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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안철수의 경우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스티브 잡스의 죽음은 세계인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그를 애도하는 사람들은 동서양의 구별이 없었고, 직업과 계층, 종교와 정파성의 차이가 없었다. 그는 PC, 매캔토시 컴퓨터, MP3, 아이폰 등의 개발과 과학과 예술,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급 반열의 인물로 평가 되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인생은 미혼모의 사생아로 입양되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입신했지만 현실적으로 뛰어난 업적 외에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란 명언을 남길 만큼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개척하며 살았다.스티브 잡스가 경영했던 애플이 공교롭게도 그의 죽음 직후 한국의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업계 1위의 자리를 내주고 밀리는 모습은 잡스 1인의 그늘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삼성전자가 아직은 IT업계 전반에서 애플에 뒤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이라도 앞섰다는 것은 한국의 위상에 큰 희망의 빛을 던진 사건으로 볼 수 있다. IT와 융복합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고무시키고 있는 것은 비단 삼성전자라는 기업뿐만 아니다. 인적 자원에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분야에 세계적 성과를 올리고 이를 기업적으로도 성공시키면서 우리 국민 개인에게 무료로 백신을 제공해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삼성전자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진대재, 황창규씨 등이 있다.그러나 IT분야에서 스티브 잡스 이후 비견할 인물을 거론하는 세계적 언론에서는 일본의 손정의, 미국의 빌게이츠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우상처럼 여기는 안철수조차 여기에 끼지 못하고 있다. IT와 융복합 산업이 세계의 흐름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될 시대에 살면서 세계 10위권 내의 경제 대국을 지양하는 우리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기를 대망하는 마음 간절하다. 안철수 원장은 현재까지의 업적과 국민에 대한 헌신 등을 보면 이같은 대망의 인물에 가장 가까이 간 사람이란 생각을 갖게한다.그러나 안 원장의 최근 활동은 이전과는 다른 정치지향적 모습으로 바뀌고 있고 이 때문에 IT융합과학분야를 떠날 것같은 짐작도 하게 된다. 안 원장은 이미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 조사결과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었고,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면서도 엄청난 지지를 끌어내고 있어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정치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꿀 만한 안 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세는 IT분야의 뛰어난 업적과 국민적 헌신에 대한 진정성이 기성정치의 부패 무기력에 진저리가 난 국민들의 가슴에 폭발적 기대감을 일으킨 것이다. 안 원장은 아직 정치권 진입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지세의 바람을 타고 정치에 몸을 담는다면 한국으로서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세기적 인물에 대한 대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안 원장이 정치에 몸담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누구도 그의 판단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국민들의 지지가 상승하고 있는 한 국민들의 선택 또한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안 원장이 정치권에 투신한다면 국가적 손실을 계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안 원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경륜을 편다면 우리 국민이 엄청나게 행복해지고, 국가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IT분야의 활동 보다 정치활동이 더 큰 국가적 공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생명이 유한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과학은 선인들의 업적 위에 더 큰 것을 쌓아서 이루는 것이란 점에서 과학은 정치와 바탕이 다르다. 안 원장도 정치에선 무능자가 될 수도 있다. 실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뒷 모습을 보면서 안철수의 앞날을 생각해본다.

2011-10-12

예술작품 감상, 진화하는 창의성

하재영시인지난 주말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의 `의자, 걷다`를 둘러보다 두 개의 의자 앞에서 한참 머물렀다. 나를 멈추게 한 것은 의자 앞에 붙여 놓은 사진과 숫자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정보기술의 대표 주자였던 애플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사용했던(실은 그가 사용했던 동일품목) 의자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사진과 생몰(生沒) 연표를 붙인 것이다. 난 그곳에 전시한 의자를 보며 창의인으로서 삶을 마감한 스티브 잡스에 대해 한참 떠올렸다.과학의 총체적 집결체이며 통신기기의 명품이라 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탄생케 한 그의 삶은 이 시대 어느 누구보다 가열찬 삶을 산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당당했던 그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갈망하고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좌우명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치도록 사랑하고, 생각을 다르게 하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사실 전시된 의자와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그가 애용하던 물건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생각하게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살며 선택했던 하나하나가 어떤 면에서는 그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현시대에 창의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어디서든 가장 필요한 요소다.특히 예술가에게 있어서 창의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굳건하게 하는 일이다. 일찍이 러시아의 형식주의자들은 `낯설게 하기`야 말로 사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핵심이라 했다. 시인들이 시를 쓸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남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문장을 얻는 일이다. 그 작업 자체가 어쩌면 독자들에게 `낯설어 새롭다`란 인식을 심어주게 하는 일인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포스코 정문에 쓰여 있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처럼 기업체 역시 창의 그 자체를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CEO 들은 기존의 관습과 형식의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창의`란 언어를 사무실 벽에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걸어두기도 한다.그런데 그런 `창의적 요소`들이 어느 날 우연하게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창의 역시 `있었던 것`에서 새롭게 갈래를 뻗고, 수정 보완함으로써 완성되고, 완성된 제품(작품)은 또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인식되며 발전하게 된다.스티브 잡스 역시 배부른 부자로 현재에 만족하였다면 오늘과 같은 영광과 추모 열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삶 자체가 불우함과 실패,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끊임없는 창의적 노력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스티브 잡스가 앉았던 의자 하나에서 그의 생각과 줄을 잇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은 그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창의적인 두뇌로 우리 생활에 편리한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창의`는 엉뚱한 데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몽상에 가까운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창의적 과학과 연결되면서 신제품으로 나타난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예술적 상상력은 가공의 공간을 무한대로 확대시킨다. 그 무한대의 상상력을 현실과 연결시켜주는 실마리는 과학자들의 노력이다. 예술가들의 자유롭고 무한한 상상력은 과학자들의 창의력에 밑불을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창의력을 진화 발전시키기 위해 현대인들은 문학, 영화, 그림, 음악 등 예술작품을 더욱 감상하고 곁에 두어야 할 것이다.

2011-10-12

의성 산골마을 살기좋은 동네 된다

【의성】 의성군 봉양면 소재지 종합정비와 사곡 산수유권역 종합정비사업이 2012년도 광특회계 일반농산어촌개발 신규사업으로 최근 선정됐다.이 사업은 지난 3월 경북도를 거쳐 농식품부에 신청서가 제출됐으며 경북도 현장 실사와 농식품부의 사업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봉양면 소재지 종합정비사업은 총 사업비 91억 원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생활편익 시설과 문화복지 시설을 종합적으로 확충하는 면 소재지 기반시설 정비사업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사곡 산수유권역 종합정비사업은 전국 최고의 산수유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총 사업비 56억 원을 투입, 도농교류행사와 생태관광을 통한 지속 가능한 농촌마을로 조성하는 것.농식품부 사업성 검토를 통해 선정된 신규 사업은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 행정이 공동 참여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도 협의를 거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상하수도, 도로, 문화복지기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도시민의 농촌유입을 촉진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의성군 건설과 최시용 계장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군의 재정확보와 더불어 지역별 특색있는 마을 조성을 통한 농촌지역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2011-10-12

“쏟아지는 문화행사에 가을이 즐거워요”

