상, 축산물은 2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는 대형 유통 기업인 홈플러스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홈플러스 전국 매장 중 주요 매장 10곳에는 The 영주매장이 입점해 있다. The 영주 매장에서는 계절별 생산되는 농특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등 영주시의 우수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The 영주가 입점한 홈플러스 매장은 홈플러스 칠곡점, 영주점, 부천 상동점, 금천점, 대전 유성점, 대전 문화점, 동광주점, 부산 아시아드점, 대구 성서점 등 10곳이다. □ 풍기인삼 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효지인 풍기인삼은 소백산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생산돼 타지방 인삼에 비해 조직이 충실하고 향이 강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다. 특히, 다양한 홍삼제품은 웰빙건강 식품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인삼은 혈압조절, 간장보호, 항암작용, 항당뇨, 피로회복, 식용증진, 면역력 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의 종류에는 인삼 원형상태로 75% 내외의 수분을 함유한 수삼, 삼의 껍질을 벗겨 수분함량이 14% 이하가 되도록 건조시킨 백삼, 수삼을 쪄 가공한 홍삼이 있다. 홍삼의 색상은 담적황갈색이며 품질별로 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으로 구분하고 인삼 중에서 최고로 친다. 인삼가공제품에는 절편삼,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황금홍삼비누, 홍삼벌꿀비누, 홍삼우유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 문의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 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 □ 영주사과 영주시는 국내 사과 생산의 14.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이다. 영주사과는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산지 과원에서 생산,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덕에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다. 사과는 대부분 15kg 상자로 포장되어 출하되고 있으나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장단위를 5kg, 10kg 단위로 다양화 했다. 사과는 피로회복, 피부미용, 위장장애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 영주한우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해 생산된 우량 수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해 사육한다. 비육 후기에는 영주시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정태영 교수팀이 협력해서 1996년부터 1997년 2년에 걸쳐 개발한 아마종실을 첨가한 특수사료를 급여하고 초음파 육질 진단을 실시해 출하 적기를 판단, 고품질의 육질만을 생산·판매한다. 브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완전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사육·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시범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문의 영주축협한우프라자 054)630-6710, 6720, 횡재먹거리 한우 054)638-0094 □ 풍기인견 풍기인견은 천연섬유로 냉장고 섬유, 에어컨 섬유라 불린다. 풍기인견의 특징은 가볍고 시원하며 몸에 붙지 않고 통풍이 잘 되며 땀띠가 예방되고 촉감이 좋다. 인견은 땀 흡수력이 탁월하며 정전기가 없고 부드러운 식물성 자연섬유다. 피부가 여린 갓난아기, 알레르기성 피부, 아토피성 피부 등 피부가 약한 분들에게 좋다. 가볍고 얇아서 여름 실내복, 반바지, 잠옷, 침구류, 천연염색을 한 외출복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 정도너츠 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로 지역의 특산물인 인삼, 사과, 생강, 고구마 등을 재료로 만든 웰빙 식품이다. 찹쌀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도너츠 보다 영양 성분검사를 해보면 적게는 7배 많게는 10배 이상 지방함량이 낮게 나온다.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0%로 먹을거리로 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문의) 054) 631-0061 □ 영주한과, 소백네프란, 오정주 영주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해 생산하는 영주한과, 청정 수목에서 추출한 목초산 분말 제재와 유산균을 급여해 생산된 소백네프란은 일반계란에 비해 A, B12, 토코페롤 함량은 높고 콜레스테롤은 낮아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며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또, 옛날 사대부가의 선비들이 건강 약용주로 마시던 전통 명주 오정주, 밤에 빗장을 열어주는 약초라는 야관문을 이용한 약용주 비수리야, 영주사과와 포도를 이용해 생산되는 상떼마루 와인, 단산포도 생산 농가가 개발한 쥬네트 와인과 소백산산향기 와인이 있다. 상떼마루 아이스와인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영주시는 농가소득 증대와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우수 농특산물 생산을 위해 다양한 연구 개발과 실증실험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1-19

“장량·두호동 일대 10만 인구 후광 업고 한 때 전성기 누렸죠”

‘축복받은 시장’, ‘혜택 받은 상권’. 포항시 북구 장량동 장량성도시장 주변을 답사하며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이었다. 아파트에 ‘포위’된 상권, 10만 이상 유동 인구, 독점 상권에 영일대해수욕장까지 끼고 있는 곳. 외관상 장량성도시장은 천혜의 상권과 최적 상업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한 때는 공실률 제로에 점포마다 몇천만원 씩 프리미엄이 붙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뛰어난 상권에 비해 현실에서 영업 실적은 저조해 점포들의 수익성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사태의 ‘그늘’ 탓 이었다. 팬데믹 이후 인터넷, 온라인 마케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곳 뿐만은 아니고 대부분 전통시장에서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고민들이다. 도심 아파트촌의 한복판에서 침체한 재래시장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장량성도시장을 돌아보았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상업, 해운도시 기능 우선 시장의 배경이 되는 두호동, 장량동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두호동 일대는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왜군 방어 진지로 기능했다. 각종 사료에 1386년 고려 우왕 때부터 동해안 왜구 방어의 최전방 기지로 기능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두호동의 중심이 되는 창포리는 1731년 영조 때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했던 곳이다. 두호동은 전통시대 ‘두무치마을’로 불렸다. 마을 중심엔 마을의 제당인 천황당이 있었는데 1980년대 물의공원 고갯길 우측에 있던 선황당(仙皇堂)과 합사해, 매년 같은 날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두호동 북쪽 이진리(利津里)에는 ‘이진당’(利津堂)이라는 전당(殿堂)이 있는데, 조선시대 외국 상인들이 귀국길에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돌아가야만 뱃길이 편안하고 무사하다 하여 배를 정박시켜 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장량성도시장 상권의 가장 큰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장량동은 원래 장성동과 양덕동이 합쳐진 곳이다. 이 일대는 본래 산간지역으로 사량골, 불미골, 기낭골, 북시골, 무당골 등 자연 부락으로 이뤄져 있었다. 개발 붐이 일던 1990년 지역 주민들이 지역 주택 조합을 결정해 기남골, 갈밭리 일대 34만 평 규모에 아파트, 택지, 상가 단지를 조성했다. 장량동 현재 인구는 7만2000명으로 웬만한 기초자치단체 보다 규모가 크다. ◆두 곳 복합상가 건물 통합해 전통시장으로 장량성도시장은 시장 탄생 배경에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장량동, 두호동 일대에 대단지 아파트촌이 건립되면서 두개 동(洞) 경계에 복합 상가들이 들어섰다. 이 중 하나가 ‘장량종합상가’이고 또 하나는 ‘성도종합상가’였다. 대로변에 나란히 들어섰던 두 상가는 상가 형태로는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전통시장’으로 전환을 모색하게 된다. 두 상가의 점포주와 상인들은 개축, 설계, 리모델링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고 그 결과로 오늘의 장량성도시장이 탄생했다. 남북으로 나란히 들어섰던 두 상가는 상인들의 협의를 거쳐 끝 쪽벽을 서로 허물고 사방으로 통로를 만드는 대공사를 벌이게 된다. 건물주들이 대폭 양보를 했고, 경북도와 포항시가 설계비와 공사비를 지원했다. 상가건물이 전통시장으로 개축되는 과정은 여러 건축주 이해, 행정절차, 상권, 권리관계 등 이익들이 복잡하게 얽힌 일이었지만 여러 관계인들과 자체단체들이 나서 잘 마무리 지으면서 대변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두 상가 벽이 뚫리면서 유동인구 급증 25년 동안 막혀 있던 두 상가의 벽이 뚫리면서 시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당시 공사는 상가의 벽만 뚫은 게 아니고 막혀 있던 상권과 물자의 이동도 뚫었던 것이다. 복합상가 시절 주민들은 막히고, 단절되고, 구획된 상가에서 불편하게 제한적으로 쇼핑을 해왔지만, 두 상가가 한 통로로 연결되면서 주민들은 하나의 동선(動線)에서 논스톱으로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점포 아이템이 중복되거나 또는 일관성이 없이 얽혀 있어서 두 건물을 드나들며 번거롭게 장을 봐야 했던 시민들의 불편이 해결된 것이다. 쇼핑공간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사방에 진입로가 뚫리면서 시장의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이원식 상인회장은 “상가 두 곳이 합쳐지면 계산 상으로는 ‘1+1’이 됐지만,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컸다”며 “시장 전체에 활기가 들면서 매출이 최소 30~40%에서 목이 좋은 곳은 두 배씩 뛰었다”고 말했다. 시장 전체 영업이 활성화 되고 점포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게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더불어 도로변에 노점도 활기를 띠었다. 건너편 아파트 입구부터 시장 내리막길 100m 구간엔 노점 10여 곳이 진을 쳐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통시장 상권 급속히 위축 시장엔 손님들이 줄을 서고, 노점이 도로변에 진을 치고 점포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던 반짝 경기는 2~3년 ‘특수’로 그치고 말았다. 바로 코로나19 사태가 찾아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문명사에 미친 영향은 ‘세기적 사건’으로 분류되지만, 이곳 장량성도시장에서도 그 충격은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모든 점포의 매출이 반토막 아니 그 이상으로 급감했다. 어제까지 줄이 섰던 점포에 발길이 멈추었고, 시장 통로에도 인적이 끊겼다. 두 상가 통합-전통시장 변신 이후 번창을 누리던 중이어서 상인들의 박탈감은 더 컸다. 상인들은 우울감 속에서 이 ‘대역병’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드디어 기다리던 팬데믹의 종료가 공식화되면서 상인들은 다시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잠시 시장을 떠났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비대면, 마케팅, 온라인, 홈쇼핑에 길들여진 주민들이 그 소비 패턴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편리성이 강조된 새로운 쇼핑, 구매 방식에 적응된 소비자들에게 시장은 불편한 공간이었을 뿐이었다. 이원식 상인회장은 시장 상권의 부활을 위한 선결과제로 공영주차장 확보를 꼽았다. 쇼핑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성향 충족을 위해서는 주차장 건설이 시급하다는 것. 문제는 주변에 마땅한 유휴 공간이 없다는 점. 이 회장은 경북도나 포항시 등 관계기관의 정책적 접근을 통한 실효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문화의 확산과 전통시장 위기 앞서 언급한 대로 장량동, 두호동 일대는 고려 말 군사기지, 조선시대 조창(漕倉), 일제강점기 소 수출기지까지 각종 관청이 들어서며 상업, 해운 등 산업이 활발하게 펼쳐지던 공간이었다. 이 상업적 전통을 이어받은 장량동, 두호동 일대는 아파트 단지 20여 곳 학교 11곳, 공공 기관 11곳을 거느리며 포항시 북구의 상업, 행정, 도시로 성장해왔다. 이런 전통과 한때 번영이 있었기에 현재 장량성도시장의 급속한 위축은 안타깝기만 하다. 온라인 시장에 길들여진 시민들을 어떻게 재래시장으로 불러낼 것인가, 대형마트 편리성에 익숙해진 주민들 어떻게 전통시장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 전통시장 상인들과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이 풀어야 할 시대적 화두가 아닌가 한다. /글·사진 =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1-16

끈기와 인내란 굳은 신념으로 ‘고속 회전기계’ 일인자 자리에

“안되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멋지게 해 봅시다.” 회전기계는 설비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기계를 세운 후 빠른 시간 내에 수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과 연계된 설비들은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모두 분해하고 천천히 살펴가며 일할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실패도 많고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들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끈기와 인내라는 굳은 신념을 갖게 했다. 고속 회전기계의 일인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 이정호(57) 부장이 걸은 길을 따라가 본다. -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고속 회전기계’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1987년 8월 포스코 공무부 기계수리과에 입사하게 됐다. 압연설비 수리 업무를 시작으로 제철소 전반에 걸친 기계설비를 정비하는 일을 37년째 하고 있다. 기계에서 인위적인 동력은 그 처음 형태가 회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전기도 돌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 엔진도 실린더를 통해 회전 에너지 형태로 폭발력을 만들어낸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제철소 곳곳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회전기계가 존재한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제철소에 회전기계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제철소에는 많은 롤이 있는데 그 롤에 동력을 전달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어박스’도 회전기계이고, 제철소에 미세분진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크고 작은 집진기에도 회전기계가 사용된다. 나는 이러한 기계설비 수리 지원, 설비 수명 향상, 정비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 그룹사·고객사·해외법인 등의 설비 기술 지원과 같은 동반성장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습득한 기술에 대한 이론과 실무 지식 및 노하우를 후배 사원들에게 전수하는 활동도 병행 중이다. - 이란 이스파한제철소(Esfahan Steel Co.)에서 포스코의 기술력을 펼치셨다고. △2011년 8월, 포스코 건설로부터 긴급한 요청을 받았다. 이란에 있는 이스파한제철소의 소결공장에서 배기가스 팬을 가동할 때마다 심한 진동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에 따라 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었다.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공사 대금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설비회사의 전문가들이 다녀갔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당시 소결공장 지원 팀장의 추천으로 나와 선배, 그리고 지구정비 및 조업 담당자까지 총 4명이 팀을 꾸려 현지로 향했다. 공정 집진기의 배기 가스 팬(Exhaust Gas Fan)에 사용되는 저널 베어링(Journal Bearing) 또는 메탈 베어링(Metal Bearing)이라고도 불리는 유막 베어링(Fluid Film Bearing)은 윤활유가 연속적으로 공급돼 매우 얇은 유막(Oil Film)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진단 결과, 회전하는 샤프트의 저널부(축받이부)가 열적으로 팽창할 수 있는 적정 틈새가 부족한 것이 문제임을 인지했다. 현지에서 ‘스크래퍼’라는 공구를 어렵게 구해 베어링 안쪽을 긁어내면서 간격을 조정했다. 일주일 동안 스크래퍼를 손에 쥐고 베어링 안쪽을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당시 날씨가 덥고 손에 물집이 생기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조건이었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드디어 작업을 마치고 시운전했을 때, 마치 거짓말처럼 진동이 사라졌다. 이스파한제철소 직원들에게 그동안 발생한 현상의 원인과 향후 수리 방향 및 관리 방법 등을 전수했고, 해외 현장 분위기도 180도 바뀌며 모두가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 신입사원 시절에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눈물을 뺀 실수도 있었다고. △나도 처음부터 문제 해결 전문가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기계수리 공장 작업 외에도 압연 지역 공장별로 대수리를 포함한 모든 수리 작업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현장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대수리 작업은 길게는 1~2주 넘게 이어졌다. 각 반단위로 수리에 사용하는 이동용 공구함이 있었는데, 대체로 신입사원이 이동용 공구함을 관리한다고 하여 ‘함장’이라고 불렀다. 매 작업에 필요한 공구를 준비하고, 작업이 끝나면 세척해 정리하는 일을 담당했다. 공구를 잘 관리하기 위해 현장에 공구대를 두고, 작업이 끝날 때마다 공구를 잘 챙겨서 정리한 뒤 이동용 공구대를 잠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공구 이름도 헷갈리고 매일 챙긴다고 했지만, 하루는 공구대를 자물쇠로 잠그는 것을 깜빡해 버렸다. 그렇게 퇴근하고 다음 날 출근했는데 ‘체인블록’이라는 공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반장과 선배들에게 크게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야근 근무 후 피곤이 몰려와 저녁을 일찍 먹고 잠이 들었는데, 출근 시간을 놓쳤던 적도 있다. 담당 반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집까지 찾으러 왔다. 그때는 주인집 전화기로만 연락할 수 있었는데, 그날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여행을 가셔서 몇 시간을 동네를 돌며 나를 찾았다고 했다. 결국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연락이 닿았고, 서둘러 출근했다. 당시 크게 혼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배가 “우리도 신입사원 때는 다 그랬다”며 따뜻하게 격려해 줬다. 이처럼 신입사원 시절을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부족하고 미숙했으며 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지금 포스코 후배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인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본연의 업무에 적용한다면, 개인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루고 앞으로의 100년 기업을 이끌어가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냉박음’ 아이디어로 2제강 2전로 경동장치 문제를 해결하신 스토리를 들려달라. △신입사원부터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나를 문제 해결사로 성장시켜 주었다. 2010년 7월,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 2전로 합리화 공사가 있었다. 전로를 기울이는 데 필요한 경동장치를 트러니언 링 샤프트(trunnion ring shaft)라 부르는데 이를 조립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경동장치를 조립하다가 전체 조립 길이 1400mm 중 730mm 정도를 남기고 조립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으로 출동했는데 그 상태에서 더 이상 분해, 조립이 되지 않아 조업 생산 예상 손실액이 하루에 5억 원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조립되지 않은 부분의 샤프트(Shaft)를 절단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절단 방법으로 경동장치를 분리했을 때 신규 제작 기간에는 최소 몇 달이 소요됐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경동장치 조립부와 트라니언 샤프트의 조립 틈새가 부족해서 꽉 끼어져 있었기 때문에 트라니언 샤프트를 액화질소로 수축시켜서 틈새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다만, 아이디어를 말하긴 했는데 마음 한쪽 구석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마지막에 ‘깡’하는 소리와 함께 경동장치가 끝까지 조립이 완성됐다. 인생을 살면서 몇 번 느끼기 어려운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 인생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회사 업무나 대인관계를 돌아보면, 긍정적인 생각과 대화가 문제를 더 빠르고 쉽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가 있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대화를 시작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곤 했다. 인생에서 힘든 시간은 반드시 지나가며 그 경험들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스스로 멋진 일이라고 믿으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의 성실함은 미래의 보답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고 생각한다. 이왕 할 일이라면 피하지 말고 불가능은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 앞으로도 포항제철소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 △최근 경제 관련 기사들을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철강 수익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한, 중국 내수 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중국산 철강재가 한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철강 업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보도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제철보국’이라는 소명 아래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던 시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스코 창업 정신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주인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하여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한자 성어처럼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한 걸음씩 다가가는 자세로 함께 미래로 나아가면 좋겠다. 이정호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 포스코 명장은 △포항제철소 올해의 정비명인(2013년)△설비기술부 혁신 i상(2015년)△포스코패밀리 대상(2016년)△포항제철소 제안활동 우수사원(2020년)△포스코명장(2020년)△포항시 최고장인(2021년)△대한민국우수숙련기술자(2022년)△경북도 최고장인(2024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5-01-15

