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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 상승·해양 오염 걱정 NO, 스마트 김양식시대 활짝!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06-22 15:16 게재일 2025-06-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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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반도체 김, 스마트 양식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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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온난화, 바다 오염 등으로 인한 해양 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김을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재배, 양식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 김 양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자치단체나 식품업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바다 양식이 기후, 수온 등에서 제어가 어려운 데에 비해 육상에서는 수온은 물론 염도, PH, 영양분 등 재배 환경을 자유롭게 콘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남해의 김 양식장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바다의 로또, 해양 반도체로 불리는 김이 산업 대전환 시대를 맞았다. 해양 오염, 해수 온난화라는 복병을 만나 김 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 양식업자들은 전통적 바다 양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양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바다의 반도체 김, 스마트 양식 시대를 열다’ 시리즈를 준비했다. 김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부터 국내 김 산업의 변화, 일본의 양식장 탐방기까지 5회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웰빙시대 맞아 힐링푸드 새롭게 주목
‘바다의 반도체’ 불리며 작년 수출 1조
K-컬처 열기 타고 미·일·유럽서 인기

 

최근 해수온 상승·해양 오염 ‘복병’ 등장
바다 양식장 황폐화로 어민 수입 급감
전통적 양식 한계 극복 육상 재배 시도

 

정부 350억 투입 스마트 김산업 장려
지자체·식품업계 ‘육상김’  본격 경쟁
투자대비 경제성 확보 사업 성패 좌우

 

글 싣는 순서

① 바다에서 육지로, 김 산업의  변화
② 국내 스마트 김 양식장 현장을 가다
③ 일본의  김 양식장 세노수산 취재기
④ 세노수산의 돌김 양식 성공 비결 
⑤ 경북도의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흰 쌀밥에 김 한 장 얹어서 먹는 맛이란...’

김은 오랫동안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미식(味食) 코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아왔다.

수많은 음식 중에 김이 이렇게 ‘국민 푸드’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우리 민족과 정서적 공감을 함께해 왔음을 뜻한다 하겠다. 그렇다고 인류사 측면에서 김이 항상 양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국에서 김은 한때 해양 쓰레기, 가축 사료 취급을 받으며 식탁에서 멀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ESG, 웰빙 요리시대를 맞아 김은 ‘힐링푸드 아이콘’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우리 식탁 맨 앞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경제, 산업적 가치도 뛰어나다. 현재 한국에서 김은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며 작년 수출 1조 원(7억 8000만 달러)을 돌파하며 코리아 슈퍼푸드의 대명사인 라면을 앞질렀다. 이처럼 꽃길을 걷던 김 산업에도 그림자가 드리웠으니 바로 해양 오염과 해수 온난화다. 현재 한국 김의 주산 생산지인 남해안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미세 플라스틱 등 오염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육상 김 양식장’이다. 경북도도 돌김 양식장 개발, 동해안 특성에 맞는 종(種) 배양에 나서고 있다. 게장과 함께 밥도둑으로 유명한 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K푸드 김밥, 세계의 소울푸드로 등장

 

2023년 미(美)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모녀가 김밥을 먹는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음식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세라 안(安)씨가 올린 이 영상은 조회 수 1100만회를 넘기며 K푸드 김밥의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세라 안씨가 김밥을 즐기는 장면이 방영된 후 미국 ‘트레이더조’ 냉동 김밥은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다. 트레이더 조는 미국 전역에 500개 매장을 둔 식료품점. 당시 매진 사태로 식재료를 공급하느라 한바탕 소란을 떨어야 했다. 이 덕에 이곳 냉동 김밥을 납품하던 구미의 식품업체 ‘올곧’이 초대박을 터트렸다.

올곧은 김밥 250톤 초도 물량을 순식간에 완판 시킨 이 사건 때문에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한 달 넘게 철야 근무를 해야 했다고 한다.

한국 김밥이 갑자기 미국에서 터져(?)버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그 전조(前兆)를 198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일본인 관광객들의 ‘김 사재기’를 든다.

당시 TV에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시장에서 ‘김매장 털이’를 하는 장면은 사실은 K-푸드 김의 데뷔를 알리는 서막 이었던 것이다.

