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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엄마·처녀 소나무 잇따라 떠난 후 홀로 마을 지키는 장군송

우리는 먼 하늘 이름 모를 별에서 나 홀로 지구로 여행을 온 나그네이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생전과 사후는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다 떠날 때는 또한 나 홀로 떠난다.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지만, 인간은 채우지도 못하는 끝없는 욕심 때문에 나그네 여행길은 힘들고 고단하다. 때로는 과한 욕심에 눈멀어 나락으로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봉착하여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우리의 인생길은 미리 볼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고 되돌아올 수도 없는 외길이며 첫길이자 마지막 길이다. 한 번뿐인 인생길, 창공의 바람처럼, 청산의 물처럼, 산야의 노거수처럼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걷고 싶다. 그 인생길이 슬프고 아프면 슬프고 아픈 대로, 기쁘고 즐거우면 또한 기쁘고 즐거운 대로 나그네의 운명이라 여기고 안분지족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부끄러움이 없는 길을 걷고 싶다. 오늘도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 여행길에 나셨다. 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가 있다. 그중에서도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이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인주리 산 15번지에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 노거수는 이러한 환생담의 설화를 가지고 있는 노거수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옛날 경북 포항 연일읍 인주리 운제산 자락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 마을에 득대란 청년이 살았다.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된 어머니를 모시고 여동생과 가난하지만, 오손도손 정답게 살고 있었다. 가장 노릇을 하며 어려운 집안일은 물론 부모님께 지극정성이고 여동생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오빠였다. 그러나 남자로서 씩씩하게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호연지기를 키우면서 공부와 무술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그러던 어느 해 나라에서 큰 전쟁이 일어났다. 득대 청년은 평소 생각하던 바대로 어린 동생에게 어머니를 잘 모실 것을 당부하고 전장으로 떠났다. 문무 겸비한 청년이라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임금님으로부터 대장군이란 칭호를 하사받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대장군이 된 득대는 금의환향했다. 고향 조박골에 당도해 보니 온 마을은 도적들이 몰려와 가축이며 양식을 모두 털어 가고 마을 처녀들도 모두 붙잡아 갔다는 청천벽력에 아연실색했다. 단숨에 도적들 소굴로 달려간 득대는 도적의 두목을 죽이고 도적들을 멀리 쫓아내고 잡혀간 마을 처녀들을 모두 구했다. 그러나 동생은 도적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시신으로 돌아온 딸을 본 어머니는 충격으로 그만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동생을 마을이 보이는 산자락에 묻은 득대는 묘 앞에서 여드레 동안 어머니와 동생을 생각하며 통곡하다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나라와 마을을 위해 큰일을 한 득대를 어머니와 동생 옆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세 사람의 묘 위에 소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 사람의 영혼이 소나무가 되어 마을의 수호신으로 환생했다고 믿어 장군 소나무, 엄마 소나무, 처녀 소나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매년 정월에 세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아름다운 이야기와 한 그루의 장군 소나무만 남아 있다. 수년 전 엄마 소나무가 죽고 나자, 처녀 소나무마저 그 뒤를 따라 죽었다 한다. 그 흔적만이 남아 설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도 장군 소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마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마을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마을 주민들도 조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장군 소나무를 잘 보호하며 가꾸고 있다는 설화가 지금까지 주민들로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장군 소나무 노거수 설화에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동생에 대한 형제간의 우애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모시고 여동생과 살아가면서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평소에 문무를 익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주저 하지 않고 전장에 나아가 혁혁한 공을 세우고 승리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는 충성심과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머니와 동생의 묘소에 쓰러져 죽은 득대 청년을 주민들은 어머니와 동생 옆에 함께 묻어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 무덤에 소나무가 자라자 득대와 그의 어머니와 동생이 환생하였다고 믿고 마을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심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득대란 청년의 행복한 가정은 물론 마을의 평화도 풍비박산이 났다. 전쟁으로 인한 물적 인적 피해는 나라뿐만 아니라 국민 개인적으로도 씻을 수 없는 불행을 가져왔다. 전쟁은 먼 설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도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은 하마스가 먼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였으나 이를 물리치고 오히려 하마스를 초토화시켜 종전의 협상에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영토의 일부분을 점령하였으나 우크라이나는 국제 사회의 무기 지원만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이라 종전의 협상도 어렵게 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힘이 약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오늘날 국제 사회의 현실이다. 유비무환으로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의 길만이 나라를 지키고 우리의 행복을 지키는 길임을 장군 소나무 설화의 이야기 속에서 깨달았다. 노거수 설화는 마을 신화의 성격을 지니면서 마을의 중심 공동체 공간으로 애향심과 단결심, 애국심과 충성심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을 바라볼 수 있는 운제산 자락, 언제나 마을 주민의 행동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여 바른 행동을 유도한다. 나무로 환생한다는 설화는 마을 주민 자치 교육의 수단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 규범을 노거수 설화로 엮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다. 노거수에 얽힌 고사와 설화는 징벌담은 당산나무를 신성시해야 하고 제사를 소홀히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노거수 설화다. 영험담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거나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고, 당산나무에 해를 가하면 울거나 혈흔을 나타내는 영험이 있다는 노거수 설화다. 동물담은 노거수에 특정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생물에게 위해를 가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설화. 동물담의 노거수 설화 속에는 뱀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뱀은 사탄과 같은 사악함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당산 집 또는 당산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지킴이 동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식목담은 마을을 개척한 사람이나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심었다는 노거수에 대한 고사다. 이인계시담은 꿈속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 계시하는 대로 이행하면 반드시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노거수 설화다. 현몽담은 당산나무에 꿈 이야기가 부가되어 있는 것으로 꿈속에 목신이 나타나 인간에게 계시하는 것으로 사람과 대결한다거나 괴질을 물리친다는 노거수 설화. 풍수담은 풍수지리설이 포함된 노거수 설화로 보면 된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2-12

후판부의 독보적 기술, 세계 최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주력 생산품으로 후판이 있다. 후판은 철강 제품 중에서도 두껍고 넓은 철판으로 건축,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용되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후판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포항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 이영춘 포스코 명장. 그의 가족은 포항제철소 부지에 거주했던 이주민으로 태어날 때부터 포스코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후에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압연과를 전공했다. 1987년 4월 포스코 냉연부 입사를 시작으로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골수 후판인이 됐다. 평소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압연기능장, 열간·냉간 압연기능사, 열처리기능사, 금속재료시험기능사, 산업안전기사, IT-Professional 1급 등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로 창립기념 모범사원과 올해의 후판인으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에는 후판부 최초로 명장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현재 포항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다. 후판부는 철강 제품 중에서도 두껍고 넓은 철판을 만드는 곳이다. 우리가 만든 후판 제품은 건축,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강재로 사용된다. 저는 이러한 후판을 더욱 튼튼하고 고품질로 만들기 위해 가열, 압연, 가속냉각, 교정, 전단 등 압연 공정 전반에 걸쳐 품질, 생산, 환경, 안전 관련 기술 개발과 모든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후판 WTP(World Top Premium)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조업 기준을 정립 중이다. 또한, 후배 양성을 위한 기술 전수 활동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신입사원들에게 기본적인 품성과 주인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을 전담하고 있으며, 주임급 이상 핵심 직원들을 위해 설비, 품질, 압연 관련 이론과 실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의 후판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들었다. 이 자부심의 근거는 무엇인지. △포스코 후판부 제품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우리는 모든 고품질 후판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는 중국과 같은 후발 철강사와 단순히 가격과 생산량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철강사가 생산하지 못하는 고품질 제품을 주문받아 그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포스코는 후판 공정에서 가장 생산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4~6mm 두께의 초극박재나 WTP 같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극저온용 니켈 초극박재, 티타늄, 방탄강이 적용된 다양한 신강종을 생산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건설, 조선, 기계, 송유관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강종별 최적 가열 기술을 개발하고 초극박 압연에 최적화된 압연 패스 스케줄 모델 기술도 개발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포스코 후판부의 독보적인 기술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다. -롤 얼라인먼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어 크로스 설비를 활용했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후판을 음식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후판을 ‘수제비를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이라고 생각해 보자. 밀가루 반죽을 얇고 균일하게 펴기 위해서는 ‘밀방망이’가 필요하다. 이때 적당한 힘으로 밀방망이를 사용해야 균일하고 일정한 두께로 펴진다. 후판을 압연하는 롤의 원리도 이와 같다. 압연기는 밀방망이처럼 후판을 원하는 두께로 만들기 위해 적절한 힘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롤이 너무 꽉 잡히거나 헐겁게 잡히면, 반죽이 고르게 펴지지 않는 것처럼 후판도 균일하게 압연 되지 않는다. 따라서 롤의 적절한 조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롤을 설치할 때, 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때 활용한 것이 바로 페어 크로스(Pair Cross) 설비였다. 원래 페어 크로스는 평탄도 제어를 위해 크로스 각을 조절하는 설비였지만, 롤 설치 시에도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설비를 이용해 롤을 최대한 고정하고, 필요한 유격만큼 벌려주는 방법을 시도했다. 내 아이디어가 들어맞아 압연기 롤 얼라인먼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롤 얼라인먼트를 최적화하니 설비 강건화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당시 EIC기술부, 중앙/지구정비, 연구소와 협업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포스코의 저력은 현장 맨파워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무리 어려운 난제도 현장 전문가들이 모여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지난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보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인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말이 정확히 부합한다. 모든 정답은 항상 현장과 사람에게서 나온다. - 평소 동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건강이 좋지 못한 동료를 위해 직접 산삼을 채취했다고 하던데.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동료를 대하는 행동과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주임으로 근무하던 시절, 평소 건강이 좋지 못한 동료가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팀파워 활동의 일환으로 반원 4명과 함께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아픈 동료를 위해 산삼을 직접 캐서 주자는 엉뚱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원 중 누구도 산삼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달랑 사진 하나를 들고 산으로 갔다. 동료를 생각하는 우리의 정성을 산이 알아줬는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진짜 산삼을 캤다. “심봤다”하고 목청이 터지게 외쳤던 그 순간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나중에 산에서 내려와 한국심마니협회에서 검증까지 받았는데 최소 10년에서 15년 정도 된 자연산 산삼이라고 했다. 그 동료에게 산삼을 전달하고 기뻤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주고 산삼을 사줄 수도 있었겠지만, 동료가 아파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은 동료애와 진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엣저 롤 교체 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들었다. 평소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노하우나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지. △엣저 롤(Edger Roll)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후판의 폭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롤이다. 동료를 위해 산삼을 캐는 것만큼이나 힘든 작업이 엣저 롤 교체 작업이다. 이 롤은 수직 방향으로 서 있으며,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교체 작업은 굉장히 힘들고 위험한 과정이었다. 크레인이 수직으로만 들어 올릴 수 있어 사람이 직접 당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했다. 기존의 매뉴얼을 따르면서도, 그다음 단계에서는 의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엣저 롤 교체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크레인의 구조와 엣저 하우징(Edger Housing)의 기계 구조를 이해하고, 간단한 치구를 제작해서 하우징 내 엣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 덕분에 교체 작업 시간이 2~3시간에서 10~2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할 때는 기존의 공리를 의심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업, 정비, 외부 전문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소재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항상 더 나은 설비 유지와 개선 방안을 찾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강종 변화에 따른 압연 구간별 롤러테이블 재질 개선이나 초극박 모델 제어도 이러한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 결국 잘 만들어진 매뉴얼을 따르면서도 선구자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방법을 함께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품질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포스코의 ‘오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인의식이 일상 업무나 장기적인 목표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주인의식’은 사회생활이나 개인의 삶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한다. 내 회사에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일상 업무에서 소홀함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량이나 설비 장애가 발생하면 재발하지 않도록 주도적으로 개선하고, 안전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장기적인 목표 설정에서도 주인의식은 큰 영향을 미친다. 주인의식을 가지면 회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생기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책임감은 포스코가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어진다. 안전과 기술 경쟁력이 공존하는 현장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포스코가 오랜 시간 동안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장에서 매일매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나가겠다. -앞으로 포스코 후판이 세계 최고 브랜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지. △포스코 후판이 세계 최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론과 현장 경험이 조화롭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체계적인 후배 양성을 목표로 삼겠다. 100년 기업 포스코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명장의 역할은 개선과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인재 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섬김의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능한 인재들을 잘 육성하여 포스코가 강건한 현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후판을 세계 최고 브랜드로 확고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개선해 나가겠다. 끝 이영춘 후판부·기술개발섹션 포스코 명장은 △1969년 9월 22일생△포항제철공고 졸업(1987년)△87년 4월 6일 포스코입사(38년 근속)△올해의 후판인(2014년)△포스코 창립기념 모범사원(2014년)△포스코 명장(2022년)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2-11

출산 장려금 1억 효과 톡톡… 직장 내 갑질에 분노 목소리

지난주와 이번 주에도 적지 않은 사건·사고와 해외 토픽이 인터넷을 사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MBC 기상캐스터였던 오요한나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아직 온전하게 해소되지 않았고, 일타 역사강사에서 탄핵 반대의 기수가 된 전한길 씨는 부산에 이어 대구에 등장해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른 전씨 지지와 비판의 목소리가 현재도 엇갈리는 상황. 이른바 ‘성과급의 시절’을 맞아 두둑해진 주머니에 웃음 짓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에선 독특한 방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회사가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만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때아닌 입춘 한파’는 11일 오후를 기점으로 차츰 누그러질 전망이다. 겨울이 제아무리 길어도 결국 봄은 온다. 그게 세상사 정한 이치. 아래 지난 일주일간 네티즌의 이목을 끈 뉴스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의 죽음엔 어떤 이유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죽음을 ‘존재의 절멸’이라 정의했다. 절멸(絕 滅)이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웃음과 눈물,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 존 재 자체의 특성이 온전히 소멸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그래서다. 고래로부터 우리는 그게 어떤 형태이건 ‘인간의 죽음’ 앞에서 통곡하며 슬퍼했다. 특히 젊은 나이에 맞은 죽음은 요절(夭折)이라 칭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던 게 한국의 오랜 전통. 지난해 가을. 전도유망하던 MBC 기상캐스터 한 명이 요절했다. 스물여덟의 안타까운 나이였다. 오요안나 씨 이야기다. 사망 후 4개월이 넘게 흐른 최근에서야 오씨 죽음의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주변 친구들의 증언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추모의 말과 함께 앞길이 창창한 나이에 명을 달리한 MBC 기상캐스터의 안타까운 마지막에 의문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지인들에게 호소한 오요안나 씨의 SNS 메시지가 공개되자,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 특히, 오씨를 괴롭힌 상대가 시청자에게 익숙한 동료 기상캐스터들이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놀라움과 한탄은 더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특정 동료 기상캐스터의 이름도 인터넷 공간에 오르내렸다. 오씨 사건이 공론화되며 몇몇 MBC 기상캐스터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댓글 작성 기능을 막기도 해 의혹은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목요일엔 “요안나는 살고 싶어했다”는 지인의 증언과 사망 이후 144일을 눈물 속에 보냈다는 오씨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체 MBC 기상캐스터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라고 묻는 이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공정성을 위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유족측은 위원회 구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향후 MBC가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0억 성과급 이벤트’에 중국도 놀라고 한국도 놀라 동서고금, 남녀노소 가릴 것 없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돈을 싫어하는 이가 존재할까?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회사의 성과급 지급 관련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다. 올해는 보험회사들이 높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올해 예상 성과급 지급률은 연봉의 34~50%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해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받은 메리츠화재 직원들은 올해도 그 수준, 혹은, 더 많은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다고. 영업이익이 2023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오른 키움증권 역시 월급의 800%를 ‘성과급 파티’에 사용했다. 키움증권의 2024년 영업이익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을 기대하는 게 비단 한국 회사원들만은 아닐 터. 이를 보여주듯 최근 해외 토픽 하나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2002년 설립돼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의 한 중장비회사는 한국 돈 80억 원에 해당하는 중국 지폐를 테이블 위에 깔아놓고 직원들을 모았다. 그 자리에서 실적이 우수한 사원들에게 “한 번에 들고 갈 수 있는 만큼 가져가라” 또는 “제한 시간 안에 세는 만큼 성과급으로 주겠다”며 흥미로운 이벤트를 벌인 것. 다만 한 사람이 10억 원 이상을 가져갈 수는 없도록 했다고. 그 장면을 상상하며 수억 원의 성과급을 옮기는 해당 중장비회사 직원들처럼 흥분감에 들뜬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온화한 겨울 보내던 대만을 얼린 강추위 대만의 더위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여름철 대만을 여행한 이들은 입을 모아 “더워도 너무 더운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5월부터 시작되는 대만의 더위는 9월 말까지 지속된다. 더운 것만이 아니라 습하기까지 해 불쾌지수도 높다. 높은 고도에 위치한 대만은 남부 해안가는 열대기후, 북부와 중부 지역은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거기에 동쪽에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는 대만이 1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게 해줬다. 연평균 기온이 북부는 22℃, 남부는 24℃라는 게 이를 증명한다. 대만의 겨울 기온은 통상 12~16℃ 정도로 한국보다 따뜻하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러니, 그간 추위로 인한 사망 사고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한국의 입춘 추위를 가져온 ‘북극발 강력 한파’는 대만 역시 어김없이 뒤덮었다. 평소 따스한 겨울을 보내던 대만 사람들이기에 이번 한파가 가져온 충격은 남달랐다. 추위 탓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대만 뉴스매체는 지난 8일 자정부터 그날 오전까지 추위로 인한 사망자가 78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맹추위의 습격이 드문 지역은 혹한에 대비한 시설이나 난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한파에 의한 사망사고 역시 그런 환경에서 초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최근까지 1345명의 대만 국민이 강한 추위로 인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한국 또한 이어지는 강력 한파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기상 예보로는 11일 오후부터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북극 한파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니, 더 이상의 ‘한파 사망 사고’는 없을 듯하다. ▲출산율 높인 회장님의 장려금 1억원 “합계출산율이 1.5명이 될 때까지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주겠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몇 해 전 내놓은 약속이다. 그 약속은 현재까지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지난 수요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개최된 2025년 시무식에서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출산한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씩 모두 28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이로써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지급액은 총 98억원이 됐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책은 실질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 평균 23명이던 회사 내 출산율이 28명으로 늘어난 것. 꽤 높은 수치의 증가율이다. 이부영 회장은 대한노인회 회장이기도 하다. 저출생 문제와 노인인구의 미래에 관심이 높은 이 회장은 사내 출산장려금 지급만이 아니라,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로 높이자는 건의도 정부에 전한 바 있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도 이 회장의 견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능력이 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출산율을 높여 미래가 붕괴되는 걸 막아야한다는 건 한국만이 아닌, 세계 여러 국가가 공감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보다 많은 기업이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내놓았으면 한다는 이부영 회장의 바람에 다른 기업들도 동참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11

