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가 있었다. 열망을 이루기 위해 신(神) 앞에서 읍소했다. “100일간 동굴 속에서 나오지 않고 마늘과 쑥만 먹는다고 약속해라.” 신의 주문이었다. 호랑이는 견디지 못하고 동굴을 나갔고, 곰은 약속한 기간을 지켜 사람이 됐다. 그 사람이 된 곰이 낳은 것이 단군이다.
위는 한국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단군신화’의 줄거리. 여기에 ‘마늘’이 등장한다. 이는 우리 민족이 까마득한 옛날부터 마늘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아닐지.
한국만이 아니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추정되는 마늘은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의 주요한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피라미드가 만들어지던 고대 이집트에선 육체적으로 힘겨운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마늘과 양파를 먹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먼 옛날 그리스에선 마늘을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마늘. 한국에선 2가지 종류의 마늘이 재배되는데 중국에서 유입된 한지형과 스페인에서 온 난지형이 그것들이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치, 각종 국과 찌개, 무침 등을 만들 때 마늘을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제주도 사람들은 마늘의 여린 잎을 간장에 담근 ‘마농지’도 즐겨 먹는다.
마늘은 스태미나 증강에도 사용됐다. 고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겐 빼놓지 않고 마늘을 먹였다. 항암과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마늘의 최대 생산지는 중국이다. 지구 위에서 생산되는 마늘의 78%를 중국이 재배한다. 한국인들은 어느 나라 사람보다 마늘을 좋아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재배지가 줄어들고 있다. 값싼 중국산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탓이 아닐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