거친 방사형(放射形)에 두꺼워 식감이 질겼던 일본 김에 비해 얇고 감칠맛이 나는(가격도 30% 수준인) 한국 김에 관광객들이 열광했던 것이다.

일본인들이 불을 지핀 한국 김 열기는 K-컬처 인기에 힘입어 미국,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스낵을 먹는 듯한 바삭한 식감과 환상의 조미(調味)는 단숨에 세계인들의 입맛을 빼앗아 버렸다.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해조류 열풍과 건강식에 대한 열기도 단숨에 한국 김을 판매고 최상위에 랭크시키는 데 기여했다.

김 요리와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2021년 한국 김 스낵을 950만 달러나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53%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물량 공세를 앞세우는 중국산 제품의 추격에 맞서 아직도 ‘아마존 프랑스’ 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수Second alt text온 상승으로 바다-스마트양식장 전환

 

120여국에 수출되며 K푸드 위상을 떨쳤던 한국의 김 산업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며 주춤하게 되는데 바로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다. 보통 김은 5~15도 수온에서 생육되는데 1년 중 이 온도가 유지되는 기간은 10월부터 다음에 4월까지 약 150일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채묘(採苗) 시기가 9월 초에서 9월 말로 2~3주 늦춰졌다. 이는 김 생산 시기가 한 달 가량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해 어가(漁家) 수입도 20% 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양 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김을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재배, 양식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김 양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바다 양식이 기후, 수온 등에서 제어가 불가능한 데에 비해 육상에서는 수온은 물론 염도, PH, 영양분 등 재배 환경을 자유롭게 콘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해양수산부가 2024년부터 5년간 350억 예산을 투자해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김 육상 양식은 황색화, 갯병 등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100배 이상 높일 수 있어 경제성에서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불붙은 육상 김 양식 전쟁, 대기업들도 앞다퉈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CJ제일제당은 2018년부터 육상 김 양식 개발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육상 양식 전용 배지를 개발했다. 대상(주)도 2023년부터 고흥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5년간 20억 원을 투자한다.

바이오리액터로 불리는 수조를 이용해 김양식에 나선 풀무원도 이미 월 10kg의 실험용 물김을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의 이다정 연구원은 “양식장에 AI, IOT(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같은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면서 생산 효율화를 앞당겼고 스마트 센서 기반 모니터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험실 환경에서 많은 진척을 이루고 있는 스마트 김 양식이 과연 대량 생산을 거쳐 상용화로 이어질지가 앞으로 과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생산량을 늘리려면 대규모 공간이 필요하고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어갈텐 데, 과연 투자 대비 아웃-풋(경제성)이 나와줄 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시대부터 인류와 함께한 김

유럽 고대 인골서 해조류 흔적
일본 조몬시대 패총서 김 발견
‘연오랑세오녀’ 설화에도 등장

해조류의 일종인 김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우리 식탁을 지켜왔다.

2023년 영국 요크대학은 유럽 전역의 28개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74명 유골의 치아를 분석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이 유골 치석(齒石) 분석에서 이들 대부분이 선사시대부터 이미 해조류를 섭취해왔음이 밝혀졌다. 이는 이제까지 김 소비의 주축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극동지역보다 3000년 이상 앞선 것이어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일본 조몬(繩文)시대 패총 유적지에서도 해조류의 흔적이 발견돼 기원전 1만3000년 무렵 일본에서도 김이 식용으로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신석기 인류들이 강가, 해안가에 거주하며 어로, 채집 생활을 했다고 볼 때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중국의 고대 문헌인 산해경(山海經)에도 ‘고대 중국인들이 해조류를 식용했다’는 기록이 자주 나타난다.

우리 사서(史書)에 김이 처음 등장하는 건 삼국유사. 제1권 ‘연오랑세오녀’편에는 ‘연오가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던 중 갑자기 바위가 그를 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보인다. 물론 김을 뜻하는 ‘해의’(海衣) ‘해태’(海苔)라는 단어가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이 ‘해초’(海草)가 전후 문맥으로 김, 미역 등을 지칭한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기록을 통해서 볼 때 서기 157년 경 동해안 에서는 김이 식용으로 채취되었고 원시적 형태이지만 일본과 무역, 상업적 유통도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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