만고풍상 견디며 푸르름 잃지 않은 노송과 황홀한 해맞이

을사년 뱀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의 다짐을 갖고자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팔공산 인봉 신선송을 찾아 나섰다. 어둠 속으로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새벽부터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북지장사로 가는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경사진 오르막길에 굽은 산길은 앞을 밝히는 헤드라이트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몸의 감각과 정신 집중으로 무난히 북지장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 주변은 어둠이 깔려 사물을 잘 분간할 수 없었다. 인봉의 소나무와 함께 해맞이할 요량으로 가파른 경사진 올레길을 따라 올랐다. 숨이 차서 고개를 들고 심호흡하는데 어두운 밤하늘 숲속 나뭇가지에 밝게 빛나는 달이 등불처럼 걸려 있었다. 밝은 한 줄기 달빛이 어슴푸레하게나마 어둠을 몰아내고 숲속의 산길을 밝혀 주었다. 길 위에 내려앉아 있는 달빛을 지르밟으면서 들숨과 날숨을 세어가면서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올랐다. 마침내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았다. 아 이것이 팔공산 인봉이구나 직감하고 잠깐 그를 톺아보았다. 주변을 살피면서 바위에 오르는 길을 찾았다. 북쪽으로 가서 살펴보니 내려가는 등산길이 있고 바위로 오르는 길은 없었다. 그러면 남쪽에 오르는 길이 있겠지, 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에도 가파른 바위 낭떠러지로 길은 없었다. 다시 한번 이쪽저쪽을 가보면서 살펴보았지만, 길은 찾을 수 없었다. 새벽에 어디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했다. 어둠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그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산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산(山)과 봉(峰)을 어떻게 구분하지?”하고 묻는다. 그렇다. 어떤 것은 산이라 하고 또 어떤 것은 봉이라 하니 헷갈리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산은 주로 산맥이나 산줄기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전체적인 지형을 의미하고 봉은 산의 일부로 특히 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를 지칭하지 않나 싶다. 한라산, 설악산, 팔공산 등 높이와 면적이 넓은 지역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봉은 팔공산의 동봉, 서봉, 인봉 등 산의 한 부분으로 특정 지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팔공산의 지명과 유래를 생각하는 동안 어느 순간에 어둠은 산속으로 숨어들고 동쪽 하늘에 붉은 서기가 돌았다. 이제는 정말 오르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일어나서 다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거대한 바위를 따라 훑었다. 거대한 바위가 조각나 떨어져 길을 막고 있었다. 떨어진 바위를 타고 넘었다. 그러자 바위와 바위 사이 좁은 공간에 노끈이 보였다. 겨우 몸 하나 지나갈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노끈을 잡고 몸을 솟구쳐 올랐다. 인봉(579m),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섰다. 그곳에는 천년의 세월을 함께한 신선이 선물했다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살아가고 있었다. 키는 불과 2m 남짓하고 큰 줄기 몸 둘레는 60cm, 작은 줄기 몸 둘레는 50cm 정도의 단아한 우산형의 자태였다. 너무나 완벽한 비율의 분재형 소나무였다. 분재형 소나무라면 화분과 흙, 물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곳 소나무는 화분 대신에 큰 바위들이 서로 맞물려 하늘로 솟구쳤다고 할까, 아니면 하늘을 받들고 있다고 할까, 아무튼 뾰족한 산봉우리 큰 바윗덩어리 위 좁은 틈새 열악한 환경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바위 틈새에 있는 눈곱만한 흙은 비바람이 실어 오고 또 만들었지 않나 싶다. 화분에 있는 소나무도 시시때때로 물을 주지 않으면 주접이 들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바위 위에 살아가는 소나무는 누가 물을 주고 보살핀단 말인가. 그리고 보면 자연이 힘을 합쳐 소나무를 다듬고 키우지 않았나 싶다. 바람은 멀리서 구름을 실어 오고 팔공산은 새벽마다 찬 이슬로 목을 축여주고 가끔 내리는 비는 바위 틈새에 머물러 소나무의 생명줄을 붙잡아주지 않았을까 싶다. 인봉은 팔공산 노적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 위에 다시 한 번 힘차게 솟구친 거대한 바위덩어리이다. 동서남북 사방을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어 가슴이 뻥 뚫어졌다. 동산에 잉태의 붉은 산기를 더욱 짙게 물들이고 있다. 붉은 태양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고 있다. 햇귀의 기운이 막힘없이 이곳 인봉 신선송에 쏟아져 내린다. 나는 신선송과 함께 새해 해맞이를 했다. 동으로 뻗은 푸른 솔가지 솔잎이 반짝반짝 빛났다. 환상적인 해돋이 풍경의 순간을 맞이하여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신선송의 자태에 나도 모르게 두 손 합장하여 경외심을 표했다. 그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면서 그에게 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빌었다. 돋을볕은 먼저 팔공산의 높은 봉부터 찾아 들었다. 천왕봉(1192m), 비로봉(1176m), 동봉(1167m), 삼성봉(1150m)이 자리한 팔공산 정상의 봉우리를 밝혔다. 돋을볕으로 아침 세수를 하는 팔공산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팔공산 치맛자락 접힌 명승지에 신라 고찰 동화사가 자리 잡고 통일대불상이 조용히 인봉을 바라보고 있다. 팔공산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멋진 곳, 인봉 바위 위에서 수백 년 동안 만고풍상을 견디며 여전히 푸르름을 잃지 않고 살아 있는 신선송과 황홀한 아침 해맞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무언의 신비를 전해 주고 있는 것 같은 신선송과 함께 팔공 백 리 능선을 바라보니 마음이 숙연하다. 아침 돋을볕이 서서히 산 아래로 내려와 시가지를 밝히고 있다. 낙동강이 대구 시민의 젖줄이라면 팔공산은 시민의 품이요 산소 카페이며 에너지의 발원지이다. 저 멀리 서쪽으로 눈 덮힌 가야산이 보이고 남쪽 앞산과 비슬산이 대구 시내를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팔공산에서 뻗어 내려온 산자락의 봉들이 이어진 스카이라인 조망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조선 시대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은 1748년 팔공산을 유람하고 남긴 남유록(南遊錄)에서 “반쯤 시든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고색창연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라며 팔공산 인봉 소나무를 예찬했다. 이를 근거로 소나무 나이를 300살로 보기도 한다. 그때도 지금과 같다고 하니 300살을 더 보태어 600살이라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팔공산 인봉 소나무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우리에게 불망의 ‘인봉 신선송’이다. 바위 위에 올려놓은 자연이 다듬은 바위 분재 소나무이다. 팔공산 국립공원 상징물과 천연기념물로 ‘인봉 신선송’은 생태학적으로나 문화적 가치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고색창연한 신선송의 고고한 자태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의 방문으로 뿌리가 노출되고 답압으로 생육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어 팔공산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심 가져 주었으며 하는 바람을 해 본다. 필자의 시 ‘팔공산 인봉 신선송’ 팔공산 인봉 바위에신이 씨앗을 뿌리고 다듬은천년의 숨결로 뿌리내린 신선송새해의 빛을 가장 먼저 품는구나. 비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고눈보라에 휩싸여도 잎을 잃지 않는바위틈새 깊이 내려진 뿌리는 세월을 뚫고하늘로 뻗은 두 팔은 내일의 태양을 부른다. 그 뿌리는 깊고, 심지는 강하여붉게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처럼꿋꿋하고 단아한 자태희망의 등불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2-05

비행기·갑질… 디지털 세상 속,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2025년 오늘. 사람들 대부분은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체감하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이 보편화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정보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얻고, 뉴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생산·소비된다. ‘여론이 모이는 공간’도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에 본지는 지난주와 이번 주엔 어떤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독자들이 한 주의 주요 뉴스를 보다 편하게 일별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계속되는 항공기 사고에 불안한 여행자들 지난 연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했다. 무려 179명의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통곡에 많은 국민의 함께 아파했다. ‘참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비극이었다. 사고 이후 관계 당국은 시신 수습과 장례 과정에서 향후 개선해야 할 사항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인터넷에선 제주항공기 추락 참사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들이 알려졌고,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 이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15분엔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여행자들 사이에선 “이젠 비행기 타기가 겁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한 것은 에어부산 항공기 사고에선 승객과 승무원 176명 모두가 불길이 커지기 전 비행기 밖으로 탈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의 원인이 보조배터리에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앞으로 비행기에 탈 땐 승객 개개인이 보조배터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전해졌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워싱턴DC에서도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해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엔 한국계 10대 2명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연말과 연초, 국내와 해외 가릴 것 없이 계속된 항공기 사고 소식에 여행을 준비해온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다 철저한 안전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젊은 기상캐스터의 죽음, 그 원인은? 지난해 9월 15일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새삼 인터넷 공간이 뜨겁게 한 지난주와 이번 주였다. 오씨 죽음의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지인들의 제보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생전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친구와 주고받은 고민 상담 형식의 SNS 메시지가 공개되며 사람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유족에게서 “짧지 않은 2년이란 기간 동안 괴롭힘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며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사람들의 비판이 오씨가 근무했던 MBC에게까지 미치자 최근 MBC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신뢰와 공정함이 우선돼야 하기에 조사위원장은 외부 인사인 법무법인 혜명의 채양희 변호사가 위촉됐다. 정인진 변호사와 MBC 내부 인사도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첫 번째 회의를 연다. “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것이며, 신속하게 조사를 마칠 것”이라는 MBC측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주목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의 발언 놓고 설왕설래 오가 지난 19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선관위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로 인해 파생된 논란이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인터넷 공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전씨는 “비상계엄과 탄핵의 원흉은 바로 선관위”라며 “부정선거에 관한 건 야당 국회의원도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 의원도 제기했으며 심지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만큼은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계엄까지 선포하게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전광훈 등 극우 진영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이라 비난과 지지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씨는 역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며 비판에 앞장섰고, 동료 강사들 중에서는 “자괴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왔다. “선생님을 존경했는데, 이젠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며 전한길 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탈퇴하는 제자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 전한길 강사는 여전히 연봉 60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씨의 견해에 동조하는 네티즌들 또한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온 전한길 강사가 자신과 다른 정치적 태도를 보인다고 돌을 던지는 건 온당치 않다”며 동조 의사를 나타내고 있기에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내수 진작? 일본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닌가 이번 설 연휴는 지난달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어느 때보다 길었다. 적지 않은 기업이 1월 마지막 금요일인 31일도 휴일로 정했고, 많은 직장인이 그날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최장 9일을 쉬기도 했다. 정부는 긴 연휴 동안 사람들이 국내에 머물며 소비를 함으로써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는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예측을 빗나갔다. 지난 연휴.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218만 명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은 물론, 지방의 공항들까지 북새통을 이뤘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걸 지켜보는 정부 당국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국내 여행지에서 사용되는 돈이나 해외에서 쓰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에서 머물다 오겠다”는 이들의 발걸음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옛날과 달리 명절 제사의 부담에서 벗어난 세대의 해외여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 경제일간지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여행의 인기는 이번 설 연휴에도 식을 줄 몰랐다.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27만6237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본을 여행한 12만2778명보다 크게 늘었다”며 “일본 좋은 일만 시켰다”고 보도했다. ▲가수 구준엽 아내 사망과 ‘입춘 추위’도 네티즌 관심사 1990년대 시원스런 댄스음악으로 사랑받았던 그룹 ‘클론’을 기억하는 중년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바로 그 클론의 멤버였던 구준엽은 역동적인 춤 동작과 시원스런 노래로 당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구준엽이 2021년 대만의 인기 배우인 서희원(쉬시위안)과 결혼하자 많은 이들이 놀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둘은 클론이 대만에서 활동하던 1998년에 만나 오랜 시간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재회해 사랑을 꽃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행복은 짧았다. 지난 3일 구준엽의 아내 서희원이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둘은 애틋했던 사랑과 길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반려자를 잃은 구씨의 슬픔은 겨울바람처럼 차가울 것 같다. 기자 역시 클론의 노래를 들으며 살아온 세대이기에 애도의 말을 전한다. ‘입춘 추위가 한겨울보다 매섭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주 내내 지속된다는 코끝 시린 시베리아 한파는 제법 긴 시간 이어질 듯하다. 급작스레 닥친 혹한에 네티즌들은 “정작 12월과 1월엔 맛보지 못한 매운 날씨가 봄을 목전에 두고 닥쳤다”며 두꺼운 외투 깃을 단단히 여미고 길을 걷는다. 그렇다. 세상사 모든 건 사람들의 예측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흔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04

“AI 기술과 창의적 학습 콘텐츠 차별화로 교육의 질 향상”

아이들이 효과적으로 미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맞춤형 피드백을 통해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학습 서비스가 오는 3월 출시된다. 최근 (주)아트팩토리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 아동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미술 교육 서비스 ‘디노빌리지’를 선보였다. 디노빌리지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수아동과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저학년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및 특수아동 교육의 한계와 교사 업무 부담 문제 현재 교육 환경에서는 초등학교와 특수아동 수업 진행 과정에서 교사가 부담해야 할 업무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 아동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일반 학생을 중심으로 설계된 도구와 방법론에 치중되어 있어서, 특수아동과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저학년 학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창의적 사고를 키울 기회 또한 제한되고 있다. 또한, 돌봄 교실의 교사들은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모두 직접 제작하거나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과 업무 부담이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AI 교육 콘텐츠 제공 디노빌리지는 AI 기술과 창의적 학습 콘텐츠의 차별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사와 부모의 교육 부담을 줄여줄 아이템으로 평가된다. 또한, 에듀테크 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개인화 학습 수요 증가에 발맞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학생의 학습 진행 상황 추적과 맞춤형 피드백으로 학습 효율 극대화 AI 교육 프로그램의 초등학교 적용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디노빌리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그림 생성, 화풍 변환, 학습 진행 상황 모니터링 등 다양한 교육 도구를 제공한다. 이러한 도구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미술 활동을 하면서 AI와 협업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직관적인 UI/UX 설계와 실시간 피드백 기능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최적화된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학습의 진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사에게도 유용한 도구가 된다.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잘 통합될 수 있다. 특히, 디노빌리지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교육 도구를 제공하며, 디지털 시대의 핵심 역량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학습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개별 학생의 학습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율을 극대화한다. △국내 초등학교, AI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 도입 서울 강동구 초등학교에서는 AI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창의적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AI 기반의 창의적 콘텐츠 생성 도구를 제공해 학생들이 AI와 협력해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AI 기반 미술 교육 플랫폼 디노빌리지, 사용자 테스트 준비 완료 디노빌리지는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완료했으며, 핵심 기능들이 구현돼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주요 기능으로는 그림 생성, 색칠 도안 생성, 화풍 변경, 교사-학생 간 실시간 학습 확인 기능 등이 있다. 차별화된 특징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인간공학적으로 설계된 UI/UX가 있다. 또한, 교사용 편의 기능을 통해 학습 내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디노빌리지는 B2G(정부 및 교육 기관)를 주 타깃으로 설정하며, 향후 B2C(일반인 및 개인 사용자)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초등 저학년과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미술 교육 서비스는 1000억 원의 타깃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의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학습 도구와 직관적 UI·UX로 교육 혁신 디노빌리지는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교육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감정, 동작, 화풍 등을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학습 도구를 제공하며, 초등 저학년과 특수아동을 위한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설계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한다. 또한, AI 기술과 교육 콘텐츠를 결합해 그림 생성, 색칠 도안, 화풍 변환 등의 혁신적 기능을 구현하며, 교사가 학생의 학습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학습 시나리오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하는 것도 큰 차별화 포인트다. 디노빌리지는 B2G 계약 추진을 넘어 지역 외 수요를 겨냥해 홈스쿨링 가정과 사교육 시장으로 확장하고, 초등 고학년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콘텐츠로 시장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MOU 체결 계획으로는 교육청과의 창의적 미술 교육 지원, 지자체와의 특수아동 교육 지원 및 지역 행사 공동 기획, 대학 및 연구소와의 AI 교육 기술 공동 개발을 포함하고 있다. 기술 보호를 위해 현재 출원된 특허 2건 외 추가 특허 출원을 계획하며, ‘AI 기반 맞춤형 그림 생성 방법’과 ‘화풍 변경 알고리즘 학습 도구’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강화하고 있다. 오미라 (주)아트팩토리 대표 △사용자 피드백 기반 교육 효과 극대화 및 추가 특허로 기술 경쟁력 강화 디노빌리지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미술 교육 서비스로서,‘저비용, 고효율’을 핵심 가치로 삼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초등학교와 특수 학교를 타깃으로, 나아가 홈스쿨링 가정과 사교육 시장을 대상으로 월 구독 서비스와 추가 콘텐츠 판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지역 연계 행사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기술 개발과 콘텐츠 고도화를 위해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개선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동시에 추가 특허를 출원하고, 사용자 데이터 암호화 및 DRM 기술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음악 및 영어 등 타 교과목과의 융합 프로그램과 3D 프린터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을 통해 교육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한다. 마케팅과 글로벌 확장 전략으로는 워크숍, 데모데이, 교육 박람회 참여 및 디지털 홍보를 통해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공교육 및 사교육 시장을 목표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마련해 해외 교육 프로그램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오미라 아트팩토리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는 디노 빌리지의 성공적 출시와 함께 신제품 홍보 프로모션 진행, 초등학교 납품, 지자체 장애인 센터 보급, 크라우드 펀딩, 고객 관리용 홈페이지 제작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화풍 변환 작가를 20개로 늘리고, 도안 생성 AI를 5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2

특정 소재·중간재에 편중된 산업구조, 외부충격 방어에 한계

△보호무역 강화는 예견된 위기 1월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포항 지역경제의 중심인 철강 금속산업은 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던 2017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포항경제는 어떻게 될까? 지금이라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제2의 트럼프가 10년, 20년 뒤에 나타나도 여전히 비슷한 위기를 만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이 무서운 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어느 대통령이나,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자국에 도움이 되는 즉 ‘국익’에 기반하는 국가정책의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 데 있다. 지금 포항경제가 어려워진 첫 시발점을 8년 전으로 보는 논거가 여기에 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까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도내 어느 지역의 산업, 기업이라도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무후무한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포항경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포항 내부에 잠재된 문제에서 온 것이다. △해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그러면 포항경제는 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자체적인 순환형 경제 메커니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포항지역 경제산업구조에 있다. 지금  포항 경제의 주축은 철강과 이차전지다.  그런데 모두 기초소재-중간재-자본재-최종소비재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고 특정 소재나 중간재에만 편중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포항경제가 큰 위기에도 견딜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약점 때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가끔 시민들이 과거 IMF 때도 경기가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곳은 최종소비재 산업이다 보니 포항경제의 약점이 때론 약이 되어 주곤 했다.  하지만 외부 충격을 이 약점이 커버해 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한 듯하다.   2023년 포항시 수출액 1위는 이차전지(배터리 양극재)로 34억6천8백만 달러였고, 2위는 열연강판(스테인리스강) 7억2천7백만 달러, 3위는 후판(인장강도 490MPa 이상) 6억4천5백만 달러였다. 수출 2위, 3위를 합쳐도 이차전지 수출액의 39.6%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포항경제의 수출은 철강이 아닌 이차전지가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이차전지 수출액이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포항시 전체 수출 실적은 감소 추세다. 2024년 11월까지 포항시 월평균 수출액은 2017년 8억3천8백만 달러보다 7.9% 감소한 7억7천1백만 달러에 그쳤다. 월평균 수입액은 동 5억3천4백만 달러에서 무려 46.1% 늘어난 7억 8천1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표1 참조) 당연히 흑자였던 포항의 무역수지도 2023년 이후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는 물류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항항의 수출입 물동량을 보면 수출량(월평균)은 2017년 0.67백만 톤(R/T)에서 2024년 0.48백만 톤으로 28.05%가 줄었고, 수입량(동)도 동 3.64백만 톤에서 2.92백만 톤으로 19.75%가 줄었다. 물류업체(화물용 트럭 포함) 실적도 감소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소가 일본과 중국의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철강 금속 부문 국제무역에서 1992년 소비재, 자본재만 일본에 우위였던 중국이 2022년에는 소재·원재료와 중간재 일부를 뺀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모두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포항의 철강업계가 일본과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문제는 일본이 앞서는 소재·원재료는 수출이 거의 없고 중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중간재가 주력이라는 점이다. 실제 2022년 포항시 수출입 가공단계별 구성(표2 참조)은 수출의 98.1%가 중간재다. 수입은 1차산품이 55.2%, 중간재가 41.8%로 합 97.0%에 이른다.  그동안 포항 철강 부문의 수출이 감속한 원인이 고부가가치의 유일무이한, 압도적인 품질경쟁력을 지닌 제품의 부재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근본적 대책을  결론적으로 포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체의 최대 문제는 ‘가격경쟁력’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후진국일 때는 저임금을 무기로, 중진국일 때는 로봇 도입, 공정 개선 등 효율성 향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선진국인 현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혁신을 통해서만 성장 가능한 체질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고가 김진홍 경제에디터 라도 사는 유일무이한 제품과 기술, ‘품질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갖추지 못하는 한 여전히 위기가 오면 환율, 금리, 인건비와 같은 ‘가격’에 치중한 임시대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지난해 영일만 산단에 착공한 중국 CNGR그룹과 포스코그룹이 합작한 이차전지 소재 공장은 그 의미와 가치와 매우 크다. 그나마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중국 시장을 향한 교두보 역할을 이 공장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포항지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최소한 올해만이라도 지역 산업은 연구개발과 품질향상에 노력하고, 지자체는 지역기업을 적극 지원하며, 시민들은 지역 농수산물을 우선 소비하고, 시·도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은 전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지 않는 판단으로 지역 경제주체 모두가 일치단결하였으면 한다. /경제에디터

2025-02-02

레퍼 슬리피, 칠곡 할매 래퍼들의 양손자 되다…‘수니와 칠공주’위해 의리의 재능기부

래퍼 슬리피가 칠곡군의 할매 힙합 그룹 ‘수니와칠공주’를 위해 ‘양손자 인연’을 맺으며 재능 기부에 나섰다. 칠곡군은 지역 공동 농산물 브랜드 ‘건강담은 칠곡할매’를 홍보를 위해 수니와 칠공주와 함께 뮤직비디오와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을 제작했다. 이를 알게 된 슬리피는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고, 직접 녹음실을 찾아 할머니들과 함께 랩을 녹음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오는 20일 공개 예정인 ‘건강담은 칠곡할매 뮤직비디오’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됐다. 슬리피는 특유의 재치와 친근함으로 할머니들과 찰떡 호흡을 맞추며 촬영에 임했다. 영상 초반에는 할머니들이 힙합 비트에 맞춰 등장하고 슬리피가 직접 랩을 선보인다. 중반부에서는 할머니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퍼포먼스를 펼치고, 슬리피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건강담은 칠곡할매 브랜드를 강조하는 메시지와 함께 슬리피와 할머니들이 함께 마지막 포즈를 취하며 마무리한다. □ 힙합 선생님에서 양손자로 슬리피와 수니와칠공주의 인연은 202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송을 통해 처음 만난 그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랩을 가르치며 힙합 선생님이 됐다. 할머니들은 전쟁과 가난, 배움의 한을 랩으로 풀어냈고, 이를 들은 슬리피는 감동을 받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는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양손자로서 이들과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수니와칠공주의 공식 홍보대사가 된 그는 할머니들의 음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수니와칠공주의 데뷔 1주년을 축하하는 영상을 보냈으며, 지난해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조화를 보내고 추모의 글을 남기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슬리피는 “할머니들과 함께할 때마다 제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며 “이제는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양손자로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 양손자의 응원 속 쇼미더 할머니 우승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11월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다른 할매 래퍼 그룹과의 랩 배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평균 연령 85세의 할머니들은 직접 만든 가사와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무대를 지켜보던 슬리피는 무대 뒤에서도 계속 할머니들을 격려하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칠곡군 관계자는 “슬리피가 할머니들을 챙기는 모습에서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정말 손자 같은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그의 응원이 할머니들에게도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 할머니들의 양손자 사랑 슬리피가 유산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3월 첫아이를 얻자, 수니와칠공주의 할머니들은 마치 친손자의 경사를 맞이한 것처럼 기뻐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수니와칠공주의 리더 박점순 할머니는“우리 슬리피가 이제 아빠가 됐다니 정말 기쁘다”며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슬리피도 아내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다른 멤버들도 “우리 양손자가 아빠가 됐으니 이제 우리는 증조할매가 된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 김재욱 칠곡군수 지원 약속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번 뮤직비디오 제작과 관련해 “수니와칠공주는 음악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하는 특별한 팀”이라며 “특히 슬리피 씨가 따뜻한 마음으로 할머니들을 챙기고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덕분에 칠곡의 어르신들과 농산물 공동 브랜드 건강담은 칠곡할매가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이어 “앞으로도 할머니들이 무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이들이 보여주는 도전과 열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힙합으로 세대 간의 벽을 허물다 수니와칠공주는 7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힙합 그룹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가사에 담아내며, 전쟁과 가난, 배움의 한을 솔직하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힙합이 낯설었지만, 꾸준한 연습과 노력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서 랩을 선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동년배들에게는 늦게라도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수니와칠공주는 각종 지역 행사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노년층의 문화 활동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02-02