가을 문화의 계절을 맞아 경주교육지원청 관내 초등학교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해 호평을 받고 있다.■ 동천초교 우리고장 탐방옥산서원서 각종 전통놀이 체험올해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로 선정된 동천초는 지난 4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우리 고장을 이해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우리고장탐방 `경주의 보물을 찾아서` 체험프로그램 개최했다.이 프로그램은 경주시농업기술센터의 협조로 문화관광해설사와 차량을 지원받아 인솔교사 3명과 42명의 학생들이 안강읍 소재 옥산서원과 세심마을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 날 학생들은 옥산서원의 유래를 이해하고 옛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과거시험보기에 참여하여 장원급제에 오른 장원, 차석들의 축하퍼레이드를, 세심마을에서는 전통놀이 및 농촌체험활동인 활쏘기, 제기만들어 차기, 투호 던지기, 떡매치기, 고구마 캐기 등 아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유주향(13) 어린이는 “주위의 풍경이 너무 좋았고, 옛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옛날처럼 돌 위에 앉아서 과거시험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옥산서원이 왜 좋은 곳인지 알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나산초교 작은 음악회17개팀 출연 악기연주 선보여양남면 소재 나산초등학교(교장 전규태)는 지난 7일 학교 뒤뜰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및 지역민을 대상으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학교가 위치한 양남면에 문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여건의 부족에서 오는 문화 빈곤 현상을 극복하고, 다양하고 심화되는 지역주민들의 문화적인 욕구와 관심을 모았다.17팀이 출전한 이 행사에서는 오카리나 중주, 첼로, 피아노, 가야금, 판소리 등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악기 연주가 선보였다.특히 이 행사는 학생의 주도적인 참여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했으며,또 교사의 멋진 아카펠라 솜씨도 선보였다.■ 경주교육청 가족 발명교실매달 한번 유·초교생 가족 참여경주교육지원청은 지난 8일 황남초 내 경주과학발명교육센터(황남초등학교 내)에서 관내 유·초등학생과 가족을 대상으로 `2011학년도 가족과 함께 하는 발명교실`을 열었다. 이 행사는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교육지원청 관내 유·초등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의 전화신청(054-741-8010)을 통해 참가 가족이 선정되며 매번 짧은 시간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가족과 함께 하는 발명교실`은 둘째 주 토요휴무일에 실시한다.12가족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발명과 특허에 대해서`이라는 주제를 통해 관련된 이론을 학습했으며, `축구로봇만들기`활동으로 학생들이 직접 축구로봇을 만들어 로봇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우진하 교육장은 “경주과학발명교육센터의 `가족과 함께 하는 발명교실` 수업을 통해 발명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학생들의 발명·공작 활동을 활성화하며,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주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가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경주/윤종현기자

2011-10-12

습관은 귀신이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요 자연이라고 한다. 습관은 버릇이요 버릇은 여러 번 거듭하여 저절로 굳고 몸에 밴 행동이나 성질을 두고 한 말이다. 습관이란 동물적인 의지의 결정이 자연발생적인 움직임으로 둔갑하는 일이다. 그것은 자기 의사에 의한 스스로의 결정이라는 인간의 으뜸가는 기능이 모든 상황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기에 버릇을 고쳐 주는 긴요한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참으로 비참한 인간들이 되고 만다. 일본 격언에 병은 고치지만 버릇은 못 고친다고 한다. 요람에서 배운 것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것이다. 습관의 쇠사슬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다. 그래서 습관은 단념하기는 쉬우나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마흔 살이 지나면 남자는 자기의 습관과 결혼해 버린다고 한다. 더 이상 뗄 수가 없고 굳었다는 뜻이다. 악덕(惡德)이 습관이 시작하는 데서 시작한다. 습관은 쇠에 피는 녹이다. 그것은 영혼의 강철을 갈가 먹는다. 결국은 습관은 습관에 정복된다. 논어에 “성질은 서로 가깝고 습관은 서로 멀다”고 했다. 이 말의 뜻은 인간의 성질은 오히려 변함이 없으나 습관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여러 계층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할까 망설일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오래 내려오는 습관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다고 습관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가끔 습관이 진리를 짓밟는 적이 있다. 습관 보다는 진리가 인간의 행동을 인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의무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무를 벗어난 생활 속에는 즐거움은 없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도 보면 사람의 습관은 마치 가지 위의 잎사귀가 저쪽이 지면 이쪽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습관이 습관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고 합리적이라 해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경호(수필가)

2011-10-12

파크 앤 라이드

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필자는 서울 출장 때 KTX를 이용할 경우 거주지인 포항에서 가까운 `신경주역` 보다 좀 더 먼 `동대구역`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달전 신경주역을 이용한 이후부터는 계속 그곳을 이용하게 되었다. 집에서 50분은 운전을 해야 하지만, 1시간여 걸리는 동대구보다는 가깝고, 도로도 한산하고, 주차시설 이용이 좀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경주역이 포항과 경주의 중간지점쯤 되는 건천에 위치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은 경주에 크게 치우쳐 있다. 경주가 지리적으로 경부 축에 가깝고 많은 수도권 관광객들이 이용할 것이기에 그러한 결정이 이해가 간다. 포항인들로서는 경주가 한 생활권의 형제도시임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신경주역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고속화도로상에 포항방향에 대한 이정표가 몇 개 더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요즈음 세계 각국에서 신경쓰고 있는 것이 공공교통(Public Transit)의 개발이고 교통거점 중심의 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이다. 도심부는 압축도시 개념 하에 밀도 있게 개발이 되고, 부도심이나 교외거점들은 정거장을 중심으로 밀도 있는 개발을 권장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정거장 중심의 역세권에 거주하며, 좀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자전거나 차를 몰아 정거장에 와 주차를 하고 공공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라고 부르고 있다.독일의 환경수도로 알려진 `프라이부르크`라는 도시가 있다. 남부 최대의 삼림지대인 흑림 인근에 위치한 인구 20여 만의 이 도시는 대학도시이자 관광휴양지로 독일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편리한 대중교통체계이다.이 도시의 교통체제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공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상 경전철 노선의 확충, 시내버스 노선의 정비, 자전거 도로망의 확충, 보행자 지대의 설치, 도심지 자동차 노선의 축소 및 진입 제한, 도심지 주차요금의 인상 등의 시스템을 정비해서 시민들의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했다.이 도시의 교통혁명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파크 앤 라이드`이다. 이를 통해서 시외 역 인근에 주차장을 조성해 놓고 시외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승용차를 주차해 놓고 전차나 버스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84년 독일 최초로 도입되었는데, 시민들은 프라이부르크를 중심으로 14개 운수업체 90여 노선이 참여하는 약 3천㎞에 걸친 철도, 버스, 노면전차 등 공공교통을 1개월에 약 4만원 하는 `지역환경카드`를 구입하면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포항이나 경주는 로스앤젤리스나 서울과 같은 `다핵도시`가 아니지만, 중소도시 나름의 대내 교통량 소화를 위해서 그리고 인근 도시와의 네트워크 개발을 위해서 공공교통의 개발과 TOD개념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당연히 `파크 앤 라이드`도 필요하다.포항시를 본다면, 전통적인 도심이 있고, 부도심으로 흥해, 오천, 장성/양덕 등이 있고, 하위 부도심으로 구룡포, 연일, 달전, 신항만, 월포 등이 있다고 보아진다. 이들을 연결하는 버스교통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가까운 장래에 경전철이나 모노레일 등이 이들 부도심들을 도심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신경주역, 포항역, 월포역 등은 광역적인 네트워크 속에 통근객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상업, 회의, 숙박시설들이 집약적으로 설치돼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나 다른 대도시권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쇼핑도하고 회의도 할 수 있으며, 포항시민들은 이곳으로 차를 몰고 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른 도시로 볼일 보러 갔다 올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2011-10-11

