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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날을 생각하며

캘린더를 펼쳐 보면 국경일도 많고 기념일도 많아 혼란스러운 때가 종종 있다. 아직 사람의 지식으로는 많은 물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물을 깨끗이 씻는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지난 3월22일은 유엔이 1992년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유엔이 올해 선정한 `도시를 위한 물`을 주제로 경상북도가 주최한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물 절약 실천운동 생활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물쓰듯 쓰는 물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는 가까운 일본의 지진현장에서 뼈저리게 보고 느끼고 있었다.물이 생명을 만들고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제1의 연결고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정작 물이 이처럼 귀하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는 `물 전쟁`이 한창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로 흐르는 요르단강의 경우 인접 국가들이 물을 과소비 한 탓에 13억 ㎥로 90% 넘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물 확보 쟁탈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나일강 유역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분쟁이 일고 있다.20세기가 불랙골드(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물)의 시대라는 말이 있을 만큼 물 관련 산업도 뜨고 있다. 지금 가게에 가면 휘발유보다 비싼 생수를 사 먹는다. 그런 시대가 올 줄 꿈이라도 꾸어 봤느냐? 자문하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금년 연말이면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을 통해 전국에 13억 ㎥의 추가적인 물과 강 주변에 거대 친수공간이 생겨난다고 한다. 강변을 따라 `생명의 숲`가꾸기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그 지역 시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그 결실로 다양한 휴식 공간을 가꾸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맑고 신선한 양질의 물을 얻을 수 있다. 물의 날을 맞아 자연과 일체감을 이루는 생명의 숲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케 한다./손경호(수필가)

2011-10-06

꼼수와 묘수

김현욱시인시인이나 작가에게 신문은 소재의 보고(寶庫)다. 1719년에 발표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도 신문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다. 2005년 5월27일 중앙일보에 실린 `보이저 1호, 태양계 끝자락까지 갔다`라는 기사 덕분에 필자도 `보이저 氏`라는 졸시를 얻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생애에 사라질 아홉 가지 사물들`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미래학자 찰스 포프가 예측한 것을 중앙일보에서 소개했는데 우체국, 수표, 종이책, 음반, 텔레비전, 컴퓨터 관련 장치, 개인정보, 유선전화 그리고 종이신문이 그 슬픈 주인공이다. 이런 기사는 재빨리 시인의 수첩에 기록되거나 작가의 스크랩함으로 저장되기 마련이다. 게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도 있다. 종이책과 종이신문이 그렇다. 설마 아예 없어지기야 하겠어? 라는 의구심이 든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이용이 늘면서 전자책이나 온라인뉴스가 대세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에는 회의적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서울대 김난도 교수도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비린 듯 산뜻한 잉크 냄새로 아침을 맞으라고 당부한다. “신문은 그대가 원하는 정보를 넘어, 알아야 할 정보를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매체”라고 역설하는데 이는 온라인뉴스가 가진 취약점을 에둘러 말해준다. 실시간 검색 순위와 포털 메인 페이지의 선정성, 편협성은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독자의 현명한 중용이 필요한데 문제는 권력과 자본의 나팔수가 된 신문들이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신문들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니 널리 읽혀야 한단다. 어쩌면 우리 생애에 사라질 아홉 가지 중에 첫 번째는 바로 권언유착의 신문과 언론이 아닐까 싶다.이런 와중에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가 스마트폰 천만 명 시대와 맞물려 감지되고 있다. 국민 4명 중 1명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시대. 도구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요즘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는 낱말은 `꼼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라는 애플 앱스토어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 주진우 `시사 IN`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참여하는 일종의 정치 대담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28일 첫 회 방송을 시작한 이래 우리 사회의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사안을 거침없이 가지고 논다. 질서도 형식도 없다. 심지어 욕도 튀어나온다. 그런데다 걱정스러울 만큼 편파적이다. 그들은 청취자를 계몽, 선도한다는 개념이 없다. 오로지 엄정한 `사실`만을 제공한다. 최근 18회(2011년 9월 7일 기준)까지 방송됐는데 그 인기와 반향이 자못 위력적이다.`나꼼수`의 인기는 언론장악이라는 권력의 꼼수에 풍자와 조롱이라는 꼼수로 맞대응하면서 국민의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내려 앉히는 후련함에 있다. 실제로 일반 국민은 정치나 사회의 중요한 사안에 접근할 수 없다.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은 대부분 조작되거나 연출되거나 세탁된 것이다. `실체`와 `속살`에 대해 거침없이 까발리는 그들의 대담은 늦은 밤, 수많은 `나꼼수`의 열혈 청취자들을 잠 못 이루게 한다.권력과 자본의 꼼수는 늘 속임과 거짓말을 동원한다. 하지만 `나꼼수`의 꼼수는 반대로 진실과 입바른 말로 거대한 꼼수에게 똥침을 놓는다. 애석하게도 꼼수가 난무하는 시절이다. 꼼수를 몰아낼 방법을 없을까? 있다, 묘수가 있다.“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유하 시인에게 빌려 덧붙이고 싶은 묘수는 바로 이것이다.“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모오든 꼼수를!”