대경선 시승기-61.9㎞ 50분 대에 주파, 대구·경북 한 라인으로 연결 실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앞서 대경선(大慶線)이 먼저 뚫렸네요. 열차가 길을 텄으니 이제 지역 주민들도 한뜻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어수선한 정국, 정치 상황이 문제입니다.” 설 명절로 들뜬 27일 경산역 대합실. TV에서는 대통령 구속과 향후 전망을 알리는 패널들의 목소리가 역 구내를 울리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토론소리를 뒤로 하고 대경선 열차 시승에 나섰다. 대경선이 개통된 지 벌써 40여 일, 최근 1일 평균 이용객이 2만8000명을 기록했다. 당초 예측했던 수요에 접근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기착지 경산을 출발해 종점인 구미까지 대경선 61.9㎞ 전 구간을 돌아보았다. □ 난방시설, 공기청정기 완비 승차감도 쾌적 시승을 위해 대구에서 도시철도-시내버스 환승을 거듭하며 경산역에 도착했다, 여행자의 거친 호흡이 가라앉기도 전에 열차는 첫 정거장인 동대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제일 먼저 객실 내 인테리어, 시설들이 하나 둘씩 시야에 들어왔다. 도시철도와 달리 의자는 플라스틱 재질이었고 열선이 깔려 따뜻했다. 공기청정기와 난방시설도 잘 가동돼 실내는 쾌적했다. 외곽지를 오가는 광역열차라서 승차감이 다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했다. 1435㎜의 안정된 궤간(軌間)과 도시철도 급의 구동음(AC 2.5kV, 60Hz) 덕이었다. 연휴 기간이라서인지 경산을 출발할 때부터 승객은 만원이었다. 열차는 대구 3호선보다 작은 2량이었고, 양 끝 실내가 한눈에 관찰되었다. 경산에서 구미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한 직장인은 “무궁화호가 하루 32회 만 운행해 불편했는데 이제 (대경선이) 하루 100회 이상 운행돼 출퇴근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경선은 출퇴근 직장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대폭 줄여 주었다. 한 시민은 “구미에서 경산까지 가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기름값이 하루 1만 원은 나온다”며 “여기에 주차료까지 더해 월 30만 원 가까이 지출했지만 이젠 하루 왕복 5600원에 월10만 원이면 교통비가 다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 동대구역서 경산지역 대학생들 환승 열차는 정확히 10분 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동대구역에서는 도시철도 1호선과 연결된다. 경일대, 호산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여기서 환승해 안심을 거쳐 부호-하양까지 간다. 열차는 바로 도심 구간을 지나 대구역에 도착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저마다 일정과 약속을 위해 하차를 서두르고 있었다. 대구교대 앞에서 친구들과 약속 모임을 잡았다는 한 대학생은 “옛날에는 시내 약속을 잡으면 한두 시간 전부터 서둘러야 했지만 이젠 대경선만 타면 15분 만에 도심에 도착하고 또 도시철도 환승이 가능해 비용 면에서도 훨씬 절감된다”고 말했다. 열차는 12시 4분에 서대구역에 도착했다. KTX, SRT 승객들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속철도 승객들은 동대구역에서 대부분 내렸는지 하차 승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열차는 7개 구간 중 가장 장거리인 서대구~왜관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이 구간은 무려 23.3㎞로 도시철도 3호선 전체 구간과 비슷한 거리지만, 최고 시속 100㎞로 달리는 덕에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16분 소요) 올해 말에는 이 구간에 ‘북삼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칠곡산업단지가 바로 옆에 있어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이웃한 약목면 주민들도 ‘약목역’을 설치해달라는 주민 궐기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 대구·경북이 한 라인으로 연결 실감 열차는 사곡역에 잠시 멈춰 섰다가 이내 종점인 구미역을 향해 달렸다. 차창 너머로 눈에 덮인 금오산과 철새 떼가 노니는 낙동강이 눈에 들어왔다. 종점에 이를 때까지 전 구간에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도심 구간은 입석 손님들도 상당수 있었다. 설빔 차림으로 하차를 준비하던 한 주부는 “한파주의보에 대설주의보까지 겹쳐 차를 두고 대경선을 이용해 구미 시댁으로 가게 되었는데 열차가 너무 쾌적하고 시간도 빨라 명절 연휴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구미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8분으로 전체 시간은 1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기사나 블로그 등에서 ‘40분 대에 주파한다’는 내용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 몇 번 서행한 적이 있어 그 시간이 오버 타임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구미역에 내린 김에 식사를 위해 300여m 거리에 있는 구미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명절 특수로 발 디딜 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구미시는 대경선 개통을 구미 상업, 유통 발전으로 연결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에 나섰다. 시는 구미역과 문화로 일대 유동인구,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가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 대구·경북 광역 전철망 조성 희망 다시 구미역으로 돌아와 귀갓길에 오른다. 대경선 구미 플랫폼엔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출발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끝나고 입실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열차는 만석이 되었고, 기자가 대구역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빈자리가 생기지 않았다. 경산-대구-칠곡-구미가 한 라인으로 연결되면서 대구·경북 간 심리적 거리가 한껏 가까워졌음을 실감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현실화 한다면 바로 이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구시 환경운동연합의 최진문 운영위원장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생기면 그에 맞춰 시민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공간적 분업이 활성화 된다”며 “향후 대구·경북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전철망이 빨리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1-30

“장르별로 골라봐요!” 가족과 함께 떠나는 OTT 여행

오징어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돌아온 ‘오징어게임’… 생존게임 속으로 K-드라마의 간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시즌 2로 돌아왔다. 3년 3개월 만이다. 오징어게임 2의 줄거리가 전개되는 시점은 지난 오징어게임이 끝나고 2년이 흐른 뒤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그렸다. ‘기훈’은 대학살이 일어나는 게임을 멈추고, 게임을 만든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도전한다. 하지만 계획은 좀처럼 쉽지 않다. 게임이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반으로 나뉜다. 게임을 계속해서 돈을 쌓으려는 자 게임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자가 팽팽하게 맞서게 된다. 세상을 떠난 주최자 오일남을 대신해 ‘프론트맨’이 ‘영일’로 위장해 기훈의 옆에 찰싹 붙어 한 팀으로 임한다. 그는 ‘기훈’과 같은 편인 척을 하며 ‘더는 죽는 사람이 없도록 게임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기훈’의 믿음을 몰래 비웃으며 게임에 참여한다. ‘기훈’은 잔혹한 게임을 위해 끝내기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며 게임 주최자를 찾는데, 과연 이 쿠데타는 성공할까?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공유,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양동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공개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던 탑(본명 최승현)의 출연은 그가 이번 시즌 악당 캐릭터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시즌2에서 탑이 맡은 캐릭터는 ‘타노스’로, 한물 간 랩퍼 역할이다. 극 중 ‘타노스’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준우승자 출신이지만, 유튜버 ‘진기명기’로 활동한 명기(임시완 분)의 방송을 보고 코인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진 인물로 설정됐다. 이 밖에도 성전환 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 분), 도박 빚에 허덕이는 ‘용식’(양동근 분), 남자친구였던 명기를 믿었다 거액을 잃은 임산부 ‘준희’(조유리 분),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박규영 분) 등 여러 인물이 얽힌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번 설 연휴엔 바빠서 놓친 오징어게임 시리즈 방구석 정주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트리거’로 답답한 현실의 시름 잊어보자 “우린 목숨을 걸고 그 안에 들어가서 증거를 찍어야 해. 그래야 나쁜 짓을 멈추니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지난 15일 공개된 총12부작 범죄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다. 꽃 같은 세상, 검찰·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 사고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탐사프로그램 ‘트리거’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트리거’를 진행하는 MC이자 PD, 오늘만 사는 팀장 오소룡 역의 김혜수를 중심으로, 사회성 제로 중고 신입 PD 한도 역의 정성일, 열정 가득한 조연출 강기호 역의 주종혁 등이 출연한다. 오소룡(김혜수 분)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 PD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데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나쁜 놈들의 잘못을 까발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재 현장을 누빈다. 장전된 총구 앞에서 “쏴보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낙하산을 타고 출입이 막힌 지역에 잠입하기도 한다. ‘트리거’팀의 신입 한도(정성일 분)는 사회성 제로인 명문대 출신 낙하산 PD로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강기호(주종혁 분)는 3년 차 조연출로 오소룡 팀장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청년이다. 드라마는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모인 ‘트리거’팀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고 빌런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펼쳐낸다. 탐사보도 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사이비 종교, 동물 학대, 스토킹 범죄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사회이슈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루지만 이를 무겁게만 끌고 가진 않는다. ‘트리거’는 경찰이나 법조인도 아닌 ‘언론인’의 시선으로 흉악 범죄를 조명하면서 신선함을 부여한다. 현실에서 은폐된 진실과 부조리를 폭로하고 악인을 응징하는 에피소드가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설 연휴 동안 답답한 현실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드라마를 찾는다면‘트리거’를 추천한다. 퍼펙트 데이즈 /넷플릭스 제공 ‘퍼펙트 데이즈’를 통해 위안을 찾기를… 이른 새벽 동네 주민의 빗질소리가 들리면 혼곤한 눈을 뜨며 아침을 시작한다. 이불을 개고 이를 닦고 집앞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빼낸 후 차에 탄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화장실) 청소부 인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기쁨을 잃지 않는다. 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길 우뚝 솟은 스카이트리 타워가 보이면 카세트 테이프를 꽂는다. 그가 주로 듣는 노래는 루 리드의 ‘원더플 데이즈’ 애니멀즈의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 같은 1960~1970년대 올드 팝이다. 그는 사소한 일상이 모두 소중하다. 이른 새벽 가슴 깊숙이 들어마시는 공기, 출근 직전 마시는 캔 커피, 출근 길 자동차안에서 듣는 올드 팝,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코모레비),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 단골가게에서 즐기는 사와(일본 소주와 탄산수를 섞어 만든 술), 잠들기 직전 읽는 문고판 책 까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삶은 소중하다. 어떤 이는 거창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다. 남의 삶을 보며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대단히 지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동안 한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자는 관객이 여러 명 있었다.) 똑같은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같은 화장실을 매일 청소한다. 반복과 반복.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때로 예기치 않게 단조로운 일상을 깨뜨리는 일들도 생긴다. 청소업체 동료인 다카시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거나, 조카 니코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오래동안 보지 못한 동생과 재회하기도 한다. 마음속에 연모를 품었던 단골 가게 주인의 전남편과 의도치 않게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돌발적인 일들이 그이 일상을 깨뜨리지 않는다. 언제나 처럼 그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아침을 맞고 청소를 하고 사와 한잔을 한뒤 문고판 책을 읽으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삶이 불안하거나 일상이 불만족스럽다면 이 영화속에서 위안을 찾기를 권한다. 트렁크. /넷플릭스 제공 ‘트렁크’ 인간 본연의 감정 심도 있게 탐구 “밀당 좋아해요? 난 당신 안 꼬셔요. 그러니까 당신도 내 앞에서 편해져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2024년 11월 29일 공개된 8부작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서현진과 공유가 주연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며, 방영 이후에도 신선한 소재와 몰입감 높은 전개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트렁크’는 호숫가에서 발견된 의문의 트렁크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트렁크에 얽힌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중심에 놓인 두 남녀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노인지(서현진 분)는 사랑을 믿지 않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의 차장이다. 그녀는 철저히 현실적이고 냉철한 인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완벽한 결혼을 설계하는 것이 직업이다. 한정원(공유 분)은 과거의 아픔에 갇혀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다. 그가 선택한 계약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만나게 되지만 트렁크를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노인지와 한정원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으로 시작됐으나 한정원의 전 부인 이서연(정윤하 분)의 등장과 NM 대표 이선(엄지원 분)의 숨겨진 의도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이선의 역할은 단순한 매칭 회사를 넘어선 NM의 비밀스러운 시스템을 암시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서현진과 공유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서현진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노인지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으며, 공유는 한정원의 고독과 내면적 갈등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풀어냈다. ‘트렁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외로움, 욕망, 구원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트렁크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인간의 숨겨진 진심과 상처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외로움과 구원을 성찰하며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또 하나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 연휴 색다른 감성과 여운을 남길 드라마를 찾는다면 ‘트렁크’를 놓치지 말자. /최병일·이시라·단정민·김보규기자

2025-01-23

한 줄 한 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많은 이가 작금을 낭독의 시대라 한다. 혼자 묵독하던 책을 여러 사람과 어울려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낭독 모임도 곳곳에 생겼고, 독서회 중에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한 사람이 책을 읽어주고, 그것을 들으며 뜨개질을, 어떤 팀은 컬러링북에 색칠을, 또는 만다라를 그리는 모임도 있다고 한다. 다양하게 낭독을 공유한다. 이번 설에 부모님께 시를 들려드리고, 조카들은 색칠하며 연휴를 꾸며도 좋겠다. 낭독하기에 좋은 책 몇 권을 골라보았다. ◇ 한강 작가 읽기 2024년이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들리자 출판사와 서점은 마비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책 주문이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주문한 친지들이 입 모아 묻는 말은 비슷했다. 책이 어려워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재미있게 즐기는 좋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대부분 독자가 완전하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이럴 때 낭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독서 모임도 정해진 목록이 있어서 어쩌나 하다가, 다른 날을 잡아 만나 그 자리에서 나눠 읽었다. 한강은 시, 수필,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펴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권양우 낭독사랑방에서 20여 명의 동인이 나눠 완독했다. 3시간이 걸렸다. 시의 느낌을 나누고, 노벨상 수상작에 한강이라는 이름이 불리던 날의 감동도 나눴다.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뻤다고 했다. 어떤 이는 한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노벨상에 문학상이 존재한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고도 했다. 얼마 후 독서회 회원들과 아침 8시에 만나 오후 1시까지 ‘소년이 온다’를 읽었더니, 반을 남기고 다른 날을 하루 더 정해, 마저 읽었다. 다음 달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 번에 나눠 읽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경하는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로 등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새’와 ‘눈’은 공통점이 많다는 것도 같이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혼자 묵독할 때보다 만나서 낭독하니,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와 앉았다. 회원이 읽는 것을 들을 때 문장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고, 아무 때고 이해가 안 될 때 멈추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니 도가 터지듯 그렇구나 하고 끄덕였다. 함께 읽는 것이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다 같이 공감했다. 세 번째 책으로 ‘희랍어 시간’을 2월에 낭독하기로 정했다. ◇ ‘어린 왕자’ 사투리 버전 읽기 ‘어린 왕자’는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150개가 넘는 언어로 출판했는데 포항 사투리 버전 ‘애린 왕자’가 125번이고, 전라도 사투리는 154번째로 세상에 등장했다. 제주도 사투리도 있으니 골라 읽어도 좋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과 함께 ‘애린 왕자’를 읽고 줌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자 했더니, 고향이 안동이지만 30년 이상 서울 언저리에 살다 보니 글로 된 경상도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포항에 사는 철학의 위안 독서 팀에게 한 단락씩 나눠 녹음해서 공유하자고 했다. 핸드폰의 기능이 다양해져서 영상 찍기뿐만 아니라 목소리만 녹음해서 파일로 공유하니 카세트테이프도 필요 없었다. 부산 출신 현미씨의 목소리, 경기도가 고향인 정희씨의 서울 억양의 사투리, 포항에서 나고 자란 진아씨의 진정한 포항 사투리까지 더해지니 애린 왕자가 살아 움직였다. 여수가 고향인 하원씨에게 전라도 사투리 ‘에린 왕자’를 녹음해 달라고 해서 들었다. 구수한 남도의 사투리가 경상도 사람이 읽어서 낼 수 없는 뉘앙스까지 담아내니 절묘했다. 책을 귀로 읽으니 그 맛이 남달랐다. 함께 들으며 웃고 즐겼다. 독서 모임의 의미가 확장되었다. ◇ ‘즐거운 소음’(두 사람을 위한 시) 1989년 뉴베리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어린이 글에 주는 상이다. 오래전에 상을 받은 작품이 2024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곤충들의 일생이 그려진 문장들, 세밀화로 그려진 곤충들이 시와 함께 살아 움직인다. 책의 부제처럼 이 책은 둘이 함께 읽어야 한다. 그래야 운율이 살아난다. 마치 이중창처럼. 시는 악보처럼 한 사람의 목소리 부분, 둘이 함께 이중 화음으로 나눠 놨다. 같은 줄에 있는 구절은 내용이 달라도 같이 읽고 공간이 비어있는 사람은 쉬면 된다. 같이 읽다 따로 읽다 보면 저절로 시가 노래가 된다. 마치 듀엣처럼. 이 책이야말로 묵독하면 재미가 없다. 소리 내어 읽어야 그 맛이 산다. 미국에서 읽기 체험 교과서로 불린다. 다른 곤충들에게 물 위에 뜨는 법을 알려주는 소금쟁이, 하루살이, 메뚜기, 반딧불이, 각자 곤충들의 삶이 시로 적혔고 함께 읽으면 곤충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교실이 풀밭이 되고, 숲이 된다. 이 책을 듣게 된 것은 라디오에서다. 지난봄 당일치기 여행을 하려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니 자동으로 라디오가 들렸다. ‘라디오 북클럽’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림책 한 권과 즐거운 소음을 함께 읽어주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방송이라니 반가워서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일요일만 하는 방송이었다. 듣는 이가 적은 새벽 6시, 그것도 모자라 다들 간만에 늦잠을 즐기는 일요일 새벽 하루 방송이라니, 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지 말해주는 시간대요 방송편성이었다. 다시 듣기로 몇 편을 찾아 들으니 좋은 책이 많았다. 메모해 두었다가 주문한 책이 몇 권이나 된다. 그중에 즐거운 소음은 북클럽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책이었다. 감사한 방송이다. 긴 연휴 동안 부부가 함께,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와 목소리를 맞춰보면 색다른 추억이 만들어질 소중한 책이다. /김순희 수필가