나는 음악의 힘을 믿는다

우주호성악가누군가 `우리 사회에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운동이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 말에 백번 만번 공감하는 바이다. 사실 무료 클래식 공연을 한다고 해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는 경우, 관객 중에서조차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끌려온 사람도 있다. 아이들 또한 입시에 허덕이며 수능 과목에 의해 예체능은 뒤로 밀려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예술을 향유하고자 무료 음악회를 열고 이런 경우 나에겐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분명한 목적을 가진 운동으로까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의 산간·도서벽지를 6시간 넘게 운전을 하며 그곳에서 과연 클래식 음악을 얼마나 환영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가지만 막상 도착해 그들의 맑은 눈망울들을 만나고 나면 난 오히려 그들에게서 더 많은 감동을 받고야 만다. 무료 공연이 끝나고 나에게 만원을 건네주신 할머니에서부터 `바리톤 우주호`라고 소개했더니 `마라톤 우주호요?`라고 되묻는 아이까지 그들의 청정수역 같은 깨끗한 마음은 나를 정화시켜 주는 것이다. 운동이라고까지 생각하며 각오를 하고 왔지만 막상 맞이해 주는 이들 앞에서 나는 어느새 오페라 가수가 되어, 진정한 음악가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나는 이러한 기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우리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우리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추억이 단순히 생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뿐 아니라 감동을 받고 꿈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예술에 대한 국가지원도 예전에 비해 안정화되고 많이 다양해졌지만 아직도 한쪽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콩나물을 키워 본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것이다. 콩나물에 준 물은 다 빠져나가 버리지만, 어느새 콩나물은 자라나 있다. 문화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막상 처음에 큰 변화는 볼 수 없을지라도, 어느 순간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그랬고, 이태석 신부가 만든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브라스 밴드`가 바로 그 증거다. 엘 시스테마는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으로 이 단체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활시켜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 아이들을 구해 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으로 국제 무대에 선 사람으로는 구스타보 두다멜, 에딕손 루이스, 호엔 바스케스, L. 미겔 로하스, 에드워드 풀가르, 나탈리아 루이스 바사 등이 있다.톤즈는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로 한국인 고(故) 이태석 신부가 가난한 곳에서 의술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에 이 마을을 찾았고 이곳에서 병원과 학교를 짓고 건축가, 의사, 선생님으로 일했다. 이 신부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며 희망의 기적을 일으켰고 마흔여덟의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에서 숨을 거뒀다.우리는 이미 이들의 노력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 한 편의 동화 같은 실화는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이들에게 삶의 목표와 의미를 세울 수 있게 해 주었다.난 음악의 힘을 믿는다. 시골 작은 교회의 가난한 성가대 소년이었던 나에게 음악은 성악가라는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음악은 나에게 참으로 다양하게 다가오며 결국 하나로 종결된다. 나의 꿈은 음악이었으며, 그 음악은 나를 꿈꾸게 했다. 음악으로써 사람을 만났고 세상을 배웠으며 사랑을 알게 해 줬다. 나는 앞으로 음악을 통해 꿈을 실현할 것이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도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찰나일지라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2011-10-11

山의 너그러움 속에

등산은 계절에 상관 없다. 등산의 기쁨은 상봉을 정복했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짜릿한 맛을 느낀다. 오르는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니 그보다 더 삭막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등산을 인생여정의 축소판이라 한다. 그래서 참된 등산가는 맹목적인 장애에 항의하는 인간 의지의 상징이다. 김윤성의 `산정에서`라는 시에 보면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며 등산의 멋을 알게 된다. 바람에 둘러싸인 험난한 산을 올라간다./오를수록 시야는 멀어지고/조망(眺望)은 굽어만 보인다./이윽고 산정(山頂)에 올라서면/ 수평으로 가로 막히는 아무것도 없는 크낙한 공간/여기에서 삶의 맛을 느낀다고 한 것이다. 비록 산행이 고행이지만 그 길을 반드시 거치는 자만이 성공이 있고 정복이 있다. 산 중턱에 오른 알피니스트는 산 어귀에 있는 사람이나 정상을 정복한 사람보다 꿈과 희망이 있어서 행복하다. 산을 마악 오르기 시작한 사람은 정상과 높음과 험준함을 바라보면서 불안을 갖게 마련이고 정상에 오른 사람은 만족만 있을 뿐 그 이상의 의욕이나 꿈이 없어져서 허탈에 빠진다. 그러나 중간 이상을 오르고 있는 사람은 왕성한 의욕과 부푼 꿈이 있는 까닭에 가장 즐거울 수가 있다. 등산가의 말을 빌리면 산을 타는 이유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고 혼자서 걷는 시간 속에 많은 풍족한 마음의 여유를 느껴 생각이 관대해 지고 베푸는 마음이 일어 넉넉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혼자 흥얼거리면서 걷는 발걸음에서 정복의 의지가 생기고 무엇인가 차지한다는 의욕속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비록 힘든 자갈길, 비탈길, 그리고 가시밭길이 있지만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련으로 여딘다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10-11

“韓·日 교류촉진 가교역할 앞장”

나라현청 국제관광과 문윤정씨 “25대 1의 경쟁을 뚫고 지난 4월 15일 일본 나라현청에 발령받았습니다. 한국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일하라는 임무를 준 것이지요. 일어일문학이 전공인 제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지난 2월 영남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문윤정(24)씨는 현재 일본 나라현(奈良縣) 공무원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CLAIR(일본지자체국제화협회)의 요청으로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선발하는 국제교류원으로 지난 4월 정식 채용돼 나라현청 관광국 국제관광과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영남대 졸업 후 25대1 뚫고 취업충남도와 교류 때 통역 실력 발휘한국어강사·청내방송원 등 활약경북 김천이 고향인 그가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된 전기는 2008년 10월부터 1년 동안의 일본 유학생활에서 마련됐다.당시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나라교육대학교에서 유학하던 그는 한일 교원교류프로그램의 통역스태프로 자원봉사 하던 중 나라현 국제교류원으로 활동 중이던 한국인 전임자를 만났던 것.이 만남이 계기가 돼 한국에 돌아와서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제교류원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통과해 꿈을 이룬 것이다.“일본대사관 서기관 3명 앞에서 30분 동안 인성뿐만 아니라 정치, 시사 등 폭넓은 주제로 진행되는 심층면접이라 준비과정에서 상당히 부담됐는데, 모교 국제처에서는 흔쾌히 모의면접 장소를 제공해주었고 한국어교육원에서 연수 중이던 일본인 친구들은 모의면접관이 되어주는 등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스승이신 일어일문학과 김양선 교수님께서 훌륭한 추천서를 작성해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죠. 다시 한 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지난 반년 간 그가 수행한 핵심 업무는 한국과의 우호적 교류를 촉진하는 가교 역할. 특히 고대 백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현의 특성상 충청남도와의 활발한 교류를 추진 중이다. 특히 두 지자체의 상호교류협정 체결 및 관련 국제회의 등에서 지자체장을 수행하며 통역하는 역할을 맡아 수준 높은 일본어 실력을 발휘했다.특히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개설된 한국어연수과정에서 강사로 활약하는 동시에 매일 점심때 사내 한국어 방송도 맡고 있다. 아울러 나라현에서 연 4회 개최하는 국제교류이벤트의 기획 및 한국부스 운영 등으로 현지민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는 한편 한국인 관광객 촉진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한편, 문 씨와 함께 지난 2월 영남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신혜지(24)씨도 지난 4월부터 일본 구마모토시청에서 근무하는 등 한류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한국 청년들의 더욱 활발한 해외진출이 전망된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1-10-11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남을 재회