휘어진 가지·두터운 줄기…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다

을사년 새해 벽두부터 뱀은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치켜들고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이 독을 뿜고 있다. 지난 연말에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권력의 칼날은 숲은 아랑곳하지 않고 산을 지키는 못난 나무만 찍어내려 하고 있다. 수학 문제를 공식에 따라 풀다 보면 답이 저절로 나오는데, 답부터 정해놓고 공식에 맞추려 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먼저 사회 불안부터 잠재우기 위해 국내외를 둘러보고 주변의 좌우를 살피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으면 될 것이 아닌가 싶다. 복잡하게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어려운 국란을 우리 모두 잘 극복하리라 믿으며 다시 보고 싶은 의성군 안사면 월소리 693번지에 살고 있는 소나무 노거수를 찾아 나섰다. 월소리 마을 입구에 마을 수호신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보니 이 난국도 숱하게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처럼 무난히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반송의 수형으로 반듯하게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심은 것으로 보였다. 마을 어른에게 물어 본 결과 소나무는 조선 중기 광해군(1608~1623) 재위 때 평산 신씨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심었다고 했다. 그분은 무슨 마음으로 소나무를 기념식수로 심었을까? 그것도 들판을 지나 마을 입구에 심었을까? 몇 년생의 소나무를 심었을까? 이런저런 의문을 가지면서 우람한 소나무에 경외심으로 가만히 다가가서 살며시 안아 보았다. 평산 신씨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의문은 풀렸다. 소나무는 당산나무로 마을 주민들로부터 제사를 받으며 또한 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마을 주민 평산 신씨의 후손들은 마을을 드나들면서 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늠름하고 우람한 늘 소나무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조상의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그 마음을 헤아려 볼 것이다. 그리고 보면 그분은 뭉치고 단합하는 마을의 공동체 정신의 함양과 조상을 기리고 섬기는 효 사상을 은연중에 심어주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소나무를 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보며 그분은 성공한 셈이다. 소나무와 함께 공적비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를 심은 사람의 공적비가 아니고 기념물로 지정받는데 공이 큰 마을 출신 사람의 공적비였다. “공적비 신현수(申鉉守) 지정일 1994년 6월 8일. 상기인은 월소리 소나무를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받는 데 그 공로가 다대함으로 그 뜻을 기리고자 주민의 정성을 모아 여기 영원불멸의 비를 세우다. 2006년 4월 월소리 주민 일동.” 이런 행위가 바로 마을을 하나로 단합하는 공동체 정신의 발로이다. 또한 마을 주민이 얼마나 이 나무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좀 더 높은 품격의 나무로 올려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공적비의 주인공은 고향을 떠났지만, 그의 마음은 늘 고향의 소나무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곳 월소리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청렴한 공직자로 그 임무를 수행한 밑바탕에는 늘 푸른 소나무의 곧은 절개, 청렴의 이미지가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주민들이 다시 한 번 뭉쳐서 천연기념물 반열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싶다. 문화적, 생태적 가치로 보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보여진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소나무가 있는 신보 마을에 다른 여타 자연부락 마을보다 인물이 많이 난다며 자랑했다. 그렇다. 마을을 개척하면서 기념식수로 심은 소나무는 오랜 시간 자라면서 마을 주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다. 생태적, 문화적, 심리적, 경제적은 물론이고 마을의 공동체 정신과 조상을 기리는 효 사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을 입구에 자라는 소나무는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띄어 소나무처럼 닮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휘어진 가지와 두터운 줄기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 소나무를 ‘조상의 나무’라 불렀을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나무를 심은 평산 신씨 조상은 마을의 번영과 자손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소나무를 선택하여 마을 입구에 기념식수를 했을 것이다.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는 소나무 노거수는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있어 나무 아래에 넓은 그늘은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나이가 400살, 키 11m, 가슴높이 둘레가 3.2m, 그 앉은 자리 폭은 17m이란다. 소나무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쳐져 우산 모형을 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체육시설을 설치하여 주민들은 시간 나는 대로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오늘도 마을의 88세 어른께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나를 보더니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무 아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옛날과 다르게 사람이 뜸한 마을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 노거수가 있으니,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출향 인사들이 고향을 방문하면서 나무 아래 쉬고 있는 어른에게 용돈까지 건네주니 얼마나 좋은가. 마을 어귀에 있는 노거수는 그냥 쉼터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만남의 장소, 요즘 도시의 카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는 마을 공동체의 유대를 상징하는 중심축처럼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두터운 줄기는 마치 마을을 지켜온 세대들의 역사와 연대를 나타내는 듯하다. 네 갈래로 갈라진 가지는 함께 나누고 협력하는 공동체의 조화로움을 상징하며, 푸르게 뻗은 나뭇잎은 미래 세대의 번영을 암시한다. 나무를 심은 조상의 손길은 후손들에게 자연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과 효의 정신을 전하는 듯하다. 마을의 중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조상의 은덕과 희생을 기리고,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존재로 느껴진다. 후손들은 어린 시절에 소나무 아래에서 뛰놀며 자랐을 것이고 친구들과 웃고, 잎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을 느끼며 마음의 평온을 찾곤 했을 것이다. 소나무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단순한 나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나무는 후손에게 조상의 가르침과 정체성을 전하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세월이 흘러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후손도 친구는 만날 수 없어도 소나무는 마주할 것이다.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고 잎은 더 짙어졌고, 가지는 더 넓게 퍼져 있었을 것이다. 소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월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가르침이자 마을의 정신이다. 세월이 흘러도 소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 아래에서 수많은 세대가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하며, 하나 되는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400년의 세월 속에서 소나무는 이렇게 우리의 삶을 품고 있었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소나무는… 생태적 영향: 탄소 흡수 및 공기 정화, 생물 다양성 증진, 토양 보호.문화적·역사적 영향: 기념비적 가치, 전통과 신앙, 정체성 강화.심리적·정서적 영향: 심리 안정, 힐링 공간 제공.경제적 영향: 관광 자원, 부동산 가치 상승, 자연 교육 자원.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15

바다·섬·그리움… 그리고 어머니로의 귀결

요즘 같은 겨울이 그렇고, 여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바다는 사계절 아름답다. 동해와 서해가 다를 바 없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자동차로 3~4시간이면 달릴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바다는 끊임없이 시심(詩心)을 자극하는 공간. 그래서다. 영남 바닷가엔 시인이 적지 않고, 호남 바닷가에도 시인이 많다. 최근 이주빈(56) 시인이 호남의 바다와 섬을 노래한 시집을 상재했다. 아래는 ‘영남 기자’가 ‘호남 시인’의 삶과 문학을 되짚어본 짤막한 기록이다. ▲바다, 섬, 그리움으로 요약되는 이주빈의 시편들 낮지만 명확하고, 강변하지 않아도 설득력 높은 목소리을 가진 사내 한 명을 알고 있다. 흑산도에서 태어난 그는 목포와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후 꽤 긴 시간을 기자로 살아가다가 지금은 고향 근처로 돌아가 ‘바다’와 ‘섬’에 관련된 일을 하며 지낸다. 그와 10년 가까이 같은 직장을 다닌 기자는 한잔 술에 취해 꿈꾸는 눈동자로 유년의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선후배와 주고받는 말 속에 은유와 상징을 무시로 담아내던 그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시인의 성정으로 세상과 인간을 대해왔을 수도 있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의 근거인 이주빈 시집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이 지금 앞에 놓여있다. 낮은 목소리로 상대를 설득할 줄 알고, 순정한 소년의 눈망울을 가진 이주빈이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써서 간직해왔을 시를 읽는다. 이주빈의 시를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어는 바다, 섬, 그리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소재로 이야기할 때 이주빈의 목소리엔 신명이 묻어났고, 눈동자는 유독 빛났다. 이번 시집은 바다와 섬, 그리고 그리움이 어떻게 그를 만들었고, 간난신고의 세상을 견디게 했으며, 내일을 그려가게 했는지에 관한 부연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이주빈의 고향은 바다, 그 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섬이다. 부모미생전의 그리움이 생겨난 그곳을 짧고도 강렬하게 노래하는 ‘비 내리는 흑산바다’를 읽는다. ‘눈으로만 듣고 싶은/노래 있다//귀로만 보고 싶은/사람 있다//입술로만 부르고픈/이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인 이주빈은 흑산도에서 태어났다. 태를 묻고 더없이 다감했던 어머니 곁에서 유년을 보낸 그곳은 그의 품성이 형성되고, 감수성이 뿌리는 내린 공간일 터. 거기엔 ‘눈으로 듣는 노래’와 ‘귀로 보는 사람’ 또한, ‘소리 없이 불러야 돌아보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산다. 이 역설이 외떨어져 존재함으로써 외로움을 이겨낼 힘을 키우는 ‘섬 소년’ 이주빈을 기른 게 아닐지. 수십 차례의 만남에서 기자가 이주빈에게서 느낀 감정 중 하나는 ‘고독함’이었다. 큰 소리로 “나는 외롭다”고 하지 않아도 그의 손짓에서까지 확인되는 쓸쓸함과 고적함. 세상을 감각하는 시인의 촉수는 섬세하기에 그 섬세함으로 인해 상처 받는 경우가 흔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무인도’라 제목 붙인 시에서는 이주빈의 외로움이 가감 없이 읽힌다. 이런 노래다. ‘봄바다에 아지랑이 피듯/세상에 잘 깃들고 살아야 할 텐데//겨울바다에 눈 내리듯/그대 마음에 편히 스며야 할 텐데//나의 바다엔/허구한 날 소슬비 들이쳐//가없이 표류하는/작은 종이배 하나.’ 16세기 방식으로 표현해보자. ‘소인배가 자신을 걱정한다면 군자는 남을 걱정한다’. 그렇다. 인간 개개인은 누구 할 것 없이 고독하고 쓸쓸한 존재다. 그걸 인식한 후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감정을 다스리느냐가 군자와 소인배를 구분하는 잣대다. 타자를 향해, 남을 향해,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객체를 향해 ‘아지랑이 피듯 세상에 잘 깃들’라고, ‘눈 내리듯 그대 마음에 편히 스며’들라고 축원할 줄 아는 이주빈이 소인배가 아님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명철하게 바라보려는 마음까지 갖췄기에 자신을 ‘가없이 표류하는 작은 종이배’라고 노래하지 않았을까? ▲모든 게 부족한 섬으로의 귀환을 꿈꾸는 시인 이 시인은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바다 저편에서 건너온 ‘달콤한 육지의 과자’를 먹으며 유년을 보냈으니, 육지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주빈은 불편이 적은 육지에서의 삶보다 모든 게 부족하고 모자란 섬으로의 귀환을 내내 꿈꿔왔던 것으로 보인다. 왜였을까? 아래 인용하는 시 ‘섬집’처럼 아무 것도 오지 않는 곳인데…. ‘작은 우체통 녹슬어 으스러질 때까지/편지 한 통 오지 않았다/지붕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간 안테나에도/안부는 잡히지 않았다…(후략)’ 위 시가 그려내는 풍경은 적막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100년쯤 전에 그려진 낡아버린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네온사인 번쩍이는 육지와는 외떨어진 섬마을의 소년들은 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대상이 불명확한 그리움 속에서 나이를 먹어간다. 이주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어른이 되었을 때 알게 된다. 모든 기다림의 끝은 허망하다는 걸. 그러나, 인식이 거기서 멈춘다면 그건 시인의 태도가 아니다. 허망함을 넘어 세상과 인간의 전망을 만들어낼 언어를 찾아가야 한다. 이주빈은 그 전망의 언어를 자신이 태어난 곳, 즉 푸른 바다 위 ‘작은 섬’에서 모색하고 있다. ▲이주빈 시의 출발은 ‘그리운 어머니’가 아닐지 이주빈에게 ‘어미’는 ‘사랑’과 동의어다. 지난 몇 년간 써온 그의 문장은 이젠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회한의 눈물 자국에 다름없다. 세상 어떤 것보다 가강 애타게 기다리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돌아올 수 없는 어머니. 이번 시집의 몇몇 노래가 이주빈의 ‘사모곡’으로 읽히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불시로 아련한 심장’도 그중 하나다. ‘(전략)…어쩌자고 나는/불시로 아련한 심장을/달고 태어난 것일까//어쩌자고 너는/까닭 없이 그리운 얼굴이었을까.’ ‘불시로 아련해지는 심장’을 아들에게 준 어머니. 이주빈의 시집에서 무시로 출렁이는 바다와 서정으로 흔들리는 섬,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백 번의 그리움은 모두 ‘어미’로 귀결된다. 바다, 섬, 그리움이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의 세 가지 핵심어라면, ‘어미’로 표현되는 시인의 어머니는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유일한 알짬이다. 50대 중반에서야 첫 시집을 독자들 앞에 내보인 이주빈. 그가 책의 마지막에 심어둔 한 편의 시가 세상의 처음이자 존재의 끝을 감지한 자의 예언처럼 우리 가슴을 술렁이게 만든다. ‘개망초꽃’이다. ‘부디 힘세고/돈 많은 자들은/너희들의 꽃을 찾아 떠나라//나는 개망초/오로지 가난한 자들에게만 보이고/오로지 힘없는 자들에게만 사랑이 되는/흔해서 따순/당신의 밥.’ ‘흔하기에’ 어떤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 이주빈의 시는 이주빈을 닮았다. ‘그 사람이 쓰는 문장이 곧 그 사람’이란 선현들의 말을 거듭 되새김질 할 이유도 없다. 이주빈의 시는 곧 이주빈이다. 허위허위 세파를 헤치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이상향’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바다와 섬, 그리움으로 켜켜이 쌓아올린 무너지지 않을 미려한 성채로 다가온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게 분명하다. 고독하고 쓸쓸한 새해 벽두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히 권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14