2025-01-23

망망대해에 우뚝 울릉도 새하얀 지상낙원

□ 출항, 큰 바다를 건너는 일 며칠 연이어 결항에 결항이 거듭되었다. 건너가는 일은 계획하는 것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해상 날씨와 선사 사정을 살폈다. 초조하기 때문이다. 출항이 결정되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겨울 바다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때는 숱하게 겪었던,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음에도 불안한 마음은 먼저 엄습했다. 배에 오르고 선체가 움직이고, 육지의 불빛이 점점 멀어져 까마득해져서야 비로소 ‘출항’은 기적처럼 반가웁게 현실로 다가온다. 밤새 요동치는 바다 위에서 흔들린다. 오늘만큼은 바다 위에서 한없이 흔들리고 흔들려도 좋으리. 내 육신 저 밑바닥까지 다 게우고 게워도 좋으리. 갈망하고 꿈꾸던 망망대해의 그 땅에 발 딛고 서는 순간이 온다면야 이 몸 녹초가 되어도 괜찮으리. 사위는 온통 짙은 어둠이다. 사방 천지 빛이라고는 없고 오직 바다를 가르는 이 한 척의 배뿐이다. 칠흑의 바다를 건너는 일은 어쩌면 극도의 불안 속에 시작되는 고난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검은 바다를 가르며 미궁의 세계로 달려가는 배의 갑판에 서서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향방을 가늠할 혜안이 없으므로 그저 어서 빨리 목적한 땅에 당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객실에 누웠어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뒤척이는 동안 수천, 수만의 시간이 흐르는 듯 지루하다. 삶에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흐른 적도 없었을 것이다. 배는 도착 예정 시각을 40여 분이나 넘겨서야 하선 안내 방송을 했다. □ 낯설지 않은 울릉도의 바람 아침 7시 40여 분, 울릉도는 아직 잠 깨지 않았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여명이 밝아오려는 지 바다 위가 붉게 물들고 있다. 날개를 펼치고 한껏 비상하는 갈매기 날갯짓이 제법 여유롭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산골짜기를 훑고 내려온 바람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 멀지 않은 한때 나는 이 섬에서 먹고 잤다. 그러니 이 바람들이 낯설지 않다. 어떤 해로움도 거치지 않고 오직 태초의 바람처럼 맑고 선명한 바람이다. 망망대해의, 깊은 골짜기의 영혼이 가장 선명하고 가벼운 몸짓으로 일어선 게 울릉도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여객선이 당도한 사동항을 빠져나와 도동으로 넘어가려는데 붉은 기운이 시선을 잡는다. 몽돌밭이 있는 사동리 물양장에 내려서서 동쪽을 향해 선다. 세상 구석진 곳까지 찾아 들어 밝히고 밝힐 해를 향해 나도 한없이 밝아지고 있었다. □ 반갑다, 금징어야, 울릉도 오징어야 저동항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다. 무슨 일일까? 지나치려다 급히 차를 세운다. 느릿하게 걷던 걸음이 빨라진다. 섬을 떠난 후 그간 몇 차례 울릉도에 왔었지만,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어판장은 적막하기만 했다. 울릉도를 대표했던 오징어잡이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가장 먼저 어판장의 역할이 줄었다. 1∼3월, 겨울에 활발하게 잡혔던 오징어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밤이면 수십 개의 집어(集魚)등을 달고 오징어 떼가 형성된 어군(魚群)을 찾아 나서던 채낚기 어선들의 불빛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울릉도의 오징어잡이 100년 역사가 점점 막을 내리게 될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일던 차였다. 오징어가 들어왔다. 울릉도 사람들마저 오징어가 왔다며 얼굴에 화색을 띤다. 적은 양이지만 어판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배에서 내린 오징어를 어판장 바닥에 쏟자 오징어가 배를 볼록하게 부풀린다. 놀라긴 놀란 모양이다. 열 개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다 못해 배배 꼬이는 모습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살아 있어 더욱 붉은 빛을 띠고, 때로는 붉다 못해 금빛을 띠거나 투명하기까지 하여 먹물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오징어 왕국을 막 떠나온 호기심 많은 종족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활기차다. 너른 바다를 쏘다니다 막다른 곳에서 마주하게 된 인간세계의 경험이 다소 불쾌하다는 듯 물을 뿜거나 “빼액~”하고 거친 소리까지 낸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듯하다. 살아있는 오징어를 보는 일, 그 오징어를 사이에 두고 경매가 붙는 일, 이 모든 게 울릉도의 삶 아니겠는가. 7~8년 전까지만 해도 오징어잡이를 직접 나갔다는 어른이 오징어잡이와 경매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신다. 어판장에서 마주한 지역민의 친절에 객의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경매가 시작된다. 밤새 오징어를 낚은 선주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뿐, 어떠한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경매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 매수인이 어떤 손짓을 한다. 매수인이 많을 때는 곳곳에서 손짓이 이어지고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흥정은 더욱 치열해진다. 높게 금이 쳐지면 그제야 선주의 얼굴에 화색이 오른다. 오늘은 물량이 많지 않아 금방 끝이 난다. 싱겁다. 그러나 오랜만에 어판장에 들어온 오징어에 비록 적은 양이지만 모두의 표정이 밝고 힘차다. 경매가 끝나자 ‘할복(割腹)’이 시작된다. ‘할복’은 일본 사무라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육체적 고통을 이겨 낸다는 의지의 표현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울릉도에서는 단순히 배를 가른다는 의미로만 생각하면 된다. 오징어 할복은 울릉도에서도 볼만한 구경거리다. 오징어잡이와 경매가 남성들의 몫이라면 할복은 여성들의 몫이다. 한 마리 할복하는데 50원이란다. 겨우 50원이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종일 한다면 돈이 되는 기술 중의 기술이다. 몇 년 하셨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 철 들고부터 했으니 한 40~50년 했나?” 평생 할복하여 자식들을 키워냈고 지금껏 굶주리지 않고 살아왔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을 쏟아 놓는다. 그도 그럴 게 전문적인 도구나 연장은 없다. 각자의 손에 맞게 개조한 칼이 전부고, 그 칼도 닳고 닳아 볼품없다. 칼이 손바닥 안에 쏘옥 숨겨질 정도인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오징어를 가르고 가르기를 반복했을까. 숙달된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장인(匠人)의 품격이 절로 느껴진다. “어? 낯이 익은데….” 경매를 막 마친 매수인이 몇 안 되는 사람들 틈에 서 있는 객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더니 객을 불러 막 할복한 오징어 두 마리를 건넨다. 이렇게 값이 치솟는 중에 아는 이를 외면하지 않고 챙기는 울릉도 사람들만의 친절함인 게다. □ 새하얀 눈의 나라, 나리분지(羅里盆地) 종일 날씨가 얄궂다. 빗발과 눈발이 번갈아 내리고 개이기를 반복한다. 저동과 도동 날씨가 이러하면 북면은 분명 사나울 것이며, 나리분지엔 폭설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북면으로 향하는 내내 눈 내리는 나리분지의 비경을 떠올린다. 북면 바다엔 높은 파도가 바다를 뒤집고 뒤집는다. 바람은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눈발은 정처 없이 떠돈다. 천부에서 본천부, 홍문동을 지나 급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자동차 바퀴가 헛돈다. 1882년(고종19) 울릉도를 살피기 위해 파견 온 검찰사 이규원이 기록한 ‘울릉도검찰 계초본’에는 나리동으로 가는 길을 기록해 놓았다. “천년포를 지나 왜선창에서… (중략) … 점차 전진하여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니 큰 고개 다섯을 넘었는데 고갯길이 가팔라 올라갈 때는 거의 이마가 닿고 내려올 때는 뒷머리가 닿았다. 가장 아래쪽의 고개가 홍문가인데 이를 넘어 들어가면 이 섬의 중심인 나리동이다.” 길이 가파르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으나 막상 얼어붙은 길을 만나 아찔한 상황에 놓이고 나니 놀라고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까스로 위험한 구간을 지나 나리분지 평탄한 곳으로 접어드니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박시윤 수필가 나리분지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면서 생긴 화구원이다. 가파르게 우뚝 솟은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원이기도 하다. 둘러보면 봉오리 봉오리가 연꽃처럼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남쪽의 성인봉(聖人峰, 984m)으로 나리분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리분지 남쪽에는 작은 봉오리가 하나 더 있다. 화산이 크게 터진 후 다시 작은 화산이 터지면서 생긴 것으로 알봉(卵峰, 611m)이라 부른다. 나리분지는 온통 새하얀 세상이다. 아이젠과 방한용품을 챙겨 눈 속으로 걸어간다. 허벅지까지 깊숙이 쌓인 눈을 헤치며 걷는데, 어느 틈에서 요정이 나와 저들만의 세상으로 인도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눈 돌리는 곳마다 하늘을 우러러 곧게 뻗은 나무뿐이고, 나무마다 포슬포슬하게 쌓인 눈은 세상 무슨 티끌도 섞이지 않은 가장 깨끗한 자연 그대로인 것만 같다. 사방 천지 골짜기 골짜기마다 쌓인 눈으로 하여 설경은 흑과 백만 존재하는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오직 산과 나무, 길을 내며 걸어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목적한 곳까지 당도했다가 돌아 나올 때까지 하루가 다 저물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다. 설맹으로 흐려진 눈( 目)은 오래도록 시렸으나 투명한 풍경을 쉽사리 거둬들이지는 못했다. 울릉도를 떠나오는 순간까지도 설맹은 나를 오래도록 새하얀 세상, 울릉도만 기억하도록 오래오래 가둬 두었다. /박시윤 수필가

2025-01-23

액티비티와 쉼, 즐기면 경품이 ‘팡팡’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특급호텔들은 도심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설 패키지를 준비했다. 올해 설 패키지는 어지럽고 복잡한 현 상황과 경제 여건을 감안해 온전한 쉼을 주제로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인다. 유명 관광지와 연계하거나 행운권을 추첨해 다양한 선물을 주는 곳도 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번거롭다면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특급호텔 설 패키지를 주목해 보자. ◇ 켄싱턴호텔앤리조트, 겨울 액티비티 즐기는 패키지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자녀와 특별한 추억을 쌓으려는 가족을 위해 ‘아이와 겨울여행’ 테마 패키지를 3월까지 선보인다. 이번 패키지는 △지역 겨울 축제 △눈썰매장 △유명 관광지 입장권 등 지점별로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와 지역의 유명 관광지를 연계한 콘텐츠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켄싱턴리조트 5곳(설악밸리, 설악비치, 경주, 지리산하동, 지리산남원)은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스파오 잠옷도 준다. 겨울 대표 지역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는 켄싱턴호텔 평창의 ‘평창 송어축제’와 켄싱턴리조트 가평의 ‘가평 송어축제’가 있다. 각 패키지는 평창 송어축제와 대성리 송어축제의 얼음낚시 이용권 2매가 포함돼 온 가족이 함께 특별한 겨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와 켄싱턴리조트 2곳(설악밸리, 설악비치) 총 3곳의 패키지는 인근 눈썰매장 이용 혜택이 포함됐다. 켄싱턴호텔 여의도의 ‘인 더 스노우(In the snow)’ 패키지는 △한강공원 눈썰매장 입장권 2매 △핫팩 2개 △웰컴드링크 2잔을 이용할 수 있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의 ‘속초 겨울여행’ 패키지와 설악비치의 ‘키즈 윈터 페스타’ 패키지는 인근 눈썰매장 이용권 2매를 준다. 켄싱턴리조트 경주는 온수 풀로 운영되는 뽀로로 아쿠아빌리지 입장권 3매를 포함한 ‘아이랑 겨울여행’ 패키지를 선보인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윈터 키캉스’ 패키지는 섬진강 어류생태관 입장권 4매(성인 2인, 소인 2인)를 제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 전시를 관람하며 자연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 신라스테이, 역대급 경품 주는 버킷리스트 패키지 신라스테이는 2025년을 맞아 이용객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테마로 한 역대급 규모의 14종 경품을 주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버킷리스트 그랜드 페스타 럭키스테이 2025’ 패키지는 객실 1박, 럭키 드로우 1회 응모권, 투숙 기간 중 뷔페 레스토랑·카페(cafe)’ 조·중·석식 뷔페 및 라운지 바 이용 시 50% 깎아준다. 행운권 경품은 새해, 졸업, 입학, 방학, 봄 시즌을 맞아 행운, 건강 관리, 가족과의 추억, 봄맞이 대청소, 입학 선물 등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 5개를 주제로 구성됐으며, 총 250명을 추첨한다. 경품은 순금 열쇠 7돈(1명), 100만 원 상당의 종합병원 건강검진 이용권과 신라스테이 서대문 숙박권 등이다. 가족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신라모노그램 다낭 숙박권, 서울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 4인 식사권 등도 제공한다. 이밖에 비스포크 스팀 로봇 청소기, 35만 원 상당의 홈클리닝 서비스 이용권, 신라스테이 침대·침구 세트 등이 있다. 신라스테이는 사랑하는 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위트스테이(SWEET STAY)’ 패키지를 출시했다. 스위트스테이 패키지는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 ‘멜리초콜릿’과 협업해 특별 제작된 신라스테이 한정판 봉봉 초콜릿 2구 세트 한정판 초콜릿을 제공한다. ◇ 곤지암리조트, 전통놀이와 불꽃놀이로 즐기는 설 서울에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이 2025년 설 명절을 맞이해 온 가족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놀이 체험과 불꽃놀이를 25일부터 설 연휴간 진행한다. 이번 설 명절 이벤트는 수도권 최대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 스키장 곳곳에서 25~29일까지 총 5일간 진행한다. 온 가족 함께 다채로운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더 ‘설’레이는 ‘날’ 이벤트는 초대형 곤지암 스키 베어와 겨울 눈꽃과 흰 자작나무가 펼쳐진 스키하우스 시계탑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새해의 소원을 담은 소원 편지지를 싸리 울타리에 걸어 소원을 비는 ‘새해 소원 적기’ 이벤트를 비롯해 전통 의상을 입은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힘껏 내리치는 ‘떡메치기’ 체험 및 인절미 시식 등 온 가족이 함께 명절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미션형 전통놀이 체험도 함께 진행되는데 딱지치기, 비석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정해진 시간 내 완수한 후 마지막 히든 미션을 완료시에는 다양한 선물도 준다. 설 연휴 첫날인 28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소원을 빌며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 이벤트도 진행한다. 수도권 최대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 스키장 슬로프 베이스에서 오후 9시 40분부터 진행되며, 2025년의 희망을 품은 레이저쇼와 함께 다이나믹한 다채로운 형상의 천여 발의 불꽃들이 희망찬 노래에 맞추며 상공으로 올라가 설 연휴를 더욱 다채롭게 할 예정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1-23

히트맨2·하얼빈·소방관 한국영화 ‘극장전’

영화 '히트맨2' /영화 홈페이지 믿고 보는 권상우표 코믹 액션… ‘히트맨2’ 코믹·액션 영화 ‘히트맨2’가 설 연휴를 겨냥해 22일 개봉했다. 최원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믿고 보는 권상우표 전매특허 코믹 액션과 정준호 이이경의 티키타카뿐만 아니라 설 연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장르도 강점이다. 황우슬혜, 이지원까지 다시 뭉친 원년 멤버에 김성오가 새롭게 합류했다. 권상우는 전설의 암살요원에서 짠내 폭발 웹툰 작가를 거쳐 이제는 대히트 흥행 작가가 되어 돌아온 ‘준’ 역을 맡았다. 최근 그는 “‘히트맨’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 베스트다”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이번에도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예고했다. 권상우는 “톰 크루즈만큼은 뛰어보자”며 열의를 드러냈고, 정준호는 “10번을 해도 정말 끝까지 한다”며 열정을 칭찬했다. 최원섭 감독은 “1편에서도 코미디와 액션 중점을 뒀는데 이번에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며 똘똘 뭉쳐서 만들었다”며 “이번엔 액션이 49, 코미디가 51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작 ‘히트맨’은 개봉 당시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여파에도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24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히트맨2’는 전작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스케일을 전반적으로 키웠다. 웹툰 작가로 변신한 특수요원 ‘준’(권상우 분)이 새 작품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지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폭발과 총기 액션 시퀀스가 강화됐고, 웹툰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요소도 더욱 화려해졌다. 코미디 요소 강화를 위해 덕규(정준호)와 철(이이경) 캐릭터의 비중을 늘렸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시사회 참석자들은 “과장된 연기와 뻔한 설정으로 인해 웃음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반면, 권상우와 황우슬혜의 연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두 배우의 코믹 연기가 영화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히트맨2’의 흥행 성공 여부는 변화한 관객들의 취향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이며, 영화계는 이번 설 연휴 극장가의 흐름이 향후 한국 코미디 영화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화 '하얼빈' /영화 홈페이지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어디서 왔나… ‘하얼빈’ “대한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죽는데 어찌 두렵거나 후회스러울 것인가.” 1910년 3월 26일. 갓 서른을 넘긴 청년 한 명이 사형 당한다.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사 안중근(1879~1910). 안 의사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으로 적의 수뇌를 쏘았다며 총살형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그 요구를 거부하고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교수형을 집행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 안중근. 영화 ‘하얼빈’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의거’에 카메라를 들이댄 작품이다. 20세기 초반. 나라를 잃은 젊은이들이 개인적 두려움을 떨치고, 대의와 명분 앞에 당당하고자 했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 관객들의 호평을 불러냈다. 안중근 역을 맡은 현빈만이 아니라 조우진과 전여빈의 조연 연기도 빼어났으며, 차갑게 얼어붙은 두만강과 몽골 현지 촬영으로 담아낸 광대한 사막의 모습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가 누구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설날도 의미가 클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영화관을 찾아 ‘하얼빈’과 만나면 된다. 영화 '소방관' /영화 홈페이지 자기희생 제단 위에서 사는 사람들… ‘소방관’ 공포와 두려움은 인간의 보편 감정이다. 그러나, 우리 곁엔 두려움과 공포를 목적의식적으로 극복하며 매일을 죽음 곁에서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타인을 위험에서 구해내거나, 재난 현장에서 자신을 던지는 이들은 숭고하다. 이는 그저 레토릭(rhetoric)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소방관이 존중받아 마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저한 자기희생의 제단 위에 서있는 직업이 소방관이 아닐까. 곽경택이 연출한 영화 ‘소방관’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2001년 봄 서울 홍제동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주연과 조연 가릴 것 없는 배우들의 호연과 사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영화 속에서 소방관으로 분한 배우 둘은 이런 대사를 주고받는다. “형은 안 무서워요?” “무섭지. 근데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저 사람들이 죽어.” 실제로 홍제동 화재로 인해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영화는 현실의 토대 위에 상상력을 더해 소방관의 고뇌와 사명의식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비극적 결말과 마주한 여성 관객 다수가 소리 내 울었다는 후문. 메마른 가슴을 적실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어울리는 영화다. /이석윤·홍성식기자

2025-01-23

처진 모습이 아름다운, 늘 푸른 소나무는 변함이 없구나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과 나무가 2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 같은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영세불망(永世不忘)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서유민 군수(徐有民 郡守)와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이다. 서유민(徐有民)은 자는 원경(元卿)이요. 본관은 달성으로 200여 년 전 1826년(순조 26년) 8월에 삼동 현령으로 부임하여 1828년(순조 28년) 3월까지 근무하고 가산 군수로 이동한 목민관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는 나이 240살, 키는 14m, 몸 둘레는 2m 넘는 아름답고 우람한 늘 푸른 소나무이다. 서유민은 목민관으로 주민의 추앙과 이목을 끌었고, 늘 푸른 소나무는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진 모습이 아름답고 우람하여 경외심과 이목을 끌었다. 사람은 주민들로부터 청렴한 목민관으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영세불망비를 세워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소나무는 내외적인 아름다움과 고결한 지조의 상징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나라에서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이 둘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주인공이 함께하고 있는 곳은 경북 청도 매전면 동산리 151-1번지이다. 지역 주민이 그의 공적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기 위하여 영세불망비를 세워 그를 기리고 있는 곳도 그리 흔치 않다. 얼마나 훌륭한 공적을 쌓았으면 그를 위해 주민들이 영세불망비까지 세웠을까. 지금의 공직자와 선량은 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주요 공직자들이 줄줄이 선량들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어 대행이라는 낯선 행정의 일면을 보고 있다. 또한 국회의 선량들은 공직자의 탄핵발의가 일상화되어 나라의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민으로부터 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로 몇 년간 재판을 받는 해괴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신속하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해 주어야 할 사법부 판사 나리는 진영의 논리에 갇혀 국민을 양분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양의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묵묵히 생업을 이어가는 국민은 불안에 불면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서유민 군수와 늘 푸른 소나무 노거수가 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해 줄까 궁금하다. 주민들은 늘 푸른 소나무 곁에 서유민 군수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세워 그의 선정을 후손에게 길이 기억하게 했다. 매년 9월 초에 문화재 보호 재단에서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단장하고 있다. 아마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가 없었다면 서유민의 영세불망비도 찾기도 어렵거니와 그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되었거나 자취를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영세불망비와 소나무라는 한 세트의 그림은 참으로 오묘하다. 영세불망비의 주인공은 200여 년 전에 돌아가시고 없지만, 그의 선정은 살아 숨을 쉬는 문화재 소나무와 함께 돌비석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그의 선정 미담의 숨결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소나무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의 옷을 입고 있다. 1980년대 450원에 출시된 솔이라는 브랜드의 담배가 있었다. 당시 고급 담배로 1986년까지 단일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60%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2005년에 단종되어 지금은 나오지 않지만, 애연가라면 담배 겉표지의 그림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처진 소나무가 솔 담배에 그려진 모델이 된 소나무라고 한다. 아마 그로 인해 1982년 천연기념물 제295호로 품격이 올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처진 소나무 중 가장 전형적이고 희귀한 유송(柳松)으로 전국에서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가치가 높은 소나무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에 해로운 담뱃갑의 겉표면에 경고의 문구 대신에 덩그렇게 실려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지금은 그 브랜드의 담배가 단종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소나무는 비틀린 줄기와 가지의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나무의 모습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듯하다. 이는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미이다. 인간이 조각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손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소나무의 푸른 잎은 생명력과 불멸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문화에서 소나무는 변함없는 의지와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로 자주 등장한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고결함과 지조를 지키는 군자의 덕목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래로 처진 나뭇가지는 마치 고개를 숙인 모습처럼 보인다. 이는 겸손함과 인내의 미덕을 상징할 수 있다. 고개를 높이 들기보다 내려 숙이는 행위는 동양 철학에서 지혜와 성숙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공자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군자는 겸손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 소나무의 가지도 그러한 겸손한 자세를 표현하는 듯하다. 또한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흔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소나무가 오랜 시간 성장하면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연륜과 삶의 지혜를 상징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고, 겉으로는 약해 보일지라도 내적으로 단단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담고 있는 듯하다. 또한 처진 나뭇가지 모습은 오히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었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완벽함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상처와 세월의 흔적 역시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겸손, 연륜, 순응, 포용,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통한 아름다움이라는 깊은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연의 모습에서 삶의 철학과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푸른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소나무와 영세불망비라는 한 세트의 그림에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조상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오늘날 스스로 영혼이 없다는 자조적인 공직자와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은 선량들이 보고 무언가 느꼈으며 하는 바람을 해본다. 군수 서유민 영세불망비는… 경북 청도군 매전면 동산리 151-1번지에 위치했다. 1828년(순조 28년)에 만들어졌고, 비석 높이는 90cm, 너비는 38cm다. ‘선정에 부지런히 힘쓰시니 일마다 밝게 다스려졌네, 그 은혜 윤택하여 폐단을 막으니 군수님 떠나가셔도 더욱 생각나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유민(徐有民)의 자는 원경(元卿). 본관은 달성으로 1826년(순조 26년) 8월에 삼동 현령에서 도임하여 1828년(순조 28년) 3월에 가산 군수로 옮겨갔다. 선정비가 매전면 동산리 외에 금천면 임당리 명포마을, 청도읍성에도 남겨져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22