이대환 `ASIA`발행인·작가2011년 9월19일 저녁, 포항 한마당체육관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포스코 퇴직 직원 370여명이 19년 만에 재회했다. 보고 싶었소! 뵙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이유였다. 연단에 오른 박 명예회장은 내내 울먹이며 목이 메었다. 그것은 고난의 시대를 감당해온 노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친 뜨거운 무엇으로 기어이 모두를 울리고 말았다. `감동의 재회`를 특필한 어느 신문사는 그 기사를 동판으로 제작해 박 명예회장에게 증정했다. 언젠가 그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옮겨질 그 동판 곁에 그날 영상물을 비치하면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의 진실과 영혼을 담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시청하는 후세들도 틀림없이 눈물을 글썽일 것이다.“오늘 저녁에 우리는 추억 속으로 걸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희생하는 세대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으로 조국번영과 후세행복을 이룰 수 있다! 여러분은 그 외침에 공감하고 기꺼이 동참했으며, 저는 솔선수범으로 앞장섰노라고 자부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때의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바탕, 그 동력은 바로 여러분의 피땀이었습니다.우리는 남들이 갖지 않은 특별한 것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연봉이나 복지보다 더 소중한 정신적 가치, 그것은 제철보국이었습니다. 기필코 회사를 성공시켜서 조국 근대화의 견인차가 되자는 투철한 사명의식을 가슴에 품고, 실패하면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우향우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그 열정, 우리의 그 헌신, 우리의 그 단결이 마침내 `영일만의 신화`를 쓰게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회사의 종자돈이 조상들의 피의 대가였다는 사실입니다. 대일청구권 자금, 그 식민지 배상금의 일부로써 포항 1기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친 제철보국과 우향우는 한층 더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영혼을 울렸을 것입니다.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철소가 있어야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그분의 일념과 기획과 의지에 의해 포항제철이 탄생했고, 그분은 저를 믿고 완전히 맡겼을 뿐만 아니라, 온갖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도 해주셨습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지역사회의 이해와 협력도 기억해야 합니다. 포항제철을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귀중한 시설을 포기했으며, 포항시민은 인내와 협조를 보내줬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포항제철은 공생공영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해병사단은 포항제철의 듬직한 이웃이었습니다. 국가 안보가 요즘보다 훨씬 더 불안했던 그 시절부터 해병사단은 우리 회사를 잘 지켜줬습니다. 일본에도 포스코를 위해 진심으로 협력해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두 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되신 신일본제철 이나야마 회장과 양명학 대가 야스오카 선생입니다.그리고 우리 모두가 간직해야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현장에는 위험이 상존했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업과 건설 중에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은 우리의 마음과 포스코의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있어야 합니다.인생의 황혼에 들어선 사람은 누구나 `인생은 짧다`는 생각을 해보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사람이 세운 큰뜻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짧은 것은 아닙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제철보국이라는 큰뜻을 함께 이룬 동료들입니다. 현재까지 85년에 걸친 저의 인생에서 여러분과 함께 그 큰뜻에 도전했던 세월이 가장 보람차고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저의 인생에 가장 보람차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준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여러분과 함께 청춘을 바쳤던 그날들에 대하여 하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추억이 포스코의 역사에, 조국의 현대사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그것을 우리 인생의 자부심과 긍지로 간직합시다. 여러분, 부디 건강해야 합니다. 부디 행복해야 합니다. 포스코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10-10

안동탈춤축제의 2% 부족한 점

이경우대구본부장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던지나. (주요한의 `불놀이` 중에서)대동강이 아니어도 좋았다. 비록 흉내 낸 낙동강 뱃놀이지만, 어린 기생의 목청 대신 스피커로 증폭되어 나오는 소리꾼들의 뱃노래에다 나룻배 뱃전에서 흐느적거리는 춤사위도, 그것이 축제의 볼거리로는 거슬리지 않았다. 아슬아슬 부용대를 향해 타오르는 줄불의 몽환적 밤풍경과 부용대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불꽃덩어리는 가슴 속 응어리까지 몽땅 벗어던지게 만들어줬다. 선유줄불놀이는 아무 곳에서나 열리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다.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과연 대한민국 대표 국제 축제라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구성과 내용면에서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하는 많은 축제에 비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행사 주체와 관객이 하나 되는 축제로 만들어 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4회째 계속해 온 노하우에다 안동시와 조직위원회 등 관계자들의 노고가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축제는 무절제와 난장판이 아니다. 관광객들이 주최와 한데 어울려 주인과 손님이, 관광객들이 관광객들에게 서로 기쁨이 되고 활력을 주는 것이 축제다. 주최만 있고 관객은 구경하는 축제는 이제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일상의 생활 궤도에서 일탈해서 머릿속 소음을 비우고 가슴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 것이다. 그런 카타르시스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축제의 장이다.하회마을과 안동시내 탈춤축제 행사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은 모두가 신명나 있었다. 막걸리병을 손에 든 늘씬한 서양 아가씨가 흥에 못 이겨 과장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 왔다. 하회마을 식당에서는 음식을 주문해놓고도 차례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외국인 관광객들과 어설픈 손짓과 웃음을 섞어가며 탈춤축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탈춤 공연장에서는 관람객을 불러내어 함께 즉석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탈춤축제 행사장마다 체험코너를 만들어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것이 축제다. 축제 마당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출연자로 만들어줬다. 그런 점에서 안동 탈춤페스티벌은 훌륭했다.그러나 훌륭한 콘텐츠에 비하면 하드웨어는 아직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았다. 하회선유줄불놀이는 1년에 한 번, 탈춤축제 때 하는 행사다. 그런데 행사장 솔밭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그 흔한 가로등 하나 없었다. 분위기 있고 하회 전통에도 어울리는 등을 얼마든지 만들어 세워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변 둔치의 불편한 자리는 그것이 축제때만 벌어지는 일회성 행사여서라기엔 너무 무신경했다. 하회마을은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파고라 하나 보이지 않으니 고단한 다리 쉴 만한 곳이 없었다. 음용수 등 편의시설은 물론이다. 이것이 관광 안동은 아닐 것이고 세계에 자랑하는 하회 마을은 아닐 듯하다.도로변 표지판만 해도 그렇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과, 특히 안동 시내에서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IC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멀고 또 불편한가. 오고 가는 길에 자신만만하게 세워 놓은 `서의문`과 `남례문`은 무엇인가. 아마 타지역에서 안동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안동의 자존을 세워 놓은 것일 터다. 휘황찬란한 관문 치장에 비해 어둡고 덜컹거리는 시내 진출입로는 탈춤 축제의 여운을 단번에 잊게 만든다.조직위원회는 올 해도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안동을, 축제장을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관광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토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탈춤 축제를 오래 오래 개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탈춤 축제에 몰려드는 관광객들만 세고 있을 일이 아니다.

