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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EU 주간` 행사 개최

【경산】 영남대학교가 유럽연합본부집행위원회와 경상북도, 대구광역시와 공동으로 유럽연합(EU)주간 행사를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한다.지역과 EU 간의 그린에너지 협력방안 모색 및 한-EU FTA 발효에 따른 지역 대응전략 등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저명학자와 실무가, 지역기업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한다.경제·통상·에너지산업 등의 분야에서 경상북도·대구광역시 등 지역사회와 EU 및 회원국 간의 상호협력강화 및 지역기업의 對 EU 경쟁력 확보방안을 학술적·실무적 논의가 진행된다.26일에는 `그린에너지 분야에서 지역사회·기업과 유럽연합 및 회원국과의 교류증진 및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국제콘퍼런스가 열린다.영남대 그린에너지선도산업인재양성센터, 태양전지소재공정고급인력양성사업단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지역상공인, 공무원, 학자,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27일에는 `2011 한-EU FTA 비즈니스포럼`이 같은 곳에서 열린다.`한-EU FTA와 지역의 경제? 산업의 발전방향과 지역기업의 통상증대 및 경쟁력 확보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대구상공회의소가 공동 주관한다.마지막으로 28일(금)에는 `2011 한-EU FTA 및 그린에너지(법제도분야) 콘퍼런스`가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도서관에서 열린다.`한-EU FTA와 그린에너지협력을 위한 양국 간의 관련 법제도 고찰`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는 `YU-EU 센터`와 사단법인 유럽헌법학회가 공동 주관하며 학자 및 관련 전문가 7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행사를 주관한 YU-EU 센터장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EU FTA 발효에 따른 對 EU 통상증대 및 경쟁력확보를 위한 지역사회의 경제·산업 발전의 방향과 모델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영남대는 지난 3월 31일 유럽연합본부집행위원회에서 후원하는 `YU-EU센터`를 개원하고, EU로부터 4년 반 동안 60만 유로(약 9억원)를 지원받아 EU 관련 교육 및 연구 강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EU 간의 협력 강화 등을 위한 지역거점역할을 하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도 파트너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1-10-26

`10월25일은 독도의 날` 제도화 시급하다

일본의 독도침탈야욕과 역사왜곡. 망언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일본의 독도망언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외교라는 명분과 외교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침착한 대응을 해왔다.그러나 일본은 우리의 생각과 의도를 무시한 채 지속적으로 독도 영유권주장을 펼쳐왔다. 이미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고 자국민들로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고 있다.그동안 일본은 역사적 근거 및 국제법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야욕과 준비 작업을 주도면밀하게 해왔다. 또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자신들이 획책한 독도야욕을 국제사회에서 유리하게 끌고 갈 순서를 밟아오고 있다.그리고 일본은 수년째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 이라고 게재해 오면서 자국민들의 감정을 자아내고 개인의 인기영합을 위해 자민당 의원들이 울릉도를 방한하려는 촌극을 자아내며 돌아간 적이 있다.이와 같은 일련의 획책은 이미 계획 되고 준비된 수순이라 볼 수 있으며 불안한 일본 정치권의 시선을 독도로 돌리려는 얄팍한 속셈이기도 하다. 일본은 독도영유권 주장에서 진다해도 손해볼 것이 없는 나라이다.이미 잘못된 한·일어업협정을 통해 대한민국 동해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수산물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손해볼 것 없는 싸움, 져도 본전 이상이라는 얄팍한 근성을 여실히 나타내는 모습이다.이러한 일본의 도발에 그동안 독도를 사랑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독도의 날을 법적 기념일로 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게 되면 정부나 국민 모두가 독도에 대한 소중함과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다.독도의 날 제정을 위한 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국회와 정부에서 왜 이리도 결단을 못 내리는지 의구심이 증폭될 뿐이다. 올해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가 반포된 지 111년되는 해다. 역사적 사료나 근거에 의해 독도는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다.1900년 10월25일 고종황제는 대한제국 칙령41호를 반포하고 울릉도를 울도로 개칭하며 강원도의 부속도서로 명명했다.구역은 울릉전도와 죽도, 석도(독도)를 관할한다고 고시하고 10월27일 관보 제1716호에 게재함으로서 명실 공히 독도는 대한제국의 영토로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이로서 독도는 국제사회에 대한제국의 영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법적 문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회람용에 불과한 시네마현 고시 40호를 들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본인들의 억지논리를 깰 수 있을 만큼의 역사적 지식과 관심을 가져야 하며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말로만 독도 독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독도의 소중함을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정부에서는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무 대응 하고 기업에서는 대일 무역수출 운운하며 무관심하며 학교에서는 진학 위주의 수업에만 치중하는 무반응을 보인다면 일본의 야욕에 어떻게 대처하겠는가이제 정부에서도 적극 나서 10월25일을 독도의 날로 지정해 국민의 화합된 정신과 함께 더 이상 일본이 독도침탈 야욕에 제동을 거는 단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1-10-25

성주 `당산나무 축제` 인기몰이

【성주】 성주군는 2011년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지역주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을축제, 당산나무에 깃들다`란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기를 얻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은 주민들이 생활권 내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화예술을 누리고 학습할 수 있는 참신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발굴·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 내 문화격차를 해소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성주군에서 지원하고 금수문화예술마을운영협의회(대표 최재우)가 주관하는 사업이다.`마을축제, 당산나무에 깃들다`는 2010년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2011년 연속사업으로 진행중이다.주민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마을 축제이자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는 모습을 추구하는 것으로 강사들이 9개월간 7개의 마을회관 및 교육장소를 방문해 13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동제(洞祭)가 펼쳐지던 당산나무(정자나무) 주변에서 마을 주민들이 꽃 피우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엮어가는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이다.연극으로 풀어보는 마을 이야기 - 할매 만세(대가면 흥산1리)와 역사가 물든 당산나무(용암면 마월1리), 풍물로 만나는 우리 신명(월항면 대산3리), 명천리로 이야기 마실 가기(금수면 명천1리), 국악에 빠져든 비보이(성주문화원), 타악에 담긴 별고을(구 성주문화원), 기타 선율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수호천사요양원사무실) 등 7개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군은 이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공동체 문화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이웃 간 소통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주민들은 교통이 불편한 오지마을에 강사들이 직접 방문해 연극, 미술, 풍물, 통기타, 춤 등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지도해 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손창익기자 sohn6770@kbmaeil.com

