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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건 많은데 머무르지 않는 ‘경북’… 관광객 잡기 과제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06-22 18:29 게재일 2025-06-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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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관광산업 업그레이드의 길
포항·경주 등 관광지 간 교통 불편, 주요 명소 한번에 보기 어렵고
콘텐츠 빈약, 안내·편의시설 등 부족… 체류 시간·소비 활동 짧아
숙박·교통권 통합상품 개발·디지털 해설 강화·관광 전문가 육성
‘불편 줄이고 매력 더한’ 지역 스토리 연계 관광객 유치 전략 시급
청도와인터널 

“10년 전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포토존도 많고 예쁘긴 한데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청도와인터널을 찾은 박지은(35·회사원 서울)씨는 터널 입구에서 사진을 찍은 뒤 금세 발길을 돌렸다. 경북 청도군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청도와인터널은 1904년 경부철도로 쓰였다. 지금은 폐선된 철도 터널을 개축해 만든 공간이다. 최근까지 청도와인터널은 경북지역 대표적인 체험형 여행지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25년 와인터널은 예전 같은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머물면서 즐길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사진만 찍고 가는 경유형 여행지가 돼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비단 청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권 관광 전반이 노후화되고 단조롭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역관광전문가들은 “지역 내 주요 관광지들이 10~20여 전 조성된 것이 대부분이고, 새로운 투자나 콘텐츠의 확장 없이 관성에 의존해서 운영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경주나 포항처럼 관광객 유치와 콘텐츠 다각화에 힘쓰는 지자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구소멸, 생산소득감소 등 지역 현안에 매몰되면서 제대로 된 관광정책을 세우거나 관광마케팅을 전개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관광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은 지방재정이 넉넉지 못한 대다수 지자체의 공통적인 현실이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경북도가 관광 매력도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인 경주 황리단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기억에 남지 않는 관광지로 전락

‘경북관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전통 도시? 유교의 고향? 자연 여행지?

하지만 이는 외래 관광객이나 젊은 세대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관광지 간 통합된 이미지 전략도 없고, 지역 특산물이나 경험 요소가 연계되지 않아 체류 시간이 짧고 소비도 적다는 것이 경북도 관광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역관광 전문가들은 “경북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정작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렸다”며 “예를 들어, 전북은 ‘슬로우시티’와 전통음식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강원은 ‘자연과 힐링’으로 표방하지만, 경북은 여전히 ‘역사’만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 황리단길, 대구 근대골목처럼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다수의 유적지와 명소들은 관람 이후 ‘기억에 남지 않는’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경의 ‘문경새재 도립공원’은 조선시대 관문이자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았지만, 현장 해설이나 디지털 콘텐츠가 부족해 1시간 코스를 도는 동안 관광객의 머릿속엔 아무런 이야기도 남지 않는다.

안동의 유명한 ‘하회마을’도 경북도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나 스토리텔링이 부재한 것은 매한가지다.

양진당, 충효당, 병산서원 등 역사적인 의미나 뒷배경을 알면 더 흥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곳도 관광안내판만 놓여 있다. 물론 매시간 문화관광해설사가 무료로 해설해 주지만 최소 10명 이상이 모여야만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전형적인 패턴의 해설이어서 흥미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소규모 여행이 일상화되고 첨단 AI가 관광에도 깊숙하게 파고든 상황에서 디지털 기기 등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관광 안내나 관광지 해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서원석 경희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변화된 관광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지금은 해석의 시대다. 아무리 유서 깊은 장소라도 오늘날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으면 관객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북 지역 대부분의 관광지가 단순한 유적 소개에 머무르며, 체험·스토리텔링·감성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다양화해야 할 경북 도내 관광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북도 내 관광 관련 공공기관 및 유관 단체에 등록된 ‘관광전문가’는 전체 직원의 약 12.8% 수준(2023년 기준). 대부분은 일반 행정직으로, 콘텐츠 기획이나 고객 경험 설계에 대한 전문성이 낮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관광을 여전히 ‘이벤트기획’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수많은 축제가 이름만 다를 뿐 행사 프로그램이 거의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 절실한 하회마을 관광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숙박 및 편의시설 부족도 심각

숙박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도 대구경북 관광의 해묵은 과제다. 실제로 대구·경북권의 특급호텔(5성급)은 대구권은 메리어트 호텔과 호텔인터불고, 대구 엑스코 인터불고가 다고 경북권은 경주에 힐튼 경주와 라한셀렉트 경주뿐이다.