2011-10-10

우리가 노력하여 얻는 행복

정석수성요셉복지재단 이사장·신부경제학자 이정전은 `우리는 행복한가`에서 행복의 방정식을 설명한다. “불행은 부르지 않아도 오지만 행복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월의 끝자락, 더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장애인들의 축제가 있었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참여 프로그램으로 14번째 행사를 했다. 원래 봄 행사였으나 올해는 대구세계육상대회로 가을에 하게 됐다. 대구대교구 이용길 총대리신부는 “누구에게나 장애물이 있는 가 봅니다. 대구세계육상대회의 종목 가운데 하나로 장애물 경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장애인으로서 한계를 뛰어넘어 비장애인과 도전하는 모습은 큰 감명을 줬습니다. 그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한계라는 장애물에 멈추지 말고 도전하는 삶으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축원했다. 이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풍물패 `회오리`는 신명난 장단으로 참석자들을 들썩이게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행복의 바람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연이어 이어지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다. 한센인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의 건물은 있으나 4년째 지역민의 반대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센인은 이미 병으로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여기에 지역민의 반대로 사회적 거리마저 느끼게 된다면 그 상처는 덧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손을 뻗어 그들을 만져주셨다. 이로써 사회적 거리를 제거하여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겼으나 자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지역민들이 사회적 단절이 아닌 손을 내밀어 의료진의 손과 한센인들의 손이 맞잡을 수 있게 된다면 행복의 터전이 될 것이다. 1993년 사목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지역에 한센인들의 치료병원이 있었다. 그들의 병실을 방문하여 함께 했던 시간은 장애와 비장애인을 떠나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요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깨달음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젊은이들의 마음을 붙잡고 발길을 돌리게 하는지 궁금하였다. 그래서 젊은이들로 가득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제목처럼 `도가니`는 욕정과 비리의 도가니로 어린 장애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단절되는 상처의 현장이었다. 작가 공지영은 “그들을 양심의 법정에 세우고자 했다”고 했다. 사실을 바탕으로 순화했다는 영상은 젊은이들에게 정의감을 일으켰고 마침내 사회적 공분의 바람이 일었고 학교는 폐교결정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정진은 “무엇이 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가?”에서 돈과 재물에 대한 욕심을 그 첫째로 꼽고 있다. 돈과 재물을 추구함으로써 유물론적 사고에 집착하게 되고 모든 것을 대상화됨으로써 사람마저 욕망의 도구로 이용하게 된다. 그렇지만 오히려 행복지수는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유물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은 시기심과 이기심과 편협성이다” 도가니를 통해 이러한 특징을 보여줬기에 이제는 양심의 회오리바람으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심화되어 부정적인 것을 걸러내어 국민적 공감이 형성되는 희망의 도가니가 곳곳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무작정 선진국을 향해 달리는 사회”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함께 공감하여 소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타고난 행복도 있을 수 있지만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의 터전이었으면 한다. 4년을 준비하고 목숨을 건 탈출은 마침내 자유의 땅에 도착했다. 아홉 명의 탈북자 가운데 어떤 이는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 탈출했다”고 했다. 이들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보다 더 보람 있는 탁월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도가니가 생겼으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보람 있고 탁월한 행위들이 행복의 큰 원천”이라 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사회 나아가 철조망 넘어 자유와 평등과 정의로운 사회이기를 다각적 노력이 하나가 되는 희망의 도가니가 끓었으면 한다.

2011-10-10

孝는 뿌리에서

조상없는 후손은 없다. 조상은 돌아간 어버이 위로 대대(代代)의 어른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자기 세대 이전의 모든 세대를 말한다. 그리고 선조는 먼 데의 조상이다. 좋은 씨앗에서 좋은 열매가 맺힌다고 훌륭한 조상 밑에는 훌륭한 자손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상을 통해 삶의 기본을 돌아보는 분위기는 건전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국가에 충성하는 자는 자기의 가문도 잘 돌본다는 것이다. 잘 태어난다는 것은 진실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영광은 선조에게 돌려져야 한다. 선조를 뒤돌아 보지 않는 사람들은 자손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많은 문중에서 조상을 알고 가르치는 역사교육을 실시한다면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잘 인식해야 한다. 가까운 씨족끼리의 모임에 자녀들을 참여시켜 조상의 유업을 알고 효와 충의 정신을 자손들에게 함양시키고 전수시켜야 한다. 사람의 생명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땅에서 수확되는 존재도 아니다. 사람은 혈통이 있고 대가 있어 어느 선조님의 후손이며 그 뿌리가 어디에서 전래된 것을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윤리, 도덕관은 어른들의 몫이며 그 책임도 또한 막중하다. 그래서 문중마다 뿌리교육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단합이 시작되고 조상의 얼을 간직하고 덕을 따르자는 의미가 출발이 될 것이다. 각박한 세태를 벗어나 가족을 돌아보는 기회는 어버이에게 있다. 조상을 잊음은 원류가 없는 시냇물이고 뿌리가 없는 나무이다. 선영(조상의 무덤)에 꽃이 피었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선영에 꽃이 피면 자손이 잘된다는 말로 부귀공명한 사람에게 축하의 뜻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제는 출세하고 잘 되는 일은 조상 탓이요 잘못하고 실수하는 것은 자기 탓으로 돌리는 생각이 정립되어야 한다. 조상은 나를 존재케 한 어른이시다. /손경호(수필가)

2011-10-10

“지역 인재들 자긍심 갖고 고향발전에 기여하길”

(주)한국낚시채널 대구출신 나채재 대표이사 나채재 (주)한국낚시채널(FTV) 대표이사는 굉장히 동안이다. 66년생 우리 나이로 45세이지만, 언뜻 보기에 30대로 보아도 무방하다. 목소리 또한 애교가 넘친다. 전화통화로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하는 일과 이미지, 그리고 모습과 연관지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그 비결은 무엇일까. 나채재 대표이사는 “선후배들과의 만남,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1992년 방송위 공채 6기로 입사해 서울 상경”“은퇴 후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고향(대구를) 떠나 온 지는 얼마나 됐나?▲1992년 방송위원회 공채 6기로 입사했으니 20년이 지난 것 같아요. (머뭇거리며)그러고 보니 강산이 두 번 지난 세월입니다. 바로 어제 서울로 상경한 것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참 빠르네요.-서울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집 떠나면 고생이라 하지만, 이미 인생의 반 정도를 생활하고 있네요. 그러니 이미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서울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저만의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가끔 외로움을 선후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풀고 있어요.-앞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은 있나?▲몸은 떠나 있어도 마음은 항상 고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그러면서도 향우회나 고향 모임에 많이 참석하신다고?▲(손사래를 치며)다른 열심히 하시는 분들만큼 향우회나 고향모임이 특별하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학창시절에 친했던 선후배들과 가끔씩 만나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로의 생활이 있으니 자주 못 만납니다.-누구나가 그렇지만, 고향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가끔 떠올리고는 하는데, 어떤 추억이 있으신지?▲어릴 적 집 마당에 서 있던 감나무 한그루와 라일락 향기가 생각납니다. 나무 위에 올라서 놀던 기억이랑 공터에서 밤이 늦도록 친구들과 뛰어놀던 추억도 생각납니다. 지금은 아파트 숲으로 바뀐지 오래됐지만…(잠시 생각), 스포츠도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중학교 때는 야구부가 있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축구가 교기였습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했던 기억도 납니다.-죄송하지만, 성함이 평범한 이름은 아닌데?▲(웃으며)글쎄요. `채`자 돌림이라 성이랑 조합이 되어서 그런 것 같은데,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니 저는 만족합니다.-서울생활에서 가장 힘들었거나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면?▲안정적인 첫 직장을 그만두고 제2차 민영방송사업과 종합유선방송사업권을 위한 T/F팀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민영방송사업권은 실패했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권을 땄을 때와 지금의 회사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송출을 시작했을 때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의 성취감을 느꼈습니다.-지금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소개를 해 줄 수 있나?▲낚시를 중심으로 한 아웃도어 전문 방송콘텐츠 제작을 하는 회사입니다.전문낚시프로그램, 인물탐구, 낚시정보, 다큐멘터리, 오락 낚시와 관련한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2000년 6월에 법인이 설립됐고, 2002년 3월에 개국했습니다. 지금은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를 통해 전국에 송출되고 있습니다.올해에는 중국 사해방송과 한중 공동제작을 하고 있으며 후난성TV와 디렉TV에도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습니다.-앞으로의 포부는?▲학교에서부터 방송관련 공부를 했고 직업 또한 방송분야에 있습니다. 당분간 감동을 주는 건전한 방송제작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현재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능력이 닿는다면 낚시와 정신건강, 행복지수에 대한 논문과 책을 꼭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인생관 또는 좌우명은?▲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이로움은 나누자는 생각을 합니다.요즘 기부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 회사는 실제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희귀어류를 지속적으로 기증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재능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환경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고 싶습니다.-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향우나 대구에 있는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근대화가 가속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중현상이 이뤄져 많은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모여들고 있습니다.지역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고향발전에 기여했으면 합니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이력대구 출생, 청구고등학교 졸업,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방송위원회 공채 6기, 대원그룹 미디어사업본부·(주)울산케이블방송, (주)한국낚시채널 대표이사