2011-10-05

성주 일반산업단지에 2차산단 확장 조성 결정

【성주】 성주군(군수 김항곤)은 성주 2차 일반산업단지 예정지를 현재 조성 중인 성주 일반산업단지에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성주군은 최근 성주 2차 일반산업단지 운영위원회 구성하고 관내 유력 후보지 6개소를 대상으로 입정 선정 심의를 해 성주읍 학산리, 금산리 일원 96만㎡를 선정했다.군은 성주 일반산업단지의 성공적 기업유치를 바탕으로 2차산업 단지 조성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인근 시·군보다 우량기업 유치를 선점하고 2차산업 단지 조성 및 기업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인구유입 등을 통해 성주군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군은 이에 따라 현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시행 중이다.군은 산업단지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고 오는 2013년 말 착수, 2015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성주읍 학산리 일대 군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성주 일반산업단지는 단기간 내 100% 분양, 6천500억 원 투자유치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김항곤 군수는 “성주일반산업단지의 경이적인 분양률 등 성공에 따라 성주 2차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며 “1차에 이어 2차산업단지의 조성을 통해 성주가 경북 남서부 지역의 산업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손창익기자

2011-10-05

얻은 건 손과 눈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20일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목공의 달인인 한 청각장애인이`올해의 장애인상`수상자로 선정돼 주위의 사람들 뿐만아니라 같은 장애인들의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수상자로 선정된 그 분은 “장애에 좌절하지 않고 나의 장점을 키웠으며 다른 장애인들도 결코 낙심하지 말고 나를 통해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분은 두 살 때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잃은 건 청력이지만 얻은 건 눈과 손 그리고 기술이었다. 청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문화재 수리기능자는 남대문, 경복궁 등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 고칠 수 있는 인력으로 목조각 부문의 제1인자라 한다. 청력을 잃은 대신 예리한 눈과 섬세한 손끝으로 어릴 때부터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고 한다. 나무 조각 무늬를 한 번만 봐도 곧장 똑같이 만드는 기능을 갖춘 사람이다. 1992년 공예사를 운영하면서 직원 모두가 청각장애인 20여명이었다. 그는 아주 열심히 그리고 친절하게 청각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자활을 도왔다. 청각장애인들이 땀과 정성을 쏟은 나무 조각들이 청와대에서 쓰는 무궁화 문양 등으로 쓰일 만치 기술이 뛰어났다. 위기도 닥쳤다.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 목공예품이 들어오면서 공예사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그는 다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을 얻어 그의 기술의 재능을 인정받게 됐다. “신체의 한 부분에 장애가 된다고 해서 몸 전체가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라”한다. 정신이 육신을 지배하듯이 그는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하고 익히면서 숙련이 될 때까지 그의 용기와 투지는 계속 불타 올랐다. 같은 청각장애인 부인을 만나 이제는 1남2녀의 자식 키우는 재미에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이 더욱 생의 의욕을 부채질 했다는 것이다. 같은 처지의 장애인의 대부로써 자립해 살 길은 오로지 기술임을 주입시킨 것이다./손경호(수필가)