‘8천억 예산·생활 인구 40만·두배 잘사는 청도 건설’에 군정 총력

청도군의 2025년 군정 목표는 △8천억 예산 시대 준비 △생활인구 40만 확보 △2배 더 잘사는 청도 건설이다. 군은 이러한 3대 군정 목표를 달성하고자 군민이 행복한 맞춤형 복지정책과 안전하고 활기찬 청도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3대 미래 비전인 청도 평생학습행복도시와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 농업 대전환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한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2024년은 오직 군민만을 생각하며 지방소멸위기 도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역량을 집중한 해였다면 을사년 새해는 변화와 혁신의 기운을 받아 군민들이 더 행복하고 자부심 넘치는 지속 가능한 청도를 실현하고자 확정될 ‘비전 2040 청도군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가 함께 행복한 청도를 만들어 대한민국 최고의 지방정부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또 “2025년은 청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기인 만큼, 공약사업과 주요 현안 사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군민과의 참여와 소통을 더욱 확대해 신뢰를 쌓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군민이 행복한 청도를 만들고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 새해 군정목표 2024년 청도군은 지방 소멸 위기 도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역량을 집중해 △군정 사상 최초 예산 7000억 원 시대 개막(최종 7018억 원) △생활인구 32만 명 달성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전국 최다 160억 원 확보 △15개 기관 40개 분야 수상 △농업 혁신타운 조성(80ha)을 통한 농업 대전환의 기반 마련 △관광 인프라 확충 △복지와 교육정책 강화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극세척도(克世拓道,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의 자세로 올해도 속도감 있는 추진과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 주요 군정 방향으로 △모든 군민이 행복한 따뜻한 복지도시 △맞춤형 지역개발을 통해 상생 성장하는 균형발전 도시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아이의 장래가 밝은 청도, 함께 키워가는 행복한 도시 △배움이 삶을 변화시키는 평생학습행복도시 △힐링과 감동이 가득한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 △농업의 대전환을 통해 활력 넘치는 부자 농촌 실현을 추진한다. □ 행복한 복지도시 청도군은 온누리 스마트경로당 구축과 대상포진 무료접종 확대(65세 이상),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지원한다. 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리프트 버스 지원, 주택 개조사업 등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며 보건소 이전 신축과 농업인 재활센터 운영 확대를 통해 선진 보건 인프라를 강화한다. □ 균형발전도시 청도 상상마루 조성사업(대중교통 환승 대기소, 상가, 헬스장 조성), 청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청도읍사무소, 행복주택 42호, 건강센터 조성),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주거시설, 취·창업지원센터, 수변공원 조성) 등의 대형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청도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을 통해 700개 일자리 창출과 1000여 명의 정주인구 유입을 기대하며, 마령재 터널 개설 공사(2027년 준공 예정), (경산~청도)도시광역 철도망 연장, 청도 매전-울주 상북 간 도로개설, 각북~대구(보훈병원)터널 개설사업 교통 인프라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청도천변 맨발 걷기길, 빛나래 상상마당 등 힐링 공간을 조성하고 회천교차로 설치 확대, 화재피해 주민 지원 확대 및 스마트 마을 방송시스템 구축, 국가하천으로 승격한 동창천을 중심으로 재해예방사업 등을 통해 주민 안전망을 강화한다.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상수관망 정비, 정수장 증설, 송수관로 복선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청도 공공하수관로 민간투자사업(BTL)을 통해 선진화된 하수관로 유지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 아이의 장래가 밝은 희망도시 청도형 육아 복합 지원센터 건립과 24시 돌봄 어린이집 운영 등을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10만 원 임대주택, 빈집활용 1만 원 임대주택 제공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한다. 더불어, 비어 있는 청도 5일장의 4일을 생활인구로 채우는 청년문화 복합공간(054스페이스) 조성과 전통시장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 평생학습행복도시 평생학습 행복관을 거점으로 청도 행복아카데미, 경북도민 행복대학, 온누리 대학 및 대학원, 여성대학 및 대학원 등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또 검정고시반 운영, 마을 평생교육 지도자 양성, 자격증 과정을 지원하며, 작고 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와 인재육성장학회 영재 프로그램을 통해 특색 있는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지정을 추진해 국제적 교류를 확대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인다. □ 문화예술관광 허브도시 생활문화복합센터와 예술인 창작공간 조성으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성곡댐 생태관광벨트, 각북 명품산림치유센터, 유천문화마을 관광 명소화 등으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며 대규모 위락시설과 레포츠 단지 조성을 통해 인근 대도시의 관광객들을 유치한다. 귀촌인과 생활인구를 연결하기 위한 ‘아름다운 나눔 장터’를 고쳐 ‘여가, 청도’라는 관계안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농업 대전환을 통한 부자 농촌 혁신농업타운을 읍면별로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청도형 스마트팜 보급과 신소득 작물 재배를 활성화해 수출 품목 다양화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를 도모한다. 청도 우수농산물 품질인증제를 도입해 지역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확산하고 외국인 근로자 확대 도입과 농업인 숙소를 건립해 안정적인 농업 환경을 제공한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1-13

구미시 ‘건강 사각지대 제로화’… 시민 삶의 질 촘촘하게 관리

구미시는 시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건강 사각지대 제로화’실현에 나선다. 시는 치매 관리와 정신건강 증진, 임신·출산 지원, 금연 환경 조성 등 다양한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시민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디지털 기술과 주민 참여를 강화해 모든 세대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치매조기발견부터 돌봄까지 구미시는 지난해 치매관리사업에서 전국 최고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치매 고위험군과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치매예방교실과 초로기 치매환자 쉼터를 확대 운영한다. 또,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대상을 기준중위소득 140% 이하로 확대해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 치매보듬마을 운영과 치매파트너 양성도 강화해 지역사회 내 치매 인식을 개선하고 치매안전망 체계를 더욱 탄탄히 한다 □ 예방에서 회복까지 강화된 정신건강증진사업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자살예방 및 정신질환자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예방부터 회복까지 통합적 지원을 추진한다. 지난해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통해 보건복지부 우수지자체로 선정된데 이어, 경상북도 주관 ‘정신건강·자살예방사업’에서도 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았다. 올해는 동 단위로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해 맞춤형 자살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하고, 하반기부터는 자살유족에게 신속한 대응을 제공하는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 세심한 배려로 이어지는 생명케어 기존에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사실혼·예비부부 포함)를 대상으로 운영되던 임신사전건강관리 사업은 올해부터 20~49세 미혼남녀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결혼 여부와 자녀 수에 관계없이 최대 3회(주기별 1회)까지 지원이 가능해, 연령대별로 적절한 생식 건강관리와 조기 검진을 통해 난임 예방과 건강한 임신·출산을 돕는다.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도 더욱 강화된다. 올해 새롭게 추진되는 ‘난임극복 마음건강 지원사업’에는 1억 원이 투입돼 경제적 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과 문화활동(도서 구입, 영화 관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구미사랑상품권 20만원을 지원된다. 난임 시술비 지원도 확대된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존 부부당 25회로 한정됐던 지원 횟수가 출산아당 25회로 변경됐으며, 공난포 등 비자발적 시술 중단 시에도 지원 횟수가 차감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총 1,560건, 약 14억 원의 난임 시술비가 지원됐고, 그 결과 192명의 소중한 새 생명이 탄생했다. 올해부터는 보건소를 방문해야만 가능했던 임산부 현물서비스(영양제, 기형아검사 쿠폰 등)를 ‘맘편한 임신 서비스 택배비 지원사업’에 1800만 원을 투입해 비대면으로 제공한다. 관내 등록 임산부 연간 약 2000여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임신 확인 후 정부24 플랫폼 ‘맘편한 임신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임산부 혜택을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시는 확대된 모자보건사업의 혜택이 더 많은 대상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널 ‘구미시 임신출산지원톡’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 건강생활실천 환경조성 구미시는 금연상담과 클리닉 운영, 금연캠페인 등을 통해 금연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올해도 금연클리닉 등록자를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며, 사업장 근로자들을 위한 이동 금연클리닉을 지속 운영한다. 또, 흡연 예방교육과 금연구역 지도점검을 강화해 흡연율을 지속적으로 낮춰나간다. 걷기 환경 조성에도 나서 남통녹지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 걷기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건강관리 플랫폼 ‘워크온(모바일 걷기 앱)’을 활용해 시민들이 걷기를 생활화하도록 돕고 있다. □ 비대면시대, 자가건강관리 역량강화 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앱과 스마트밴드(활동량계)를 통해 간호사와 영양사 등 전문 인력이 실시간 모니터링과 상담을 제공한다. 디지털 건강관리 사업인 ‘모바일헬스케어사업(19~64세)’과‘어르신건강관리사업(AIIoT·65세이상)’은 오는 3월부터 신청자를 받아 본격 시행된다. □ 포용적 복지 실현 및 장애인 의료접근성 보장 시는 장애인 건강권 증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재활치료실 운영, 이동재활서비스, 한방 건강증진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포용적인 복지 실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1-09

하늘과 대화하 듯 뻗어나간 가지에는 생명·시간의 흔적이…

겨울 찬 바람이 푸른 솔가지 빗자루로 허공을 향해 설렁설렁 비질하니 빗살 끝에 닿은 하늘은 더욱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맑다. 하늘이 푸르고 맑으니 내 몸과 마음도 푸르고 맑은 자연이 되었다. 바람의 손끝에 솔향은 흩날리고 지난해 바위틈에 숨어 있던 역겨운 메케한 냄새를 쓸어 내고 더덕더덕 붙은 몸속 땟물을 말끔히 몰아낸다. 삼송(三松)은 마치 세월의 이야기와 자연의 예술을 동시에 품은 존재처럼 다가온다. 고요한 하늘을 배경으로 서서, 푸른 솔가지 잎을 부드럽게 늘어뜨리고 있다. 그 가지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필선처럼 보이며, 그 선율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마치 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하다. 강인한 줄기와 뒤엉킨 가지들은 소나무가 겪어온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삼송(三松)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 그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낸다. 마치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듯 뻗어나간 가지들은 자유로움과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나무의 표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그 자체로 자연이 그려낸 작품이며, 굵고 뒤틀린 줄기와 조화를 이루는 잔가지들은 생명력의 끊임없는 확장을 보여준다. 푸른 하늘과 녹색의 솔잎이 만나 이루는 풍경은 소나무가 품은 고요함 속의 생동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서로를 보완하며 소나무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연의 위엄이 느껴지고, 가까이서 보면 생명과 시간의 흔적이 담긴 예술적 디테일이 드러난다. 삼송은 그 자리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가 되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묵묵히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삼송(三松)의 내 외모에서 풍기는 원근에서 느끼는 이미지를 보면서 내 늙음의 후줄근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일신우일신’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삼송(三松)은 김천시 증산면 유성리 마을에 살아가고 있는 쌍계사지 세쌍둥이 소나무이다. 삼송은 제일 큰 형은 키가 13m, 몸 둘레는 2.5m이다. 그리고 둘째는 키가 15m, 몸 둘레는 2.1m이다. 그리고 막내는 키가 11m, 몸 둘레는 2.1m로 처진 소나무로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쌍계사지가 시루봉 바로 아래에 있고 보면 삼송은 절의 마당에 부처님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나무의 나이로 보아 키나 몸 둘레가 지금보다 더 클 것 같은 데, 이곳을 방문하는 신도나 삼사백 년 전 1000여 명의 스님이 절에서 수행하였다 하니,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에 자람이 더디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모두 10m가 훌쩍 넘긴 날씬한 몸매는 찾아오는 사람이나, 그저 모르고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삼송의 푸르름의 아름다움에 그를 톺아보았을 것이다. 김천은 사통팔달 교통요지이며 산세가 아름답고 품이 넓어 오랫동안 수도처로 직지사와 청암사, 수도암 등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천은 요즘 핫하게 뜨는 경북의 혁신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 유성리에 ‘무흘구곡 전시관’을 세워 대가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담은 58경과 무흘구곡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일종의 문화생태계를 이루어 무릉도원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곳 유성리 출신 이창재는 중앙부처를 두루 근무하고 경북도 감사관을 거쳐 고향 김천 부시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고향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 공무원이다. 그는 내가 노거수를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쌍계사지 삼송을 소개하고 안내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삼송을 보고 자라면서 늘 푸름과 곧은 절개, 그 끈질김을 교훈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렇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지혜를 터득하게 해 주고 교훈을 준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우리가 알고 있다. 그의 덕분에 삼송을 만나게 되고 즐거움을 느꼈으니, 김천에 있는 멋진 연리근의 느티나무와 조룡리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안내해 보여주었다.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복사꽃이 피어 있는 수풀 속으로 잘못 들어갔는데 숲의 끝에 이르러 강물의 수원이 되는 깊은 동굴을 발견하고 그 동굴을 빠져나오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졌다고 한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1천 6백여 년 전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이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초목이 무성하면 봄이 온 걸 알고 나무가 시들면 바람이 매서움을 아노라, 비록 세월 적은 달력 없지만 사계절은 저절로 한 해를 이루나니, 기쁘고도 즐거움이 많은데 어찌 수고로이 꾀쓸 필요 있으랴.”라는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썼다. 무릉도원 같은 무흘구곡을 찾아 옛 선비들처럼 자연을 노래하며 심신을 수련하는데 이곳만 한 곳이 있을까 싶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이 김천에서 성주로 흐르는 대가천을 따라 자리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노래한 곳으로 제1곡 봉비암(鳳飛巖)에서부터 성주 댐을 거쳐 김천시 증산면 수도암 아래쪽 계곡에 자리한 제9곡 용소폭포까지 약 35㎞ 구간의 맑은 물과 기암괴석 등, 절경을 읊은 시이다. 봄에는 개울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 녹임 물은 버들강아지 꽃피우고, 여름에는 용소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개울을 훑고 핥으며 그간의 땟물을 씻어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과 답답함을 해소한다. 가을에는 단풍 물로 개울을 수놓고,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옷 해 입고 봄맞이 채비를 한다. 참으로 고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곳 삼송(三松)은 무흘구곡 상류의 시작점이요 옥류정이 위치해 있다. 주변의 경관은 그 정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연맹이 말한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무흘구곡에다 누군가 삼송(三松)의 시를 지어 넣어 무흘십곡으로 하면 어떨까. 쌍계사지는? 김천 증산면 유성리 시루봉 아래 신라 현안왕 3년(859) 도선(道詵) 국사는 쌍계사를 창건하였다. 쌍계사 대웅전은 전면 5칸 측면 3칸 25집으로 조선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건축물로서 천정의 그림과 석가여래입상인 쾌불(길이 32m, 폭 8m)은 수작으로 꼽힌다. 쾌불은 가뭄이 심할 때에는 대웅전 마당에 걸고 기우제를 지내면 바로 비가 내렸다고 전한다. 쌍계사는 1000여 명의 스님들이 수행한 17~18세기 한국불교 경학사의 화엄학(華嚴學) 대가의 가풍과 선(禪과) 교(敎)의 맥을 이은 불교사에 있어 중요한 사찰이다. 남아 있는 비문을 통해 조선시대 불교 탄압의 산물인 사찰의 부역(負役), ‘쌍계사 한지제작’ 등의 시대사도 알 수 있다. 쌍계사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대웅전 일부가 임시 증산면사무소로 사용되었는데, 수도산에 남아 있는 북한군 패잔병들의 방화로 인하여 7월 14일 전소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대웅전 터는 증산면에서 향토문화재 복원사업으로 복원하게 되었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08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포항 미래 철강산업경제 핵심