굳이 특급호텔이 아니어도 관광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박시설도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경북권은 모텔과 여관을 제외하고 관광호텔은 62개 일반호텔은 143개에 불과하다. 대구권은 일반호텔 70개 관광호텔 33개다.

대구·경북지역에 특급호텔이 수도권이나 강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강원도의 관광지와 비교하여 대구·경북은 상대적으로 알려진 명소가 적고, 교통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광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행객 유치가 어려워 특급호텔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구·경북권을 찾는 관광객들이 내국인 비중이 높고 개별여행객이 많은 점도 특급호텔 건립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관광지 간에 이동이 불편한 것도 관광객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경북도의 거점도시인 포항이나 경주, 안동 같은 도시는 고속철도도 있고 도시 안에서도 이동하기 편하나 대부분의 도시들이 주요 관광지들 간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이동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경주와 안동, 문경을 잇는 대중교통은 하루에 몇 차례만 운행되며,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해도 연계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대구 시내와 가까운 관광지들은 고속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지는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구·경북권 관광 문제의 첫 단추는 교통망 강화에 있다. 

△ 지역간 교통망 강화와 주요 관광지 연계 중요 

그렇다면 대구경북 관광의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대구 경북 지역의 교통망을 확장하는 것은 관광객 수를 증가시키는 데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 지역 간의 교통망을 강화하고, 특히 주요 관광지를 연계하는 교통수단을 늘려야 한다.

경북권에서는 포항·울진· 삼척을 거쳐 강릉을 잇는 동해선 열차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실제로 동해선 열차가 개통하면서 관광객 유입 효과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연계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개통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경주, 포항, 영덕 보다 삼척, 동해, 강릉 등의 강원도 권에 반사이익이 더 크다는 지적도 높다.

포항시 관계자는 “동해선 개통에 맞춰 관광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기 위해 관광택시, 시티투어 등을 연계한 할인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숙박플래폼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할인이벤트도 준비중” 이라며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는 “경북권은 관광지 간의 이음과 연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외지관광객이 경주면 경주, 포항이면 포항 식으로 한 곳만 여행하고 돌아오는 경향이 많아 머무는 여행이 되지 못한다는 것.

나 대표는 “예를 들어 안동 하회마을 본 관광객이 바로 청송으로 건너가 고택 체험을 하고 군위나 의성에 묵으며 지역특산물을 즐기는 식으로 경북도간의 이음과 연결이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역권 단위의 통합관광패스(숙박·교통·입장 통합권)도 시행해볼 만한 정책이다. 현재 경북도에서는 경북투어패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 관광지를 묶어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 멈추고 있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교통과 숙박할인을 포함한 포괄적인 범위의 투어패스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관광 등 콘텐츠를 강화한 관광정책이 절실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 개발 절실 

대구·경북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하다.

경주의 황리단길은 경북에서 유일하게 콘텐츠 중심의 관광 재생에 성공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젊은 창업자들이 전통 한옥을 개조해 카페·소품 가게를 만들고, SNS 홍보와 감성 콘텐츠로 지역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제2의 황리단길을 조성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주 황리단길 최초 기획자인 손명문(건축사) 씨는 “관광객이 지역으로 모이게 만드는 힘은 사람 냄새 나는 콘텐츠”라며 “유적만 바라보는 관광이 아니라 경주 특유의 로컬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창의력을 보태서 보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관광을 업그레이드할 관광 전문가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관광산업 관련 교육과정을 활성화하고, 관광업계와 협력하여 지역 인재들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광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역 관광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관광이 성공하려면 지자체 단위를 넘어 연대와 협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며 “관광성과 지표를 관광객 수 중심에서 체류일수 중심으로 바꾸고, 지역문화와 연계한 차별화된 관광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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