2011-10-05

유럽을 떨게 하는 한국성악인들의 기량

우주호성악가세계 국제콩쿠르의 역사는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귀족과 경제력이 있는 상인들이 오페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성악 경기를 주도함으로써 성악인 들의 기량과 모임을 지원하고자 생긴 것이 콩쿠르의 출발이다. 유럽에서의 많은 성악인 들은 그 콩쿠르에 참여해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았고, 성악뿐 아니라 오페라 작곡, 피아노 등 수많은 악기의 콩쿠르로 인해 유럽의 클래식 음악은 튼튼히 발전해 왔다.그 중 성악의 국제콩쿠르에 대해 필자는 말하고자 한다. 성악학도들이 14개 콩쿠르 중 한 곳만 입상을 하면 대한민국 군 면제까지 받을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제콩쿠르가 있다. 이런 국제콩쿠르는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지금까지 유럽의 오페라 극장사의 신인발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30여 년 전부터 이 14개의 국제콩쿠르의 주역은 오페라 종주국인의 유럽이나 문화 선진국의 미국사람들도 아닌 동양의 대한민국 성악가들임을 알리고 싶다. 필자는 로마에서 14년 동안 유학생활 및 음악활동을 했다. 필자의 이태리 스승인 발터 까딸디 땃소니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오페라 연출자겸 지휘자인데, 한국성악가의 실력에 대해 극찬 하시기를 너희들의 성악적 기량은 이태리와 유럽을 넘어섰고, 한국인들의 언어구조가 라틴계열이 아님을 세계 오페라 계는 감사해야 한다고 늘 말씀 하셨다. 또한 지금까지 오페라계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시작해 이태리에서 꽃을 피웠지만 그 꽃의 향기는 반도섬인 한국에서 향기를 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런 극찬은 지금도 일반 이태리 선생들에게 물어봐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한국 성악인 에 대한 찬사다.유럽의 오페라 관계자들은 한국 성악가에 대해서 상당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있고, 이태리 전통의 벨칸토창법이 한국인에 의해 계승될 것이라는데 부인하지 않는다. 유학시절동안 필자도 크고 작은 7개의 국제콩쿠르의 입상경력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자랑할 만한 수상경력이 아님을 밝힌다.그리고 유럽의 오페라지도자들은 비통상적으로 한국인 끼리 국제콩쿠르에서 1, 2차 경합을 하게 해 본선에 올리지만 입상권에 진입하는 경쟁자들은 당연히 한국인임을 유럽 콩쿠르 자료에서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실제로 입상전부가 한국인 일 때도 빈번하다. 이렇게 콩쿠르에서 입상한 우리 대한의 성악인 들은 외국인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이태리 극장에서도 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오페라극장에서는 한국성악인들이 없으면 오페라무대진행이 힘들어진다고 고백하고 있다.이런 사실을 쉽게 생각하지 말자. 예를 들어 파란 눈의 유럽 사람과 까무잡잡한 동남아 사람들이 권위 있는 한국 전통국악경연 대회에서 판소리로 대상과 금상을 20년 동안 받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독자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으며, 일어날 일에 대한 가능성조차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 않다. 외국에 있는 국제콩쿠르는 이태리와 프랑스, 독일의 정통 아리아나 가곡으로 대회에 임해야 한다. 유럽의 문화와 역사가 배경인 오페라를 `벨칸토`라는 창법을 이용해 노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벨칸토 창법을 배워 매번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럽은 처음에는 한국인이 오페라에 대한 열정으로 보다가 이제는 유럽의 고유문화를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음을 느껴 상당한 견제와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아쉽다면 콩쿠르에 입상한 한국인들은 유럽과 미국오페라하우스에서 현지인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고 있는데 막상 한국에서는 그들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 왜 우리는 선진문명과 세계글로벌화를 외치고 있는데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는 성악인 들을 통해 우리 국위를 높이지 않고 있는지 아쉽기 만하다.오페라의 본고장에서 인정하는 콩쿠르에 입상해 유럽과 세대무대에 우뚝 서있는 한국성악인은 수백 명에 달한다. 클래식문화의 유럽 한류가 30년 전부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세계 오페라계는 한국성악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있다. 수많은 성악 국제콩쿠르에서 젊은 대한의 건아들이 모든 분야를 석권하고 데뷔까지 한다. 유럽에서 외국인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가 한국성악인들을 힘들게 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역경 속에서도 유럽의 전통문화인 오페라에 주역을 차지하여 그들의 문화를 입에서 뿜어내고 있다. 유럽인들은 우리한국 성악인의 노래에 울고 웃으면서 그들의 조상이 물려준 오페라를 한국인의 소리를 통해 감상하고 있다.

2011-10-04

등불의 의미

경주에서는 봄이 시작되면 `달빛 걷기`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이 행사에 지참할 것으로 청사초롱과 같은 등불들기이다. 잡다한 세상사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남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은 자기는 물론 남을 위한 빛이 된다는 착한 마음씨가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는지 감격스럽다. 가족단위나 친구 또는 연인끼리 삼삼오오그룹을 만들어 앞서니 뒤서거나 낯선이와의 대화가 금방 친숙해 짐을 느낀다. 촛불이나 등불은 자기의 조그마한 희생이 남을 위한 봉사로 나의 길, 남의 길을 인도해 주는 사명에서 우리는 문득 큰 교훈을 느끼게 된다. 세상살이도 크게 어렵고 아옹거리며 살 필요가 없음을 감지한다. 나는 남을 위해 아주 작은 것이지만 무엇으로 봉사할까-생각이 문제지 실천은 아주 간단하다. 온 세상이 내 생각속에 존재한다는 말처럼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드넓은 우주는 물론 높은 산과 넓은 광야도 내 생각 속에 들어와야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꽃과 나무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비로소 의미가 부여되고 사회도 나라도 내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자상(自像)에 비치는 젊은날의 추억들이 가녀린듯 여운 짙은 애잔한 멜로디가 우리의 가슴을 조바심나게 한다. 믿을 수 없어 예전 같지 않은 날/ 너의 눈 속에서 느꼈어/ 천번의 사랑이 스쳐 갔어도/ 이제야 쉴 곳을 찾은 나./ 너의 눈을 볼때면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이 느낌/ 다가 가도록 용기를 줘…. 세상의 인심이 각박하여 지고 어둔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환한 등불을 비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비록 크게, 밝은 빛은 아니지만 그 등불 속에는 희망이 있고 인정이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과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작은 손끝에서 비추는 희미하게 보이는 등불이지만 거기에는 소망과 희망이 있으며 인간은 모두가 사랑받기만을 갈망했던 이기적인 자아인식이 불로 산화되길 바라고 싶다. /손경호(수필가)