2026년부터는 유럽으로의 철강수출이 어려워진다. 코크스(석탄)용광로로 만든 철강제품은 탄소국경세로 인해 수출이 막힌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수소환원제철소를 확보하고자 저마다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일본제출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국가안보와 경제주권, 철강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일본은 이시바 총리가 나서서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US스틸의 인수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이 계약에 반대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국가의 경제주권을 주장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포항시도 포스코를 도와주어야 한다. 결국 수소환원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지구촌을 이끌어 갈 것이다. 포항환경연대 유성찬(60·사진) 공동대표에게 탄소중립시대의 새로운 시민환경운동과 수소환원제철에 대해 들어본다. 글 싣는 순서 1.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 필요성2. 수소환원제철, 해외에서는 어떻게3.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해야 - 환경과 경제는 밀접한 관계이지 않나. △과거 1970년대에는 공장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이 경제개발의 상징이었다면, 현대에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이 중요한 시대가 열려, 대기오염방지와 주민의 건강권, 환경권을 지키는 것이 국가와 지방정부의 주된 역할이 됐다. 환경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여되는 비용과 과정을 ‘외부효과’라고 경제학에서 논의돼 왔지만, 이제는 외부효과라고 말하기에는 환경문제가 산업과 경제에 대단히 밀접한 관계이므로 경제적 연결고리에 환경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즉, 사람이 다 잘 살고자 경제활동을 하는 것인데, 환경문제가 외부효과라면 틀린 말이란 것이다. - 지역사회 전체가 탄소중립경제 환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경제와 산업을 일으키는 환경경제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열렸다. 이는 인간 지성의 산물이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아서 지구상에는 여러 환경문제가 일어난다. 그 환경문제 중에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만큼이나 인류에게 큰 악영향을 주는 것은 현재로는 없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것이기에 지구온난화를 극복할 방법은 탄소중립,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경제의 시대에서 지역의 모든 기업들에게는 에너지 절약은 기본이고, 플라스틱 감량사용,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 RE100 등 탄소중립을 실천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이 기업경쟁력을 높이게 되므로, 기업의 탄소중립운동 자체가 선진적인 경제활동이고 나아가 친환경산업활동이 탄소중립경제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그룹인 블랙록이 삼성, LG, 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에 RE100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글로벌기업들의 공급망에 들어와 있는 하청기업들에게도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게 됐다. 전세계가 이럴진대, 포항에서는 포스코의 하청·연관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탄소중립은 시민들의 전기·수도물 절약운동만이 아니라, 경제적, 산업적인 측면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 명의 포항시민이 탄소중립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지구온난화가 해결되지 않는다. 포항시민 모두가, 포항시 전체가, 지역기업 모두가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천할 때만이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고, 인류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 포항 중심에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이 우뚝 서 있다. - 정부가 수소환원제철 건립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유엔과 파리기후협약의 노력으로 전세계가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2021년 9월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2022년 3월,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그 기본내용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를 실현하도록 돼 있다. 포항시도 포항지역에서 탄소중립을 성공시키기 위해 부서별로 탄소중립실천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포항시민들에게도 이를 실천하자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포항의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포스코의 용광로이다. 포항시민 50만 인구가 주택에서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포스코의 코크스 용광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보다 많을 리가 없기에, 포항시도 포스코의 탄소중립을 협력해줘야 하는 것이 지역적으로는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포항시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물론 포스코는 국가산업단지 내에 존재하고 국가에서 관리해야 하는 탄소중립과제이겠지만, 포스코는 포항지역의 글로벌대기업이다. 포항이라는 도시가 포스코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은 포항시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많은 분야의 포항경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포항이 수소에너지특구로 발전해 새로운 산업경제시스템을 갖춘다 할지라도 크게 보면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과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산업시스템이 될 것이다. 만약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결과는 끔찍하다. 세계 제1의 포스코가 있는 포항의 철강산업은 중국과 베트남 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게 되고, 포항경제와 대한민국 경제는 곤두박질 치게 된다. - 포항시도 함께 나서야 하겠다. △철강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다. 강철이 없이는 기본적으로 대형 구조물을 만들 수 없다. 조선업도, 탱크도, 비행기도 만들 수 없다. 모든 플랜트구조물에는 강철이 들어간다. 전국의 모든 공장과 기계플랜트산업에 들어가는 기본 자재가 철강이기에 포항은 다른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크게 복받은 곳이다. 이러한 철강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포항경제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포항시민들이 경제개발기간 동안 인내해 온 것도 포항이 경제근대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향후 포스코의 ESG 경영으로 인해 포항지역이 더욱 발전해 가겠지만, 포항의 역사에서 포스코를 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포스코와 포항시민의 관계가 한층 증대되는 포항지역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포항시는 탄소중립을 위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이 포스코라는 기업만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포스코에게만 맡겨 놓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포항지역의 탄소중립은 시민과 관청, 기업까지도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는 환경과제인 것이다. -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이유는. △환경에서도 극단주의가 있을 수 있다. 근본적 생태주의에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에는 그만의 살아갈 이유가 있으므로 존중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좋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인류와 함께 생물의 존재를 지키는 것을 존중하자는 뜻에는 옳다고 믿지만,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에는 그에 대한 적합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 지구온난화를 극복하는 것은 인류의 파멸을 막고, 인간의 생명을 보존해가기 위한 일이다. 이것은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천하는 일이기에 산업혁명 이후 누려온 경제발전과 질병치료, 생명연장, 건강보호 등 그 많은 휴머니즘적인 인간의 활동들을 더욱 증진시켜 나가는 일일 것이다. 석유와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는 방법을 찾는 신재생에너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조력발전, 소수력발전이 그렇다. 좀 더 나가면, 쓰레기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는 고온열분해가스화발전소가 성공한다면 수소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시민환경운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극단적인 환경근본주의운동이 아니라 시민환경운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을 범시민적으로 전개하고, 환경과 경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 가계생활경제는 직장인이 기업활동과 노동생활을 해 유지하는 것인데, 가정생활이 기업의 환경활동, 탄소중립경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웃들과 공유해야 한다. 즉 기업의 친환경산업활동이 가계생활의 경제를 유지해 가고 있음을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다. 그래서 NGO의 활동양식을 조금은 이해하는 사람이어서 시민사회단체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크게 보면 나도 그 방향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민환경운동을 전개하고자 할 뿐이다. 1990년대 중후반, 많은 이들이 노동운동중심만의 사회민주화운동을 얘기할 때, 나는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논쟁과 시민사회중심으로의 사회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포항KYC(한국청년연합회 포항지부)를 창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0년대를 넘어서는 지역의 언론과 시민사회운동에서‘하버마스의 열린공론장’개념으로 시민사회영역의 확대를 주장해 왔다. 공동체사회는 결국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시민사회에서 소통의 개념을 더욱 넓게 확보하는 방안은. △열린 언론이다. 인터넷신문, 지금은 카카오로 대변되는 SNS의 민주주의이다. 나는 환경문제를 얘기하면서 극단에 치우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답답하게 꼬인다는 것을 알기에, 환경문제도‘공적토론영역’,‘열린 광장’의 개념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포항의 환경문제를 얘기하는, 자발적인 시민모임이 많이 만들어져야 하며, 환경문제논쟁도 열띠게 토론돼야 한다. 환경문제에는 민주주의와 공리주의가 필요하며,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때만이 더 많은 공감능력을 갖게 된다. 포항에는 세계 제1의 철강기업 포스코가 있다. 포항지역의 산업을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포항의 경제를 지탱해줄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평화주의적인 민족주의자라고 자처한다. 철강산업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수소환원제철의 성공으로 지구촌에서 우리나라가 지도적인 국가로 우뚝 서기를 희망한다. /이부용기자

2025-01-08

창조주와 만남·생존의 고통 내면화 통해 부쩍 성숙해진 ‘자아’

1980년대 5·18 시인으로 문단에 필명1981년 출간됐던 시집 43년 만에 복간1980년 도심서 불현듯 만났던 하느님군사 독재 우울했던 시절 한줄기 희망2025년, 그 때 하느님은 지금 어디에? 1969년. 눈물과 핏물 선명한 시를 쓰며 한국 문단에 모습을 드러낸 스물한 살 청년시인이 있었다. 그로부터 54년의 세월. 청년시인 김준태는 제법 큰 손자를 둔 일흔일곱 살 할아버지가 됐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족히 100년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닐 김준태의 시는 여전히 젊고 뜨겁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를 절절하게 노래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쓴 사람이다. 목숨을 걸고 참혹한 역사와 현실을 두려움 없이 노래할 수 있는 몹시 드문 작가인 것. 그의 용기와 빼어난 시편들은 20세기 많은 문학청년들에게 스승으로 역할했다. 최근 김준태의 탁월한 시집 가운데 하나인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가 복간됐다. 43년 만에 ‘도서출판 생명과 문학’에 의해서다. 1981년 책이 출간될 때 김준태 시인은 “시는 열정이고 사랑의 극치이며, 희망인 동시에 신뢰”라고 말했다. 시간이 흘렀다 해도 이 문장에 담긴 선명한 진실성은 바뀌지 않았을 게 분명해 보인다. ▲평론가 김치수 “잠든 우리의 의식을 깨우는 충격” 그렇다면, 열정과 사랑, 희망과 신뢰로 행간의 여백을 메운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를 다시 접한 이들은 어떤 감상과 평가를 남겼을까? “시인은 고향의 사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고향을 만나며 그 고향을 통해 사람에 대한 사랑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는 고향을 찾을 수 없고 ‘하느님’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대단히 거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시적 표현들은 언제나 두 개의 강렬한 이미지들이 맞부딪침으로 인해 끊임없는 불꽃을 튀게 만들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잠든 의식에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준태의 시를 해석한 문학평론가 김치수의 말이다. 여기에 김 평론가는 이런 견해를 덧붙인다. “김준태의 시에 나타나고 있는 서사시적인 요소는 우리 삶의 고향을 되돌려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이끌고 가는 전통적인 리듬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시집에 실린 동명의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1980년 7월 31일/저물어 가는 오후 5시/동녘 하늘 뭉게구름 위에/그 무어라고 말할 수 없이/앉아 계시는 하느님을/나는 광주의 신안동에서 보았다…(후략)’ 당연지사 시는 은유와 상징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1981년 30대 중반이었던 김준태가 도심 한복판에서 본 ‘하느님’은 무엇의 은유이고 상징이었을까?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군사 독재가 지배하던 어둡고 우울했던 그 시절. 시인 김준태는 어떤 상황이 와도 ‘절망하지 않고. 미움을 이유로 울지 않으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목숨이 붙어있는 하찮은 것들 모두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약속한다. 그랬기에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입 맞추고 입 맞추고 또 입 맞추고 살아가리라’고 환하고 뜨겁게 맹세할 수 있었다. 기자는 43년 전 김준태의 다짐과 약속, 그리고 맹세가 지켜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5년 오늘, 하느님은 어디에 있을까? 1948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난 김준태는 1969년 전남일보와 전남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선배 조태일(1941~1999) 시인이 펴내던 문예지 ‘시인(詩人)’에도 발군의 작품들을 여러 편 선보였다. 운문만이 아니라 산문 쓰기에도 능한 김 시인은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세계 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등도 출간해 독자의 폭을 넓혔다. 고등학교 교사, 대학 초빙교수, 언론사 부장 등을 거친 그는 제10대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이번에 복간된 생명과문학판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엔 주목해 읽을 만한 작품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기자는 ‘사람 노래’ ‘할아버님 생각’ ‘벌판에 서서’를 추천하고 싶다. 끝으로 한 가지를 덧붙인다. 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첫머리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인용돼 있다. 이런 문장이다.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인간성이란 바다와 같은 것이어서, 설령 바닷물의 한쪽이 더럽혀진다 해도 그 바다 전체가 더럽혀지지는 않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결코 세상 전체가 모두 더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종교와 닮은 강고한 신념. 김준태와 마하트마 간디만이 아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이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하느님’은 2025년 오늘, 어디 있을까? 시집을 덮으며 든 의문이다.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시대를 초월한 시인들의 영원한 화두耳順의 작가 “고통 만이 우리를 승화”삶에 대한 끈질긴 탐구·현실 문제 자각특유의 진솔함으로 즐거운 깨달음 선물 한국문학사 연구자인 이승철(67)이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는 시대를 초월한 시인들의 화두다. 김여옥의 시는 ‘고통만이 우리를 승화시킨다’는 결론에 다다른 영혼의 진혼곡이자, 우리 사회의 혼돈을 외면치 않는 간곡한 선언이기도 하다”라고 상천한 시집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있었다’(도서출판 들꽃) 역시 눈여겨봐도 좋을 책이다. 1991년 문단에 나온 김여옥 시인은 ‘자유문학’ 편집장, ’월간문학‘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꾸준히 시 작업을 지속해온 김 시인은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중국 등도 방문해 현지에서 한국 시와 시인을 알리기도 한 사람. 책을 펴낸 출판사는 “이순(耳順)의 나이를 통과한 김여옥 시인은 지나온 생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함께 사회적 존재로서 작금의 현실 문제를 형상화한 시편을 선보이고 있다. 김 시인은 인생 여정에서 응어리지고 응축된 생존의 아픔과 고통을 내면화, 자기화하려는 시 정신을 보여준다”고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있었다’를 설명한다. ▲시집에서 발견한 ‘김여옥 아포리즘’의 골계미 이번 시집에 실린 ‘새의 호흡법’ ‘고향 안개밭’ ‘해수산 울음소리’ 등의 작품은 김여옥 특유의 진솔함과 질박함을 담아내 읽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깨달음을 선물하고 있다. 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제4부 ‘김여옥 아포리즘(aphorism·세계와 인간의 진실을 짧게 표현한 글)’이다. 간결한 문장 속에 새겨진 메시지가 묵직하게 읽힌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글이 분명하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미래뿐 아니라 과거를 결정하는 건/현재 너의 삶이다.’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되고 만다.’ ‘식물은 베이거나 생채기가 날 때 짙은 향을 풍긴다/고통을 이겨낸 사람의 향기가 그렇다.’ 2024년 을사년이 시작됐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 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 땐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한 해를 설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앞서 소개한 김준태와 김여옥의 시집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07