2011-10-25

동방의 등불

1913년 아시아 사람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한국을 가리켜 `동방의 등불`이라 극찬했다. 처음에는 시작의 4행만 소개됐지만 나중에 노벨상 수상작인 그의 시집에서 그 후반부가 덧붙여져서 의미와 주제가 더 보강된 것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그 등불이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지식은 자유롭고/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잃지 않은 곳/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이 시는 깊고 오묘한 뜻을 지닌 아름다운 시다. 왜 타고르는 그 수많은 나라 가운데 한국을 이렇게 찬양했을까? 그가 `동방의 등블`을 그의 시집`기탄잘리`에 수록할 때 후반부에 덧붙인 것은 일제 식민치하에서 신음하던 한국의 처지를 살피며 동병상련의 정서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좌절감에 빠져있던 한국민에게 타고르는 깊은 예지와 통찰의 정서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나아가 웅지를 펼칠 수 있는 기개를 고취시킨 것이다. 그 당시 그의 나라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는 인도사람을 위해 쓴 시가 많았던 것이다. 그는 서슴지 않고 그가 방문한 일본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에 일침을 가하며 “일본이 다른 민족에게 입힌 상처로 일본 스스로가 고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며 일본이 주변에 뿌린 적의의 씨앗은 일본에 대한 경계의 장벽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역사의 흐름은 타고르의 예언이 실현되게 해 오늘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자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0-25

칠곡군의회 조례안 3건 처리

【칠곡】 칠곡군의회(의장 곽경호)가 24일 제193회 임시회를 폐회했다.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열린 이번 임시회에서 나남훈 의원 등 9명의 의원이 발의한 칠곡군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안과 조기석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발의한 칠곡군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등 3건을 처리했다.또 칠곡군수로부터 제출된 `칠곡군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안`등 7건을 포함한 총 11건의 의안을 심의했으며, 2011년도 행정사무감사계획서를 승인하고 군정에 관한 질문을 했다. 칠곡군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안 등 조례안 7건, 칠곡수영장 민간위탁 동의안 등 동의안 2건, 2012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칠곡군 관리계획 결정(변경) 안에 관한 의견제시의 건을 원안 가결했다.또한,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오는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운영할 계획이며 상임위원회별로 자치행정위원회 145건, 산업건설위원회 97건, 의회운영위원회 10건의 감사자료를 요구할 예정이다.특히, 이번 임시회에서 나남훈 의원은 도로확충에 따라 날로 증가하는 가로수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가로수의 조성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안`을 대표 발의해 제정했다./김용호기자 kim112@kbmaeil.com

2011-10-25

낙엽도 조심해서 밟는다 했는데

이경우대구본부장그래서였을 것이다. 설악의 단풍은 눈을 떼기기 어려웠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그냥 두고 내려오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한 눈을 파는 사이 발을 헛디뎠을 것이다. 그의 발목이 접질러진 때문에 우리 모두의 하산 길은 훨씬 길어졌고 위험했다. 역시 하산할 때가 위험하구나. 청와대가 또 구설의 한복판에 올랐다. 이번엔 아주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아들 시형씨까지 한 묶음으로 타켓이 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퇴임 후 거주할 계획이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를 분할 매입하면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고 편법 증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거기다 청와대의 측근은 나랏돈으로 시형씨에게 이득을 준 것이니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임기 1년 남짓 남겨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말썽이다. 아니, 말썽의 차원을 넘어섰다. 가뜩이나 부동산이 아킬레스건인 대통령이 살던 집을 두고 퇴임 후 살 집터를 산 것이 말썽의 단초다. 사면서 아들의 이름으로 땅을 샀는데 그 땅이 감정평가액보다 터무니없이 샀다는 것이다. 옆 경호처 부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이라면 국고로 개인 땅을 산 셈이 되니 공사(公私)조차 구분 못한 것이다.이 대목에서 충신론이 다시 들먹여진다. 그렇게 대통령 주위에 사람이 없나?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대통령 사저 매입 의혹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김윤옥 여사는 뺐다고 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는 왜 저런 사람이 없느냐”고 했다니 주위에 사람이 없긴 없는 모양이다.중국 역사상 최대 성군이라는 당 태종에게는 아버지뻘 되는 위징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한번은 태종이 좋아하는 매 새끼를 얻어 즐기고 있는데 위징이 왔다. 왕은 얼른 매를 소매에 감췄으나 이를 눈치챈 위징은 오히려 국사를 팽개치고 취미생활에 빠져 있다 정사를 그르친 사례를 들어가며 딴 전을 부렸고 결국 위징이 간 뒤에 보니 이미 매 새끼는 죽어 있었다. 그런 그가 직언으로 태종의 비위를 건드렸다. 왕이 “이놈의 시골 영감, 죽여 버리겠다”며 날뛰는 것을 보고 왕후가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직간할 수 있는 것도 폐하가 명군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오히려 칭찬해서 화를 주저앉혔다.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중산을 정벌한 후 그 땅을 아들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자신이 어떤 임금이냐고 묻자 모두가 “어진 임금입니다”고 했다. 그런데 한 사람, 임좌만이 “동생을 두고 땅을 아들에게 봉했으니 인색한 것입니다”고 했다. 임금이 벌컥 화를 냈음은 물론이다. 그러자 책황이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임좌의 말이 곧아 임금께서 어지신 줄 알았습니다”했다. 눙치고 어르는 말장난 같지만 바른 말 하는 신하를 두었다는 칭찬이다. 임금이 삐쳐 나간 임좌를 불러 와 사과하고 상객으로 삼았다.임금이 성군이 아니라고 직언할 수 있는 신하가 있으니 성군이라는 말장난이다. 어쨌든 충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위징과 임좌의 충언에는 그 말을 들어주는 태종과 문후가 있어 빛이 났다.지금이 어느 때인가. 대통령 임기 고작 1년 남짓 남은, 말년 아닌가. 일 처리를 이렇게 어설프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사표를 낸 김인종 경호처장 등 관계자들이 알아서 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그렇게 하려 했더라도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리는 신하가 없었다는 말인가? 또는 대통령이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인가. 단풍을 보니 군 생활 제대를 앞두고는 “떨어진 낙엽도 조심해서 밟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제대하는 날까지, 조심 또 조심하자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내려갈 때 더 조심하라는 말이다.