2011-10-04

고령군 투자유치, 지역경제 살린다

【고령】 고령군(군수 곽용환)은 최근 (주)양원기업 김영달 대표와 현등개발(주) 김재균 대표 등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반산업단지 및 대중골프장 조성사업 관련 `투자유치 양해각서(MOU) 협약식`을 체결했다. 군은 이번 협약으로 생산유발효과 1조 3천억원, 상시고용 3천명, 지방세수 연간 50억원, 지역내 구매 및 소비 활동 증가로 고령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또 박곡리 일원에는 다산1·2차 산업단지와 연계한 뿌리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돼 지역발전 원동력이 확보된다. 우곡면 월오리 일원에는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진 레포츠복합단지가 조성돼 낙동강과 연계한 고령군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곽용환 고령군수는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민간자본투자를 결심한 기업 대표들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민선5기 핵심 공약인 소득 3만불 달성, 정주인구 4만명 시대 `희망의 고령경제 3040 프로젝트`의 목표 조기달성 청신호가 켜지는 뜻 깊은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주)양원기업과 현등개발(주)은 기업친화적인 고령군 행정에 감사를 표하고, 기한 내 사업을 마무리함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고령/김종호기자 jhk@kbmaeil.com

2011-10-04

고령 대가야문화예술제 10월1일까지

대가야 도읍지서 수준높은 문화 즐기세요 【고령】 고령군과 지역 문화예술단체, 고령문화원(원장 우상수)이 주관하는 제38회 대가야문화예술제가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3일간 중앙공영주차장과 대가야국악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청소년음악회와 미술작품 전시회, 문화예술단체 발표회 등으로 진행된다.모두 민간단체로 고령여성합창단, 중·고등부 중창단, 가야금반, 시조창반, 대금반, 어르신 가야금반, 다카포통기타, 소년소녀합창단, 대가야미술가협회 등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뵌다.30일 개막식에는 인기가수 김태우와 서울패밀리가 출연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더 높인다. 문화예술제 기간 중 여러 단체의 초청공연이 준비돼 예술제를 즐기러 온 주민들에게 종합적이고 다채로운 공연을 제공한다.행사 관계자는 “고령 군민만의 독창적이고 지역 특색이 짙은 문화예술제로 거듭날 것”이라며 “주민이 동참해 즐기며 체감할 수 있는 군민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고령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령군은 선사시대 암각화가 뚜렷이 남아있고, 520년간 찬란했던 `대가야 도읍지`의 명성에 맞는 수준 높은 문화공연으로 군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문화의 고장으로 명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김종호기자 jhk@kbmaeil.com

2011-09-30

가족주의적 국가

우리나라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가 존속 살해, 상해, 폭행 등 패륜 처벌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시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헌법상 평등권과 외국입법례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하는 여론이 더 크다. 한국과 외국은 정서가 서로 다르다. 서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있지만 한국은 가족주의적 국가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나`라는 존재가 금방 `우리`로 바뀐다. 내 친구가 아니고 우리 친구이며 나의 부인이 아니라 우리 부인이다. 개인주의적 국가의 법을 본따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서구의 이론을 한국사회에 접목시키면 큰 혼란만 생긴다. 한국 정치가 계속 혼란스럽고 한국 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서구식 이론으로 강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때 한국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서양 문화와 풍습을 따르지 않으면 선진화 될 수 없다는 근거없는 소리를 늘 들어왔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 고유의 문화민족에겐 뿌리가 있고 관습이 있고 윤리, 도덕이 건재하다. 서구인들의 개인주의적 사상을 따르다 보니 우리의 인간성이 황폐해져 가고 있다. 가족주의를 반대하는 한국인의 가슴에는 따뜻한 인정이 있고 매력이 있어 오히려 서구인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류풍이 불고 한국음식을 찾고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한국말을 배운다. 개인적인 우수성은 비록 결여됐다 하더라도 정서문화의 여파가 국가를 지탱하고 있다. 한국인의 질병 가운데 화병, 심장병,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도 모두 인간성의 부재(不在)에서 오는 병이다. 지금도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교육이 무너지는 것도 서양문화를 추구하다 남겨진 정신적 퇴폐이다. 삼강오륜, 이것만 잘 지켜도 사회가 몰락하지는 않는다. 남의 것만 좋아하다 내 것을 잃는 어리석은 풍조는 누구의 탓일까. /손경호(수필가)

