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또 구설의 한복판에 올랐다. 이번엔 아주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아들 시형씨까지 한 묶음으로 타켓이 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퇴임 후 거주할 계획이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를 분할 매입하면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고 편법 증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거기다 청와대의 측근은 나랏돈으로 시형씨에게 이득을 준 것이니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임기 1년 남짓 남겨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말썽이다. 아니, 말썽의 차원을 넘어섰다. 가뜩이나 부동산이 아킬레스건인 대통령이 살던 집을 두고 퇴임 후 살 집터를 산 것이 말썽의 단초다. 사면서 아들의 이름으로 땅을 샀는데 그 땅이 감정평가액보다 터무니없이 샀다는 것이다. 옆 경호처 부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이라면 국고로 개인 땅을 산 셈이 되니 공사(公私)조차 구분 못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충신론이 다시 들먹여진다. 그렇게 대통령 주위에 사람이 없나?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대통령 사저 매입 의혹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김윤옥 여사는 뺐다고 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는 왜 저런 사람이 없느냐”고 했다니 주위에 사람이 없긴 없는 모양이다.
중국 역사상 최대 성군이라는 당 태종에게는 아버지뻘 되는 위징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한번은 태종이 좋아하는 매 새끼를 얻어 즐기고 있는데 위징이 왔다. 왕은 얼른 매를 소매에 감췄으나 이를 눈치챈 위징은 오히려 국사를 팽개치고 취미생활에 빠져 있다 정사를 그르친 사례를 들어가며 딴 전을 부렸고 결국 위징이 간 뒤에 보니 이미 매 새끼는 죽어 있었다. 그런 그가 직언으로 태종의 비위를 건드렸다. 왕이 “이놈의 시골 영감, 죽여 버리겠다”며 날뛰는 것을 보고 왕후가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직간할 수 있는 것도 폐하가 명군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오히려 칭찬해서 화를 주저앉혔다.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중산을 정벌한 후 그 땅을 아들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자신이 어떤 임금이냐고 묻자 모두가 “어진 임금입니다”고 했다. 그런데 한 사람, 임좌만이 “동생을 두고 땅을 아들에게 봉했으니 인색한 것입니다”고 했다. 임금이 벌컥 화를 냈음은 물론이다. 그러자 책황이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임좌의 말이 곧아 임금께서 어지신 줄 알았습니다”했다. 눙치고 어르는 말장난 같지만 바른 말 하는 신하를 두었다는 칭찬이다. 임금이 삐쳐 나간 임좌를 불러 와 사과하고 상객으로 삼았다.
임금이 성군이 아니라고 직언할 수 있는 신하가 있으니 성군이라는 말장난이다. 어쨌든 충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위징과 임좌의 충언에는 그 말을 들어주는 태종과 문후가 있어 빛이 났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대통령 임기 고작 1년 남짓 남은, 말년 아닌가. 일 처리를 이렇게 어설프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사표를 낸 김인종 경호처장 등 관계자들이 알아서 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그렇게 하려 했더라도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리는 신하가 없었다는 말인가? 또는 대통령이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인가. 단풍을 보니 군 생활 제대를 앞두고는 “떨어진 낙엽도 조심해서 밟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제대하는 날까지, 조심 또 조심하자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내려갈 때 더 조심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