2011-10-24

깊은 맛 깊은 만남

윤석안포항중앙교회 부목사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가을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하늘은 더욱 푸르고, 산야는 오색단풍으로 물든다. 가을은 말 그대로 황금들녘이다. 포항에서 천북을 지나 경주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긴다. 길 양옆으로 늘어진 코스모스는 바람에 춤을 추며 반가운 손짓을 한다. 경주 성동시장에서 가을 나물들로 비빔밥을 비벼 먹고, 보문단지에서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만지작거린다. 손끝에서 가을이 묻어난다. 가을도 깊이가 다르다. 맛에도 깊이가 있다. 그래서 깊은 맛이란 표현을 쓴다. 사실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먹어보면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찾게 되는 맛, 깊은 맛이다. 곰탕을 끓여도 좋은 재료를 가지고 오랫동안 잘 우려내면 깊은 맛이 난다. 얼마 전 모임에서 먹은 곰탕은 정말 진국, 깊은 맛이 났다. 이유는 주방장이 직접 도축장에 가서 좋은 재료를 골라 24시간 푹 꽈서 나왔기 때문이란다.만남에도 깊은 만남, 얕은 만남이 있다. 오늘날은 만남의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즉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의 발달로 만남의 그물망이 얼마나 확장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만남이 넓어졌다고 깊이도 깊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17일 KBS 뉴스에서는 “SNS 강국 한국, 인간적 대면 소통은 최하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곤란할 때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느냐는 질문에 40개국 중에서 37위를 기록했다. SNS를 통한 만남은 깊은 속내를 드러내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정과 진지함이 사라지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는 감정이 메마르고, 아주 이기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대화의 종류도 깊은 대화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부간의 대화, 자녀와의 대화, 부모와의 대화를 점검해 보면 깊은 대화가 얼마나 있는가? 경상도 남자는 퇴근하고 세 마디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아는?, 묵자, 자자” 깊은 대화는 자신의 판단과 의견, 감정과 기분까지도 서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대화에 익숙하질 못하다. 바로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래”라고 반발한다. 깊은 대화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대화의 기술이 `-구나 화법`이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서 화났구나” 부부사이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구나 화법`으로 깊은 대화를 해 보면 좋다. 많은 경우 깊은 대화에 목말라 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이 그렇다.영적인 존재인 인간은 하나님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하나님과의 대화가 기도인데 얼마나 깊은 기도를 하고 있는가? 피상적인 얕은 기도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깊은 기도는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깊은 기도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깊은 기도는 골방, 기도원, 깊은 곳에 가야하는 것도 아니다. 깊은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내 말이 아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이다. 야곱은 얍복강가에서 형 에서와의 만남을 앞두고 깊은 기도를 드렸다. 한나는 마치 술 취한 여인처럼 하나님 앞에서 깊은 기도를 드렸다. 솔로몬은 왕위에 오르면서 일천번제로 하나님께 깊은 기도를 드렸다.특별히 다니엘은 자신의 기도생활을 빌미삼아 자기를 사자굴에 넣으려는 간신들의 속셈을 알고도, 기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깊은 기도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에게 주어진 높은 은혜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오늘날 우리 삶의 약점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얕다는 것이다. 깊이가 부족하다. 생각의 깊이가 얕고, 말의 깊이가 얕다. 그래서 쉽게 상처주고, 쉽게 오해한다. 너와 나의 관계의 깊이도 그리 깊지 못하다. 특별히 영적인 깊이는 갈수록 얕아지고 고갈된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깊은 맛, 깊은 만남을 기대하며 오늘도 깊은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2011-10-24

제5에너지-절약

사람들이 말하는 에너지(energy)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인간의 정력을 말하는 에너지가 있고 산업화 시대에 동력을 움직이는 힘을 에너지라 한다. 사람의 인체의 모든 기능을 움직이는 것은 개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원에 대해서 모든 국가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대책에 고심하고 있는 현실이다. 석유는 세계 에너지 소비의 33.1%를, 원전은 세계 발전의 13.5%를 차지하는 주요 에너지다. 그러나 중동 및 아프리카 민주화 도미노로 지구촌이 고유가의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해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전력 생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화력·수력, 그리고 풍력과 조수에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정세가 진정되고 일본 원전 사고가 수습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의 소비는 많아지고 에너지 자원의 공급 불안전성도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너지가 바로 국력인 시대에 에너지 부족 국가는 자원부국에 의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그래서 절약을 불·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이어 `제5의 에너지`라 부르기도 한다. 안 쓰면 남는 것보다 절약하면 남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남용이 필요할 때 궁함을 느낀다. 절약 정책을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국민적 생활 실천으로 다 함께 노력해야 하는 습관적 캠페인이 생활화 되어야 한다. 에너지 과소비 형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또한번의 에너지 쇼크가 온다. 에너지 절약 정책은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할 때마다 강조하는 단기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끈기있고 지속적인 습성으로 변할 때까지 추진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0-24