고향·어머니·떡국… 따뜻한 情 담은 詩

오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으로써 올해 설 명절은 6일을 쉬게 됐다. 몇몇 회사는 31일도 휴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일부는 9일의 긴 연휴를 가질 수도 있다. 바뀐 세태 탓인지 설과 추석에 고향으로 가는 발길이 줄어들고, 친척 간의 만남도 소원해진 감이 없지 않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집단보단 개인이 중시되는 현대화가 가져온 변화다. 그러나 6~9일의 짧지 않은 휴일을 보낸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태어나고, 부모가 살고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지는 어릴 적 살던 마을, 잘났든 못났든 효자건 불효자건 오매불망 자식의 귀향을 기다리는 어머니, 그리고 일가친척들이 함께 한 밥상에 오른 소박한 한 그릇의 떡국. ‘고향’, ‘어머니’, ‘떡국’은 예나 지금이나 설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 분명하다. 이번 설에 고향을 찾아 어머니를 만나고, 김 오르는 떡국을 달게 나눠 먹을 우리들. 그 시간에 어울리는 시 3편을 아래 소개한다. ▲이성부의 ‘산길에서’ 질박하면서도 섬세한 언어와 민중지향적 서정으로 많은 독자를 감동시켰던 시인 이성부(1942~2012)가 세상을 떠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시는 여전히 살아남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이성부의 절창 ‘산길에서’를 낭송해보면 ‘수줍음으로 와서/내 가슴 벅차게’ 하는 길과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 마침내 만들어지는 것’이 고향으로 가는 길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기자 역시 그 길을 걷고 싶어진다. 20세기에 읽을 때도 좋았고, 21세기에 다시 읽어도 좋다. 당연하게도 ‘좋은 시’는 세월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런 노래다.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정일근의 ‘어머니의 그륵’ 가난하고 무지한 어머니가 많던 시대였다. 여성에겐 진학과 학업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던 60~70년 전 한국. 지금 중년이 된 아들을 가진 상당수의 어머니가 아는 것 많지 않고, 풍족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개개인 어머니들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많이 배우지 못했음에도 삶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혜는 누구보다 빼어난 이 땅 노년의 어머니. 정일근의 시 ‘어머니의 그륵’은 그릇을 ‘그륵’이라 틀리게 쓰는 어머니의 언어가 실상은 시인인 자신의 언어보다 더 진실하고 뜨거운 호명(呼名)이란 걸 알려준다. 주름진 얼굴의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시다. 설 명절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 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박남준의 ‘떡국 한 그릇’ 고희(古稀)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여전히 소년처럼 해사한 박남준(68)은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설 전날 풍경을 고풍스런 수채화인양 근사하게 그려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풍성한 마음가짐 하나로 시골 장터에 나가 고향으로 돌아올 자식들을 위해 과일과 얼린 명태를 사고, 특별히 아끼는 장남이 먹을 숨겨둔 감도 몇 개 깨끗한 행주로 닦아두는 어머니의 모습. 눈물겨운 그림이다. 설맞이 집안 청소와 전 부치는 일이 끝나면 아들과 딸이 사립문을 밀며 들어서고, 어머니는 설날 새벽 일찍 깨어나 떡국을 끓일 것이다. 세상 어떤 진미(珍味)가 그 떡국 맛만 하겠는가? 섣달 그믐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후략)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21

오션뷰와 시티뷰 동시에 즐기는 짜릿함 ‘스페이스워크’

포항시는 설 연휴 귀성객 맞이에 분주하다.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올해 설 연휴는 최장 6일간의 황금 연휴가 찾아온다. 포항시는 설 연휴 기간 도심이 활력을 찾고 침체한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시는 연휴 동안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관광객들이 나들이하기 좋은 도심공원의 편의시설 확충 및 안전점검 등 환경정비를 마치고 귀성객을 맞이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맞아 그리움과 설렘을 안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들을 위해 주요 관광시설의 안전점검 등 환경정비를 정성껏 했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에게 변화되어가는 포항의 아름다운 명소와 관광지에서 편안한 휴식을 보내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동해안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스페이스워크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는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로 아름다운 도심과 바다 전망을 한눈에 감상하는 관광명소이다. 2022년 11월 19일 개장을 시작으로 올해 3년을 지나면서 2022년 공간문화대상 수상 등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안정 받아 지난해 12월 28일 체험인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스페이스워크는 부드러운 곡선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사람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동해와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 25m에 이르는 스페이스워크를 만들기 위해 최신 철강기술이 반영된 고품질 철강재 317t이 사용됐다. 스페이스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타이거 앤드 터틀-매직 마운틴’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가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워크를 직접 디자인했다.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이는 스페이스워크를 천천히 걷다보면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영일만 바다의 수평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가슴이 확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 운영과 관련한 안내는 포항시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형산강과 동해안이 만나는 물길의 향연, 포항운하 지난 10년간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안락한 산책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는 포항운하도 신년을 맞아 부지런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금계국과 핑크뮬리, 데이지 등 각종 초화류를 심어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야간 경관조명을 새롭게 조성해 색다른 사진 명소로 주목받았다. 2014년 1월 준공된 포항운하는 포항시 송도동과 죽도1동 사이에 있는 동빈대교와 형산강을 남북으로 잇는 물길이다. 총길이가 1.3km이지만 바닷길과 연결하면 8~10 km의 운하가 된다. 옛 물길과 생태환경을 복원해 시민들의 공원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한 이곳은 도시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운하 주변 산책길도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찾고 있다. 포항운하는 기존에 없었던 물길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전에 있던 물길을 복원해 옛 모습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운하가 만들어졌다. 국가적으로 변혁기를 맞았던 1960년대 말, 포항이 도시화되면서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작은 물길을 매립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되었던 것을 복원해 물길을 다시 트고 주변을 정비해 포항운하와 유원지로 꾸몄다. 그 곁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조성해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번 명절 연휴간의 포항운하의 크루즈는 설날 당일 오전을 제외한 나머지 연휴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며, 독특한 포항의 도심 속 푸른 물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도심속 생활권 내 녹지수변공간을 조성한 포항시는 시민의 관심에 부응하여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과 정비를 진행할 예정이며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갈 방침이다. □ 신화속으로 걸어가는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 포항시 동해안 바닷가에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가 있는 테마공원이 있다. 신라 사람인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는 신라 아달라왕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니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세오가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어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는 설화로 전해지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의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일만해수욕장을 마주 바라다보는 호랑이 꼬리 호미곶 어귀에 테마공원을 지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 명소를 만들었다. 동해의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테마공원은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을 대비시켜 전시관 진입로의 양편으로 구분하고, 산책로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쉼터로 제공한다.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에는 각각 정자 와 작은 호수를 곁에 두고 물에 비치는 그림자와 하나가 되어 예술적 풍경을 연출한다. 전설의 보물창고 귀비고 앞에는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갔을 것이라고 여겨지게끔 신화속 이야기를 현실화 하여 쌍거북바위가 바다를 바라보며 엎드려 있다. 신비로움을 가지는 많은 방문객들은 용기를 내어 거북바위 등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기념촬영을 시도한다. 연오랑 세오녀가 떠나간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지어진 정자 일월대는 바다 가까이 세워진 한옥형 2층 정자로 운치를 더한다. 언덕 위에는 바닷바람을 받으면서 돛을 높게 올린 목선이 망망대해를 둥둥 떠가는 형상으로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경사가 제법 가파른 산책로를 등산하듯 오른다. 귀비고를 지나 남쪽에는 낮은 초가들의 신라마을이 댓잎 울타리로 옹기종기 조성되어 있다. 철기문화를 자랑하는 쇠로 만들어진 조각품들이 전시돼 철예술뜰을 선보인다. 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귀비고’는 연오랑 세오녀의 솜씨가 기록된 비단을 보관했던 신라의 보물창고 이름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1890m²규모로 건축됐다. 3층은 전망대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제공하는 연오랑 세오녀카페,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야외테라스 전망대에 서면 공원의 전경과 철강도시 포항의 도심은 물론 푸른물결이 넘치는 파도를 따라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선일대 □ 진경산수가 있는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 송라면 중산리 일원에 위치한 보경사 군립공원은 1983년 영일군에서 지정한 수려한 계곡이 있어 매년 41만명 이상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1995년 포항시와 영일군 통합으로 포항시가 됐으나 여전히 군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오다가 2023년 2월에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동북쪽에 위치한 내연산(710m)은 12개의 폭포를 간직하고 있는 태백산맥 줄기에 있는 산으로 그 경관이 아름다워 경북의 금강산 혹은 소금강으로 불린다. 원래는 종남산이라 하였으나 신라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로는 내연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문수산(622m), 향로봉(930m), 삿갓봉(718m), 천령산(775m)등의 높은 준봉들로 둘러싸인 내연산 골짜기 청하골은 여느 심산유곡 못지않게 깊고 그윽하고 다양한 형태의 폭포와 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청하골의 12폭포 가운데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관음폭포(제 6폭포)와 연산폭포(제 7폭포)이다. 쌍폭인 관음폭포 주변에는 선일대, 신선대, 관음대, 월영대 등의 기암절벽이 장성처럼 둘러쳐저 있고,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못 옆에는 커다란 관음굴이 뚫려 있다. 이 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폭포수 줄기를 볼 수 있다. 관음폭포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30m, 길이 40m에 이르는 연산폭포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보경사를 지나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등산로를 1.5km쯤 오르면 제1폭포인 쌍생폭포가 나온다. 그리 우람하지는 않지만 두 물길이 양옆으로 나란히 떨어지는 모양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이 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보현폭포(제2폭포), 삼보폭포(제3폭포), 잠룡폭포(제4폭포), 무봉폭포(제5폭포)가 나타난다. 등산코스로는 보경사를 출발하여 보현암~소금강전망대~은폭포삼거리~선일대~연산폭포~보경사 원점 회귀로 약 7.5km로 2시간 40분 걸린다. 이 코스는 내연산의 모든 명소를 돌아볼 수 있으며 1~7폭포 조망권으로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1-20

“우리 것에 관심 가지고 배워보려는 후계자 두는 것이 소망”

세월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며 수많은 직업이 생기고 사라졌다. 아직까지 기술이 인간의 손을 100%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기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최신기술 도입에 있어 적극적이었다. 이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은 기술 선도국이 됐다. 하지만 기술과 속도가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느리지만 소중한 것들이 우리 삶에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과 더께가 묻어 있는 작은 노포에서 삶의 위안을 얻고, 전통을 꿋꿋하게 지키는 사람들을 보며 뭉근한 감동을 받는다. 소박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경상도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탕탕탕’ 경북 경주시 건천읍 건천시장 안 깊은 골목.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낯선 망치실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니, 골목 한쪽에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건천대장간’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5평 남짓한 공간. 그곳에서 2대째 가업을 잇는 건천대장간 유종태(53)사장이 수줍은 미소를 건네며 기자를 반겨줬다. 유씨의 첫인상은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두툼한 어깨와 손, 둥근 배까지도. 하지만 그는 보통 중년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에게서 뜨거운 불과 쇠의 향기가 짙게 느껴졌기 때문. 그는 “아버지께서 65년간 이 자리에서 대장장이 일을 했다. 어렸을 적 대장간은 나의 놀이터였다”면서 “대장간에 손이 없어 바쁠 때면 낫에 댕기를 엮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깨너머로 배운 일을 물려받아 어느덧 20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직 수작업만 ‘고집’ 건천 대장간의 첫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194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대장간의 한쪽 벽면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연장들로 가득했다. 유씨는 “연장뿐만 아니라 화덕 같은 집기들도 개업 당시 상태 그대로다. 망치에서부터 집게, 풍로까지 모두 아버지가 썼던 물건이다”고 했다. 건천 대장간은 80년째 대부분 작업을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대장장이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농기구에 밀려 사양 산업이 된 지 오래된, 우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눈요기용 대장간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유씨는 “사실 기계의 힘을 빌려 작업을 하면 편하고, 물건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 백번 두드려서 만든 칼과 쉽게 만든 칼은 절삭력의 차이가 엄청나다. 만드는 사람이 힘이 들수록 좋은 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유씨의 아침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그는 매일 새벽 3시에 기상을 한다. 이후 전날 두드려 놓은 쇠를 모양과 두께에 맞춰 가는 작업을 한다. 또 다른 철을 불에 달구고 다시 꺼내 수 백번 망치질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낙하 해머를 사용하는 다른 대장간과는 달리, 유 씨는 오직 손 망치질만을 고집해 칼을 제작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칼을 만드는 대장간은 전국에서 몇 곳이 안 된다. 수작업으로 만드니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칼은 3~5개 정도다. ◇경북동해안지역 최고 인기 수제 칼 유씨는 정성 들여 만든 칼을 경주 안강 시장과 건천 시장, 포항 구룡포 시장, 기계장 등에 판매한다. 그의 칼은 절삭력이 뛰어나고, 강도가 세기로 소문 나있다. 가정집 주방용 칼보다는 횟집, 수산가공물 손질 업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유 씨의 칼을 한 번 사용해보면 중국산 칼은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유씨는 “대량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공장 제품들과 오랜 시간 메질과 담금질을 반복한 수제품의 차이는 품질 면에서 비교가 되질 않는다”면서 “고객의 작업 환경에 맞춰 연장의 형태와 강도, 무게 등을 조절해 주고 있다. 고객을 위한 맞춤형 칼까지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그가 개발한 칼 중에 특히 횟 칼은 경주, 포항뿐만 아니라 영덕, 울진 등에서 인기가 높다. 경북동해안지역 횟집에서 사용하는 회칼 70∼80% 가 유 씨가 만든 것이다. 목수들도 유 씨가 만든 망치, 정, 끌 등의 연장을 찾는다. 이같은 명성 덕에 그의 대장간 대부분의 고객은 20년 이상 된 단골들로 구성돼 있다. 아버지 때의 단골도 현재까지 포함하면 40년 된 단골도 있다. 유씨는 “우리 칼의 수요는 꾸준하지만, 정작 칼을 만드는 일을 배워 보겠다는 젊은이가 없어 걱정이다”며 “우리나라는 공장이 발전돼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가 잘 없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꼭 가업이 아니더라도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모습은 참 대조적이고 아쉽다”고 했다. ◇3대째 명맥을 잇는 이의 등장? 지난해 반가운 손님이 유 씨를 찾아왔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민규 군이다. 그는 유 씨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집인 울산을 떠나 경주로 유학을 왔다. 유씨는 “민규 군 부모님이 전화로 ‘우리 애를 받아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수차례 부탁을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이 일이 힘이 들어 민규가 금방 포기하고 갈 줄 알았는데, 어느덧 6개월째 일을 배우고 있다. 대를 잇겠다는 이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찾아온 민규가 반갑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민규 군도 배움의 의지를 활활 불태웠고 그렇게 대장장이 유 씨의 후계 수업도 시작됐다. 유씨는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장간 일을 배워보려는 젊은이를 후계자로 두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라면서 “정부에서도 사라져 가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등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1-19

넉넉한 情 담아… 인삼·사과·한우에 강정·전통주까지 다있네!

설날은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해를 여는 첫날이자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창이다. 올해도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설날은 만남의 기쁨도 있지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은 한층 뜻깊은 몫을 한다. 영주시 곳곳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고장이다. 영주시는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영주장날 쇼핑몰은 소백산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고품질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130여 개 농가 및 업체가 참여해 3000여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설맞이 할인 행사에서는 영주시의 대표 농특산물인 사과, 인삼, 한우를 포함해 미곡류, 가공식품류 등 농·특산품 최소 30% 이상, 축산물은 2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는 대형 유통 기업인 홈플러스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홈플러스 전국 매장 중 주요 매장 10곳에는 The 영주매장이 입점해 있다. The 영주 매장에서는 계절별 생산되는 농특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등 영주시의 우수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The 영주가 입점한 홈플러스 매장은 홈플러스 칠곡점, 영주점, 부천 상동점, 금천점, 대전 유성점, 대전 문화점, 동광주점, 부산 아시아드점, 대구 성서점 등 10곳이다. □ 풍기인삼 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효지인 풍기인삼은 소백산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생산돼 타지방 인삼에 비해 조직이 충실하고 향이 강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다. 특히, 다양한 홍삼제품은 웰빙건강 식품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인삼은 혈압조절, 간장보호, 항암작용, 항당뇨, 피로회복, 식용증진, 면역력 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의 종류에는 인삼 원형상태로 75% 내외의 수분을 함유한 수삼, 삼의 껍질을 벗겨 수분함량이 14% 이하가 되도록 건조시킨 백삼, 수삼을 쪄 가공한 홍삼이 있다. 홍삼의 색상은 담적황갈색이며 품질별로 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으로 구분하고 인삼 중에서 최고로 친다. 인삼가공제품에는 절편삼,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황금홍삼비누, 홍삼벌꿀비누, 홍삼우유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 문의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 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 □ 영주사과 영주시는 국내 사과 생산의 14.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이다. 영주사과는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산지 과원에서 생산,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덕에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다. 사과는 대부분 15kg 상자로 포장되어 출하되고 있으나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장단위를 5kg, 10kg 단위로 다양화 했다. 사과는 피로회복, 피부미용, 위장장애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 영주한우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해 생산된 우량 수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해 사육한다. 비육 후기에는 영주시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정태영 교수팀이 협력해서 1996년부터 1997년 2년에 걸쳐 개발한 아마종실을 첨가한 특수사료를 급여하고 초음파 육질 진단을 실시해 출하 적기를 판단, 고품질의 육질만을 생산·판매한다. 브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완전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사육·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시범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문의 영주축협한우프라자 054)630-6710, 6720, 횡재먹거리 한우 054)638-0094 □ 풍기인견 풍기인견은 천연섬유로 냉장고 섬유, 에어컨 섬유라 불린다. 풍기인견의 특징은 가볍고 시원하며 몸에 붙지 않고 통풍이 잘 되며 땀띠가 예방되고 촉감이 좋다. 인견은 땀 흡수력이 탁월하며 정전기가 없고 부드러운 식물성 자연섬유다. 피부가 여린 갓난아기, 알레르기성 피부, 아토피성 피부 등 피부가 약한 분들에게 좋다. 가볍고 얇아서 여름 실내복, 반바지, 잠옷, 침구류, 천연염색을 한 외출복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 정도너츠 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로 지역의 특산물인 인삼, 사과, 생강, 고구마 등을 재료로 만든 웰빙 식품이다. 찹쌀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도너츠 보다 영양 성분검사를 해보면 적게는 7배 많게는 10배 이상 지방함량이 낮게 나온다.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0%로 먹을거리로 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문의) 054) 631-0061 □ 영주한과, 소백네프란, 오정주 영주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해 생산하는 영주한과, 청정 수목에서 추출한 목초산 분말 제재와 유산균을 급여해 생산된 소백네프란은 일반계란에 비해 A, B12, 토코페롤 함량은 높고 콜레스테롤은 낮아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며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또, 옛날 사대부가의 선비들이 건강 약용주로 마시던 전통 명주 오정주, 밤에 빗장을 열어주는 약초라는 야관문을 이용한 약용주 비수리야, 영주사과와 포도를 이용해 생산되는 상떼마루 와인, 단산포도 생산 농가가 개발한 쥬네트 와인과 소백산산향기 와인이 있다. 상떼마루 아이스와인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영주시는 농가소득 증대와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우수 농특산물 생산을 위해 다양한 연구 개발과 실증실험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1-19

“장량·두호동 일대 10만 인구 후광 업고 한 때 전성기 누렸죠”