2011-09-30

`경주타워 환상의 멀티쇼`

【경주】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 최고 하일라이트는 경주타워 멀티미디어 쇼.멀티미디어 쇼 시작전인 오후 7시 부터 이 명성을 듣고 온 사진작가들은 이미 `목` 좋은 곳에서 진을 치고 있다.황룡사 9층 목탑이 투각으로 표현된 거대한 경주타워의 실루엣을 비추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명에 장엄한 음악이 깔리자 관중들은 “와~”하는 환호와 함께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작가들은 렌즈 초점 맞추기에 분주하다.7시 30분. 경주타워가 반으로 갈리며(착시현상에 의한) 투각으로 새겨진 황룡사 9층탑이 양각의 탑처럼 부각 된다. 이내 탑을 형성하고 있는 입체 블록들이 춤을 추면서 경주타워의 형상은 사라진다. 플립시계가 거꾸로 감기고 성덕대왕신종의 장중한 울림이 탑을 감싸면 시공간을 초월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지붕 없는 노천 4D 라이드 극장에 있는 느낌이다.실크로드를 따라 전파된 찬란한 신라 문화의 경로를 되밟아 가다보면 어느새 서라벌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침략한 몽골군의 방화로 세계 최고(最高)의 목조탑, 신라의 상징과도 같은 황룡사 9층목탑이 불길에 휩싸여 무참히 사라진다. 관람객의 심금을 울리는 이 장면은 경주타워 멀티미디어 쇼 중에서도 최고의 하이라이트.재로 변한 서라벌. 신라인의 눈물이 구슬픈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시련의 시간이 지나고 신라인의 기개와 부흥을 상징하는 조익관이 경주타워를 휘감고 힘찬 날개 짓을 하며 신라의 부활을 깨운다. 황룡사 9층 목탑이 복원돼 경주타워와 오버랩 되고, 다음 시대로 진화해 가는 신라문화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강렬한 빛이 관람객의 가슴에 각인된다.7시50분. 거대한 탑이 입체적으로 변신할 때마다 감탄의 함성을 터트린 관람객들. 20분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박수와 갈채를 쏟아내다 쇼가 끝나도 감동의 여운이 남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매일 수천 명의 관람객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 최고의 콘텐츠 `경주타워 멀티미디어 쇼`가 상영될 때의 풍경이다. 이 쇼는 신라 삼보(三寶)중 하나인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상징건축물 `경주타워`(높이 82미터)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멀티 쇼다. 2007년 `경주타워 문라이트 레이저쇼`의 2탄이라 할 수 있다./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2011-09-30

성도(成都)에서 생각하는 한국문학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중국말로 청두라고 하는 이곳은 옛날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의 서울 땅. 지금은 쓰촨성, 그러니까 사천성의 서울로, 중국 대륙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고 물자도 풍부, 기후로 온화해서 사람들의 성품도 여유만만한 곳이다. 어제 저녁에 만난 이 대학 부총장은 아주 젊어 보였다. 나이를 물어보니 실제로 젊어 한국 나이로 쳐서 46세. 필자와 함께 동행한 한국문학번역원의 김윤진 본부장께서 아주 젊은 나이에 부총장으로 일하신다고 하자, 이곳에선 50대 후반이 되면 벌써 은퇴할 지경이라고 했다. 중국은 오래된 나라인데, 부총장을 만나니 오히려 이 나라가 젊어 보였다.그런데 이 양반과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실력이 만만찮아 보였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처음에는 비행기 신소재 연구하다가 피혁 쪽으로 방향을 돌려 공부하고 돌아왔다 한다. 우리가 온 곳이 온 곳이다 보니, `삼국지`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자신은 이 책을 열 번은 읽었을 것이라고 했다. `삼국지`는 정치적, 정책적 경륜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탐독하는 책이니 그렇다 쳐도, 이번에는 이곳에서 두보가 4년쯤 머물렀던 일을 상기시키자, 자신은 다섯 살 때부터 두보의 시들을 배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람은 한국현대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어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하는 것이었다. 문화대혁명이 휩쓸고 간 이 대륙에서도 이런 전통적인 교양을 가진 이과학도가 있는 것이다.이 사람이 이제 우리에게 한국문학에 대해 물었다. 내 차례가 되자 당신이 여기 와서 강연할 내용은 뭐냐는 것이었다. 나는 몇 년 전 독일 푸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 내가 한국 여성소설의 특징을 설명하자 독일인 교수 왈, 그런데 그 문학이 중국이나 일본 거랑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질문은 매우 `건방진` 것이었지만, 이 작은, 그때만 해도 더 알려져 있지 않던 나라의 문학에 대해 어떻게든 뭔가 설명해 보려던 필자로서는 당황하고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옛날에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일본 민속학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중국, 일본, 한국 세 나라의 문화적 특징을 아주 명료하게 나눴습니다. 중국은 형(形)의 문화, 일본은 색(色)의 문화, 한국은 선(線)의 문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은 나라의 문화를 중국이나 일본같이 큰 나라의 문화들과 동등하게, 삼분해서, 그 정체성을 설명하려 한 그의 시도를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과연 제가 한국문학은 어떤 문학인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중국이나 일본 문학 읽는 것을 즐기는데, 중국의 위하의 `허삼관매혈기`같은 작품을 읽으면서 그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체에 반했습니다. 한국에는 지금 이만큼 유머와 풍자를 겸비한 작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몇 사람 유머를 구사하는 작가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또 중국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 젠의 `나 혼자만의 성경`을 읽으면서 이 작가가 문화대혁명을 비판해 나가는 그 철저한 고독에 반했습니다. 한국의 반독재 작가들이 과연 그만큼의 철저한 고독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그런데 예전에 저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장이모 감독이 만든 영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언제 저 정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세계에서 다들 한국영화를 아주 우수하다고들 합니다. 언젠가는 한국문학도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한국문학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제가 생각해 보려는 것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부총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필자가 한 말에 대한 어떤 반응인지를 필자는 알 수 없었다.필자가 이곳에 온 것은 이곳 서남민족대학의 초청으로 한국어과 교수들을 만나고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화요일 아침, 내일 그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2011-09-29