‘희망·조화·행복·건강·사람’ 5H 키워드로 흔들림 없는 시정

시민 행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경산시의 2025년도 시정의 키워드는 희망(Hope)과 조화(Harmony), 행복(Happiness), 건강(Health), 사람(Human) 등 ‘5H’다. 2025년 사자성어를 승풍파랑(乘風破浪,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으로 정한 조현일 시장의 경산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는 시정추진의 의지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24년 경산시는 여러 가지 도전과 위기를 마주했지만 두렵고 힘들다고 주저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어냈다. 대형프리미엄 쇼핑몰 유치와 행정절차를 마무리해 공모 절차에 들어가고 국책사업 공모 선정으로 지역의 혁신성장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또 청년들을 위한 공간마련 등과 대구권 광역철도인 대경선의 개통,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의 하양 연장 개통,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는 ‘우리 아이 보듬병원’과 ‘K보듬 6000’1호점 개소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상북도 유일의 가족정책 유공 국무총리상 수상 등 수 많은 시정의 전 분야에서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산 발전이라는 큰 목표만을 향해 난관을 극복하며, 내일이 더욱 설레는 경산을 위한 흔들림 없는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조현일 경산시장의 5H를 풀어본다. □ 첨단산업생태계 조성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새로운 비전 제시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층을 잡고 지역에 머무르게 하려고 ‘42경산’인재 육성프로그램 외에도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사업으로 더 많은 ICT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취·창업한 경쟁력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금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경산펀드’를 확대해 나간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래 성장동력이 반영된 상림 재활산업특화단지 및 경산5일반산업단지 신규 조성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글로컬 대학 및 교육 발전 특구 사업으로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나간다. 또 해외 마케팅 지원 등으로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출노선 다변화로 희망을 노래하게 한다. □ 인구 30만 명품 자족도시 건설 전 지역이 고르게 성장하고 수도권 수준의 도시철도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의 삶의 질을 조화롭게 한다. 노후화된 자인 버스정류장 현대화사업으로 편리한 환경을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고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 등으로 경산 어디든 소외되지 않고 전 지역이 고르게 성장하는 균형발전 도시를 만든다. 경산의 자랑인 명품 생태하천 ‘남천’처럼 조산천과 오목천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경산 IC 톨게이트 진입로 확장공사와 1월 착공하는 진량 하이패스 IC 설치로 교통편의와 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에 힘쓴다. 압량 ~ 진량 간 지방도 919호선 확장사업과 백천사거리 혼잡도로 개선사업으로 출·퇴근 차량정체를 해결하고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과 대경선 개통에 이어 1, 2호선 순환선과 2호선 및 대경선과의 연계선도 끈을 놓지 않고 추진해 인구 30만 명의 명품 자족도시로 발전해 나간다. □ 세심한 나눔과 배려로 행복한 도시 틈새 없는 복지안전망 구축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육아 친화 도시 조성으로 지켜주는 행복 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강화해 권익 신장은 물론, 유공자가 더욱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며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여가부터 운동시설까지 더 꼼꼼히 챙겨나가고 경산형 달빛병원인 ‘우리 아이 보듬병원’에 소아과 1개소와 산부인과 2개소 등 추가 협동진료를 통한 안정적 진료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산업단지 내 신제지 경관개선을 통해 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와 함께 근로자와 시민이 쾌적하게 즐길 쉼터를 만들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극복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문화·관광·체육이 일상화된 건강(Health) 도시 인근 대구에 문화가 귀속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 공간을 확대해 문화와 관광, 체육이 일상화되는 건강 도시 경산을 만든다. 이를 위해 문화 관광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될 경산문화관광재단의 출범으로 시민들이 더 나은 문화 혜택을 받고 관광자원 발전으로 연간 800만 명의 방문객들이 지역에서 즐기고 머물 발판을 마련한다. 압독국 사람들의 생생한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임당유적전시관에 주야간 볼거리가 있는 콘텐츠를 접목해 경산의 명소로 만들고 도서관, 생활문화센터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된 중산지구 도서관을 하반기 중 개관해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 공간으로 활용한다. 남산면 에코토피아 파크 골프장과 용성면 게이트볼장 조성 등으로 시민들의 건강한 여가를 책임지고 경상북도 기념물인 용산산성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역 문화명소로 재탄생시키고 남산면 연하리에 힐링 숲과 야영장 등 가족 중심의 산림휴양 공간을 확충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 □ 사람(Human) 중심의 열린 행정 시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과 신념으로 민생현장에서 직접 보고 귀 기울이며 소통하는 시정, 사람 중심의 열린 시정을 구현한다. 뉴미디어 양방향 소통 채널 운영으로 실시간 시민들의 의견을 피드백해 시정의 만족도를 높여 가는 등 시·군 통합 30주년을 맞아 시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 100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닦아 나간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2024년은 여러 가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으나 28만 시민이 지혜를 모으고 한뜻으로 움직여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 나와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등 지역경제에 희망을 준 해가 되었다”며 “2025년도 뱀이 묵은 허물을 벗고 한 단계 더 성숙하듯이 경산발전이라는 큰 목표만을 향해 흔들림 없는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2025년 시정의 키워드인 5H의 실현으로 경산시민이 행복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심한식기자

2025-01-07

“올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 박차”

구미시는 올해들어 임산부와 외지지역 주민 등 교통약자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또 택시 운수종사자 복지 개선과 감차 보상사업, 택시 서비스 전면 개편을 통한 교통서비스 질향상에 박차를 가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5일“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교통복지의 핵심”이라며,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와 운수종사자 복지 개선을 통해 교통의 서비스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 임산부택시 도입과 바우처택시 증차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임산부 전용 택시인 ‘K맘택시’서비스를 도내 단독으로 본격 운영했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이용권이나 증빙 절차 없이 전용 앱을 통해 간편하게 호출할 수 있으며, 임산부는 한 번만 등록하면 할인된 요금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전용 앱에서 호출뿐만 아니라 등록까지 가능해져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경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총 150대의 K맘택시를 운영 중이다. 기본 요금은 1100원, 최대 요금은 3,000원으로 시내 어디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월 10회까지 지원된다. 1월 현재 이용 등록자는 104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용 건수도 시행 첫달인 지난해 10월 일평균 54건에서 지난해 12월 85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총 운행 실적은 6,231건을 기록하며 임산부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K맘택시는 비휠체어 교통약자를 위한 바우처택시도 병행하여 운행 중이다. 지난해 2월 100대의 바우처택시를 도입한 뒤 9월부터 150대로 확대했다. 시행 초기 월 1834회의 이용 건수를 기록했으나, 1월현재 월 5,606회로 증가하며 교통약자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시는 수요 증가에 맞춰 택시 운행 시간도 기존 8시에서 7시로 앞당겼다. 이로 인해 이른 시간에도 이용자가 분산되어 휠체어 교통약자들의 부름콜 이용이 한층 더 편리해질 전망이다. □ 행복택시 확대와 DRT정산시스템 도입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을 위한 ‘행복택시’도 확대했다. 민선 8기 동안 7개 마을을 추가해 현재(12월 말) 51개 마을에서 1325명의 주민이 이용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NFC카드를 활용한 전자 정산 방식의 DRT정산시스템을 도입해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기존 수기 대장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 정산이 가능해져 향후 운행 수요 증가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구미역 앞 유턴 구역 설치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구미중앙로에 유턴구역을 설치했다. 이 도로는 편도 2차로 및 차도 폭 6.5m로 유턴 구역 설치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시유재산인 원평마을 문화센터 부지를 활용해 유턴 구역을 설치함으로써 수십 년간 이어진 불법 유턴 문제를 해결해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했다. □ 택시 쉼터 조성 택시 쉼터도 새롭게 조성했다. 순천향병원 앞 인도에 냉난방기와 휴대폰 무선 충전기를 갖춘 미세먼지 택시 승강장을 지난해 11월에 설치했다. 쉼터는 택시 운수종사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시외버스정류장의 노후된 택시승강대는 6월에 교체됐으며, 11월에는 공단동 LG이노텍 공장 입구에 택시 승강장이 새로 설치됐다. 이로써 관내에는 택시 승강대 총 37개소를 보유하게 됐다. □ 택시 감차 보상사업 구미시는 택시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차 보상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택시면허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관내 적정 택시 대수는 1,356대지만 404대가 과잉 공급(2023년 1월 말 기준)된 상태로, 2023년 5억 1600만원 예산을 투입해 12대(법인 10대, 개인 2대)를 감차했다. 지난해는 5억 2500만원 예산을 편성하여 15대(법인 15대)의 택시를 추가 감차해 운수종사자들의 소득 저하 문제를 완화한데 이어, 올해도 감차 보상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근속 3개월 이상, 일정 근무 조건을 충족한 종사자에게 매달 4만 원씩 처우개선비를 지원해 운수종사자들의 복지 증진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져 시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구미 통합브랜드콜 호출 앱 개선 2021년 통합된 구미 통합브랜드콜의 호출 앱(‘구미브랜드콜’)이 지난 12월 말 기능 개선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번 개선으로 기존에 없던 카드 자동결제 기능이 추가돼 이용이 한층 편리해졌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1-06

군민 삶 모든 단계 든든하게 뒷받침… 중단없는 도전 계속

을사년 새해가 시작됐다. 희망찬 새해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은 새해다. 예천군은 2023년 수해의 아픔을 극복하고 역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2024년 대한민국 자치발전 대상 등 50개의 기관상을 수상하며, 평생학습도시 지정,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선정에 이어 환경부 그린시티 선정까지 행정 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예천군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에도 경제와 문화, 복지 전반에서 중단없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새해 신년사를 통해 “살기 좋은 곳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하고, 일하고, 건강을 돌보며, 노후를 즐기는 모든 단계가 충실한 곳”이라며 “군민들의 삶 모든 단계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 산업 및 안전도시 기반 조성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문면 신월리 일대 제3농공단지를 곧 착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량기업을 적극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신도시에는 경북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준공에 맞춰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해 창업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향후 지식첨단 산업단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예천군은 이상기후는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과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 등 관련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며 주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적극 추진한다. 군은 신도시와 원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물놀이장, 캠핑장, 파크골프장을 갖춘 패밀리파크와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을 마무리하고, 송평천을 수변공원으로 변환하여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또 신도시 주차타워를 조성하고 외곽도로를 개설해 교통흐름을 개선하고, 종산교차로에서 진호국제양궁장을 연결하는 도로를 증설해 원도심과 신도시간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 농업혁신 특히 농업분야의 새로운 동력이 될 지보면 매창리 일대의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 조성에 속도를 높인다. 2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곤충 양잠산업 거점단지는 미래 먹거리인 곤충산업을 선도하며 지역 농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와 임대형 수직농장은 청년 농업인 유입을 촉진해 농업의 첨단화를 주도한다. □ 관광 활성화 관광, 축제, 스포츠를 통해 예천을 방문하는 유동인구를 대폭 늘려 지역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활축제, 곤충축제, 삼강주막나루터축제, 봄꽃축제, 농산물축제 등 계절별로 특색있는 축제를 개최하고 회룡포와 삼강문화단지, 석송령과 박물관 그리고 곤충생태원의 관광 활성화를 도모한다. 예천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경유 할 수 있도록 원도심의 개심사지역사공원과 남산공원, 폐철도 부지를 명품 관광공원으로 조성하고, 신도시에는 중앙호수공원과 패밀리파크가 경북도립미술관과 함께 관광 명소가 되도록 조성한다. □ 명품 교육도시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한 명품 교육도시로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하고 아이돌봄센터, 공동육아 나눔터 등을 통해 보육의 부담을 줄이고 아이사랑안심케어센터와 복합커뮤니티센터 그리고 패밀리파크의 운영 내실화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미래교육지구 사업과 교육발전 특구사업으로 지역의 교육여건도 대폭 개선에 나선다. 우선 교육발전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의 모든 기관과 주민들이 교육문제를 함게 고민하고, 학교와 교사가 존중받고 정성스럽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고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청소년 학력신장 거점시설을 조성해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과 특기 적성활동을 지원하고 원어민 영어학습과 해외연수의 기회도 부여한다. 아울러 학력신장뿐만 아니라 경북형클라우드센터와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 등 지역산업과 연계된 교육체계를 활성화해 우수인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다. □ 인구소멸 위기 극복 저출생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5년부터 관계인구 활성화 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이 사업은 단순한 인구유입과 출산 유도를 넘어 관계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관계인구 활성화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도서를 직원들에게 추천하며 강연을 통해 정책 구체화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 먼저, 육상과 양궁 종목을 중심으로 집적된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포츠마케팅이 활성화되어 있는 예천군에서 대한육상연맹 육상교육센터, 양궁훈련센터에 이어 e스포츠 국가대표 훈련센터를 조성하고, 파크골프와 같은 생활스포츠를 포함해 다양한 대회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파생되는 관계인구 확보에 적극 나선다. □ 평생행복도시 실현 평생행복도시 예천을 위해 2025년 새해에는 ‘군민 모두가 행복한 평생 행복도시 예천’을 목표로 끊임없는 도전과 적극행정을 이어나간다. 온종일 돌봄사업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명품교육도시 사업과 함께 운영해 육아와 교육비 부담을 대폭 줄여나갈 방침이다. 예천경찰서 부지에는 새롭게 예천군 종합복지관을 건립하고, 시니어클럽, 노인 일자리, 어르신 교육지원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1-02