‘축복받은 시장’, ‘혜택 받은 상권’. 포항시 북구 장량동 장량성도시장 주변을 답사하며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이었다. 아파트에 ‘포위’된 상권, 10만 이상 유동 인구, 독점 상권에 영일대해수욕장까지 끼고 있는 곳. 외관상 장량성도시장은 천혜의 상권과 최적 상업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한 때는 공실률 제로에 점포마다 몇천만원 씩 프리미엄이 붙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뛰어난 상권에 비해 현실에서 영업 실적은 저조해 점포들의 수익성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사태의 ‘그늘’ 탓 이었다. 팬데믹 이후 인터넷, 온라인 마케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곳 뿐만은 아니고 대부분 전통시장에서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고민들이다. 도심 아파트촌의 한복판에서 침체한 재래시장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장량성도시장을 돌아보았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상업, 해운도시 기능 우선 시장의 배경이 되는 두호동, 장량동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두호동 일대는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왜군 방어 진지로 기능했다. 각종 사료에 1386년 고려 우왕 때부터 동해안 왜구 방어의 최전방 기지로 기능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두호동의 중심이 되는 창포리는 1731년 영조 때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했던 곳이다. 두호동은 전통시대 ‘두무치마을’로 불렸다. 마을 중심엔 마을의 제당인 천황당이 있었는데 1980년대 물의공원 고갯길 우측에 있던 선황당(仙皇堂)과 합사해, 매년 같은 날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두호동 북쪽 이진리(利津里)에는 ‘이진당’(利津堂)이라는 전당(殿堂)이 있는데, 조선시대 외국 상인들이 귀국길에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돌아가야만 뱃길이 편안하고 무사하다 하여 배를 정박시켜 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장량성도시장 상권의 가장 큰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장량동은 원래 장성동과 양덕동이 합쳐진 곳이다. 이 일대는 본래 산간지역으로 사량골, 불미골, 기낭골, 북시골, 무당골 등 자연 부락으로 이뤄져 있었다. 개발 붐이 일던 1990년 지역 주민들이 지역 주택 조합을 결정해 기남골, 갈밭리 일대 34만 평 규모에 아파트, 택지, 상가 단지를 조성했다. 장량동 현재 인구는 7만2000명으로 웬만한 기초자치단체 보다 규모가 크다. ◆두 곳 복합상가 건물 통합해 전통시장으로 장량성도시장은 시장 탄생 배경에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장량동, 두호동 일대에 대단지 아파트촌이 건립되면서 두개 동(洞) 경계에 복합 상가들이 들어섰다. 이 중 하나가 ‘장량종합상가’이고 또 하나는 ‘성도종합상가’였다. 대로변에 나란히 들어섰던 두 상가는 상가 형태로는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전통시장’으로 전환을 모색하게 된다. 두 상가의 점포주와 상인들은 개축, 설계, 리모델링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고 그 결과로 오늘의 장량성도시장이 탄생했다. 남북으로 나란히 들어섰던 두 상가는 상인들의 협의를 거쳐 끝 쪽벽을 서로 허물고 사방으로 통로를 만드는 대공사를 벌이게 된다. 건물주들이 대폭 양보를 했고, 경북도와 포항시가 설계비와 공사비를 지원했다. 상가건물이 전통시장으로 개축되는 과정은 여러 건축주 이해, 행정절차, 상권, 권리관계 등 이익들이 복잡하게 얽힌 일이었지만 여러 관계인들과 자체단체들이 나서 잘 마무리 지으면서 대변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두 상가 벽이 뚫리면서 유동인구 급증 25년 동안 막혀 있던 두 상가의 벽이 뚫리면서 시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당시 공사는 상가의 벽만 뚫은 게 아니고 막혀 있던 상권과 물자의 이동도 뚫었던 것이다. 복합상가 시절 주민들은 막히고, 단절되고, 구획된 상가에서 불편하게 제한적으로 쇼핑을 해왔지만, 두 상가가 한 통로로 연결되면서 주민들은 하나의 동선(動線)에서 논스톱으로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점포 아이템이 중복되거나 또는 일관성이 없이 얽혀 있어서 두 건물을 드나들며 번거롭게 장을 봐야 했던 시민들의 불편이 해결된 것이다. 쇼핑공간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사방에 진입로가 뚫리면서 시장의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이원식 상인회장은 “상가 두 곳이 합쳐지면 계산 상으로는 ‘1+1’이 됐지만,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컸다”며 “시장 전체에 활기가 들면서 매출이 최소 30~40%에서 목이 좋은 곳은 두 배씩 뛰었다”고 말했다. 시장 전체 영업이 활성화 되고 점포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게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더불어 도로변에 노점도 활기를 띠었다. 건너편 아파트 입구부터 시장 내리막길 100m 구간엔 노점 10여 곳이 진을 쳐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통시장 상권 급속히 위축 시장엔 손님들이 줄을 서고, 노점이 도로변에 진을 치고 점포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던 반짝 경기는 2~3년 ‘특수’로 그치고 말았다. 바로 코로나19 사태가 찾아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문명사에 미친 영향은 ‘세기적 사건’으로 분류되지만, 이곳 장량성도시장에서도 그 충격은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모든 점포의 매출이 반토막 아니 그 이상으로 급감했다. 어제까지 줄이 섰던 점포에 발길이 멈추었고, 시장 통로에도 인적이 끊겼다. 두 상가 통합-전통시장 변신 이후 번창을 누리던 중이어서 상인들의 박탈감은 더 컸다. 상인들은 우울감 속에서 이 ‘대역병’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드디어 기다리던 팬데믹의 종료가 공식화되면서 상인들은 다시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잠시 시장을 떠났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비대면, 마케팅, 온라인, 홈쇼핑에 길들여진 주민들이 그 소비 패턴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편리성이 강조된 새로운 쇼핑, 구매 방식에 적응된 소비자들에게 시장은 불편한 공간이었을 뿐이었다. 이원식 상인회장은 시장 상권의 부활을 위한 선결과제로 공영주차장 확보를 꼽았다. 쇼핑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성향 충족을 위해서는 주차장 건설이 시급하다는 것. 문제는 주변에 마땅한 유휴 공간이 없다는 점. 이 회장은 경북도나 포항시 등 관계기관의 정책적 접근을 통한 실효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문화의 확산과 전통시장 위기 앞서 언급한 대로 장량동, 두호동 일대는 고려 말 군사기지, 조선시대 조창(漕倉), 일제강점기 소 수출기지까지 각종 관청이 들어서며 상업, 해운 등 산업이 활발하게 펼쳐지던 공간이었다. 이 상업적 전통을 이어받은 장량동, 두호동 일대는 아파트 단지 20여 곳 학교 11곳, 공공 기관 11곳을 거느리며 포항시 북구의 상업, 행정, 도시로 성장해왔다. 이런 전통과 한때 번영이 있었기에 현재 장량성도시장의 급속한 위축은 안타깝기만 하다. 온라인 시장에 길들여진 시민들을 어떻게 재래시장으로 불러낼 것인가, 대형마트 편리성에 익숙해진 주민들 어떻게 전통시장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 전통시장 상인들과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이 풀어야 할 시대적 화두가 아닌가 한다. /글·사진 =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1-16

끈기와 인내란 굳은 신념으로 ‘고속 회전기계’ 일인자 자리에

“안되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멋지게 해 봅시다.” 회전기계는 설비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기계를 세운 후 빠른 시간 내에 수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과 연계된 설비들은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모두 분해하고 천천히 살펴가며 일할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실패도 많고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들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끈기와 인내라는 굳은 신념을 갖게 했다. 고속 회전기계의 일인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 이정호(57) 부장이 걸은 길을 따라가 본다. -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고속 회전기계’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1987년 8월 포스코 공무부 기계수리과에 입사하게 됐다. 압연설비 수리 업무를 시작으로 제철소 전반에 걸친 기계설비를 정비하는 일을 37년째 하고 있다. 기계에서 인위적인 동력은 그 처음 형태가 회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전기도 돌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 엔진도 실린더를 통해 회전 에너지 형태로 폭발력을 만들어낸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제철소 곳곳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회전기계가 존재한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제철소에 회전기계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제철소에는 많은 롤이 있는데 그 롤에 동력을 전달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어박스’도 회전기계이고, 제철소에 미세분진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크고 작은 집진기에도 회전기계가 사용된다. 나는 이러한 기계설비 수리 지원, 설비 수명 향상, 정비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 그룹사·고객사·해외법인 등의 설비 기술 지원과 같은 동반성장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습득한 기술에 대한 이론과 실무 지식 및 노하우를 후배 사원들에게 전수하는 활동도 병행 중이다. - 이란 이스파한제철소(Esfahan Steel Co.)에서 포스코의 기술력을 펼치셨다고. △2011년 8월, 포스코 건설로부터 긴급한 요청을 받았다. 이란에 있는 이스파한제철소의 소결공장에서 배기가스 팬을 가동할 때마다 심한 진동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에 따라 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었다.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공사 대금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설비회사의 전문가들이 다녀갔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당시 소결공장 지원 팀장의 추천으로 나와 선배, 그리고 지구정비 및 조업 담당자까지 총 4명이 팀을 꾸려 현지로 향했다. 공정 집진기의 배기 가스 팬(Exhaust Gas Fan)에 사용되는 저널 베어링(Journal Bearing) 또는 메탈 베어링(Metal Bearing)이라고도 불리는 유막 베어링(Fluid Film Bearing)은 윤활유가 연속적으로 공급돼 매우 얇은 유막(Oil Film)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진단 결과, 회전하는 샤프트의 저널부(축받이부)가 열적으로 팽창할 수 있는 적정 틈새가 부족한 것이 문제임을 인지했다. 현지에서 ‘스크래퍼’라는 공구를 어렵게 구해 베어링 안쪽을 긁어내면서 간격을 조정했다. 일주일 동안 스크래퍼를 손에 쥐고 베어링 안쪽을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당시 날씨가 덥고 손에 물집이 생기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조건이었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드디어 작업을 마치고 시운전했을 때, 마치 거짓말처럼 진동이 사라졌다. 이스파한제철소 직원들에게 그동안 발생한 현상의 원인과 향후 수리 방향 및 관리 방법 등을 전수했고, 해외 현장 분위기도 180도 바뀌며 모두가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 신입사원 시절에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눈물을 뺀 실수도 있었다고. △나도 처음부터 문제 해결 전문가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기계수리 공장 작업 외에도 압연 지역 공장별로 대수리를 포함한 모든 수리 작업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현장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대수리 작업은 길게는 1~2주 넘게 이어졌다. 각 반단위로 수리에 사용하는 이동용 공구함이 있었는데, 대체로 신입사원이 이동용 공구함을 관리한다고 하여 ‘함장’이라고 불렀다. 매 작업에 필요한 공구를 준비하고, 작업이 끝나면 세척해 정리하는 일을 담당했다. 공구를 잘 관리하기 위해 현장에 공구대를 두고, 작업이 끝날 때마다 공구를 잘 챙겨서 정리한 뒤 이동용 공구대를 잠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공구 이름도 헷갈리고 매일 챙긴다고 했지만, 하루는 공구대를 자물쇠로 잠그는 것을 깜빡해 버렸다. 그렇게 퇴근하고 다음 날 출근했는데 ‘체인블록’이라는 공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반장과 선배들에게 크게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야근 근무 후 피곤이 몰려와 저녁을 일찍 먹고 잠이 들었는데, 출근 시간을 놓쳤던 적도 있다. 담당 반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집까지 찾으러 왔다. 그때는 주인집 전화기로만 연락할 수 있었는데, 그날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여행을 가셔서 몇 시간을 동네를 돌며 나를 찾았다고 했다. 결국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연락이 닿았고, 서둘러 출근했다. 당시 크게 혼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배가 “우리도 신입사원 때는 다 그랬다”며 따뜻하게 격려해 줬다. 이처럼 신입사원 시절을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부족하고 미숙했으며 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지금 포스코 후배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인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본연의 업무에 적용한다면, 개인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루고 앞으로의 100년 기업을 이끌어가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냉박음’ 아이디어로 2제강 2전로 경동장치 문제를 해결하신 스토리를 들려달라. △신입사원부터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나를 문제 해결사로 성장시켜 주었다. 2010년 7월,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 2전로 합리화 공사가 있었다. 전로를 기울이는 데 필요한 경동장치를 트러니언 링 샤프트(trunnion ring shaft)라 부르는데 이를 조립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경동장치를 조립하다가 전체 조립 길이 1400mm 중 730mm 정도를 남기고 조립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으로 출동했는데 그 상태에서 더 이상 분해, 조립이 되지 않아 조업 생산 예상 손실액이 하루에 5억 원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조립되지 않은 부분의 샤프트(Shaft)를 절단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절단 방법으로 경동장치를 분리했을 때 신규 제작 기간에는 최소 몇 달이 소요됐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경동장치 조립부와 트라니언 샤프트의 조립 틈새가 부족해서 꽉 끼어져 있었기 때문에 트라니언 샤프트를 액화질소로 수축시켜서 틈새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다만, 아이디어를 말하긴 했는데 마음 한쪽 구석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마지막에 ‘깡’하는 소리와 함께 경동장치가 끝까지 조립이 완성됐다. 인생을 살면서 몇 번 느끼기 어려운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 인생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회사 업무나 대인관계를 돌아보면, 긍정적인 생각과 대화가 문제를 더 빠르고 쉽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가 있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대화를 시작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곤 했다. 인생에서 힘든 시간은 반드시 지나가며 그 경험들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스스로 멋진 일이라고 믿으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의 성실함은 미래의 보답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고 생각한다. 이왕 할 일이라면 피하지 말고 불가능은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 앞으로도 포항제철소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 △최근 경제 관련 기사들을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철강 수익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한, 중국 내수 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중국산 철강재가 한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철강 업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보도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제철보국’이라는 소명 아래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던 시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스코 창업 정신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주인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하여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한자 성어처럼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한 걸음씩 다가가는 자세로 함께 미래로 나아가면 좋겠다. 이정호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 포스코 명장은 △포항제철소 올해의 정비명인(2013년)△설비기술부 혁신 i상(2015년)△포스코패밀리 대상(2016년)△포항제철소 제안활동 우수사원(2020년)△포스코명장(2020년)△포항시 최고장인(2021년)△대한민국우수숙련기술자(2022년)△경북도 최고장인(2024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5-01-15

휘어진 가지·두터운 줄기…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다

을사년 새해 벽두부터 뱀은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치켜들고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이 독을 뿜고 있다. 지난 연말에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권력의 칼날은 숲은 아랑곳하지 않고 산을 지키는 못난 나무만 찍어내려 하고 있다. 수학 문제를 공식에 따라 풀다 보면 답이 저절로 나오는데, 답부터 정해놓고 공식에 맞추려 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먼저 사회 불안부터 잠재우기 위해 국내외를 둘러보고 주변의 좌우를 살피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으면 될 것이 아닌가 싶다. 복잡하게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어려운 국란을 우리 모두 잘 극복하리라 믿으며 다시 보고 싶은 의성군 안사면 월소리 693번지에 살고 있는 소나무 노거수를 찾아 나섰다. 월소리 마을 입구에 마을 수호신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보니 이 난국도 숱하게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처럼 무난히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반송의 수형으로 반듯하게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심은 것으로 보였다. 마을 어른에게 물어 본 결과 소나무는 조선 중기 광해군(1608~1623) 재위 때 평산 신씨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심었다고 했다. 그분은 무슨 마음으로 소나무를 기념식수로 심었을까? 그것도 들판을 지나 마을 입구에 심었을까? 몇 년생의 소나무를 심었을까? 이런저런 의문을 가지면서 우람한 소나무에 경외심으로 가만히 다가가서 살며시 안아 보았다. 평산 신씨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의문은 풀렸다. 소나무는 당산나무로 마을 주민들로부터 제사를 받으며 또한 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마을 주민 평산 신씨의 후손들은 마을을 드나들면서 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늠름하고 우람한 늘 소나무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조상의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그 마음을 헤아려 볼 것이다. 그리고 보면 그분은 뭉치고 단합하는 마을의 공동체 정신의 함양과 조상을 기리고 섬기는 효 사상을 은연중에 심어주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소나무를 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보며 그분은 성공한 셈이다. 소나무와 함께 공적비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를 심은 사람의 공적비가 아니고 기념물로 지정받는데 공이 큰 마을 출신 사람의 공적비였다. “공적비 신현수(申鉉守) 지정일 1994년 6월 8일. 상기인은 월소리 소나무를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받는 데 그 공로가 다대함으로 그 뜻을 기리고자 주민의 정성을 모아 여기 영원불멸의 비를 세우다. 2006년 4월 월소리 주민 일동.” 이런 행위가 바로 마을을 하나로 단합하는 공동체 정신의 발로이다. 또한 마을 주민이 얼마나 이 나무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좀 더 높은 품격의 나무로 올려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공적비의 주인공은 고향을 떠났지만, 그의 마음은 늘 고향의 소나무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곳 월소리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청렴한 공직자로 그 임무를 수행한 밑바탕에는 늘 푸른 소나무의 곧은 절개, 청렴의 이미지가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주민들이 다시 한 번 뭉쳐서 천연기념물 반열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싶다. 문화적, 생태적 가치로 보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보여진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소나무가 있는 신보 마을에 다른 여타 자연부락 마을보다 인물이 많이 난다며 자랑했다. 그렇다. 마을을 개척하면서 기념식수로 심은 소나무는 오랜 시간 자라면서 마을 주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다. 생태적, 문화적, 심리적, 경제적은 물론이고 마을의 공동체 정신과 조상을 기리는 효 사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을 입구에 자라는 소나무는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띄어 소나무처럼 닮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휘어진 가지와 두터운 줄기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 소나무를 ‘조상의 나무’라 불렀을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나무를 심은 평산 신씨 조상은 마을의 번영과 자손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소나무를 선택하여 마을 입구에 기념식수를 했을 것이다.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는 소나무 노거수는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있어 나무 아래에 넓은 그늘은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나이가 400살, 키 11m, 가슴높이 둘레가 3.2m, 그 앉은 자리 폭은 17m이란다. 소나무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쳐져 우산 모형을 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체육시설을 설치하여 주민들은 시간 나는 대로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오늘도 마을의 88세 어른께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나를 보더니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무 아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옛날과 다르게 사람이 뜸한 마을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 노거수가 있으니,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출향 인사들이 고향을 방문하면서 나무 아래 쉬고 있는 어른에게 용돈까지 건네주니 얼마나 좋은가. 마을 어귀에 있는 노거수는 그냥 쉼터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만남의 장소, 요즘 도시의 카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는 마을 공동체의 유대를 상징하는 중심축처럼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두터운 줄기는 마치 마을을 지켜온 세대들의 역사와 연대를 나타내는 듯하다. 네 갈래로 갈라진 가지는 함께 나누고 협력하는 공동체의 조화로움을 상징하며, 푸르게 뻗은 나뭇잎은 미래 세대의 번영을 암시한다. 나무를 심은 조상의 손길은 후손들에게 자연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과 효의 정신을 전하는 듯하다. 마을의 중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조상의 은덕과 희생을 기리고,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존재로 느껴진다. 후손들은 어린 시절에 소나무 아래에서 뛰놀며 자랐을 것이고 친구들과 웃고, 잎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을 느끼며 마음의 평온을 찾곤 했을 것이다. 소나무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단순한 나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나무는 후손에게 조상의 가르침과 정체성을 전하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세월이 흘러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후손도 친구는 만날 수 없어도 소나무는 마주할 것이다.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고 잎은 더 짙어졌고, 가지는 더 넓게 퍼져 있었을 것이다. 소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월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가르침이자 마을의 정신이다. 세월이 흘러도 소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 아래에서 수많은 세대가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하며, 하나 되는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400년의 세월 속에서 소나무는 이렇게 우리의 삶을 품고 있었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소나무는… 생태적 영향: 탄소 흡수 및 공기 정화, 생물 다양성 증진, 토양 보호.문화적·역사적 영향: 기념비적 가치, 전통과 신앙, 정체성 강화.심리적·정서적 영향: 심리 안정, 힐링 공간 제공.경제적 영향: 관광 자원, 부동산 가치 상승, 자연 교육 자원.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15