날개달린 천사로

건강에 대한 관심과 특별한 의학의 발달로 고령화의 연령이 자꾸 높아져 간다. 일본의 경우는 장수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자 70세 이상을 노년층이라 한다. 만 65세가 돼야 노인연금이 나오는 우리나라에서도 환갑잔치가 사라지고 칠순(七旬)도 여느 생일처럼 보내는 시대다. 우스운 얘기 같지만 경로당에 가서는 70대 나이에는 청년 취급을 당하고 경로당 청소나 하고 담배 심부름이나 하지 방석깔고 자리차지는 열외라 한다. `인생칠십고래희`는 이미 옛말이다. 실제로 현재 65세인 여성은 기대수명이 86.5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고령화 속도라 한다. 초고령에 이르기까지 영국은 92년이 걸렸고 미국은 86년, 일본은 36년, 그러나 한국은 불과 26년만에 고령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세월은 길다`라 하지만 인생도 길고 세월은 짧아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이 70은 70km로 달리는 속도이고 90은 90km의 속도다. 그러면서 장수족이 늘어나 출산아의 보육문제보다도 노인들의 생활문제가 더 큰 실정이다. 국가는 미래세대는 태어나는 순간 고령세대 부양이란 짐을 떠안기에는 버거운 사정이다. 정부의 출산장려대책도 묘안이 없고 노인을 위한 생활대책도 기대하기 어렵다. 준비없는 대책은 갈팡질팡이다. 대선에 나서는 후보자마다 크게 고무될 듯한 공약도 자리에 앉고 보면 예산 부족 타령만 한다. 이미 노인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겨울이면 에너지 빈곤층이 생기고 그 밖에 의료보험도, 건강보험도 바닥만 끓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어 결국 예산문제로 귀착된다. 필자도 복지에 관한 공부도 한 사람이다. 딱 한 마디로 말한다면 복지는 돈이다. 돈없는 복지는 바람없는 풍선이다. 그나마 국민들 스스로 노후대책을 세우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자기들까지 축복받은 날개달린 천사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09-29

청도 자계서원 영귀루의 휜 대들보

우리나라의 지세(地勢)는 아름다운 산이 많고 강물이 맑으며 사계절이 분명하고 청명한 일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이러한 지세를 존중하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생활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이 건축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자연에 순응한 선조들은 목재가 주로 사용된 전통건축을 가구식(架構式, 조립식) 구조로 재료의 성능을 잘 살려서 조립하기에 편리하고 내력이 좋은 목재를 사용하였다. 이 때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목재는 육송(陸松, 소나무)이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강인하다. 송진이 풍부해 마를 때 자작자작 갈라지는 구열상(龜裂狀)을 보이기는 해도 더 이상 갈라지거나 터지지 않고 천년을 버틴다.문화재 현장에 가보면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는 구부러진 소나무를 대들보에 적절하다고 사용한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이것은 목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특성을 대목(大木)이 최대한 살려서 사용하려 한 것인데, 이와 같은 무작위(無作爲)한 기법의 요소가 우리나라 전통 목조건축의 특성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런 것을 통해서 옛 조상들은 대자연 속에 비록 인위적인 건축물을 짓는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과 건축을 자연과 융합시킴으로써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자 했음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연산군 4년(1498) 무오사화(戊午史禍)때 화를 입은 탁영 김일손(濯纓 馹孫, 1464~1498)을 배향한 `청도 자계서원` 입구에 있는 중층 루건축인 영귀루 상층에 올라 천장을 올려다보면 서까래, 도리, 보와 같은 천장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연등천장으로 꾸며놓았다.그 중 대들보는 유난히 구부러진 큰 나무를 사용하였다. 격이 떨어지는 건물이나 보가 천장 속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들보는 외부로 노출되어 그 건물을 꾸미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조선시대 후기부터 건축물에 휜 부재를 대들보와 같은 주요 부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점차 나타난다. 이것은 조선시대 후기 건축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연목 상태의 휜 부재를 기둥으로 사용한 것은 선사시대 이후 계속해 사용됐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건물에서는 기둥을 완벽하게 치목해서 사용하였지만 임진왜란 이후에는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건물에서도 자연목 상태의 휜 부재를 사용한 경우가 많아진다.고종 8년(1871)에 흥선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1984년 복원된 청도 자계서원 영귀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건물이다. 루 상부에 오르면 대들보 뿐만 아니라 다른 부재들도 대부분 휜 부재들로 구성되어있다. 나무는 밑동이 굵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게 자란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둥은 나무가 생긴 모양대로 나무의 아래쪽을 기둥의 하부에 놓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야만 보는 이의 눈에 자연스럽고 안정되게 느껴진다.그런데 영귀루 상층의 기둥은 어떤 연유에선지 이집을 지은 대목이 거꾸로 세워 놓았다. 아직 문화재 일을 하면서 보지 못한 경우이고 건축 구조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당시 대목이 왜 그랬을까?/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09-29