호박

조현명시인호박은 최고의 가을보약이라고 말하는데 추운 계절을 맞은 몸에 좋은 영양소로 꽉차있기 때문이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흡수를 돕는 당분과 머리를 좋게 하는 페시틴과 필수 아미노산에 암세포가 커지는 걸 막아주는 프로테아제 까지 호박은 참으로 영양덩어리다. 이 멋진 호박을 두고 온갖 말들이 있으니 아마 생김새 때문이 아닐까. `호박에 줄 끗는다고 수박 되나`라든지 못생긴 여자를 빗대어 `호박꽃도 꽃이냐` 라고 놀리든지, 놀부같이 심술궂은 사람을 보고 `자라는 호박에 말뚝 박는다`고 하기도 하고 못생긴 사람을 두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한번 호박은 영원한 호박이다`라고 한다. 그래도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라든지 `툭하면 다 호박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다` 라고 하는 횡재수를 뜻하는 속담도 있는걸 보면 호박은 반드시 못생긴 것만으로 여겨진 것은 아닌 것 같다.어제는 아내가 호박을 여러 덩어리 들고 왔다. 어디서 난 것이냐고 물어보니 시골길에서 어떤 할머니를 차에 태웠더니 말을 않고 잠잠히 가다가 차 앞에 호박을 따서 리어카에 싣고 가는 아낙을 보고 가을 호박 자랑을 늘어놓더란다. 하도 호박이야기가 구수하고 좋아서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호박을 샀는데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한 할머니가 내리면서 “아지매 복 받을 겝니다”라고 했단다. 그 `아지매`라는 말에 얼마나 정감이 갔던지 한참 기분이 좋았다고 아내는 호박꽃처럼 흰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이제 중년의 아내의 외모는 화사하고 아름답지만 역시 내면은 세월을 속일 수 없는 나이가 되었는가 보다. 아내가 감동한 `아지매`라는 말에는 호박처럼 복스럽고 그득하여 넉넉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새댁`이라고 불렸으면 더 좋았을 삼십대에는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어쩌면 장미꽃처럼 가시를 드러내었을지도 모르겠다. 호박과 호박꽃에는 이처럼 수수하고 수더분하고 복스러운 중년의 향기가 배어있다. 어쩌면 깊은 아름다움을 갖춘 복덩어리이다. 그래서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고 했으리라. 그래도 호박에는 못미더운 어떤 부분이! 있는 걸까. 부정적인 속담들이 많다. 그것은 쭈글쭈글해진 늙은 호박에 대한 이미지 때문은 아닐까. 송상욱 시인의 동시는 그런 호박의 깊고 오래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바싹 마른 넝쿨이/ 전설처럼 지나온 자리에/ 호박덩이 하나 집 짓고 있다/ 그 속에 젓니 난 아이들을 키우는/ 늙은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사람들은 다른 열매들이 다 익은 것에는 `늙은`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면서 다 익은 호박은 왜 `늙은호박`이라고 부르는 걸까. 그걸 다음 동시를 읽으면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안도현 시인의 `호박꽃`이란 동시인데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처음 덩어리진 호박을 막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호박이라는 뜻으로 `애호박`이라 했으니 다 익은 호박은 `늙은호박`일 수밖에 그럼 `청년호박`이나 `중년호박`도 `아지매호박`이나 `아저씨호박`도 있으려나. 그래도 `중년호박`이란 말이 없고 보면 그 중간 것은 맛부터 떨어지거니와 어떤 요리에도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늙은호박은 산모들의 산후조리에 좋은 `호박소주`나 `호박죽`, `호박떡`, `호박국수`, `호박범벅`, `호박전`을 만들어 먹고 애호박은 `호박무침`, `애호박된장국`, `애호박된장찌게`, `애호박국수` 등을 해먹는다.아직도 남아있는 호박에 관한 속담으로 호박이야기를 맺는다면 `참깨 백 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번 구르는 것이 낫다` 는 말이 남았다. 이건 늙은 호박을 빗대어 하는 말일 것이다. 참깨가 가진 그 톡톡 튀는 자잘한 이미지보다 훨씬 깊고 지혜로운 늙은 호박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호박처럼 둥글둥글하게 처신하라`는 말도 그런 맥락을 담고 있다. 그런데 `뒤로 호박씨 깐다`라는 말은 아무래도 호박의 불명예가 될 것 같다. 이 속담은 원래 `밑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말이었는데 밑구멍 같은 단어는 좀 상스러우니 `뒤로` 라는 단어로 순화해서 쓰고 있다. 겉으로는 점잖고 의젓하나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엉뚱한 짓을 하는 경우를 비유한 것인데 사실 신문에 가끔 나는 사건 기사들을 생각해보면 `호박씨 까는 것` 만큼 남들을 즐겁게 해 주는 일도 잘 없다.

2011-10-21

법과 정의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3일 굶어서 도적질 안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만일 당신이 그 기간 동안 먹지 못했다면, 그때 주린 배를 채우려고 훔쳐 먹는 것은 정당한가? 인도가 영국의 식민 시절에 영국 귀족이 하인들을 데리고, 인도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지금은 보호종인 호랑이를 잡아서 앞에 두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가 보호종을 죽인 것은, 잘 한 일이냐? 과거에 작은 마을 단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그 마을의 힘이 센 사람, 또는 제일 연로한 노인이 평가를 내려 중재하였다. 그들의 생각이 곧 판결로 나타났다.어느 사회에서나 삶의 기준이 되는 법이 있다. 법은 정의의 편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통념의 복판에 그 기준을 둔다. 민주화라든가 용공 사상으로 처벌받은 자의 많은 수가, 재심청구로 무죄가 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성인인 예수는 사회 혼란 죄에 해당되었다. 사법부의 판결은 그 시대 상식의 복판에 있고, 그것은 `저울`로 사법부를 표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법의 힘은 그것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가 넓을수록 객관성을 더욱 띄어야 한다. 한 마을에서 지구적 차원까지 커질수록 보편성은 더욱 커져야 한다. 또 사회가 혼탁할수록 법의 운용은 더 엄격해지고, 강력해 진다. 특이한 곳은 북한이다. 그곳에는 김정일과 공산당의 교시가 판결의 기준이 된다. 법과 정의는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법은 사회생활의 기준이고, 정의는 인간의 삶에서 절대적 진리로 안내하는 가이드역할을 다. 법은 정의의 한부분일 뿐이다.정의가 빛을 발하려면, 죄악이 있어야 한다. 영화에서 정의의 주인공 사나이에게 덤비는 악역은 질이 나쁘고 악랄할수록, 주인공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정의는 더욱 밝게 드러난다. 이때는 관객이 감격하면서 흐느껴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사회에서는 서로가 사귀어 정의(情誼)가 넘치면, 사회에서 바르고 옳은 길을 밝히는 기준인 정의(正義)가 거의 힘을 못 쓰게 된다. 너와 내가 서로 이해하여 수용해 버리면, 따스한 햇볕에 눈이 녹듯이 정의는 소멸되어도 지장이 없다. 사랑은 인간최고의 정의마저 녹여버리는 무한히 큰 용광로이다.정의와 사랑은 그 뿌리가 같다. 사랑 없는 정의, 정의 아닌 사랑, 모두가 가면이고 사이비이다. 정의와 사랑에는 차이가 있다. 정의에는 사랑의 마음이 있지만, 칼과 같이 예리하게 평가한다. 반대로 사랑은 폭이 넓어서, 예리하지 않고, 뭉뚱그려 감싸 안는다. 희생과 봉사는 그 속의 일부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사랑과 정의는 전혀 다른 생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사회가 미래 지향의 목표점으로 가는 데는 공동으로 협력하고, 그 둘은 한 몸이 된다.우리나라의 옛 이야기에는 정의나 강력한 사랑의 표현, 그리고 철저한 복수심 같은 것이 없다. 심청의 이야기, 흥부 놀부의 이야기, 장화홍련전 등에서는 악역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 서양의 몽테 크리스트 백작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골이 송연한데, 아버지를 위해 자기 스스로 바다에 뛰어든다든지, 재비다리에 상처를 내는 정도의 악역만 있을 뿐이다.이것은 우리 민족이 순하고도 어질다는 말이다. 짐승을 죽여서 잡아먹는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순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민족사에서 칼날과 같은 정의에 대한 논의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가 세계화됨에 따라, 우리도 정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서양은 칼로서 흥하고 망하는 철두철미 자기주장이 강한, 정의를 따지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의에 대한 논란는 기독교 문화가 창연했던 서구에서 주로 따져 왔으나, 그 후 이제는 서양의 문화가 동양은 물론, 지구를 휩쓸고 있다. 가치관과 정의에 대한 기준도 인문적인 동양의 것에서, 수학적으로 치밀한 서구의 잣대가 세상을 뒤덮으려 하고 있다. 시공은 매우 좁아졌다.정의에도 이제는 국가적인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이때는 인간사이의 기준보다도 종교의 절대적인 정의기준을 필요로 하는데, 불행히도 각 종교는 교리의 확장을 위해 거의 전쟁을 하는 듯하다. 서로 대화가 거의 없다. 이 시대의 지성인은 현실에 맞아드는 정의에 대한 개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저울의 균형점과 정의는 다르다.