바다·섬·그리움… 그리고 어머니로의 귀결

요즘 같은 겨울이 그렇고, 여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바다는 사계절 아름답다. 동해와 서해가 다를 바 없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자동차로 3~4시간이면 달릴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바다는 끊임없이 시심(詩心)을 자극하는 공간. 그래서다. 영남 바닷가엔 시인이 적지 않고, 호남 바닷가에도 시인이 많다. 최근 이주빈(56) 시인이 호남의 바다와 섬을 노래한 시집을 상재했다. 아래는 ‘영남 기자’가 ‘호남 시인’의 삶과 문학을 되짚어본 짤막한 기록이다. ▲바다, 섬, 그리움으로 요약되는 이주빈의 시편들 낮지만 명확하고, 강변하지 않아도 설득력 높은 목소리을 가진 사내 한 명을 알고 있다. 흑산도에서 태어난 그는 목포와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후 꽤 긴 시간을 기자로 살아가다가 지금은 고향 근처로 돌아가 ‘바다’와 ‘섬’에 관련된 일을 하며 지낸다. 그와 10년 가까이 같은 직장을 다닌 기자는 한잔 술에 취해 꿈꾸는 눈동자로 유년의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선후배와 주고받는 말 속에 은유와 상징을 무시로 담아내던 그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시인의 성정으로 세상과 인간을 대해왔을 수도 있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의 근거인 이주빈 시집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이 지금 앞에 놓여있다. 낮은 목소리로 상대를 설득할 줄 알고, 순정한 소년의 눈망울을 가진 이주빈이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써서 간직해왔을 시를 읽는다. 이주빈의 시를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어는 바다, 섬, 그리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소재로 이야기할 때 이주빈의 목소리엔 신명이 묻어났고, 눈동자는 유독 빛났다. 이번 시집은 바다와 섬, 그리고 그리움이 어떻게 그를 만들었고, 간난신고의 세상을 견디게 했으며, 내일을 그려가게 했는지에 관한 부연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이주빈의 고향은 바다, 그 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섬이다. 부모미생전의 그리움이 생겨난 그곳을 짧고도 강렬하게 노래하는 ‘비 내리는 흑산바다’를 읽는다. ‘눈으로만 듣고 싶은/노래 있다//귀로만 보고 싶은/사람 있다//입술로만 부르고픈/이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인 이주빈은 흑산도에서 태어났다. 태를 묻고 더없이 다감했던 어머니 곁에서 유년을 보낸 그곳은 그의 품성이 형성되고, 감수성이 뿌리는 내린 공간일 터. 거기엔 ‘눈으로 듣는 노래’와 ‘귀로 보는 사람’ 또한, ‘소리 없이 불러야 돌아보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산다. 이 역설이 외떨어져 존재함으로써 외로움을 이겨낼 힘을 키우는 ‘섬 소년’ 이주빈을 기른 게 아닐지. 수십 차례의 만남에서 기자가 이주빈에게서 느낀 감정 중 하나는 ‘고독함’이었다. 큰 소리로 “나는 외롭다”고 하지 않아도 그의 손짓에서까지 확인되는 쓸쓸함과 고적함. 세상을 감각하는 시인의 촉수는 섬세하기에 그 섬세함으로 인해 상처 받는 경우가 흔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무인도’라 제목 붙인 시에서는 이주빈의 외로움이 가감 없이 읽힌다. 이런 노래다. ‘봄바다에 아지랑이 피듯/세상에 잘 깃들고 살아야 할 텐데//겨울바다에 눈 내리듯/그대 마음에 편히 스며야 할 텐데//나의 바다엔/허구한 날 소슬비 들이쳐//가없이 표류하는/작은 종이배 하나.’ 16세기 방식으로 표현해보자. ‘소인배가 자신을 걱정한다면 군자는 남을 걱정한다’. 그렇다. 인간 개개인은 누구 할 것 없이 고독하고 쓸쓸한 존재다. 그걸 인식한 후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감정을 다스리느냐가 군자와 소인배를 구분하는 잣대다. 타자를 향해, 남을 향해,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객체를 향해 ‘아지랑이 피듯 세상에 잘 깃들’라고, ‘눈 내리듯 그대 마음에 편히 스며’들라고 축원할 줄 아는 이주빈이 소인배가 아님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명철하게 바라보려는 마음까지 갖췄기에 자신을 ‘가없이 표류하는 작은 종이배’라고 노래하지 않았을까? ▲모든 게 부족한 섬으로의 귀환을 꿈꾸는 시인 이 시인은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바다 저편에서 건너온 ‘달콤한 육지의 과자’를 먹으며 유년을 보냈으니, 육지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주빈은 불편이 적은 육지에서의 삶보다 모든 게 부족하고 모자란 섬으로의 귀환을 내내 꿈꿔왔던 것으로 보인다. 왜였을까? 아래 인용하는 시 ‘섬집’처럼 아무 것도 오지 않는 곳인데…. ‘작은 우체통 녹슬어 으스러질 때까지/편지 한 통 오지 않았다/지붕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간 안테나에도/안부는 잡히지 않았다…(후략)’ 위 시가 그려내는 풍경은 적막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100년쯤 전에 그려진 낡아버린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네온사인 번쩍이는 육지와는 외떨어진 섬마을의 소년들은 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대상이 불명확한 그리움 속에서 나이를 먹어간다. 이주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어른이 되었을 때 알게 된다. 모든 기다림의 끝은 허망하다는 걸. 그러나, 인식이 거기서 멈춘다면 그건 시인의 태도가 아니다. 허망함을 넘어 세상과 인간의 전망을 만들어낼 언어를 찾아가야 한다. 이주빈은 그 전망의 언어를 자신이 태어난 곳, 즉 푸른 바다 위 ‘작은 섬’에서 모색하고 있다. ▲이주빈 시의 출발은 ‘그리운 어머니’가 아닐지 이주빈에게 ‘어미’는 ‘사랑’과 동의어다. 지난 몇 년간 써온 그의 문장은 이젠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회한의 눈물 자국에 다름없다. 세상 어떤 것보다 가강 애타게 기다리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돌아올 수 없는 어머니. 이번 시집의 몇몇 노래가 이주빈의 ‘사모곡’으로 읽히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불시로 아련한 심장’도 그중 하나다. ‘(전략)…어쩌자고 나는/불시로 아련한 심장을/달고 태어난 것일까//어쩌자고 너는/까닭 없이 그리운 얼굴이었을까.’ ‘불시로 아련해지는 심장’을 아들에게 준 어머니. 이주빈의 시집에서 무시로 출렁이는 바다와 서정으로 흔들리는 섬,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백 번의 그리움은 모두 ‘어미’로 귀결된다. 바다, 섬, 그리움이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의 세 가지 핵심어라면, ‘어미’로 표현되는 시인의 어머니는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유일한 알짬이다. 50대 중반에서야 첫 시집을 독자들 앞에 내보인 이주빈. 그가 책의 마지막에 심어둔 한 편의 시가 세상의 처음이자 존재의 끝을 감지한 자의 예언처럼 우리 가슴을 술렁이게 만든다. ‘개망초꽃’이다. ‘부디 힘세고/돈 많은 자들은/너희들의 꽃을 찾아 떠나라//나는 개망초/오로지 가난한 자들에게만 보이고/오로지 힘없는 자들에게만 사랑이 되는/흔해서 따순/당신의 밥.’ ‘흔하기에’ 어떤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 이주빈의 시는 이주빈을 닮았다. ‘그 사람이 쓰는 문장이 곧 그 사람’이란 선현들의 말을 거듭 되새김질 할 이유도 없다. 이주빈의 시는 곧 이주빈이다. 허위허위 세파를 헤치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이상향’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바다와 섬, 그리움으로 켜켜이 쌓아올린 무너지지 않을 미려한 성채로 다가온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게 분명하다. 고독하고 쓸쓸한 새해 벽두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히 권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14

‘8천억 예산·생활 인구 40만·두배 잘사는 청도 건설’에 군정 총력

청도군의 2025년 군정 목표는 △8천억 예산 시대 준비 △생활인구 40만 확보 △2배 더 잘사는 청도 건설이다. 군은 이러한 3대 군정 목표를 달성하고자 군민이 행복한 맞춤형 복지정책과 안전하고 활기찬 청도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3대 미래 비전인 청도 평생학습행복도시와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 농업 대전환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한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2024년은 오직 군민만을 생각하며 지방소멸위기 도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역량을 집중한 해였다면 을사년 새해는 변화와 혁신의 기운을 받아 군민들이 더 행복하고 자부심 넘치는 지속 가능한 청도를 실현하고자 확정될 ‘비전 2040 청도군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가 함께 행복한 청도를 만들어 대한민국 최고의 지방정부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또 “2025년은 청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기인 만큼, 공약사업과 주요 현안 사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군민과의 참여와 소통을 더욱 확대해 신뢰를 쌓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군민이 행복한 청도를 만들고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 새해 군정목표 2024년 청도군은 지방 소멸 위기 도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역량을 집중해 △군정 사상 최초 예산 7000억 원 시대 개막(최종 7018억 원) △생활인구 32만 명 달성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전국 최다 160억 원 확보 △15개 기관 40개 분야 수상 △농업 혁신타운 조성(80ha)을 통한 농업 대전환의 기반 마련 △관광 인프라 확충 △복지와 교육정책 강화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극세척도(克世拓道,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의 자세로 올해도 속도감 있는 추진과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 주요 군정 방향으로 △모든 군민이 행복한 따뜻한 복지도시 △맞춤형 지역개발을 통해 상생 성장하는 균형발전 도시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아이의 장래가 밝은 청도, 함께 키워가는 행복한 도시 △배움이 삶을 변화시키는 평생학습행복도시 △힐링과 감동이 가득한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 △농업의 대전환을 통해 활력 넘치는 부자 농촌 실현을 추진한다. □ 행복한 복지도시 청도군은 온누리 스마트경로당 구축과 대상포진 무료접종 확대(65세 이상),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지원한다. 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리프트 버스 지원, 주택 개조사업 등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며 보건소 이전 신축과 농업인 재활센터 운영 확대를 통해 선진 보건 인프라를 강화한다. □ 균형발전도시 청도 상상마루 조성사업(대중교통 환승 대기소, 상가, 헬스장 조성), 청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청도읍사무소, 행복주택 42호, 건강센터 조성),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주거시설, 취·창업지원센터, 수변공원 조성) 등의 대형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청도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을 통해 700개 일자리 창출과 1000여 명의 정주인구 유입을 기대하며, 마령재 터널 개설 공사(2027년 준공 예정), (경산~청도)도시광역 철도망 연장, 청도 매전-울주 상북 간 도로개설, 각북~대구(보훈병원)터널 개설사업 교통 인프라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청도천변 맨발 걷기길, 빛나래 상상마당 등 힐링 공간을 조성하고 회천교차로 설치 확대, 화재피해 주민 지원 확대 및 스마트 마을 방송시스템 구축, 국가하천으로 승격한 동창천을 중심으로 재해예방사업 등을 통해 주민 안전망을 강화한다.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상수관망 정비, 정수장 증설, 송수관로 복선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청도 공공하수관로 민간투자사업(BTL)을 통해 선진화된 하수관로 유지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 아이의 장래가 밝은 희망도시 청도형 육아 복합 지원센터 건립과 24시 돌봄 어린이집 운영 등을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10만 원 임대주택, 빈집활용 1만 원 임대주택 제공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한다. 더불어, 비어 있는 청도 5일장의 4일을 생활인구로 채우는 청년문화 복합공간(054스페이스) 조성과 전통시장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 평생학습행복도시 평생학습 행복관을 거점으로 청도 행복아카데미, 경북도민 행복대학, 온누리 대학 및 대학원, 여성대학 및 대학원 등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또 검정고시반 운영, 마을 평생교육 지도자 양성, 자격증 과정을 지원하며, 작고 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와 인재육성장학회 영재 프로그램을 통해 특색 있는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지정을 추진해 국제적 교류를 확대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인다. □ 문화예술관광 허브도시 생활문화복합센터와 예술인 창작공간 조성으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성곡댐 생태관광벨트, 각북 명품산림치유센터, 유천문화마을 관광 명소화 등으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며 대규모 위락시설과 레포츠 단지 조성을 통해 인근 대도시의 관광객들을 유치한다. 귀촌인과 생활인구를 연결하기 위한 ‘아름다운 나눔 장터’를 고쳐 ‘여가, 청도’라는 관계안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농업 대전환을 통한 부자 농촌 혁신농업타운을 읍면별로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청도형 스마트팜 보급과 신소득 작물 재배를 활성화해 수출 품목 다양화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를 도모한다. 청도 우수농산물 품질인증제를 도입해 지역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확산하고 외국인 근로자 확대 도입과 농업인 숙소를 건립해 안정적인 농업 환경을 제공한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1-13

구미시 ‘건강 사각지대 제로화’… 시민 삶의 질 촘촘하게 관리

구미시는 시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건강 사각지대 제로화’실현에 나선다. 시는 치매 관리와 정신건강 증진, 임신·출산 지원, 금연 환경 조성 등 다양한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시민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디지털 기술과 주민 참여를 강화해 모든 세대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치매조기발견부터 돌봄까지 구미시는 지난해 치매관리사업에서 전국 최고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치매 고위험군과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치매예방교실과 초로기 치매환자 쉼터를 확대 운영한다. 또,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대상을 기준중위소득 140% 이하로 확대해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 치매보듬마을 운영과 치매파트너 양성도 강화해 지역사회 내 치매 인식을 개선하고 치매안전망 체계를 더욱 탄탄히 한다 □ 예방에서 회복까지 강화된 정신건강증진사업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자살예방 및 정신질환자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예방부터 회복까지 통합적 지원을 추진한다. 지난해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통해 보건복지부 우수지자체로 선정된데 이어, 경상북도 주관 ‘정신건강·자살예방사업’에서도 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았다. 올해는 동 단위로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해 맞춤형 자살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하고, 하반기부터는 자살유족에게 신속한 대응을 제공하는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 세심한 배려로 이어지는 생명케어 기존에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사실혼·예비부부 포함)를 대상으로 운영되던 임신사전건강관리 사업은 올해부터 20~49세 미혼남녀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결혼 여부와 자녀 수에 관계없이 최대 3회(주기별 1회)까지 지원이 가능해, 연령대별로 적절한 생식 건강관리와 조기 검진을 통해 난임 예방과 건강한 임신·출산을 돕는다.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도 더욱 강화된다. 올해 새롭게 추진되는 ‘난임극복 마음건강 지원사업’에는 1억 원이 투입돼 경제적 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과 문화활동(도서 구입, 영화 관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구미사랑상품권 20만원을 지원된다. 난임 시술비 지원도 확대된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존 부부당 25회로 한정됐던 지원 횟수가 출산아당 25회로 변경됐으며, 공난포 등 비자발적 시술 중단 시에도 지원 횟수가 차감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총 1,560건, 약 14억 원의 난임 시술비가 지원됐고, 그 결과 192명의 소중한 새 생명이 탄생했다. 올해부터는 보건소를 방문해야만 가능했던 임산부 현물서비스(영양제, 기형아검사 쿠폰 등)를 ‘맘편한 임신 서비스 택배비 지원사업’에 1800만 원을 투입해 비대면으로 제공한다. 관내 등록 임산부 연간 약 2000여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임신 확인 후 정부24 플랫폼 ‘맘편한 임신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임산부 혜택을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시는 확대된 모자보건사업의 혜택이 더 많은 대상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널 ‘구미시 임신출산지원톡’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 건강생활실천 환경조성 구미시는 금연상담과 클리닉 운영, 금연캠페인 등을 통해 금연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올해도 금연클리닉 등록자를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며, 사업장 근로자들을 위한 이동 금연클리닉을 지속 운영한다. 또, 흡연 예방교육과 금연구역 지도점검을 강화해 흡연율을 지속적으로 낮춰나간다. 걷기 환경 조성에도 나서 남통녹지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 걷기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건강관리 플랫폼 ‘워크온(모바일 걷기 앱)’을 활용해 시민들이 걷기를 생활화하도록 돕고 있다. □ 비대면시대, 자가건강관리 역량강화 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앱과 스마트밴드(활동량계)를 통해 간호사와 영양사 등 전문 인력이 실시간 모니터링과 상담을 제공한다. 디지털 건강관리 사업인 ‘모바일헬스케어사업(19~64세)’과‘어르신건강관리사업(AIIoT·65세이상)’은 오는 3월부터 신청자를 받아 본격 시행된다. □ 포용적 복지 실현 및 장애인 의료접근성 보장 시는 장애인 건강권 증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재활치료실 운영, 이동재활서비스, 한방 건강증진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포용적인 복지 실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1-09

하늘과 대화하 듯 뻗어나간 가지에는 생명·시간의 흔적이…

겨울 찬 바람이 푸른 솔가지 빗자루로 허공을 향해 설렁설렁 비질하니 빗살 끝에 닿은 하늘은 더욱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맑다. 하늘이 푸르고 맑으니 내 몸과 마음도 푸르고 맑은 자연이 되었다. 바람의 손끝에 솔향은 흩날리고 지난해 바위틈에 숨어 있던 역겨운 메케한 냄새를 쓸어 내고 더덕더덕 붙은 몸속 땟물을 말끔히 몰아낸다. 삼송(三松)은 마치 세월의 이야기와 자연의 예술을 동시에 품은 존재처럼 다가온다. 고요한 하늘을 배경으로 서서, 푸른 솔가지 잎을 부드럽게 늘어뜨리고 있다. 그 가지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필선처럼 보이며, 그 선율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마치 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하다. 강인한 줄기와 뒤엉킨 가지들은 소나무가 겪어온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삼송(三松)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 그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낸다. 마치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듯 뻗어나간 가지들은 자유로움과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나무의 표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그 자체로 자연이 그려낸 작품이며, 굵고 뒤틀린 줄기와 조화를 이루는 잔가지들은 생명력의 끊임없는 확장을 보여준다. 푸른 하늘과 녹색의 솔잎이 만나 이루는 풍경은 소나무가 품은 고요함 속의 생동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서로를 보완하며 소나무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연의 위엄이 느껴지고, 가까이서 보면 생명과 시간의 흔적이 담긴 예술적 디테일이 드러난다. 삼송은 그 자리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가 되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묵묵히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삼송(三松)의 내 외모에서 풍기는 원근에서 느끼는 이미지를 보면서 내 늙음의 후줄근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일신우일신’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삼송(三松)은 김천시 증산면 유성리 마을에 살아가고 있는 쌍계사지 세쌍둥이 소나무이다. 삼송은 제일 큰 형은 키가 13m, 몸 둘레는 2.5m이다. 그리고 둘째는 키가 15m, 몸 둘레는 2.1m이다. 그리고 막내는 키가 11m, 몸 둘레는 2.1m로 처진 소나무로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쌍계사지가 시루봉 바로 아래에 있고 보면 삼송은 절의 마당에 부처님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나무의 나이로 보아 키나 몸 둘레가 지금보다 더 클 것 같은 데, 이곳을 방문하는 신도나 삼사백 년 전 1000여 명의 스님이 절에서 수행하였다 하니,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에 자람이 더디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모두 10m가 훌쩍 넘긴 날씬한 몸매는 찾아오는 사람이나, 그저 모르고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삼송의 푸르름의 아름다움에 그를 톺아보았을 것이다. 김천은 사통팔달 교통요지이며 산세가 아름답고 품이 넓어 오랫동안 수도처로 직지사와 청암사, 수도암 등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천은 요즘 핫하게 뜨는 경북의 혁신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 유성리에 ‘무흘구곡 전시관’을 세워 대가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담은 58경과 무흘구곡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일종의 문화생태계를 이루어 무릉도원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곳 유성리 출신 이창재는 중앙부처를 두루 근무하고 경북도 감사관을 거쳐 고향 김천 부시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고향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 공무원이다. 그는 내가 노거수를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쌍계사지 삼송을 소개하고 안내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삼송을 보고 자라면서 늘 푸름과 곧은 절개, 그 끈질김을 교훈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렇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지혜를 터득하게 해 주고 교훈을 준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우리가 알고 있다. 그의 덕분에 삼송을 만나게 되고 즐거움을 느꼈으니, 김천에 있는 멋진 연리근의 느티나무와 조룡리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안내해 보여주었다.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복사꽃이 피어 있는 수풀 속으로 잘못 들어갔는데 숲의 끝에 이르러 강물의 수원이 되는 깊은 동굴을 발견하고 그 동굴을 빠져나오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졌다고 한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1천 6백여 년 전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이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초목이 무성하면 봄이 온 걸 알고 나무가 시들면 바람이 매서움을 아노라, 비록 세월 적은 달력 없지만 사계절은 저절로 한 해를 이루나니, 기쁘고도 즐거움이 많은데 어찌 수고로이 꾀쓸 필요 있으랴.”라는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썼다. 무릉도원 같은 무흘구곡을 찾아 옛 선비들처럼 자연을 노래하며 심신을 수련하는데 이곳만 한 곳이 있을까 싶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이 김천에서 성주로 흐르는 대가천을 따라 자리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노래한 곳으로 제1곡 봉비암(鳳飛巖)에서부터 성주 댐을 거쳐 김천시 증산면 수도암 아래쪽 계곡에 자리한 제9곡 용소폭포까지 약 35㎞ 구간의 맑은 물과 기암괴석 등, 절경을 읊은 시이다. 봄에는 개울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 녹임 물은 버들강아지 꽃피우고, 여름에는 용소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개울을 훑고 핥으며 그간의 땟물을 씻어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과 답답함을 해소한다. 가을에는 단풍 물로 개울을 수놓고,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옷 해 입고 봄맞이 채비를 한다. 참으로 고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곳 삼송(三松)은 무흘구곡 상류의 시작점이요 옥류정이 위치해 있다. 주변의 경관은 그 정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연맹이 말한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무흘구곡에다 누군가 삼송(三松)의 시를 지어 넣어 무흘십곡으로 하면 어떨까. 쌍계사지는? 김천 증산면 유성리 시루봉 아래 신라 현안왕 3년(859) 도선(道詵) 국사는 쌍계사를 창건하였다. 쌍계사 대웅전은 전면 5칸 측면 3칸 25집으로 조선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건축물로서 천정의 그림과 석가여래입상인 쾌불(길이 32m, 폭 8m)은 수작으로 꼽힌다. 쾌불은 가뭄이 심할 때에는 대웅전 마당에 걸고 기우제를 지내면 바로 비가 내렸다고 전한다. 쌍계사는 1000여 명의 스님들이 수행한 17~18세기 한국불교 경학사의 화엄학(華嚴學) 대가의 가풍과 선(禪과) 교(敎)의 맥을 이은 불교사에 있어 중요한 사찰이다. 남아 있는 비문을 통해 조선시대 불교 탄압의 산물인 사찰의 부역(負役), ‘쌍계사 한지제작’ 등의 시대사도 알 수 있다. 쌍계사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대웅전 일부가 임시 증산면사무소로 사용되었는데, 수도산에 남아 있는 북한군 패잔병들의 방화로 인하여 7월 14일 전소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대웅전 터는 증산면에서 향토문화재 복원사업으로 복원하게 되었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08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포항 미래 철강산업경제 핵심