2011-10-10

중간고사

조현명시인시월이 오면 아침 바람이 차가워지고 감기 몸살에 걸리기도 하면서 새로운 긴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말에 코스모스가 가생이에 핀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더니 코가 시큰거리는 것이 이상하더니 몸도 으슬으슬 감기기운이 돌기도 했다. 그래도 매일하던 산책을 그만둘 수 없어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왔더니 동네 놀이터에서 낭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고생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물어보고 대답하는 소리였다. 가로등에 의지해서 잘 보이지도 않으련만 웃기도하고 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천천히 지나가면서 엿들으려고도 해보았다. 시험기간이라 텅 비던 독서실도 꽉 차고 잠을 쫓으려고 둘씩 셋씩 나와 앉아 저렇게 서로 물어보고 대답하는 풍경도 생긴 것이다. 시험이 가져다주는 긴장만큼 피하고 싶은 것도 잘 없을 것인데 그걸 즐기는 요즘아이들의 모습은 세대가 지나간 나로서는 부러운 것 중 하나다. 중간고사는 학기의 첫 시험이며 아무래도 기말고사보다 더 긴장되기 마련이다. 방에 판을 펴놓고 시험공부를 하다가 잠든 식구들 눈치에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해야겠다고 하고 덮고 나면 바로 아침 등교시간에 쫓겨 허둥지둥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시험을 치르고 나면 긴장이 풀려서 잠이 더 오는 그런 중간고사 기간이 모든 배움을 정리하고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곳간 같아서 뿌듯함이 있기도 했다. 늘 후회는 밀려오고 다음 기말고사는 꼭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것이 학생들의 다짐일 텐데 그래도 작심삼일 시월은 너무 좋은 계절인 게 흠이다.그 수많은 중간고사를 지나 교사가 되고나서 바라본 중간고사는 또 다른 세계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성적의 차이를 낼까 고민하게 되고 평균과 표준편차에 신경 쓰게 되는 출제자가 된 것이다. 중간고사 몇 주 전 부터 벌써 중간고사의 무게를 느낀다. 혹시 시험문제가 유출될까 노심초사하고 어떤 문제를 낼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 이 기간이다. 여기엔 긴장이라기보다 무언가 힘들게 높은 고개를 넘어가야하는 노동이며 새로운 고비 같은 것이다. 거기에다 출제한 문제가 틀리기라도하면 좌불안석이 된다. 그것을 겨우 수습하고 나면 채점과 확인 검토과정이 남아 있다. 그래도 십년쯤 그걸 하다보면 이골이라도 날법하지만 수업의 부담이 사라진 자리에 살짝 불안한 쉼이 있을 뿐이다. 학생들의 커닝을 방지하기위해 눈을 두리번거릴 때도 있고, 살짝 비켜선 문제를 두고 학생들과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기도하고 주관식 채점을 하다가 초등생 같은 웃기는 답변을 보고 씨름을 잊기도 한다.그러니 중간고사는 학생들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교사도 같이 치르고 있을 뿐 아니라 가정에서 학부모 또한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을 터이다. 어쩌면 과장인진 몰라도 온 나라가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학생 발에 채인 강아지도 `엄마가 보고 있다`는 구호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영향이 남편들에게도 미쳐 귀가가 빨라지기도 한다. 중간고사 기간은 어쩌면 폭풍전야인지도 모른다. 가족들이 모두 이 수험생을 위해 조심조심 인사도 `시험 잘 쳐라`정도는 부담이 갈 것 같아서 `잘 다녀 와`에 좀 더 힘을 준다. `우리 얘는 시험기간인데도 공부를 안 해요`라며 속상해하는 학부모라도 좋은 성적표에는 함박웃음이다. 시험이야 어떻게든 잘 끝나겠지만 `성적표` 이것이 항상 문제다. 좋은 점수든 나쁜 점수든 그건 어떤 수치에 불과한데 왜 우리는 거기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은 한 번도 해보지 않고 부모와 자식 간의 의가 상하고야 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중간고사 성적이니 기말고사에는 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해”정도면 “휴”하고 지나갈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어느 집에서는 밤새도록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라는 유명한 사업가는 이렇게 말한다. 어릴 때 자신의 학교에서 일등 하던 친구는 고향에서 작은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고 늘 꼴찌였던 자신은 매출이 몇 천배 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큰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고, 만약 그때 공부에 대한 방법을 알고 그것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면 역시 공부를 잘했을 것이지만 그보다 지금처럼 사업에 대한 성공 방법과 그것에 대한 열정을 키운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에 실패한 학생과 가정에 이 마지막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공부 이외에도 우리가 선택할 것은 많다`

2011-10-07

내 마음은 호수요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생각이 머무르는 곳을 마음이라 한다. 마음은 생명의 촛불이다. 그것의 상태에 따라서 행복이나 불행, 그리고 그 외의 깊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들어 홀로 길을 거닐면서 사색해 보거나, 고요함 속에 자신을 두어 보면, 우리는 `과연 나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때에야 비로소 삶속 내용을 마음에 그려 보게 된다. 또 영원 속에서의 자신을 어렴풋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의 생각하는 마음에는 양극단이 존재한다. 사랑과 미움, 수용성(용서)과 공격성, 논리적 지성과 가냘픈 감성이 있다. 또 느끼는 부분과 무의식의 세계, 선과 악, 빛나는 부분과 그림자 등으로 그 폭은 넓디넓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마음이 양극단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어디로 기울려 지고 있는가? 돈이냐, 이성이냐? 굽어져 있느냐, 바른 위치에 있는가? 평정되고 가라앉은 상태인가. 들떠 있는가?` 등을 고요 속에서 원래위치를 생각해 보자. 어쩌면 우리는 촛불과 같은 존재다. 물결없는 어둠에는 촛불을 밝힐 수 있지만, 세상만사는 바람을 일으킨다. 갖가지 바람이 일렁이면, 그 불은 꺼져 버린다. 촛불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당신의 비단 옷자락에 떨어져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우리는 순수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나그네다. 그러나 왱왱 거리는 세상의 잡소리가 우리를 어지럽힌다. 나는 고요한 달빛아래에서, 소음을 벗어나 밤새도록 홀로 사념에 빠지고 싶다. 누가 애틋하게 피리를 불어, 나를 위로해 다오. 그 소리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싶구나. 그래서 나의 미래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를 기도한다. 인간은 모두가 세월이 지나가면, 낙엽과 같이 떨어져 흩어져 버린다. 세상의 풍파가 우리를 흩날리게 하기 전에, 당신의 따뜻한 마음속에 잠시 머무르게 해 다오. 바람이 일면 더럽고도 질퍽한 땅위를 굴러다니는 보잘 것 없는 낙엽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대를 향한 마음뿐이다. 어느 빗자루에 쓸려서 길가에서 태워질지 모르는 운명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대의 뜰에서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다면, 나는 낙엽이 된 운명을 감수하리라.우리의 마음에는 소망이 있으나 잘 이뤄지지 않는다. 왠지, 누구 때문인지, 근심과 불안은 끝이 없다. 성나거나 두렵거나 강팍해 질 때에는 머물러 고뇌해 보자. 내가 좀 교만해 졌는가, 요구사항이 많지는 않는가, 나의 주장만 이야기 하지 않는가, 무슨 이유로 내 가슴에 큰 파도가 치는지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인간의 마음속에는 단단히 굳어버린 땅이나, 가시덤불 길과 같은 곳이 많다. 드물게는 은은하고 잔잔한 호숫가에, 기름진 옥토가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 호수에 누구든지 들어가서 장난을 치지 못하게 잘 지켜야 한다. 흙탕물이 되지 않도록, 자기의 내면을 성숙시켜야 한다. 외부에서는 많은 것이 우리 마음을 출렁거리게 한다. 이들을 제어하기 위해, 우리는 수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대의 옷자락 속에서 사랑의 화신으로 조용히 소멸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를 승화시켜 가야 한다.그러나 나의 마음은 들에 사는 작은 짐승과 같이 약하다. 나는 겁이 많고 꾀도 부린다. 도망을 잘하고, 변장도 잘하며, 오래도록 깊이 숨어 있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수를 바라볼 때나, 숨어 있는 긴 시간 동안에, 우리는 자기의 실체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기도이다. 이때 우리는 영혼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호숫가에서, 바람이나 피리소리에서, 심지어 낙엽이 딩구는 칙칙함 속에서도 삶의 원리를 발견해 낼 수 있다.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재의 물질세계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러나 영원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귀중함으로, 시간 속으로 자기 가슴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호숫가에서 촛불을 들고, 나, 나그네는 낙엽을 밟으면서, 미래에 전개될 나의 삶의 여정을 명상해 본다.