선거와 금융위기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10·26보선에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시끄러운 세상을 싫어하는 국민들도 정치가 우리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도 내년 총선과 대선의 집권 경쟁에서 이번 보선이 전초전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의 금융경제 위기는 우리가 선거에 몰두하는 것을 그냥 놓아 두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이 유럽 쪽이기 때문에 우리 내부의 역량을 결집한다 해도 위기극복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만큼 선거를 유보할 수는 없지만 선거 기간에 경쟁 정파간 격렬한 득표전을 벌일지라도 외부의 위기 요인에 대해서는 함께 대처하는 이성과 지혜를 가져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복지의 문제는 금융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야정치권이 충분한 토의를 거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경제위기 대처의 장기적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가 빚을 줄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선심정책을 펴려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지금의 금융위기가 부동산 투기와 감독정책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분배정책의 시정이 경제의 건전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당면한 위기의 해법은 외환지급 능력에 달려있는 만큼 충분한 외환보유를 위한 각종 수단을 강구하고 갑작스런 외환유출을 방지하고 대비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그러나 1차 세계금융위기를 일으켰던 미국도 무분별한 주택금융이 주범이었고, 지금 2차 금융위기에 휩싸인 유럽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도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부실이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외지급 불능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금융위기를 걱정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핵심에는 주택과 부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줄줄이 도산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가 주된 원인이었고 우리나라 은행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담보 대출의 과잉에 있다. 이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외국의 경우와 유사한 현상이다. 다만 부도 위기에 있는 서구국가들과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지금 저축은행 부도사태에서 예금을 도둑맞다시피 한 서민들에게 국가경쟁력을 명분으로 내세워 선심과 복지를 자제하자고 한들 그게 먹혀들겠는가.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와 탐욕 때문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 쉽게 수긍하겠는가. 복지문제를 단순히 국가가 선심을 쓰는 차원으로 말하는 데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물론 직업이 있고 주거가 안정된 국민에게 재정으로 생활을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와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많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복지는 결코 선심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것이다.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이슈는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여야 정치권의 슬기를 모우는 것이다. 정치권이 위기극복의 노력을 보이는 선거를 치를 때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물가와 치솟는 집세, 불경기로 인한 실업과 금융사고 등으로 인한 재 산손실 등으로 생계가 막연한 국민들의 대책은 분명히 세워야하고, 어느 정도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를 선거기간에 토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합의된 복지의 수준과 방법들이 국민경제 전체의 운영틀 안에서 실시되는 것이 선거비용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될 수도 있다. 금융위기라고 선거에서 다른 모든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2011-09-28