2026년부터는 유럽으로의 철강수출이 어려워진다. 코크스(석탄)용광로로 만든 철강제품은 탄소국경세로 인해 수출이 막힌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수소환원제철소를 확보하고자 저마다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일본제출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국가안보와 경제주권, 철강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일본은 이시바 총리가 나서서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US스틸의 인수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이 계약에 반대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국가의 경제주권을 주장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포항시도 포스코를 도와주어야 한다. 결국 수소환원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지구촌을 이끌어 갈 것이다. 포항환경연대 유성찬(60·사진) 공동대표에게 탄소중립시대의 새로운 시민환경운동과 수소환원제철에 대해 들어본다. 글 싣는 순서 1.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 필요성2. 수소환원제철, 해외에서는 어떻게3.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해야 - 환경과 경제는 밀접한 관계이지 않나. △과거 1970년대에는 공장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이 경제개발의 상징이었다면, 현대에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이 중요한 시대가 열려, 대기오염방지와 주민의 건강권, 환경권을 지키는 것이 국가와 지방정부의 주된 역할이 됐다. 환경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여되는 비용과 과정을 ‘외부효과’라고 경제학에서 논의돼 왔지만, 이제는 외부효과라고 말하기에는 환경문제가 산업과 경제에 대단히 밀접한 관계이므로 경제적 연결고리에 환경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즉, 사람이 다 잘 살고자 경제활동을 하는 것인데, 환경문제가 외부효과라면 틀린 말이란 것이다. - 지역사회 전체가 탄소중립경제 환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경제와 산업을 일으키는 환경경제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열렸다. 이는 인간 지성의 산물이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아서 지구상에는 여러 환경문제가 일어난다. 그 환경문제 중에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만큼이나 인류에게 큰 악영향을 주는 것은 현재로는 없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것이기에 지구온난화를 극복할 방법은 탄소중립,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경제의 시대에서 지역의 모든 기업들에게는 에너지 절약은 기본이고, 플라스틱 감량사용,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 RE100 등 탄소중립을 실천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이 기업경쟁력을 높이게 되므로, 기업의 탄소중립운동 자체가 선진적인 경제활동이고 나아가 친환경산업활동이 탄소중립경제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그룹인 블랙록이 삼성, LG, 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에 RE100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글로벌기업들의 공급망에 들어와 있는 하청기업들에게도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게 됐다. 전세계가 이럴진대, 포항에서는 포스코의 하청·연관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탄소중립은 시민들의 전기·수도물 절약운동만이 아니라, 경제적, 산업적인 측면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 명의 포항시민이 탄소중립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지구온난화가 해결되지 않는다. 포항시민 모두가, 포항시 전체가, 지역기업 모두가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천할 때만이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고, 인류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 포항 중심에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이 우뚝 서 있다. - 정부가 수소환원제철 건립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유엔과 파리기후협약의 노력으로 전세계가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2021년 9월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2022년 3월,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그 기본내용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를 실현하도록 돼 있다. 포항시도 포항지역에서 탄소중립을 성공시키기 위해 부서별로 탄소중립실천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포항시민들에게도 이를 실천하자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포항의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포스코의 용광로이다. 포항시민 50만 인구가 주택에서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포스코의 코크스 용광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보다 많을 리가 없기에, 포항시도 포스코의 탄소중립을 협력해줘야 하는 것이 지역적으로는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포항시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물론 포스코는 국가산업단지 내에 존재하고 국가에서 관리해야 하는 탄소중립과제이겠지만, 포스코는 포항지역의 글로벌대기업이다. 포항이라는 도시가 포스코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은 포항시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많은 분야의 포항경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포항이 수소에너지특구로 발전해 새로운 산업경제시스템을 갖춘다 할지라도 크게 보면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과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산업시스템이 될 것이다. 만약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결과는 끔찍하다. 세계 제1의 포스코가 있는 포항의 철강산업은 중국과 베트남 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게 되고, 포항경제와 대한민국 경제는 곤두박질 치게 된다. - 포항시도 함께 나서야 하겠다. △철강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다. 강철이 없이는 기본적으로 대형 구조물을 만들 수 없다. 조선업도, 탱크도, 비행기도 만들 수 없다. 모든 플랜트구조물에는 강철이 들어간다. 전국의 모든 공장과 기계플랜트산업에 들어가는 기본 자재가 철강이기에 포항은 다른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크게 복받은 곳이다. 이러한 철강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포항경제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포항시민들이 경제개발기간 동안 인내해 온 것도 포항이 경제근대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향후 포스코의 ESG 경영으로 인해 포항지역이 더욱 발전해 가겠지만, 포항의 역사에서 포스코를 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포스코와 포항시민의 관계가 한층 증대되는 포항지역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포항시는 탄소중립을 위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이 포스코라는 기업만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포스코에게만 맡겨 놓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포항지역의 탄소중립은 시민과 관청, 기업까지도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는 환경과제인 것이다. -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이유는. △환경에서도 극단주의가 있을 수 있다. 근본적 생태주의에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에는 그만의 살아갈 이유가 있으므로 존중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좋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인류와 함께 생물의 존재를 지키는 것을 존중하자는 뜻에는 옳다고 믿지만,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에는 그에 대한 적합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 지구온난화를 극복하는 것은 인류의 파멸을 막고, 인간의 생명을 보존해가기 위한 일이다. 이것은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천하는 일이기에 산업혁명 이후 누려온 경제발전과 질병치료, 생명연장, 건강보호 등 그 많은 휴머니즘적인 인간의 활동들을 더욱 증진시켜 나가는 일일 것이다. 석유와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는 방법을 찾는 신재생에너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조력발전, 소수력발전이 그렇다. 좀 더 나가면, 쓰레기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는 고온열분해가스화발전소가 성공한다면 수소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시민환경운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극단적인 환경근본주의운동이 아니라 시민환경운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을 범시민적으로 전개하고, 환경과 경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 가계생활경제는 직장인이 기업활동과 노동생활을 해 유지하는 것인데, 가정생활이 기업의 환경활동, 탄소중립경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웃들과 공유해야 한다. 즉 기업의 친환경산업활동이 가계생활의 경제를 유지해 가고 있음을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다. 그래서 NGO의 활동양식을 조금은 이해하는 사람이어서 시민사회단체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크게 보면 나도 그 방향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민환경운동을 전개하고자 할 뿐이다. 1990년대 중후반, 많은 이들이 노동운동중심만의 사회민주화운동을 얘기할 때, 나는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논쟁과 시민사회중심으로의 사회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포항KYC(한국청년연합회 포항지부)를 창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0년대를 넘어서는 지역의 언론과 시민사회운동에서‘하버마스의 열린공론장’개념으로 시민사회영역의 확대를 주장해 왔다. 공동체사회는 결국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시민사회에서 소통의 개념을 더욱 넓게 확보하는 방안은. △열린 언론이다. 인터넷신문, 지금은 카카오로 대변되는 SNS의 민주주의이다. 나는 환경문제를 얘기하면서 극단에 치우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답답하게 꼬인다는 것을 알기에, 환경문제도‘공적토론영역’,‘열린 광장’의 개념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포항의 환경문제를 얘기하는, 자발적인 시민모임이 많이 만들어져야 하며, 환경문제논쟁도 열띠게 토론돼야 한다. 환경문제에는 민주주의와 공리주의가 필요하며,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때만이 더 많은 공감능력을 갖게 된다. 포항에는 세계 제1의 철강기업 포스코가 있다. 포항지역의 산업을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포항의 경제를 지탱해줄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평화주의적인 민족주의자라고 자처한다. 철강산업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수소환원제철의 성공으로 지구촌에서 우리나라가 지도적인 국가로 우뚝 서기를 희망한다. /이부용기자

2025-01-08

창조주와 만남·생존의 고통 내면화 통해 부쩍 성숙해진 ‘자아’

1980년대 5·18 시인으로 문단에 필명1981년 출간됐던 시집 43년 만에 복간1980년 도심서 불현듯 만났던 하느님군사 독재 우울했던 시절 한줄기 희망2025년, 그 때 하느님은 지금 어디에? 1969년. 눈물과 핏물 선명한 시를 쓰며 한국 문단에 모습을 드러낸 스물한 살 청년시인이 있었다. 그로부터 54년의 세월. 청년시인 김준태는 제법 큰 손자를 둔 일흔일곱 살 할아버지가 됐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족히 100년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닐 김준태의 시는 여전히 젊고 뜨겁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를 절절하게 노래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쓴 사람이다. 목숨을 걸고 참혹한 역사와 현실을 두려움 없이 노래할 수 있는 몹시 드문 작가인 것. 그의 용기와 빼어난 시편들은 20세기 많은 문학청년들에게 스승으로 역할했다. 최근 김준태의 탁월한 시집 가운데 하나인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가 복간됐다. 43년 만에 ‘도서출판 생명과 문학’에 의해서다. 1981년 책이 출간될 때 김준태 시인은 “시는 열정이고 사랑의 극치이며, 희망인 동시에 신뢰”라고 말했다. 시간이 흘렀다 해도 이 문장에 담긴 선명한 진실성은 바뀌지 않았을 게 분명해 보인다. ▲평론가 김치수 “잠든 우리의 의식을 깨우는 충격” 그렇다면, 열정과 사랑, 희망과 신뢰로 행간의 여백을 메운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를 다시 접한 이들은 어떤 감상과 평가를 남겼을까? “시인은 고향의 사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고향을 만나며 그 고향을 통해 사람에 대한 사랑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는 고향을 찾을 수 없고 ‘하느님’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대단히 거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시적 표현들은 언제나 두 개의 강렬한 이미지들이 맞부딪침으로 인해 끊임없는 불꽃을 튀게 만들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잠든 의식에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준태의 시를 해석한 문학평론가 김치수의 말이다. 여기에 김 평론가는 이런 견해를 덧붙인다. “김준태의 시에 나타나고 있는 서사시적인 요소는 우리 삶의 고향을 되돌려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이끌고 가는 전통적인 리듬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시집에 실린 동명의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1980년 7월 31일/저물어 가는 오후 5시/동녘 하늘 뭉게구름 위에/그 무어라고 말할 수 없이/앉아 계시는 하느님을/나는 광주의 신안동에서 보았다…(후략)’ 당연지사 시는 은유와 상징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1981년 30대 중반이었던 김준태가 도심 한복판에서 본 ‘하느님’은 무엇의 은유이고 상징이었을까?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군사 독재가 지배하던 어둡고 우울했던 그 시절. 시인 김준태는 어떤 상황이 와도 ‘절망하지 않고. 미움을 이유로 울지 않으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목숨이 붙어있는 하찮은 것들 모두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약속한다. 그랬기에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입 맞추고 입 맞추고 또 입 맞추고 살아가리라’고 환하고 뜨겁게 맹세할 수 있었다. 기자는 43년 전 김준태의 다짐과 약속, 그리고 맹세가 지켜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5년 오늘, 하느님은 어디에 있을까? 1948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난 김준태는 1969년 전남일보와 전남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선배 조태일(1941~1999) 시인이 펴내던 문예지 ‘시인(詩人)’에도 발군의 작품들을 여러 편 선보였다. 운문만이 아니라 산문 쓰기에도 능한 김 시인은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세계 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등도 출간해 독자의 폭을 넓혔다. 고등학교 교사, 대학 초빙교수, 언론사 부장 등을 거친 그는 제10대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이번에 복간된 생명과문학판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엔 주목해 읽을 만한 작품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기자는 ‘사람 노래’ ‘할아버님 생각’ ‘벌판에 서서’를 추천하고 싶다. 끝으로 한 가지를 덧붙인다. 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첫머리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인용돼 있다. 이런 문장이다.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인간성이란 바다와 같은 것이어서, 설령 바닷물의 한쪽이 더럽혀진다 해도 그 바다 전체가 더럽혀지지는 않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결코 세상 전체가 모두 더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종교와 닮은 강고한 신념. 김준태와 마하트마 간디만이 아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이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하느님’은 2025년 오늘, 어디 있을까? 시집을 덮으며 든 의문이다.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시대를 초월한 시인들의 영원한 화두耳順의 작가 “고통 만이 우리를 승화”삶에 대한 끈질긴 탐구·현실 문제 자각특유의 진솔함으로 즐거운 깨달음 선물 한국문학사 연구자인 이승철(67)이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는 시대를 초월한 시인들의 화두다. 김여옥의 시는 ‘고통만이 우리를 승화시킨다’는 결론에 다다른 영혼의 진혼곡이자, 우리 사회의 혼돈을 외면치 않는 간곡한 선언이기도 하다”라고 상천한 시집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있었다’(도서출판 들꽃) 역시 눈여겨봐도 좋을 책이다. 1991년 문단에 나온 김여옥 시인은 ‘자유문학’ 편집장, ’월간문학‘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꾸준히 시 작업을 지속해온 김 시인은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중국 등도 방문해 현지에서 한국 시와 시인을 알리기도 한 사람. 책을 펴낸 출판사는 “이순(耳順)의 나이를 통과한 김여옥 시인은 지나온 생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함께 사회적 존재로서 작금의 현실 문제를 형상화한 시편을 선보이고 있다. 김 시인은 인생 여정에서 응어리지고 응축된 생존의 아픔과 고통을 내면화, 자기화하려는 시 정신을 보여준다”고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있었다’를 설명한다. ▲시집에서 발견한 ‘김여옥 아포리즘’의 골계미 이번 시집에 실린 ‘새의 호흡법’ ‘고향 안개밭’ ‘해수산 울음소리’ 등의 작품은 김여옥 특유의 진솔함과 질박함을 담아내 읽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깨달음을 선물하고 있다. 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제4부 ‘김여옥 아포리즘(aphorism·세계와 인간의 진실을 짧게 표현한 글)’이다. 간결한 문장 속에 새겨진 메시지가 묵직하게 읽힌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글이 분명하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미래뿐 아니라 과거를 결정하는 건/현재 너의 삶이다.’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되고 만다.’ ‘식물은 베이거나 생채기가 날 때 짙은 향을 풍긴다/고통을 이겨낸 사람의 향기가 그렇다.’ 2024년 을사년이 시작됐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 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 땐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한 해를 설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앞서 소개한 김준태와 김여옥의 시집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07

‘희망·조화·행복·건강·사람’ 5H 키워드로 흔들림 없는 시정

시민 행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경산시의 2025년도 시정의 키워드는 희망(Hope)과 조화(Harmony), 행복(Happiness), 건강(Health), 사람(Human) 등 ‘5H’다. 2025년 사자성어를 승풍파랑(乘風破浪,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으로 정한 조현일 시장의 경산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는 시정추진의 의지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24년 경산시는 여러 가지 도전과 위기를 마주했지만 두렵고 힘들다고 주저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어냈다. 대형프리미엄 쇼핑몰 유치와 행정절차를 마무리해 공모 절차에 들어가고 국책사업 공모 선정으로 지역의 혁신성장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또 청년들을 위한 공간마련 등과 대구권 광역철도인 대경선의 개통,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의 하양 연장 개통,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는 ‘우리 아이 보듬병원’과 ‘K보듬 6000’1호점 개소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상북도 유일의 가족정책 유공 국무총리상 수상 등 수 많은 시정의 전 분야에서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산 발전이라는 큰 목표만을 향해 난관을 극복하며, 내일이 더욱 설레는 경산을 위한 흔들림 없는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조현일 경산시장의 5H를 풀어본다. □ 첨단산업생태계 조성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새로운 비전 제시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층을 잡고 지역에 머무르게 하려고 ‘42경산’인재 육성프로그램 외에도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사업으로 더 많은 ICT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취·창업한 경쟁력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금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경산펀드’를 확대해 나간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래 성장동력이 반영된 상림 재활산업특화단지 및 경산5일반산업단지 신규 조성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글로컬 대학 및 교육 발전 특구 사업으로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나간다. 또 해외 마케팅 지원 등으로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출노선 다변화로 희망을 노래하게 한다. □ 인구 30만 명품 자족도시 건설 전 지역이 고르게 성장하고 수도권 수준의 도시철도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의 삶의 질을 조화롭게 한다. 노후화된 자인 버스정류장 현대화사업으로 편리한 환경을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고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 등으로 경산 어디든 소외되지 않고 전 지역이 고르게 성장하는 균형발전 도시를 만든다. 경산의 자랑인 명품 생태하천 ‘남천’처럼 조산천과 오목천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경산 IC 톨게이트 진입로 확장공사와 1월 착공하는 진량 하이패스 IC 설치로 교통편의와 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에 힘쓴다. 압량 ~ 진량 간 지방도 919호선 확장사업과 백천사거리 혼잡도로 개선사업으로 출·퇴근 차량정체를 해결하고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과 대경선 개통에 이어 1, 2호선 순환선과 2호선 및 대경선과의 연계선도 끈을 놓지 않고 추진해 인구 30만 명의 명품 자족도시로 발전해 나간다. □ 세심한 나눔과 배려로 행복한 도시 틈새 없는 복지안전망 구축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육아 친화 도시 조성으로 지켜주는 행복 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강화해 권익 신장은 물론, 유공자가 더욱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며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여가부터 운동시설까지 더 꼼꼼히 챙겨나가고 경산형 달빛병원인 ‘우리 아이 보듬병원’에 소아과 1개소와 산부인과 2개소 등 추가 협동진료를 통한 안정적 진료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산업단지 내 신제지 경관개선을 통해 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와 함께 근로자와 시민이 쾌적하게 즐길 쉼터를 만들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극복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문화·관광·체육이 일상화된 건강(Health) 도시 인근 대구에 문화가 귀속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 공간을 확대해 문화와 관광, 체육이 일상화되는 건강 도시 경산을 만든다. 이를 위해 문화 관광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될 경산문화관광재단의 출범으로 시민들이 더 나은 문화 혜택을 받고 관광자원 발전으로 연간 800만 명의 방문객들이 지역에서 즐기고 머물 발판을 마련한다. 압독국 사람들의 생생한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임당유적전시관에 주야간 볼거리가 있는 콘텐츠를 접목해 경산의 명소로 만들고 도서관, 생활문화센터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된 중산지구 도서관을 하반기 중 개관해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 공간으로 활용한다. 남산면 에코토피아 파크 골프장과 용성면 게이트볼장 조성 등으로 시민들의 건강한 여가를 책임지고 경상북도 기념물인 용산산성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역 문화명소로 재탄생시키고 남산면 연하리에 힐링 숲과 야영장 등 가족 중심의 산림휴양 공간을 확충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 □ 사람(Human) 중심의 열린 행정 시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과 신념으로 민생현장에서 직접 보고 귀 기울이며 소통하는 시정, 사람 중심의 열린 시정을 구현한다. 뉴미디어 양방향 소통 채널 운영으로 실시간 시민들의 의견을 피드백해 시정의 만족도를 높여 가는 등 시·군 통합 30주년을 맞아 시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 100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닦아 나간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2024년은 여러 가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으나 28만 시민이 지혜를 모으고 한뜻으로 움직여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 나와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등 지역경제에 희망을 준 해가 되었다”며 “2025년도 뱀이 묵은 허물을 벗고 한 단계 더 성숙하듯이 경산발전이라는 큰 목표만을 향해 흔들림 없는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2025년 시정의 키워드인 5H의 실현으로 경산시민이 행복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심한식기자

2025-01-07

“올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 박차”

구미시는 올해들어 임산부와 외지지역 주민 등 교통약자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또 택시 운수종사자 복지 개선과 감차 보상사업, 택시 서비스 전면 개편을 통한 교통서비스 질향상에 박차를 가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5일“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교통복지의 핵심”이라며,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와 운수종사자 복지 개선을 통해 교통의 서비스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 임산부택시 도입과 바우처택시 증차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임산부 전용 택시인 ‘K맘택시’서비스를 도내 단독으로 본격 운영했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이용권이나 증빙 절차 없이 전용 앱을 통해 간편하게 호출할 수 있으며, 임산부는 한 번만 등록하면 할인된 요금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전용 앱에서 호출뿐만 아니라 등록까지 가능해져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경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총 150대의 K맘택시를 운영 중이다. 기본 요금은 1100원, 최대 요금은 3,000원으로 시내 어디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월 10회까지 지원된다. 1월 현재 이용 등록자는 104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용 건수도 시행 첫달인 지난해 10월 일평균 54건에서 지난해 12월 85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총 운행 실적은 6,231건을 기록하며 임산부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K맘택시는 비휠체어 교통약자를 위한 바우처택시도 병행하여 운행 중이다. 지난해 2월 100대의 바우처택시를 도입한 뒤 9월부터 150대로 확대했다. 시행 초기 월 1834회의 이용 건수를 기록했으나, 1월현재 월 5,606회로 증가하며 교통약자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시는 수요 증가에 맞춰 택시 운행 시간도 기존 8시에서 7시로 앞당겼다. 이로 인해 이른 시간에도 이용자가 분산되어 휠체어 교통약자들의 부름콜 이용이 한층 더 편리해질 전망이다. □ 행복택시 확대와 DRT정산시스템 도입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을 위한 ‘행복택시’도 확대했다. 민선 8기 동안 7개 마을을 추가해 현재(12월 말) 51개 마을에서 1325명의 주민이 이용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NFC카드를 활용한 전자 정산 방식의 DRT정산시스템을 도입해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기존 수기 대장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 정산이 가능해져 향후 운행 수요 증가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구미역 앞 유턴 구역 설치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구미중앙로에 유턴구역을 설치했다. 이 도로는 편도 2차로 및 차도 폭 6.5m로 유턴 구역 설치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시유재산인 원평마을 문화센터 부지를 활용해 유턴 구역을 설치함으로써 수십 년간 이어진 불법 유턴 문제를 해결해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했다. □ 택시 쉼터 조성 택시 쉼터도 새롭게 조성했다. 순천향병원 앞 인도에 냉난방기와 휴대폰 무선 충전기를 갖춘 미세먼지 택시 승강장을 지난해 11월에 설치했다. 쉼터는 택시 운수종사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시외버스정류장의 노후된 택시승강대는 6월에 교체됐으며, 11월에는 공단동 LG이노텍 공장 입구에 택시 승강장이 새로 설치됐다. 이로써 관내에는 택시 승강대 총 37개소를 보유하게 됐다. □ 택시 감차 보상사업 구미시는 택시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차 보상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택시면허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관내 적정 택시 대수는 1,356대지만 404대가 과잉 공급(2023년 1월 말 기준)된 상태로, 2023년 5억 1600만원 예산을 투입해 12대(법인 10대, 개인 2대)를 감차했다. 지난해는 5억 2500만원 예산을 편성하여 15대(법인 15대)의 택시를 추가 감차해 운수종사자들의 소득 저하 문제를 완화한데 이어, 올해도 감차 보상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근속 3개월 이상, 일정 근무 조건을 충족한 종사자에게 매달 4만 원씩 처우개선비를 지원해 운수종사자들의 복지 증진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져 시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구미 통합브랜드콜 호출 앱 개선 2021년 통합된 구미 통합브랜드콜의 호출 앱(‘구미브랜드콜’)이 지난 12월 말 기능 개선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번 개선으로 기존에 없던 카드 자동결제 기능이 추가돼 이용이 한층 편리해졌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