50여 점포에 반찬가게·분식점이 절반 ‘상도동의 부엌’ 별칭

보통 전통시장의 상권 형성과 특징은 주변 환경, 입지적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도축장 주변 시장에 돼지국밥집이 성행하고, 큰 공장이 있는 곳에 식당, 주점이 번창하는 원리다. 보통 도심에 시장이 들어섰다면 대부분 주변 주택가 주민들의 외식 장소나 생필품 공급처로 기능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통념에서 크게 벗어난 곳이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남부종합시장이다. 상도동 일대에 들어선 남부시장은 점포 50여 곳의 도심 미니시장이다. 당연히 인근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한 식료, 생활용품, 식당, 잡화점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전체 상가의 절반 정도가 반찬가게, 분식점이었고 나머지도 식재료 관련 숍이 대부분이었다. 진열대마다 가득 쌓여 있는 반찬들이 시장의 정체성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단일 업종이 시장 점포의 절반을 넘는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드물다고 한다. ‘상도동의 부엌’‘대도동의 주방’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남부시장을 돌아봤다. ◆1970∼80년대 상도동 일대는 갈대밭 무성 포항 도심에 전통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갑작스런 인구의 증가와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남부시장의 설립연도는 1989년으로 대체로 이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런 ‘일반 등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1980년대 상도동은 미개발 지역으로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니었다. 1970~80년대 이 일대는 형산강변의 늪지, 억새 숲이 무성하던 뻘밭이었다고 한다. 황무지처럼 방치되던 이 일대에 시외버스터미널,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서며 차츰 교통의 거점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1989년 근처에 대왕예식장(지금은 없어짐)이 들어서며 상도동 일대는 포항 남부의 교통, 상업지역으로 변신을 거듭해 갔다. 그러니까 남부시장은 1980년대 주민들 필요에 의해 들어선 행정시장, 관(官)주도 시장이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 골목상권을 일으켜 도시와 함께 성장한 자립형 시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때마침 주변에 ‘쌍사’(쌍용사거리) ‘빠사’(빠리바게트 사거리) 같은 번화가들이 들어서며 시장 주변은 주점·음식점, 유흥거리, 젊음의 거리로 변모해 갔다. 상인회 임종진 회장은 “1980년대 도심 주변의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이렇게 번화한 상가가 들어섰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시장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없음에도 일찍부터 상업의 요지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이 지역이 포항의 남북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교통의 요지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89년 상도동 생필품 공급시장으로 출발 남구 상공로 220에 포항상공회의소가 들어선 것은 1984년. 당시 포항시는 건물 앞을 지나가는 도로에 특별히 ‘상공로’라는 이름을 따로 붙여 지역 상공업의 발전을 염원했다. 그 기원에 부응해서인지 상공회의소 일대는 상업지대로 크게 번창했고, 그 위세를 업고 남부시장이 들어서게 됐다. 초창기 시장에는 채소, 생선, 정육점, 옷·신발가게, 분식집, 잡화점 등 생활용품 위주로 점포가 구성됐다. 시장 주변에 터미널, 예식장, 시장이 들어서면서 상도동 일대에 아파트 단지와 학교, 관공서, 금융기관들이 들어서며 상권도 확장됐다. 먼저 상대동행정복지센터, 대한노인회포항시지회, KBS포항방송국, 포항시대도관, 시립영암도서관 포항실버카페, 포항종합사회복지관, 농협, 신흥초등학교, 상도중학교, 대도중학교 등 각급 학교, 관공서들이 들어섰다. 각종 관청의 입지로 거주, 생활 여건이 좋아지면서 아파트들도 줄지어 입주를 시작했다. 현림VIP맨션, 상도신성펠리스, 명성대도타운, 동해삼미아파트, 홍안빌라, 청운아파트, 대흥빌라, 아이팰리스 1·2차, 민들레아파트, 상도 2차 세미아트리움 등이 시차를 달리하며 둥지를 틀었다. 남부시장 상가는 50여 곳에 불과하지만 시장 주변의 가로(街路) 상권도 상당히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시장 주변 200여 점포들은 시장과 상권을 공유하며 활발하게 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남쪽으로 600여m 거리엔 남구청, 포항종합운동장, 차량등록사업소, 포항문화예술회관, 뱃머리마을문화숲 등 남구청 행정관서들이 두텁게 포진해 있어 시장의 주요 고객 및 단골층을 형성하고 있다. ◆핵가족, 1인가족 시대 맞는 반찬세트 개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십여 년 전 서너집이 반찬 가게를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주변 여러 점포들이 따라 하면서 골목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임 회장은 반찬거리 형성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시장을 다녀간 블로거, 시민들은 다양한 후기를 남겨 놓았는데, 이런 기록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찬 가게들의 성공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블로거들이 주목한 건 소량 다품종 세트의 개발과 저렴한 가격. 1인 가구 증가 시대를 맞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적절한 전략으로 풀이 된다. 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5분 상차림’ ‘반찬 8종’ ‘국·반찬 세트’ 같은 가족 맞춤형 상품들이 다양하게 준비된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도심 속 생활 밀착형 시장을 콘셉트로 한 핵가족 시대를 공략한 것이다. 저렴한 비용 역시 주부들이 시장을 자주 찾는 이유다. 주말 부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직장인 여성은 “식재료를 다 사서 반찬을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더 든다”며 “반찬가게를 찾는 것이 시간도 아끼고 입맛에 맞는 반찬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자취를 한다는 한 남성은 “3~4일치 반찬을 위해 시장에 나왔는데 연근조림, 미역줄기볶음, 육전, 육개장을 다 합쳐도 2만 원 안쪽에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메뉴 조리법의 연구와 밀키트 개발 등 다양한 전략도 손님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현재 몇몇 점포에서는 닭발·닭갈비,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같은 반(半) 조리식품을 개발해서 팔고 있다. 편의점, 온라인에서 파는 밀키트 제품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 반찬가게 주인은 “반조리 식품팩은 단돈 1만원으로 소비자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가격”이라며 “메뉴도 한·중·일식을 모두 갖춰 다양한 입맛에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몇몇 점포는 이런 인기를 배경으로 포항시 전역은 물론 전국에 택배서비스도 해주고 있다. 택배로 30~40% 매출을 올린다는 한 주인은 “10년 넘게 가게를 하다 보니 단골들이 생겨 이젠 배민의 ‘반찬 배달 맛집’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포항시 전통시장 관계자는 “강경젓갈, 영광굴비나 수산시장처럼 지역 특산물과 관련된 시장이 전문상가를 형성하거나 점포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는 많지만, 일반 도심시장에서 특정 아이템이 점포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며 “전통시장 행태, 유통 역사 측면에서 남부시장은 특별한 사례로 연구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1-02

강력한 보호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2기 ‘붉은 파도’가 온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입법·행정·사법 모두 장악하여 1기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한국을 덮치는 트럼프의 붉은(red, 미 공화당의 상징 색) 파도(red wave)는 우리의 안보, 환율, 무역, 대중국(對中國)정책까지 전 방위적(全方位的)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4년간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모두 그 이전, 1기 트럼프 당시로 되돌리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부유한 국가(money machine)이라고 지칭했다. 붉은 파도의 크기나 형태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다. ◇ 트럼프 무역정책의 대변환 예고 대외무역의 근간은 강력한 보호주의다.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감세와 관세 인상을 추진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을 ‘관세 맨(tariff man)’이라 말할 정도도 관세정책을 좋아한다. 모든 수입품에는 최소 10%, 중국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불균형에 대하여 상대국에 수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흑자규모를 기준으로 중국이 1위, 멕시코가 2위, 한국은 8위다. 한국기업들도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무역정책의 대변혁이 예상된다(Trade and Tariffs). 적자 심화 개선과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저금리와 약 달러 정책도 감수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정책기조 변경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다(Unpredictability). 미국을 과거처럼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Manufacturing). 기업의 감세와 저금리 정책, 저물가와 재정지출확대, 관세인상 등 양립하기 어려운 공약들의 실천이 주목된다(Paradox). 친환경 정책은 위축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폐기를 시도할 것이 예상된다. 전기차 세제혜택 지원 정책을 폐지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원 혜택을 축소하고 대신 화석원료와 원전 생산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에 대하여 한·미FTA 개정과 방위비 분담 의무를 강조할 것이 예상된다. ◇ 한국경제는 시계제로(視界ZERO) 경제주체는 이제 스스로 생존하고 행복을 찾아야 한다. 공존동생(共存同生)으로 그 희망의 길(path)은 있다. 우리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와 보호무역주의의 대처방법을 찾아야한다. 미국우선주의는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2012년 3월 발효한 한·미 FTA, 1기 트럼프 시절인 2019년 3월 개정의정서가 발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재협상(再再協商)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은 무엇보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비해야한다. 미국이 수입품에 대하여 관세를 인상하면 맞대응으로 상대국에서도 관세를 인상할 것이다. ‘관세전쟁’이 불붙어 글로벌 교역은 위축된다. 한국수출은 감소하고 성장률은 하락하고 고용은 줄어든다. 한국의 5대 수출품목(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커졌다.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없애고 높은 관세가 매겨질 것이다.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위험을 만났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다른 위험을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다. 그 다음은 한국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중국과 경쟁 관계인 한국의 철강, 알루미늄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출 감소는 한국기업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을 배제시키려는 미국주도의 공급 망 재편과정에 한국의 수출산업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 조선업, 건설 등 호황 예상 자동차, 보험 등 어려울 듯 조선, K-방산, 건설, 게임, 엔터테인산업, 스마트폰, PC, 증권분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조선업은 호황을 맞을 예상이다. 국제선박가격 인상, 계속되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중, 외국인 노동자의 숙련도 향상, 등은 호재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도 호재임에 틀림없다. 한국조선업체의 강점인 LNG·LP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다. 한국조선업은 LNG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건설 산업도 전망이 유망업종이다. 서울·수도권 정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원가율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스마트폰과 PC, TV, IT기기가 성장이 기대된다. 반도체, 석유제품, 바이오 등은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다.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함께 존재하는 업종이다. 바이오산업에관한 전망도 엇갈린다. 자동차, 보험, 식음료, 대형마트 업종은 금년 경기와 연관 된 업종으로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종합식품, 음료, 주류 시장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보험업종은 금리인하 시기에 불리한 업종이다. 2024년 3/4분기 GDP재화수출이 전기 대비 감소한 요인은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 우리수출의 주요 구조적 동인을 명확히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AI발전, 중국과의 경쟁심화,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다. 금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무역환경에 예상보다 큰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먼저 AI산업발전에 힘입어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은 수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기업의 AI인프라 투자 지속, AI기능 탑재AI기기 출시확대 등은 기회의 요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CXMT 등의 추격은 큰 위기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기술수준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의 수출에서 중국의 역할이 기존에는 보완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 ◇ 금리는 내리고, 환율은 오르고, 물가도 오른다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위험에도 유의하면서 경제상황에 맞추어 추가적으로 인하할 것이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의 증대, 주력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위험이 확대된 점을 고려한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건전성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인하의 영향 등을 점검해 나갈 필요성이 대두된다. 기준금리의 하락이 예상된다. 환율은 두 통화간의 교환비율이다. 변동요인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각국의 물가수준, 생산성 등 경제여건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통화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 환율은 외환시장참가자들의 기대나 주변국의 환율변동, 각종 뉴스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변동은 자국통화가치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수출경쟁관계에 있는 나라의 통화가 절하될 경우 자국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인해 외환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형성되어 자국의 통화도 절하된다. 우리나라 수출입규모로 볼 때 외환보유액이 평균 3,000억 달러 이상이 있어야 외환시장이 안정적이 될 것이다. 스왑 등 외환보유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원화 방어 비상) 달러를 견제해 줄 수 있는 대내외 요인이 현재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말고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율폭등,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의 핵심 목적인 물가안정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며, 현재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2%이다. 체감소비자 물가는 오를 것이 예상된다. 금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50조 원, ‘돈맥경화’가 예상된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전략을 찾을 것이다. 역발상으로 공존동생(共存同生) 전략이 답이다. 이국헌 경제학 박사 우리 수출(또는 경제)이 구조적 제약요인들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여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하고, 부가가치 서비스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력 완화를 위한 외교통상 협상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이다. ‘경영자는 돌다리도 두드린 다음에 건너간다.’는 전략으로, 2025년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냉철한 지혜와 유연한 자세로 개혁과 혁신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필자 이국헌(경제학 박사·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객원교수) 중국 제일재경일보, 고문(中國 第一財經日報 顧問) (미국 Vanderbilt 대학교 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25-01-01

“대구혁신의 틀 차곡차곡 채울 것”

민선 8기 반환점을 돈 홍준표 대구시장은 작년은 쇠락한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고자 시정 전 분야에 걸쳐 대구혁신 100+1의 틀을 완성한 한 해 라고 소회했다. 을사년 새해 홍 시장의 주요 시정성과와 올해 역점 추진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대구시 주요 시정 성과와 올해 역점 추진 사업은 무엇인지? △지난해는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극세척도의 각오로 시정 전 분야의 혁신을 시행했고, 그 결과 TK 신공항 및 달빛철도 건설, 5대 미래신산업 개편 등 100가지 혁신과 대구·경북통합을 더해 ‘대구혁신 100+1’의 틀을 완성했다. 우선 TK신공항은 신속·안정적 사업추진을 위해 지방채 한도액 초과 발행, 토지 조기보상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해 개정 절차 중에 있고, 불합리한 기부대양여 사업방식을 대구시 공영개발방식으로 전면 전환해 2차 개정안 발의 등 후속 조치를 추진 중이다. 또한 수도권에 맞먹는 거대 남부경제권 구축을 위한 달빛철도는 2월 특별법 제정 후 신속한 추진을 위한 예타 면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방행정체제 대개편의 신호탄이 될 대구·경북통합은 대구시, 경북도, 행안부 및 지방시대위 4개 기관 공동합의를 거쳐 대구시의회 동의를 완료했고, 경북도의회의 동의만 완료되면 245개의 권한이양과 특례를 담은 특별법안 발의할 예정이다. -비상계엄, 탄핵 등으로 지역 역점사업인 TK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통합, 군부대 이전사업에 문제는 없는지? △중앙 정치 상황은 어수선하지만, 대구시 행정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목표했던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군 공항의 경우 최적의 부지조성계획 수립을 위해 이전부지 기초조사 용역을 지난해 7월 착수해 올해 7월 말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 말 국방부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지장물 조사 및 토지보상 등 후속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민간공항은 기재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완료돼 올해 1월 국토부 민간공항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민·군공항 통합설계·시공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안정적인 사업추진의 토대가 되는 공자기금 재원마련을 위해 ‘TK신공항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고, 관련 중앙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도심 군부대 이전 사업은 대구 미래 50년 발전의 토대를 마련함과 동시에 정예 강군 육성과 미래 선진 병영환경 조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23년 12월 국방부와 민군상생 MOU 체결 이후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국방부의 예비 후보지가 발표되면 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이전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에 따라 대구가 추진할 국내 유일 로봇 핵심거점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민선 8기 대구시는 5대 미래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면서 로봇, ABB 등을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비수도권 최대의 로봇기업기업 238곳과 IT·SW기업 243곳이 집적했다. 또 지난 2023년 전국 유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로 지정돼 8000억원 규모의 SK AI데이터센터를 유치해 로봇과 AI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초 대구는 ‘AI로봇 글로벌 혁신특구’에 지정돼 AI로봇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한발 앞서게 됐다. 앞으로 테크노폴리스, 수성알파시티 등 2대 혁신거점을 중심으로 기업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기업지원과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해외 실·인증 및 국제공동RD를 지원하고, AI 로봇 신기술의 불합리한 규제개선과 선제적 기준 마련으로 신속한 사업화와 국제표준을 선도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로봇 핵심거점으로 발돋움해 나가겠다. -대구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최근 발생한 무안공항 항공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한다. 계엄사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국가적으로 혼란하고 엄중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국이 혼란하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대구혁신에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시간이 없다. 대구시는 중앙정부와 함께 행정시스템 안에서 흔들림 없이 완성한 대구혁신의 틀을 차곡차곡 채워나가겠다. 특히, 대구·경북통합 및 신공항, 달빛철도 등 대구굴기를 위한 핵심시책은 연초부터 중단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면 대한민국은 결집된 힘으로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5-01-01

“경제 APEC 만들어 세계무대 도약”

경북도 이철우 지사는 “2024년은 탄핵정국 등 정치권이 어느해보다 어수선해 경북도는 손실이 크지만 이를 극복해 내년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 경제와 문화가 재도약해 초일류국가로 나아가는 역사적 분기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내년에 경북도는 경주에서 APEC을 개최하는 등 경북을 알리는 최대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대한 입장은. △먼저 ‘경제 APEC’을 추진하겠다. 21개국 정상은 물론이고,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을 초청해 우리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 현재 산업부, 대한상공회의소, 코트라와 협력해 글로벌 500대 기업 CEO행사를 준비 중이다.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이차전지, 수소, 원자력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우리나라와 경북에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단단히 준비하겠다. 경주와 경북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문화융성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초일류 국가로 발전하는 축제 무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경북도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탄핵정국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대한 대책은. △탄핵정국이 발생한 것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지역의 미래를 위해선 행정통합은 지속돼야 한다. 당초 올해 6월 말까지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가 되는 게 정상적이었지만 탄핵정국으로 중앙 컨트롤타워가 없어져 너무 아쉽다. 현재 사정상 중앙에서 권한을 이양해 주거나 책임질 사람이 없어 추진 일정이 조금 넘어가리라고 생각한다.경북도는 대구시와 함께 지난달 통합안이 시도의회를 통과하면 올해 상반기 안에 특별법을 제정하고 통합 자치단체를 2026년 7월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대구시의회는 통합 동의안을 처리했으나 경북도의회는 통합안이 상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탄핵정국으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대전과 충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이번에 헌법이 개정된다면 헌법에서 행정통합을 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경북북부지역이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도청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지의 걱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경북도가 미래발전을 위해 추진중인 신공항의 진행정도는 어느정도인가. △대구경북통합 못지않게 지역의 미래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통합신공항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대구시의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한 사업비 조달이 되면 좋은데 안 되면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야 한다. 대구시는 대구은행(iM뱅크)에서, 경북도는 농협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신공항은 추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손해인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 공항건설을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야 하고 경북은 신공항 안착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공항건설은 지역소멸을 막고 미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북도가 중점추진중인 정책중 하나가 저출생극복이다. 앞으로 계획 등 평가는. △국가적 난제와 지방소멸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봉에 선 ‘저출생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서전(緖戰)을 승리로 장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국 최초로 국 단위 조직인 저출생극복본부를 신설하고 매주 100대 실행과제를 점검하며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6월에는 대통령의 인구비상사태 선언으로 경북에서 출발한 정책이 국가적 전면전으로 확산됐고, 혼인율과 출산율의 반등은 추세반전의 희망을 만들고 있다. ‘저출생과 전쟁’의 성과는 대외기관의 각종 평가와 수상, 공모사업 선정으로 증명됐다. 중앙부처를 포함한 지자체, 유관기관의 벤치마킹 또한 계속되고 있어 경북도가 선도한 수요자와 현장 중심의 저출생 정책은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2025년 도민에 대한 당부말씀은. △2025년 을사년의 첫해가 떠올랐다. 처음을 맞이하는 우리가 늘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것은 바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외 정세는 예측이 힘들고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가 바로 변화와 혁신의 신호인 만큼 새로운 시선과 도전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북인의 정신으로 2025년에는 ‘멈추지 않는 도전, 희망의 경북시대’를 열겠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5-01-01