2011-10-21

結草報恩

한자어 사자성어에 백골난망(白骨難忘)이란 말이 있다. 백골이 된 후에도 잊을 수 없다는 뜻으로 큰 은혜나 덕을 입었을 때 감사의 뜻으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은혜는 뼈에 새기고 원수는 물위에 새기라는 말도 있다. 구약 시가서에 보면 “악인은 꾸기만 하고 갚지 않으나 착하고 선한 사람은 동정하고 후하게 베푼다”고 했다. 빚진 돈은 죽은 뒤에 후손에게 갚을 길도 있지만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은 은인의 생전에 은혜를 갚지 못하면 상심하는 것이다. 고결한 인물은 은혜를 베푸는 것을 좋아하지만 은혜를 입는 것을 싫어한다. 인간은 위험을 끼칠 것으로 믿고 있던 사람에게서 은혜를 받으면 보통 때의 갑절의 은혜를 느낀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어리석은 생각과 판단은 새로운 은혜를 베풀어서 그것으로 인하여 옛날의 원한을 잊어버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나의 큰 착오다. 그러면서도 은혜를 너무 많이 입으면 우리는 초조해지고 부채보다 더 많은 것을 갚아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은혜를 베푸는 자는 그것을 감추라. 은혜를 받는 자는 그것은 남이 알게 하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주고 받는 은혜와 감사는 피기 시작할 때만 향기를 내는 꽃과 같다고 했다.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보아도 사람은 큰 사람의 덕을 본다. 스승이나 선배, 그리고 학식이 많은 사람, 돈 많은 부자에게서 덕을 보고 은혜를 입는다. 시야에서 벗어나면 마음에서도 벗어나는 것처럼 안보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옛 선비들의 학문정신에 매진한 학자들은 “머리털을 베어 신발을 삼는다”는 말도 남겼다. 그 비장한 말씀의 속뜻은 무슨 짓을 해서든지 잊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춘추시대 중국 진나라 고사(故事)에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말이 있다. 죽어 혼령이 되어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은혜는 반드시 은혜로 갚아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0-21

중국 경제에 대한 단상

사동철포스코경영연구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위원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위기 이후 다시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중국 경제도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중국의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상승률이 전년대비 6.1% 상승해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월대비로는 0.5% 상승해 8월(0.3%)에 비해 오름세를 나타내 4개월 동안 6%대 물가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값이 43.5%나 오르면서 식료품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중심에 있다.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물가상승률(4%)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사회불안을 두려워하고 있어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가 돈을 쉽게 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며,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혀 당분간 긴축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과도한 지방정부 부채도 큰 골칫거리이다. 당국이 공식 발표한 작년 말 지방정부 부채는 10조 7천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 GDP의 27%에 해당되는 규모로 2009년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 등에 집중 투자되었다. 특히 올해 연말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지방정부 부채의 43%에 해당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채무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다. 만약 지방정부들이 내년에 이 채무를 막지 못하면 지방정부에 대출을 해준 중국 은행들이 부실화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방정부의 부채 중 약 30%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디스는 지방정부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의 부실 채권이 최고 12%까지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들어 중국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도산 급증도 문제다. 해외수요 악화로 수출 주문이 감소한데다 위안화 절상까지 겹쳐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긴축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사 감각이 뛰어난 원저우(溫州) 상인으로 유명한 저장성 원저우시에선 올해 4월 이후에만 90명의 중견기업 사장들이 야반도주를 했다고 한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연리 100%가 넘는 사채를 쓰면서 원금과 이자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도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중소기업들이 쓰러지다 보니 일자리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도시 실업률이 4.6%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9%에 이른다고 한다. 농촌의 유휴인력까지 합하면 실업률이 두 자리수라는 얘기도 있다. 부동산과열 억제에 따른 긴축효과로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서서히 나타남에 따라 부동산거품의 붕괴 위험도 안고 있다. 수출과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성장 구조 또한 문제다. 중국의 내년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8% 아래로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들이 나오고 있고 2013년 이후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고 있다.내년은 중국을 이끌고 갈 5세대 지도부를 선출할 18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가 개최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정부 당국은 정권교체를 앞두고 안정적인 경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동반하는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다.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암운(暗雲)이 감도는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로서는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에 주시하고 선제적인 대응 마련이 중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혜도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2011-10-20