2011-10-07

엄마의 마지막 편지

쓰나미가 지나간 지난 3월31일 일본 미야기현의 한 도시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12살 먹은 리나양이 교실에 막 들어오자 선생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건네받았다. `엄마가 리나에게`라고 적혀 있는 편지봉투엔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엄마(37)에게서 온 마지막 편지 였다. 일본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학교 측은 졸업 이벤트로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부탁했고 졸업식 당일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2월말에 편지를 받아 교무실에 보관해 둔 것이다. 이후 쓰나미가 학교 건물을 덮쳤고 6학년생 78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일주일간 필사적으로 뒤진 끝에 진흙탕 속에서 편지 보관함을 찾아낸 것이다. “누구에게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다오” 천국으로 간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편지지 석 장에 단정하게 쓰인 엄마의 글씨에는 평소 정갈한 엄마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났다. 쓰나미로 숨지기 전에 쓴 엄마의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계속됐다. “12년 전 아이가 배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가족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아빠는 며칠 머리를 싸맨 끝에 `리나`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진지하게 앞날을 생각해라. 네가 숙녀가 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가족 모두가 너를 도와가며 함께 힘을 모을게”라고 모성애를 감추지 않은 진솔한 얘기들이다. “엄마는 리나의 웃는 얼굴과 말에 언제나 힘을 얻는단다. 고마워” 엄마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학교 뒤쪽에서 딸의 눈물을 지켜보는 아빠의 눈도 잔뜩 붉어져 있었다. 죽음보다 더 슬픈 이별이 있겠는가.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해도 한 가정의 행복을 삽시간에 빼앗아 간 운명, 생각할수록 너무나 비통하고 애절하다. 요람에서 애지중지 키운 딸, 엄마가 먼저 떠난 이 아픔이 가슴에 한이 되어 눈물로 흐른다. /손경호(수필가)

2011-10-07

경산 2012년 현안사업 430여건 보고회

【경산】 경산시가 최근 가진 2012년 주요업무보고회에서 새로운 시책과 경쟁력 있는 사업 발굴, 예산과 연계한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업무보고회에서는 현안사항인 하양공설시장 현대화사업, 건설기계부품특화단지조성, 삼성현역사문화공원조성, 마을종합정비사업과 건강도시 경산 선포식, 축산시설현대화사업 등 430여 건이 보고됐다.시는 2012년 추진할 주요업무로 △맞춤형 구인·구직(취업알선, 새벽 인력 대기소 운영 등)으로 일자리 1만 2천 개 창출 △산학협동과 연구개발 사업 지원 △그린 홈 100만 호 보급사업 △공공청사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정했다. 시는 이를 통해 서민의 경제력 향상과 저탄소 녹색성장 도시로 가꾸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다.또 시는 △경제자유구역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에 따른 국도 대체 도로 개설 및 간선도로 구축 △ 관광분야의 주제· 콘텐츠 개발 등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특히, 경산4산업단지 조성에 앞서 활발한 기업유치 활동을 통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농촌생활환경정비사업, 평산~신천간 도로개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연장에 따른 역세권 개발사업 등을 통해 시민을 위한 쾌적한 삶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이태암 시장 권한대행은 “내년은 세계 경제위기에 맞서 그동안 경산시가 추진한 사업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두고 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심한식기자

2011-10-07

포항의 정체성과 일월문화제

이대환 `ASIA`발행인·작가시월 초이레, 다시 일월문화제가 개막한다. 포항의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가을축제이건만 좀처럼 시민의 일상 속으로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이 문제를 관청과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이 `더 늦지 전`에 `더불어 진지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시민, 문화예술인, 관청의 역순으로 짚어나가 보자.시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해법의 실마리는 `일월`이라는 말 속에 담겨 있다. 왜 포항은 하필이면 대표적 축제에 `일월`이라는 이름을 매겨야 했는가? 우연한 작명이었던가, 아니면 어떤 필연적 당위성이 있었던가? 포항시민은 이 궁금증을 품어야 하고 풀기 위한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것은 포항에 삶의 둥지를 튼 사람으로서 기본적 예의이며 의무라는 것이다. 이 예의, 이 의무로부터 포항시민의 일월축제 참여는 `진정한 시작`이 이뤄진다.일월은 해와 달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일월은 해와 달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 포항의 해와 달은 `연오랑과 세오녀`이다. 해와 달이면서 특이하게도 연오랑과 세오녀인 포항의 일월은 고려의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등장한다. 그러니까 포항시민은 `삼국유사`의`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일월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는 시민은 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시민은 다 모르는 것 같은, 그래서 여태껏 포항시민에게 하나의 상식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이 글에서도 간략히 소개한다.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서기 157년)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 세오녀(細烏女)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으로 추대되고 그에 뒤이어 세오녀도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귀비가 되었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는데, 일관이 왕에게 해와 달의 정(精)이 일본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라 아뢰니, 왕이 사신을 일본에 보냈고 사신과 만난 연오랑이 그에게 세오녀가 짠 세초(細草)를 주며 하늘에 제사 지내면 될 것이라 했다. 이에 따라 제사 지낸 곳이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 한다.물론 그 영일현은 옛 영일군과 현 영일만의 `영일`이며 도기야는 동해면의 옛 이름인 `도구`를 말하고, 동해면에는 오늘에도 일월동이 건재하다. 일월동의 일월은 해와 달이며 당연히 연오랑과 세오녀를 가리킨다.포항 문화예술인들이 일차로 맡아야할 책무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 담긴 은유(메타포)를 문화예술적으로 또는 학문적으로 풀어내서 시민에게 널리 공감을 일으키고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해 나가는 일이다. 이 과정에는 과다한 향토애가 발휘되고 그에 따라 종교적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연오랑 세오녀를 무슨 신화의 주인공처럼 격상하려는 것은 지나친 향토애의 발로이며 그에 대해 종교 쪽에서 발끈했던 일은 바로 그러한 우려의 하나였다.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일월문화제에 뮤지컬 `연오랑 세오녀` 공연이 기획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벌써 십여 년에 포항지역사회연구소는 `포항연구`라는 책에 한 아마추어 작가가 쓴 희곡 `연오랑 세오녀`를 게재했다. 내가 받은 희곡이었으나 그의 희곡이 상연되는 것을 보지는 못했는데, 그의 희곡에 연오랑은 뛰어난 `철기 장인`으로 등장해 있었다.관청, 특히 포항시와 포항시의회가 해결할 시급한 책무는 `연오랑 세오녀`를 포항정신의 뿌리로 만드는 과제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이것은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경청하는 자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의 과욕과 사심을 냉정히 가려내는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체계적인 기획으로 `지속 발전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연오랑 세오녀. 이들 부부는 자신들을 신라인의 자긍심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을 얼마든지 허락할 것이다. `일본에 빛을 전수했다`는 것, 이는 제철기술이든 뭐든 일본에 문명과 문화를 전수했다는 뜻이다. 바로 그 일이 일어난 영일만 바닷가에는 그로부터 약 1915년쯤 흐른 뒤에 일본의 현대적 제철기술을 전수받은 포항제철(포스코)이 탄생했다. 지역과 지역,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명 전수는 그렇게 역사의 긴 사이클을 타며 돌고 도는 것이다.지난 2007년에 나는 `포항의 정체성은 빛의 도시`라고 주장했다. 그 글에는 다음 내용이 담겨 있다.`자연이 선물한 영일만의 일출, 연오랑 세오녀의 해와 달,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늘 타오르는 산업화의 횃불, 포스텍과 포항방사광가속기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밝히고 있는 과학기술의 빛, 영일만 바다에 담보된 오대양 육대주로의 진출의 빛, 이것이 포항의 내면적 정신적 정체성이다.`이제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오늘의 포항시민이 연오랑 세오녀의 `빛`을 포항정신으로 계승하여 현대적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일이며, 일월문화제는 무엇보다도 그것을 꽃 피우는 시민참여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2011-10-06