대구경북 핵심산업 진단

계엄과 탄핵 소추라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환율은 오르고 물가지수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수출은 부진하고 한국경제의 핵심 근간산업으로 불렸던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관세와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며 그 어느때보다 한국경제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와 경북은 반도체, 2차전지를 비롯해 철강, 방산, 원자력 등 주요한 산업군이 밀집되어 있는 지자체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 침체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구·경북 경제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새로운 미래를 전망해보자. /편집자주 포항 - K배터리 고용량·기술 경쟁력 中, 해외기업 이차전지 제외자국 산업 육성 유리한 정책中 전기차 굴기와 경쟁 대비 K배터리, 에너지 밀도 우위음극재 등 열안정성 차별화지속적 기술개발·혁신 필요 K-배터리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직접적 원인을 살펴보면 글로벌 전기차의 성장둔화, 그로 인한 이차전지의 공급과잉, 각국 정부의 정책변화, 기술의 상향평준화를 언급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전기차굴기’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중국은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에너지자동차발전계획 (2012년)’, ‘중국제조 2025(2015년)’, ‘화이트리스트(2015년)’, ‘보조금지급(2017년)’ 등 다양한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통해 중국 정부가 선정한 배터리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우선 배분한다는 정책을 시행하여 삼성, LG, 파나소닉 등 해외 이차전지기업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심지어 LG, 삼성의 중국 현지법인에서 생산된 이차전지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지금의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유럽 CRMA(핵심원자재법)보다 더 지독한 자국산업육성을 위한 보호정책이었다. K-배터리와의 경쟁이유보된시간,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 제련및정련 인프라활용, 해외자원 개발로 지금의 CATL, BYD 등 세계 1, 2위의 이차전지기업을 만들었다. 중국은 더 이상 충분히 자생할 만큼 성장했다. 중국 전기차는 최근 5년간 급속한 기술발전을 이루었다. 여기에는 ‘테슬라 레거시’ 가 큰 역할을 했다. 2019년 가동한 테슬라 상해기가팩토리도 중국 전기차의 발전에 한 몫했다. 여기서배출된 기술자들이 중국전기차 기업에 퍼져나갔다. 지금의 니오, 리오토, 샤오펑을 낳는데 기여했고, 지리자동차 등 기존 중국완성차 기업의 실력과 품질 기준을 올려놓았다. 유럽과 미국은 관세 장벽을 더욱 높이고, 보조금을 줄이고, FEOC(해외우려기업), LCA(환경전과정평가) 등의 정책을 통한 규제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전기차의 성장을 일단 제지하고 시간을 벌자는 취지로 이해된 이차전지의 성장둔화도 여기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K-배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K-배터리가 중국에 비해서 앞선 대표적인 것이 고용량 기술이다. 용량 즉, 에너지 밀도는 예로부터 전지의 본원이다. 전지의 여러 특성중에서 에너지 밀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 K-배터리의 앞선 에너지 밀도 경쟁력의 근간에는 하이니켈 양극재가 있었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고도의 공정 조건과 수명과 열안정성을 보완하는 원료합성, 소성, 코팅 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열안정성을 차별화한 하이니켈 양극재라면 중국과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음극재를 보자. 기존 흑연보다 용량이 5배 이상 높으면서 수명을 확보한 저팽창 실리콘, 차세대 전지의 음극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리튬메탈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면 업계를 리드할 수 있다. 최근 이슈화된 이차전지 열안전성 개선에는 원통형 4680 전지도 방법이될 수 있다. 양제헌 에코프로기술전략실장(이사) 배터리는 자동차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 로봇, 드론, 국방, 항공, 선박, 철도등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그만큼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이차전지 개발이 필요하다. 고용량전지, 고출력전지, 장수명전지, 급속충전전지, 안 터지는 전지, 저렴한 전지까지, 다양한 플랫폼 기술과 제품라인업 확대가 필요하다. 가격경쟁력확보는 제조업의 영원한 숙명이다. 필요한 성능은 강화 시키고 불필요한 성능을 완화하면서, 공정은 단순화하고, 밸류엔지니어링으로 소재와 부품을 최적화해야 한다. 또한 원료소싱의 업스트림에서 소재가공, 이차전지 및 전기차생산의 다운스트림까지 가까운 곳에서 수직통합 협력화 한다면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K-배터리는 기술혁신과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우리 전기차를 전 세계에서 달리게 할 것이고, 도심 항공 산업을 창조하고, 국방을 첨단화 하며, 인류의 깨끗한 환경에 이바지하는 기간산업으로 성장 할것이다. /양제헌 에코프로기술전략실장(이사) 구미 - 반도체산업 국산화 지원 절실 韓 반도체산업 수도권 집중소재·부품산업 자립화 50%자립 도와 경쟁력 확보해야 시·도, 인재 양성·투자 유치산업기반 강화 다양한 성과구미에 정부 투자전략 기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구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주요 경제 정책 중 하나였던 반도체 사업이 탄핵 정국으로 인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달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구미 반도체 산업에 먹구름을 가져 오고 있다. 정부는 2022년 2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7월 경북 구미와 경기도 용인·평택 2곳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했다. 첨단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의 자립화와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구미를 특화단지로 지정한 것이다.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nC 등 세계적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과 300여 연관기업이 입주해 있는 구미산단은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기업을 집적화해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은 자립화율 50% 정도로 매우 취약한 편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와 자립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전방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전력 등 인프라 조성 등에 약 10조원이 투입되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인 구미에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정부가 국가전략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고, 관련 정책들도 수도권 기업들의 입맛에 맞추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산업단지 노하우와 반도체 핵심 요소인 용수와 부지, 안정적인 전력 등이 완비된 구미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 중국이 반도체 관련 투자·생산 규모를 급격히 늘리고 있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은 수도권 반도체 산업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미시와 경북도가 반도체 특화단지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기반 구축, 실증 지원 등에 성과를 내면서 반도체 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 구미국가산단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4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이끌어 냈다. 구미시와 경북도는 2022년 9월 10년 간 반도체 전문인력 2만명 양성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포스텍·금오공대 등 지역 8개 대학과 함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2235명의 인력을 배출했고, 올해에도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대학 등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공모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된 ‘첨단산업(반도체)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2029년까지 225명 양성한다. 구미시와 경북도의 이러한 노력은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투자 유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주)에이프로세미콘은 구미하이테크밸리(구미국가5산단)에서 신축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720억원을 들여 연면적 6600여㎡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신축 공장에서는 화합물반도체 소재·부품이 생산된다.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첫 투자유치 성공사례다. 또 최근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순수가 구미 SK실트론 반도체 제조 공정에 처음 공급됐다. 초순수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상태의 물로 반도체 표면의 부산물과 오염물질을 세척하고, 의료, 이차전지 같은 첨단산업에도 사용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1장 만드는데 초순수 7t 가량이 필요해 반도체 산업에서 초순수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동안 일본과 미국 등 일부 국가만이 초순수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구미에서 설계와 시공, 운영기술은100%, 기자재는 70%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정부가 구미산단에 집중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김락현기자 대구 - ‘ABB 육성’ 디지털 혁신 거점 섬유·車 부품 등 전통산업서AI·빅데이터·블록체인 포함5대 미래 신산업 성공적 전환 2년새 8조원 투자유치 성과전국 1호 기회발전특구 지정‘수성알파시티’ 중심적 역할 “5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혁신을 하지 않으면 침체한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민선 8기 반환점을 넘긴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의 산업구조를 전통산업에서 미래 신산업으로 전환해 대구 미래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전통산업에서 벗어난 ABB 등 미래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대구의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 수성알파시티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육성 대구는 섬유, 자동차 부품, 기계 금속 등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했으나, 미래산업 혁신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침체의 길을 걸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뒤 이러한 산업구조를 ‘5대 미래 신산업’으로 발빠르게 전환하면서 대구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대구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5대 미래 신산업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ABB), 도심항공교통(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다. 이들 5대 신산업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 만에 지난 10년 동안 투자 유치 총액의 2배에 달하는 8조7332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ABB)의 핵심은 ‘수성알파시티’를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재 수성알파시티는 수성의료단지에서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9년 44개사에 불과했던 입주 기업이 2023년 243개사로 급증했고 입주기업의 매출도 822억원에서 1조3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5월 국가 디지털혁신지구로 선정된 데 이어 6월에는 전국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에 SK리츠운용·SK·CC 컨소시엄을 비롯한 6곳 기업이 총 1조396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역 제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솔루션을 보급할 AI 데이터센터도 건립된다. 디지털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협력해 ‘ABB 글로벌 캠퍼스’를 조성한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통과 첨단 신산업 전환을 계기로 기업의 미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오는 2030년까지 수성구 삼덕동 일원에 제2수성알파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투자 유치 대구의 주력산업이었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산업 구조전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 39곳이 사업재편 승인을 받았고 이 중 24곳이 미래차 분야로 사업을 전환한다. 대구의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대구시는 지난해 ‘미래혁신성장실’을 신설했다. 이는 미래 유망 산업이자 대구가 키울 수 있는 5대 신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해서다. 대구시 투자 유치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ABB와 반도체 분야다. SK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알파시티에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8240억원을 투자하기로 MOU를 맺었다. 대구시는 시스템반도체를 새로운 대구 미래 산업으로 선정했고, 지난해 1월 텔레칩스(337억원)에 이어 10월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등 국내외 대표 기업을 유치했다. 특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D-팹 센서 파운드리 구축,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 등으로 시스템반도체에 특화된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쇠락한 대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 2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 변화와 혁신의 틀을 완성했다”며 “대구의 혁신 사례가 길잡이가 돼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남은 2년도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상선기자 경주 - ‘SMR 개발’ 원전시장 정조준 대형 원전의 장점 살리면서안전·경제성 대폭 향상시킨소형모듈원자로 이목 집중 연구 위한 ‘문무대왕과학硏’실증·수출 ‘SMR 국가산단’성공적 추진에 행정력 올인 현재 대한민국 전체 원전 26기 중 경주에는 총 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총 발전량의 5.2%이며 대구·경북 전력소비량의 51.2%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83년 월성원전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견인해 온 에너지산업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면서 한수원(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물처분장 등이 들어서면서 원전의 설계, 시공, 관리, 해체까지 전주기 사이클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원전산업 메카로 성장해 왔다. 세계는 AI 및 전기차 시대의 전력소비 급증 전망에 따라 원전 확대와 함께 소형 모듈 원자로(SMR, 전기 출력 규모 300MW 이하)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80여 종의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대형 원전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높은 안전성, 유용성, 경제성을 대폭 향상한 모듈 형식으로, 특히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규모가 620조에 이를 것으로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미래 원자로이다. 정부도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SMR 상용화 실증을 포함했으며, 한수원은 2028년 건설허가 승인을 목표로 I-SMR 표준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주시도 이에 맞춰 관련 연구·개발 시설 확충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다가오는 SMR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산업단지 조성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먼저, 감포읍 일원 67만평 부지에 6315억으로 조성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현재 55%의 공정률로 2023년 교육시설에 이어 2025년 첨단연구행정시설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 SMR 및 차세대 원자력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2028년까지 연구소 부지 내 450억 규모로 글로벌 원자력공동캠퍼스를 조성해 원자로 실습 공동교육을 통한 글로벌 원전 인력을 양성한다. 원전 해체 기술 고도화·상용화를 위한 종합 컨트롤 타워인 ‘중수로해체기술원’은 총사업비 723억으로 2026년 준공 목표로 양남면 일원에 건설 중이다.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 확보와 원전 환경 내 로봇안정성 실증을 위해 ‘방사선 환경 로봇실증시설 조성사업’도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미래 경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경주SMR국가산단’은 지난 2023년 10월 사업시행자인 LH공사와 기본 협약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까지 국가산단 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차세대 원전인 SMR을 도시 인근에 건설해 송전탑 없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SMR 연구를 수행할 국가산업단지가 2030년 경주에 들어선다. 문무대왕면 동경주IC 일대 34만평 부지에 사업비 3966억을 투입해 2030년 준공 목표로, 향후 건설될 SMR1 호기와 함께 원전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위해 지난 4월 경주시-한수원 간 SSNC(SMR 활용 Smart Net-Zero City)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SMR산단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SMR 소부장 기업 지원과 SMR 제작 기반 구축을 위한 270억 규모의 ‘SMR 제작지원센터’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경주 SMR 국가산단은 SMR 실증·생산·수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SMR 제조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경제 효과는 7조8000억, 고용 효과는 2만8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경주시는 경북도, 한수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함께 한수원, 원전 관련 기업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SMR 국가산단 조성에 따른 우수인재 정착과 입주기업 종사자들의 생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동경주 일원에 2028년까지 과학단지, 원자력공기업 자사고, 에너지 미래관, 원자력 공동전원주택 등 배후 공간을 조성해 기술산업연구 도시로 조성할 예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동경주 지역은 지리·위치상 도심과 이격으로 교육, 의료,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이지만, 기존 원전 핵심 인프라와 함께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기술원, SMR국가산단이 본격 가동되면 세계적인 글로벌 원전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자평하며, 목표대로 성공적인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황성호기자