삶을 살아가는 방법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어제 최영미 시인이 필자의 강의 과목 `문학과 대중문화`에서 특강을 했다. 최 시인은 지금 춘천에 살고 있어, 이 강의를 위해서는 경춘선 전철을 타고 청량리까지 와서 다시 지하철을 한 시간 이상 타야 했다. 필자의 강의를 듣는 학생은 모두 80명 정도. 지금부터 5,6년 전에도 최영미 시인을 초청한 적이 한 번 더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최 시인의 시집`돼지들에게`의 힘이 지금보다는 더 셌다.이번에는 은근히 걱정을 했다. `문학과 대중문화`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공계 학생들인데다가 세대적인 격차도 몇 년 전과는 또 달라진 때문이며, 특히 요즘 학생들은 문학보다는 비주얼이 강한 영상매체들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무대` 위에서의 최영미 시인은 중견 연기자 같은 활력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자신 스스로 말하듯이 연기자적 자질을 갖고 있었다. 히스테리컬한가 하면 말괄량이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고상한 천품을 가진 시인 같기도 한, 복잡한 국면들이 스쳐 가면서 학생들은 점차 이 시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특히 그녀가 대학생 때 데모를 하다가 경찰에 잡혀가 유치장에 갇혔는데, 그때 유치장 건너편에 수감되어 있던 남학생들이 교도관을 통해 소개팅을 제안해 왔던 것이며, 밤에 펼쳐지는 노래자랑 대회 이야기를 하자, 학생들은 자신들과 너무 다른 80년대 대학생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라 했다.그런데 이날 그녀의 강의 주제는 `나의 시 나의 축구`. 왜 축구냐 궁금하다면 이 시인이 최근에 펴낸 산문집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보아도 된다.그녀는 작년 겨울인가 유럽으로 가서 박지성 선수도 만나보고, 이청용 선수도 만나보고, 유럽 축구 리그를 소개하는 글을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나오는 영문판 축구잡지를 정기구독하다시피 하는 축구광에, 시합을 보는 전문가적 안목까지 갖추고 있는 특이한 문학인이 바로 최 시인이었다.강의가 끝나갈 무렵 학생들의 질의를 받게 되자, 한 남학생이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축구는 뭐냐.사실 이 이야기를 위해서 최 시인은 서두에 자기 아버지 얘기를 아주 길게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우익 청년이었음에도 이승만 정부`쪽` 사람이었기 때문에, 박정희 정부 아래서는 여러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 최 시인은 영어 회화에 능숙한데, 그것은 고등학생 시절에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외국인들이 다니는 교회에 다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최 시인은 말했다. 자기에게 축구는 자기 아버지의 삶에 비친 한국의 현대사처럼 어두운 상황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마력을 가졌다고. 그녀는 축구장에서만큼은 정의가 살아 있노라고 했다.그런데 그녀는 강의 도중에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도 독특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녀는 무슨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스티브 잡스는 뛰어났고 여러 면에서 훌륭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사람 때문에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넘쳐 나느냐고도 했다.그러나 그런 최영미와 스티브 잡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 다 창조하는 삶에 관계 되어 있다는 점이다.필자는 최영미 시인이 문단에서 아주 고독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의 축구열은 그녀의 고독한 삶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그녀는 혼자 지방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양노원에 계신 아버지와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가 있다.그러나 그녀의 시는 명징, 투명하다. 그리고 메시지가 간결하면서도 날카롭다. 그런 그녀의 시들을 읽다 보면 창조하는 행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더욱 거대한 창조자였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 가운데 최상의 것은 역시 매일매일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창조적 삶이다. 일상에서, 관습에서, 규칙에서 얼마나 벗어나 어떤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가. 이것이 삶을 재는 중요한 척도인 것이다.

2011-10-20

“월급 46만원, 버스·점심값 내면 남는 게 없어”

스페인 청년 실업률 40% 넘어서취업자 25% 비정규직, EU는 14%기업, 경기부진에 정규직 채용 기피 국내에서 비정규직 청년실업문제가 이미 고질화 돼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는 1%에 의한 자산 독식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해 시대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외국의 현장 풍경은 어떨까?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나라들의 사정이 한 외신을 통해 포착됐다. 아래는 연합뉴스를 통해 전해진 그 스토리다.스페인인 실비아의 상황이 어려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홍보분야 석사 학위까지 갖고 있는 24세의 이 여성은 2년 이상 풀타임 인턴사원으로 일했으나 그런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린다.그는 정규직 사원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한달에 300유로(약 46만원)를 받는다. 그것으로 버스승차권과 점심을 사먹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부모 집에서 나오고 싶지만 그럴만한 수입이 아니다.실비아는 그러나 다국적 기업인 이 회사가 비정규직 근로자 이용을 제한하는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고 감독당국에 고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자신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졸업반에 30명이 같이 있었는데 나는 취업 면에서 잘 풀린 편에 속한다”고 했다.청년 실업률은 40%를 넘고 전체 실업률도 5명 중 한 명꼴인 스페인은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도 실업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실비아와 스페인의 이런 사정은 이웃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하다.이들 나라에서는 갈수록 많은 사람이 이른바 `정크잡`이라는 취약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관광과 농업, 건설 분야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비정규직이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의 회사에 확산되고 있다.경기 부진이 심화되고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퇴직금과 각종 복지혜택을 주어야 하는 정규직 채용을 그 어느 때보다 기피하기 때문이다. 지금 스페인 취업자의 4분의 1은 비정규직이며 포르투갈은 23%나 된다. EU 전체로도 14%에 이른다.그 결과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는 2개 층의 취업구조가 생겨나고 있다. 한쪽은 중년층으로 각종 복지혜택이 따르는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해고하기에 큰 비용이 들고 각종 법규의 보호를 받는다. 다른 한쪽은 비정규직의 회전문에 갇혀 있는 젊은이들이다.이런 이중 구조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각종 연구결과가 지적하고 있다. 싼 임금에 근로자들이 장기간 묶여 있으면서 생산성이 타격을 받고 결국 남유럽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스페인에서 `밀뢰리스타`라고 불리는 월 1천유로(그외 수당 등 복지혜택은 없다) 짜리 근로자들은 사실 어제오늘 생긴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저 잃어버린 세대들이 점점 더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스페인국립방송통신대학의 호세마리아 마린 교수는 “한달에 1천유로를 받는 비정규직은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라면서 “밀뢰리스타는 그동안 좋지않은 것으로 치부돼 왔지만 지금은 좋은 것이 돼버렸다”고 전했다.로마에 사는 페데리코(27)씨는 2009년 대학 역사학 전공을 졸업한 후 비정규직을 전전해왔다. 지금 그에게는 매월 1천유로 받는 비정규직 자리조차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보인다. “오늘 일년간 일할 자리를 놓고 취업 인터뷰를 했는데 회사에서 하루 10시간 근무에 월 500유로를 제시했다”고 그는 말했다.그도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지만 집 임차 계약은 정규직 취업 계약서가 있어야 맺을 수 있다. 15~24세 이탈리아인들의 4분의 1이 실업 상태인 상황에서 그는 이제 취업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이론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지만, 남유럽에서 현실은 점점 더 그렇지 않게 돼가고 있다. 기업들이 해마다 비정규직을 뽑아서 정규직처럼 부려 먹는 현실은 1990년대 미국에서처럼 “영구적 비정규직”을 낳고 있다. 포르투갈 한 노동전문가는 포르투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1990년대 후반 50%에 달했지만 지금은 20% 아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유럽연합은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취업 증가를 유도하도록 권고해왔다. 스페인 사회당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노동시장 개혁을 실시했다.그러나 스페인은 일년도 안돼 원위치가 됐다. 그런 개혁 조치가 취업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실업률만 계속 높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노동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조치 철회와 관련해 “사람들이 일자리 없이 지내기보다는 비정규직이라도 일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리=윤경보기자