박계주의 `순애보`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이번 학기는 필자가 연구년 끝에 다시 학교로 돌아온 때다. 1년 전에 연구년을 맞이하면서 생각했다. `어디 가지 말고 책이라도 한 권 제대로 내고 돌아와야지 이런 작정 덕분에 미국이나 일본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한편으로 국어 교과서 만드는 일이 밀려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 더 미루지 말고 책 한 권은 꼭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작년 말의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와 이번 9월에 나온 책 `일제 말기 한국문학의 담론과 텍스트`.학생들 볼 낯이 겨우 생겼다고 기뻐하면서 돌아온 필자가 이번 학기에 가장 역점을 두고 싶었던 것은 학부생 강의 잘 만들어 보기. 필자가 맡은 학부생 강의로는 `문학과 대중문화`, 한 80명쯤 수강하는 이 강의에 열을 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계단식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들고 강의를 하게 되었다. 기왕이면 프리젠테이션을 이용해서 강의를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 출장이다, 추석이다 해서 빠지게 되는 수업은 동영상 강의를 촬영해서라도 메꿔 보자고 생각했다.그렇게 해서 이번 주에 강의하겠다고 학생들에게 공언해 놓은 것이 박계주의`순애보`. 대개 국문과에서의 소설 공부는 이른바 본격 소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일단 대중소설이라는 낙인이 한 번 찍힌 작품은 깊게 보기 어렵다. 나 대중문학 공부하는 사람이오, 라고 대놓고 나서지 않는 한, 박계주의 `순애보`나 김말봉의 `찔레꽃`이나 정비석의 `자유부인`같은 작품을 두루 섭렵하기 어렵다.그런데 학생들 가르칠 욕심에 이 `순애보`를 도서관에서 빌려 중국 출장에 가져가 읽다가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도저히 일제시대 때 발표한 소설 이야기로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박계주가 이 소설을 해방 후에 다시 바꿔 썼다는 것인데, 왜 그랬을까? 혹시 이 작품에 `친일`, 그러니까 대일협력 색채가 강해서 그걸 바꿔보려고 한 것일까?궁금증 탓에 일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된 애초의 판본을 읽어내고 나니, 이게 웬걸, 해방 후에 개작한 작품보다 해방 전에 연재한 작품이 오히려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던가.작가 박계주는 원래 제도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순애보`에 나타난 그의 기독교 사상은 그만의 사상적 독특함을 발산하고 있었으니, 그 가장 중요한 내용은 사랑은 죽음만큼이나 강하다는 `아가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기만을 생각하는 `동물아`(動物我)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하고, 남을 위하고, 사람을 믿고 사랑하고, 서로 돕는 `인격아`를 양성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박계주는 그러한 자신의 사상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남자 주인공 문선으로 하여금 자기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도록 하고, 여자 주인공 명희에게는 두 눈을 잃어버린 문선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고 끝내 그를 사랑하는 길을 가도록 했다.이 `순애보` 원판을 읽으면서, 필자는 이 작품이 단순한 `대중소설`이 아니라 상당한 품격을 갖춘 작품이라는 것, 물론 엽기적인 장면, 자극적인 묘사도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이나 사람의 영혼을 위로 끌어올리는 작품임을 인정할 수 있었다.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근대문학의 풍경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먼저 보기 전에 딱지부터 붙이거나 그 딱지에 의해 영향 받는 인습을 버려야 한다는 것. 이제부터 필자는 또 다른 문학 공부를 시작해야 할 참이다.

2011-10-06

엑스포공원, 그곳에 가면 무르익은 가을이…

신라 왕경 숲·나정 등 재현 장보고 교관선 포토존 인기조각 작품 수십 점도 전시 【경주】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엑스포공원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엑스포공원에는 토함산과 황룡산 사이에 뻗어 나온 대덕산을 병풍삼아 `아평지`라는 자연연못을 끼고 조성됐다. 대덕산은 1921년 한국호랑이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으로, 요즘도 가끔 고라니와 꿩이 나타난다니 `천연(天然)` 공원이라 할 수 있다.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서라벌의 숲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신라 왕경(王京) 숲`이 눈에 들어온다. 신라의 숲이 가지는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신화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신라 왕경 숲에는 소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 우리나라 향토 수종이 거대한 수림대를 형성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감, 산수유, 좀작살, 산사 나무에 열린 색색의 열매들은 계절을 실감케 한다. 관람객들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숲 구석구석에 쉼터도 마련해 뒀다.이곳에는 박혁거세의 탄강전설(誕降傳說)이 깃든 우물 `나정`을 재현해 놓고 실개천을 연결시켜 청량감을 준다. 경주타워 앞에서부터 졸졸 흐르는 냇물은 숲을 가로 질러 정문 앞 분수대까지 이어진다.공원 왼편에 조성된 `계림지(안압지를 축소한 모양의 연못)`도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자랑한다. 이곳에는 `장보고 교관선`이 띄워져 있는데 관람객들에게 `포토 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교관선은 신라시대 청해진 대사 장보고가 신라와 당, 일본과의 중개무역에 사용한 무역선을 1/3로 축소한 길이 10미터짜리 목선이다.축구공만한 초록색 박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터널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 20여점이 전시돼 있는 `아사달조각공원`이 나온다. 걷기에 좋은 앙증맞은 산책로와 쉬었다 갈 수 있는 원목 벤치도 곳곳에 있는데 그 자체가 한 폭의 풍경화다. 은빛 억새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깊어가는 가을에 취하게 만든다./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201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