2025-01-01

POEX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마이스 산업 중심지’ 도약

포항시가 ‘K-마이스 산업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MICE 산업은 회의(Meeting),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약자로 숙박, 교통, 관광 등 여러 분야와 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평가받는 이 산업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경북 최대 도시이자 해양관광도시인 포항은 마이스 산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와 이차전지 선도기업 에코프로, 포스텍과 한동대 같은 우수한 대학,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뛰어난 연구·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바이오·수소 특화단지 3관왕 석권과 기회발전특구 및 기업혁신파크 지정은 포항이 국제적 신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 규모의 박람회와 전시회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포항에서는 지역 기업과 기관이 매년 200회 이상의 국제회의, 세미나, 포럼 등을 개최하고 있다. 세계협회연합(UIA)이 발표한 국가·도시별 국제회의 순위에서 포항은 전국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항 마이스 산업의 핵심은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 이하 포엑스)’건립이다. 포엑스는 포항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도시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착공한 포엑스는 북구 장성동 옛 미군 부대 캠프리비 부지 2만 6608㎡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6만 3818㎡ 규모로 건립된다. 주요 시설로는 2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홀, 전시장, 11개의 중소회의실, 시민 휴식 공간 등이 포함된다. 2026년 말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숙박·레저 시설을 추가하는 2단계 사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2단계까지 완료되면 포엑스 는 연면적 13만㎡에 달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포엑스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있어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를 갖춘 국내 유일의 전시컨벤션센터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인근 영일대, 두호공원, 설머리물회지구 등과 연결돼 포항의 대표 관광지와 조화를 이루는 랜드마크로 개발될 계획이다. 포항시는 포엑스 건립에만 그치지 않고 운영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3월 발족한 ‘마이스산업지원위원회’는 주요 정책 자문과 행사 유치 역할을 맡고 있으며, 8월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국제회의 유치를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이어 11월에는 ‘국제회의 복합지구 육성 기본계획’ 용역을 착수하며 체계적인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POEX와 영일만 관광특구 일대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복합지구로 지정되면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등 혜택을 통해 POEX 운영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포항시는 지역 관광·숙박업계 및 전문가들과 함께 ‘포항 마이스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마이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2024 대한민국 관광정책대상’ 관광산업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포항은 단순한 시설 운영을 넘어 지역 특색을 반영한 국제회의와 행사를 개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녹색성장포럼(WGGF)’이 있다. 철강산업 중심에서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변모한 포항의 특성을 살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를 준비 중이다. 또한, 이차전지와 AI 같은 지역 신산업과 연계한 시민 참여형 국제 행사를 통해 산업 성장과 시민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포항시는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경제포럼(WEF) 등과 협력하며 국제적인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유엔글로벌혁신허브 부속회의’포항 개최를 확정 짓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의는 12개국 100여 명이 참여해 도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는 POEX 준공 전 국제회의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포항의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는 POEX 개관 후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해 글로벌 마이스 중심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 도시에서 신산업 혁신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포항이 글로벌 마이스 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며 “포엑스가 시민친화형 공간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1-01

경북이 쏘아 올린 혁신정책, 대한민국을 이끌다

2024년 경북에서 추진한 다양한 정책들이 성과를 내면서 경북도의 위상이 높아졌다. 경북도는 지난해 저출생과 전쟁, 농업대전환, 광역비자 등의 혁신 정책들이 대한민국의 대표 정책으로 확산됐고, 전국 최대 면적의 기회발전특구와 새로운 정책특구 유치 및 민간투자 활성화로 경북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의미있는 한 해였다. △ 경북의 힘으로 세계를 움직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 먼저 경북도는 지난해 최대 성과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꼽았다. 경주는 인구 25만 명의 작은 지방도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각계각층에서 500여 차례가 넘는 지지 선언과 최단기간 146만 명이 서명하는 등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뜨거운 열망으로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유치했다. APEC 유치로 1500년 전 세계 4대 도시 중 하나였던 ‘천년수도 경주’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 경북의 미래 첨단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이 지사는 “APEC은 경주와 경북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문화융성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초일류국가로 발전하는 축제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출생과 전쟁 서전(緖戰)에서 승전보 울려 국가적 난제와 지방소멸 해결을 위해 추진한 ‘저출생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서전(緖戰)을 승리로 장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국 단위 조직인 저출생극복본부를 신설하고 매주 100대 실행과제를 점검하며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쳤다. 2024년 6월에는 대통령의 인구비상사태 선언으로 경북에서 출발한 정책이 국가적 전면전으로 확산, 혼인율과 출산율의 반등은 추세반전의 희망을 만들고 있다. ‘저출생과 전쟁’의 성과는 대외기관의 각종 평가와 수상, 공모사업 선정으로 증명됐다. 중앙부처를 포함한 지자체, 유관기관의 벤치마킹 또한 계속되고 있어 경북도가 선도한 수요자와 현장 중심의 저출생 정책은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 기업을 위한 경북, 11조2000억 원 투자유치 성과로 증명 ‘기업을 위한 경북’으로 투자패러다임 전환한 경북은 지난해 11조2000억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이는 경기 침체로 어려운 투자환경에서도 2년 연속 11조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달성한 것으로 경북의 저력을 보여준다. 특히, 경북이 집중해 온 메타AI 과학기술 산업이 데이터센터의 투자유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전국 총 4개 중 경북에 절반이 선정돼 9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이는 경북도가 민자활성화과를 신설해 모든 경제정책의 중심을 기업의 관점으로 전환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농업대전환, 대한민국의 농업의 틀을 확 바꾸다. 경북이 선도적으로 추진한 ‘농업대전환’은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 모델에 청년들이 참여하고 문경, 영덕에 소득배당을 실시하며 소득 2배, 생산 3배의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에서도 경북의 농업대전환을 혁신사례로 선정하고, 2026년부터는 ‘이모작 공동영농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특히, 농지, 직불금, 세제 등 제도적인 개선도 함께 추진하기로 공식 발표한 만큼 전국의 농업 경영구조에 대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경북이 주도한 농업혁신 성공 사례가 국가 정책으로 확산됨에 따라 지방의 다양한 정책 실험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경북이 선도한 혁신 정책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유이다. △ 첨단산업 특화단지와 특구 지정, 경북의 성장판 더 넓히다 ‘첨단산업 인프라도 대폭 확장’ 됐다. 2023년 이차전지와 반도체에 이어서, 2024년 바이오·백신 특화단지와(포항, 안동) 수소특화단지(포항)를 새롭게 지정받아 경북은 4개 분야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보유한 유일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또한, 군(郡) 단위 최초로 지정된 의성의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와 전국 최대면적(152만평)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으로 경북의 산업 성장판은 더욱 확대됐다. △ 글로컬대학과 교육발전특구 지정, 교육혁신 거점 마련 ‘교육 혁신’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혁신 거점이 될 글로컬대학에 2024년 대구한의대와 한동대가 추가로 선정되며, 2023년 안동대·도립대, 포항공대에 이어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또한 13개 시·군의 교육발전특구 지정으로 특화단지와 국가산단에 맞춤형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1시·군 1대학을 매칭하는 K-U시티 프로젝트로 BYC(봉화, 영양, 청송)와 울릉도에도 대학을 설치하는 연구중심 교육특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외국인 우수인재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으로 개방사회로의 진전도 이뤘다. 경북이 최초로 제안한 외국인 광역비자는 국가 제도로 만들어져, 지역이 주도하는 외국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경북형 초청 장학제도를 통해 해외 이공계 석박사급 우수인재를 지역대학에 유치하기도 했다. △ 인명피해 제로-경북형 재난대응체계, 전국 최고 평가 ‘경북형 재난대응체계’도 주목을 받았다. 이 지사는 평소 “재난 만큼은 과도하고 철저하게 대응해 인명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인명우선, 총력대응, 민간협력을 3대 원칙으로 경북형 재난대응체계를 대전환했다. 또 전국 최초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K-마 어서대피’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여름 장마철 22개 전 시·군에 마을 순찰대 3만여 명을 운영해 유사시 주민을 대피시키는 시스템을 가동하였고, 그 결과 인명피해 제로를 실현할 수 있었다. 전국 최고가 된 경북의 재난대응체계는 행정안전부 위기관리 매뉴얼이 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 5개 철도 동시 개통! 경북 초광역 철도경제 시대 개막 5개 철도 동시 개통으로 ‘초광역 철도교통의 新시대’를 연 것도 경북의 향후 발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선 7기와 8기에 걸쳐 가장 공을 들였던 경북 철도 SOC망의 본격적인 개통으로 관광을 살리고 생활과 경제를 일으킬 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중부내륙선(문경~이천), 동해중부선(포항~삼척), 중앙선(영천~도담) 복선화(고속화) 완전개통, 대경선(구미~대구~경산), 대구도시철도1호선 하양 연장 개통은 경북의 산업·생활 경제권 확장과 경북관광 전성시대 도약이 기대된다. 특히 포항에서 삼척 간 동해중부선 개통으로 본격적인 동해안 관광시대가 열림에 따라, 울진과 영덕에 추진하고 있는 호텔·리조트 건립사업 추진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인 대경선 개통은 구미-대구-경산이 40분 내로 연결되어 광역환승 확대를 통한 교통비 절감 효과도 거두게 됐다. △ 도민의 마음을 살피는 민생복지 집중 ‘민생복지 실현’에도 집중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령화 지역인 경북은 32만명의 어르신에게 경로당 반찬을 지원하고, 전국 유일 경로당 행복선생님 사업은 노년층의 건강을 책임지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응급의료기반을 강화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 주도의 지역의료 혁신 프로그램인 One-hour 진료체계 구축을 추진해 도민들이 365일 1시간 이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2025년에는 22개 전 시·군에 확대할 계획이다. △ 창의와 노력의 산실! 일 잘하는 지방정부 민선 7기 출범 직후부터 시작한 화공특강은 300회를 돌파하며,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전하는 성공의 경험과 노하우를 실제 업무에 접목하는 창의의 산실이 되었고,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경북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새벽잠을 설친 노력은 자연스레 일 잘하고 실력있는 경상북도로 거듭났다. 공약이행평가 5연속 SA 최고등급, 지방재정대상, 에너지대상, 5년 연속 종합청렴도 최고 등 경북의 역량을 증명했고, 올해 전례없는 국회의 감액예산 결정에도 역대 최대인 11조 8,677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이철우 지사는 “지방정부에게 부족한 건 능력이 아니라 권한”이라며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2025-01-01

TK신공항·행정통합 차질없이 추진 ‘대구굴기’ 프로젝트 완성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구굴기를 통해 대구 미래 50 밑그림을 완성한 대구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는데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를 통해 대구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토의 소위를 통과해 추진 동력을 얻었고, 대구·경북 행정통합 동의안을 대구시의회에서 의결하는 등 올해는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대구시가 본격적으로 추진할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사업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군부대 이전사업 등에 대해 알아본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사업 지난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토위 소위를 통과했고, TK신공항 건설 사업 추진에 따라 군위군에 ‘인구 14만 에어시티’가 건설된다. 대구시는 지난해 하반기 신공항경제권의 핵심 역할을 할 ‘군위 하늘도시’의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배후 신도시이자, 계획인구 14만 명에 달하는 자족형 신도시 ‘글로벌 에어시티’로 조성할 군위군 개발 청사진인 셈이다. 내년부터 군위하늘도시 조성을 위한 계발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에어시티는 오는 2030년 TK신공항 개항을 대비해 조성되는 주거, 상업, 산업, 교육 및 의료기능 등 핵심 인프라를 갖춘 자족형 신도시로 개발한다. 개발 전체 면적은 1천70만㎡로 거대 공항경제권 중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대구테크노파크와 연계한 첨단산업기술단지 조성, 계명대 동산의료원 주축의 메디컬센터 건립, 항공산업에 특화된 항공고교 및 국제학교 유치, 융복합 공간 제공을 위한 화이트존(White Zone) 등을 조성한다. 사업은 오는 2045년까지 1,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1단계 사업부지는 490만㎡로 약 2만 세대를 거주시킬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30년 공항 개항 시기에 맞춰 75만㎡(약 5천 세대)에 주거단지를 우선 조성하고, 2034년까지 주거, 상업, 산업, 교육, 의료시설 등 우수한 정주환경을 조성해 신공항 활성화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공항 활성화에 따른 개발수요 증가 등을 감안해 오는 2045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택지개발을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도 개발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다양한 개발방식을 제시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 행정통합 동의안이 대구는 대구시의회에서 의결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북은 경북도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연말에 터진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국 혼란 속에서 행정통합을 논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도의회 동의안 처리 후 중앙정부 권한 이양 범위를 확정한 뒤 국회의원 입법으로 특별법 연내 통과를 목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돌발적인 비상계엄 시도로 국정이 대혼란 상황에 부닥치면서 행정통합 문제는 뒷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경북도는 동의안 자체를 도의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은 채 비상계엄 후폭풍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경북도의회 역시 동의안을 12월에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대구시가 3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낙동강 취수원 이전 문제가 낙동강 상류댐 안동댐(직하류) 이전 추진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취수원이 될 안동댐은 낙동강 산업단지 오염수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구상이다. 현재 대구시는 구미공단 하류에 있는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에서 낙동강 물을 취수해 상당수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 발생한 크고 작은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 등으로 인해 먹는 물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는 대구시 주요 현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에 대구시는 낙동강 취수원 안동댐에서 하루 63만t의 식수를 공급받는 내용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기간은 오는 2030년까지로 총사업비 1조 4200억 원을 투입해 110㎞ 정도의 관로를 신설한다. ◇도심 군부대 이전사업 대구 군부대 이전사업은 도심 내 군부대를 도시 외곽지역으로 통합 이전한 뒤 후적지를 고밀복합 경제거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해 개별부대 이전이 아닌 통합 이전으로 밀리터리 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전장소는 작전 수행 및 정주환경을 고려한 대구 근교지역으로 선정한다. 추진 방향은 국군부대·미군부대 단계화 이전으로 추진한다. 국군부대는 오는 2030년까지 육군 제2작전사령부, 육군 5군수지원사령부, 육군 제50사단사령부, 공군 방공포병학교·제1미사일여단 등 5개 부대를, 미군부대는 2035년까지 캠프 워커, 캠프 헨리, 캠프 조지 등 3개 부대 각각 4곳과 3곳으로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국방부 민·군상생 MOU 체결, 국방부 평가 간담회 개최, 국방부 밀리터리 타운 예정부지 현장 확인 등 최적 이전지 선정 추진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대통령 탄핵 정국, 국방부 장관 공석 등으로 인해 추진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 본격 추진 대구시는 지난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이 참여하는 사업추진 업무협약을 맺고,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개발 단계 로봇의 신속한 사업화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총사업비 1997억5천만원을 들여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16만7000만㎡ 규모의 실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환경 실증 서비스, 가상환경 실증 서비스, 데이터 및 인증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실제환경 실증 서비스는 물류, 생활(가정·사무실 등), 상업(푸드코트·병원 등), 실외환경(도심·악천후 등) 등 로봇서비스가 활용되는 실제 환경을 모사한 실내외 실증공간을 구축하고, 이동 설치가 가능한 가벽과 소품을 활용해 기업수요 맞춤형 실증 환경을 통해 로봇의 품질·안전성·내구성 등에 대한 실증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상환경 실증 서비스는 로봇의 기구부·구동부·센서부 등의 물리적 특성을 가상으로 구현해 설계·조립·수정이 가능한 로봇 모델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실환경 실증 전 사전 검증할 수 있는 가상테스트필드와 골프장·아파트단지 등 임의 공간을 스캔한 가상환경 및 실·가상 상호연계가 가능한 증강현실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 5대 미래 신산업으로 재도약 대구는 섬유, 자동차 부품, 기계 금속 등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했으나, 미래산업 혁신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침체의 길을 걸었다.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이러한 산업구조를 ‘5대 미래 신산업’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면서 대구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대구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5대 미래 신산업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ABB), 도심항공교통(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다. 이들 5대 신산업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 만에 지난 10년 동안 투자 유치 총액의 2배에 달하는 8조 7332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ABB)의 핵심은 ‘수성알파시티’를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재 수성알파시티는 수성의료단지에서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23년 5월 국가 디지털혁신지구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전국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특히, 올해는 SK리츠운용·SK·CC 컨소시엄을 비롯한 6개 기업이 총 1조 396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통과 첨단 신산업 전환을 계기로 기업의 미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오는 2030년까지 수성구 삼덕동 일원에 제2수성알파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