2011-10-20

환경의 지배자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산다고 한다. 생물이나 인간을 둘러싸고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을 환경이라 한다. 6월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에 스웨덴에서 열린 인간환경회의 개회식에서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출범한 세계 환경의 날은 세계 각국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관심과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지구의 인구는 68억을 넘었고 지구의 환경은 곳곳에서 오염되고 있다. 오염된 환경은 다시 인간에게 대기 오염과 수질오염, 이상기후, 온난화 현상 등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질 오염과 물 부족현상이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의하면 1970년대 겪었던 석유 파동이 아니라 물 재해에 대한 경고라 한다. 지금의 사정으로는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우수한 편이라 한다. 하지만 갈수기의 부족한 저수량은 자연스럽게 수질의 오염으로 이어져 매년 수원의 오염도를 걱정하는 수준이라 한다. 그래서 정부가 거기에 대한 대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다 그런 연유이다. 일년 강수량만 따진다면 물 부족에서 제외되겠지만 물의 소비와 낭비가 심하고 또 너무 많은 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 보내면서 매년 국지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환경이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환경에 의존하지 인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은 약한 자를 지배하지만 현명한 자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목적은 소득이 아니라 환경과 더불어 성장하고 또 환경과 결합됨으로써 자기의 의식을 실현하고 또 확대해 가는데 존재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란 자기가 원하는 환경을 찾아내는 사람이고 그렇지 못하면 자기가 환경을 만들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1-10-20

태국 홍수로 근로자 66만명 실직 위기

20여개주 공장 1만4천곳 침수… 파툼타니주만 3천326곳 문 닫아 태국은 대규모 홍수로 많은 공장들이 물에 잠기면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태국은 중·북부에서 지난 7월 말부터 계속된 홍수로 315명이 숨졌고,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은 1천567억바트(5조8천49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태국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20여개주의 공장 1만4천172곳이 침수돼 근로자 66만3천218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아팃 이스모 노동부 국장은 “홍수로 방콕 북부의 파툼타니주에서만 3천326개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근로자 21만8천474명이 임시 실직 상태”라면서 “최대 홍수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아유타야주에서도 10만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태국 정부는 홍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홍수가 끝난 뒤에도 가동이 중단된 공장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노동부는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홍수 피해를 입지 않은 도시에 위치한 기업에 2만5천여명을 취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노동부는 또 전국적으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홍수 보호 센터 등으로 피신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단기 직업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연합뉴스

2011-10-20

뉴질랜드 노장들, 새 일로 새 인생 연다

뉴질랜드에서는 요즘 중년이라고 불리는 40대는 물론이고 50대, 60대 등 노장층까지도 새로운 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예를 들면 약사를 하던 사람이 직업을 바꾸어 예쁜 쿠션을 팔고, 양털을 깎던 사람이 50대에 책을 써서 상을 받고, 산파가 시장이 되고, 유명한 갤러리를 갖고 있던 사람이 65세에 자리에서 물러나 핸드크림을 만들고, 인류학자가 회계사가 되고, 장사를 하던 사람이 대학 강단에 서는 등등이다.이렇게 새로운 일을 붙잡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40대, 50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60대에 접어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웰링턴에서 발행되는 `도미니언 포스트`는 19일 중장년에 접어들어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는 야망과 도전은 대학에서 뚜렷하게 찾아볼 수 있다며, 빅토리아 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10% 정도가 한때 중년이라고 여겨졌던 40대 이상의 `늙은 학생`들이라고 보도했다.포스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며 결국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던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이처럼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신문은 `은퇴하지 않고 오래 살기`의 공동 저자인 미국의 분쟁조정 전문가 데이비드 보건과 키스 데이비스가 자신들의 저서에서 “아무도 은퇴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은퇴는 현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부조리하고 경제적으로 발전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일을 계속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사서를 하다 50대에 공부를 해 박사 학위를 받은 뉴질랜드 와이카토 대학 경영학부 연구교수 마거릿 리처드슨 박사는 “중년은 이제 옛날의 중년이 아니다”면서 “나이의 전체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나이 먹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일부 사람들은 직업을 바꾸면서 30년 동안 이 일을 해왔으니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를 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또 어떤 사람들은 은퇴가 두려워서 △앉아 있는 게 싫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는 “나이든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그는 “지금은 80대, 90대에 접어든 사람들도 뭔가를 할 수 있고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빅토리아 대학 직업 개발 고용과의 리즈 메드포드 과장은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평생 평균적으로 다섯 번 정도 직업이나 직장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금은 그것이 14번 정도 된다”고 말했다.그는 사람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등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직업을 바꾸든 안 바꾸든 공부는 이제 평생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로 빅토리아 대학의 모든 과정에는 성인학생들이 많이 등록해 있다고 밝혔다.약사를 하다 그만두고 웰링턴에서 인테리어 숍을 시작한 50대의 아만다 홀란드는 “약국 일이 싫어져서 새로운 일을 찾았다기보다 소매업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병행할 수 없어 약사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또 산파를 하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정치인으로 변신해 10여 년 동안 웰링턴 시장을 역임한 케리 프렌드개스트(58)는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며 “남의 말을 잘 들어야한다는 점에서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일이 산파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11-10-20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돋보이는 초간정(草澗亭)

한국의 정자건축은 그 위치나 건축의 동기, 이를 즐기던 사람들의 심성 등이 어우러져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43호 초간정(草澗亭)은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 원류마을 앞에 위치해 있다. 원류마을은 `금당실 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으로 이곳에서 용문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초간정이 있다. 초간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편찬한 초간 권문해(草澗, 權文海 1534~1591)가 1582년에 건립한 정자이다. 현재의 건물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1612년에 재건하고, 병자호란 때 소실되어 다시 세운 것을 그 후 1870년에 중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초간정으로 가는 길목에는 주변의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초간은 만석꾼 부자가 나는 자리와 당대의 학자가 날 자리를 놓고 비교하다가 선인농학형(仙人弄鶴形)이라는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전한다.물이 단층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폭포라고 한다면, 초간정을 감사고 흐르는 작은 물길 속에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의 급한 흐름을 폭포라고 할 수 있을까? 높이는 1미터 남짓 되고, 물소리 또한 그리 높지도 않다. 오히려 부드러운 물소리라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또한 정자 아래는 수직 절벽 대신 큰 바위들이 어울려 정자를 받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조선시대 정자건축이 그러하듯이 초간정 또한 시내가 휘감고 돌아 흐르는 경관 좋은 암반 위에 자리 잡은 팔작기와집으로 자연기단위에 주초를 놓고 그 위에 네모기둥을 세운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면의 좌측 2칸에는 온돌방을 배치하고 시내물이 돌아 흐르는 쪽의 4칸은 통칸으로 우물마루를 깔고 계자난간을 돌려 풍치를 한층 돋우고 있다. 북쪽 처마 밑에 `草澗精舍(초간정사)`란 현판이 걸려 있다.필자는 초간정 정자마루 양쪽에 설치된 판자벽이 실내환경조절적인 측면에서 큰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정자의 동쪽은 물이 휘돌아나가는 곳으로, 반달형상의 소와 그 건너편을 막고 서 있는 병풍바위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밋밋하게 흘러내리던 시냇물이 몇 층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소리치며 흘러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만약 그곳에 판자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면, 소리치며 휘돌아 나가는 물길이 만들어낸 소와 절벽바위에 온종일 시선이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그것은 여가를 즐기기엔 좋을지는 몰라도 학자가 공부하기엔 부적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책 읽는 이에게는 판자벽의 차단이 나름의 숨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판자벽 하나로 공부와 휴식 사이를 넘나들게 했던 조상들의 숨은 지혜와 슬기가 돋보인다. 문득 `한국의 정자건축` 특집 다큐멘터리 촬영 때 환희 비추는 보름달아래 초간정 마루에 서서 대금을 길게 불던 기억이 새롭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10-20

네거티브가 무엇인데…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10·26재보선은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이상한 선거로 흘러가는 것 같다. 언론의 거울을 통하지 않고는 전모를 짐작조차 할 수도 없는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그게 고장난 것 같아서다. 서울 소재 언론 매체들의 보도 논평만 보면 마치 서울시장 선거만 있을 뿐 다른 지방에는 선거가 없는 것 같고, 다른 지방 언론들은 서울 언론의 서울시장 선거 홍수보도에 빛을 잃고 있다. 물론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방선거가 그 지역민들에게 서울시장 선거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다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내년 연말의 대통령선거와 관련, 지역별로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졌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쏠리게 할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내년 대통령선거는 서울시장 선거가 반드시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는 것 뿐이다. 다른 지방민에게는 그 지방의 선거가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국민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서울소재 언론이 다른 지방 선거에 거의 무관심한 것만 이상한 게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의 보도논평 방식도 언론의 상식을 벗어나고 있어 참으로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중에도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와 여당의 나경원 후보간에 벌이고 있는 이른바 네거티브 공방의 보도는 짧은 선거기간의 대부분을 허송할 만큼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네거티브 공방의 실체적 진실이 시원하게 밝혀진 것도 아니고 이대로 두면 흑백이 가려지지 않은 채 선거가 끝날 것만 같다.말할 것도 없이 선거에서 가장 핵심은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의 인품과 자질의 판단이다. 인품은 후보가 살아온 과정의 검증이고 자질은 공직을 수행할 능력의 검증이다. 인생살이의 검증은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삶을 살았는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짓을 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고, 자질의 검증은 공직 수행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혹은 정책)과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검증은 경쟁후보끼리 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선거전략일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가 하는 것이 공정하다. 그러나 검증을 이를 대행하는 것이 언론 기관이기 때문에 언론기관은 여러 관련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것을 선거 보도와 논평의 사명으로 한다.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는, 특히 서울 소재 언론사들의 경우 언론사 자체 후보 검증은 실종되고 후보끼리의 공방만 나열함으로써 유권자의 혼란만 부추기는 인상이 짙다. 심지어 박원순 후보측은 나경원 후보측이 주장하는 인품 검증을 네거티브 선거라고 주장하고, 나 후보측은 정당한 검증작업이라 주장함으로써 검증이냐 네거티브냐로 논쟁이 비화되고 있다. 언론이 제대로 된 인품 검증을 했더라면 이런 류의 싸움이 계속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막말이나 인격모욕적인 표현을 쓴다면 공직후보로서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후보가 법적 흠결이 있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경쟁후보나 유권자들, 언론 기관 등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보자 스스로가 진솔한 답변을 할 책임이 있고 답변이 애매하거나 미진하면 언론기관을 포함해 제3자가 철저한 검증을 하는 것이 옳다. 검증결과 흑색선전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나경원 후보와 관련한 후보 부친이 경영하는 사학에 대한 감사부탁 의혹, 자신의 부동산 투기관련 의혹, 박후보의 경우 학력위조 의혹, 양손입양에 의한 병력특혜 의혹, 박후보 운영재단의 재벌 및 일본 도요다 기부금 문제 등은 당연히 검증을 거쳐야 할 사안들이다. 네거티브가 무엇인데 유권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용어로 쓰려는 것인가.

201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