단풍

조현명시인올해 단풍은 늦게 물들고 기간은 짧다고 한다. 어쨌든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 붉게 물들 세상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난 해 책갈피에 끼워둔 나뭇잎들을 꺼내어 본다. 10월1일 금강산으로부터 시작해서 남하한 단풍은 10월30일 내장산까지 내려온다고 예상하는데 팔공산쯤은 10월22일 예상이니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하리라. 그래도 잠시 눈앞에 펼쳐질 그 아찔한 절벽들을 기다리며 이것저것 뒤적여본다.백과사전을 찾으면 단풍은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녹색 잎이 빨간색, 노랑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라고 적혀있다. 정말 백과사전은 정장을 입고 또박또박 길을 가르쳐주는 신사 같다. 그러나 문학사전에서 찾으면 단풍은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서정주),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이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들 것네.`(김영랑), `신이 주신 /마지막 황금의 가사를 입고 /마을 뒤 언덕 위에 호올로 남아 서서 /드디어 다한 영광을 노래하는 /한 그루 미루나무`(유치환),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피천득),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안도현),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다 못 타는 이 여자의 /슬픔을 ….`(나태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도종환), 이런 내용을 담은 문학사전은 사실 어디에도 없다. 시어사전에는 비슷한 게 나올까. 그러나 얼마나 단풍처럼 풍부하고 아름다운가. 요즘 K-POP 유행을 만들어내는 걸그룹에 빗댈 수 있을까. 그건 너무한가. 아니면 우아하면서도 다채로운 발레나 뮤지컬에 빗댈까. 좌우간 정장의 신사는 아니다. 시는 이처럼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와서 짧은 빛으로 사라지는 매혹처럼 그러니까 단풍처럼 그런 것, 가을이 오면 시집 한권이라도 들고 가을함께 읽으면 좋겠다.`늦가을 찬바람 을씨년스런 나무 /술잔 손에 든 쓸쓸한 노인 /취한 모습 서리 맞은 나뭇잎 같아 /불그레하지만 청춘은 아니라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노인과 단풍잎` 이란 시다. 몇 년 전 외삼촌은 중국 백거이의 고향 허난성에 다녀왔다. 바로 성씨가 백씨라 백거이의 후손이라는 것만으로 정감을 안고 뿌리를 찾아 나섰던 것이라 했다. 이런 옛 시인들의 깊은 맛을 이 가을에 우려내어 차 처럼 마셔도 좋겠다. 아니면 재작년에 나온 나의 시집 `모리라는 말`을 보내드렸더니 나에게 `모리시인`이란 휘호를 내려준 서정춘 시인의 시들은 어떨까.`여러 새가 울었단다 /여러 산을 넘었단다 /저승까지 갔다가 돌아왔단다` 짧은 시지만 `단풍놀이`라는 시의 제목에 맞게 깊은 울림과 여운이 있다. 시의 여백 속에 저승까지 갔다가 돌아온 새들이 있고 그 새들의 모습은 단풍, 말을 더 첨가해서 무엇하겠는가마는 재미있다 그래서 놀이라고 했나보다. 또 다른 맛을 골라보면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깊게 생각하며 높게 생각하는 시인 백석의 시는 어떨까.`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사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개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여태껏 단풍을 사랑했지만 봄의 복병을 경계하듯이 이 단풍의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올라오는 것을 경계하라고 한다. 시가 몽상을 깨울 때도 있나보다. 낭떠러지와 죽음으로 치닫는 저 붉음을 위태로운 사랑에다 비유하다니 백석은 젊고 아름답고 현란한 여인인 단풍을 참으로 사랑했나보다. 이렇게 단풍이 든 시집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가을이 성큼 문 앞에 와 있다.

2011-09-28

올 초겨울 예년보다 더 춥다

30일부터 쌀쌀한 날씨 깊은 가을인 10, 11월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겠지만, 올 초겨울 대구·경북은 예년보다 더 추울 전망이다. 대구기상대가 27일 내 놓은 12월까지의 날씨 전망에 나타난 것이다.그에 따르면 10월에는 동서고압대와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12~17℃이 높겠다. 월초에는 고온현상이 나타나다가 중순에는 일시적인 대륙고기압 확장으로 다소 쌀쌀하겠다. 말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고 건조한 날씨가 많아 일교차가 클 전망이다.11월엔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남쪽 기압골의 영향으로 경북 남부에는 비가, 경북북동산간에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눈이 내릴 수도 있다.12월은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잦아 기온이 평년 기온인 영하 1~4℃ 보다 더 낮겠다. 북고남저형의 기압배치로 동해안과 주변지역은 눈도 내릴 가능성이 있다.한편, 대구·경북은 29일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고, 그런 다음엔 10월4일까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비는 경북 북서내륙지방의 경우 30일 새벽, 그 밖의 내륙지방은 아침, 경북동해안지방은 오전에 점차 그칠 것으로 기상대는 내다봤다. 예상강수량은 20~60㎜에 이른다.비가 그친 후 30일 밤부터는 북쪽의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하면서 기온이 떨어져 평년보다 4~6℃ 정도 내려갈 전망이다. 특히 30일 오후부터 10월1일 대구·경북지역은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더 낮아 쌀쌀한 날씨가 예상된다. 대구기상대 관계자는 “쌀쌀한 날씨는 10월 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차가운 공기가 점차 물러나면서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김남희기자ysknh0808@kbmaeil.com그림--- 29~30일 예상 기상도

2011-09-28

지나친 몰두로

방바닥에 뒹굴고 있는 동전은 보아도 웃음은 나오지 않는데 자녀가 뒹굴고 있는 모습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밝고 건전하게 커야할 우리의 자녀들이 게임중독 현상으로 가정과 사회에 그리고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중독(中毒)이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음식이나 약물의 독성으로 신체의 기능 장애가 일어나는 일과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리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전자 보다는 후자 쪽에, 청소년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서도 큰 문제가 된다. 중독이란 말이 너무 지나친 말인 것 같아서 청소년들에게는 몰두라고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몰두나 집념은 어떤 일에 온 정신을 기울여 열중함을 말한다. 공부나 연구에 몰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학생이 전자게임에 몰두한다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게임몰두의 특색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형편에 따라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다. 일에 몰두하면 자신을 잊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 속에 위축되고 만다. 그러므로 몰두할 때 문제될 일 보다 끝난 후의 시간이 위험한 것이다. 자유롭게 자기의 시간을 가져야 기분전환이 되고 진취적인 사고력이 형성되지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뒤에 항상 자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양 속담에도 “짐승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자는 한눈을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속담에 “떡 친데 엎어졌다”는 것은 무엇에 몰두해 떠날 줄 모른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이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는 보호정책이 있어야 한다. 부모에게만 책임을 지을 수 없다. 사회도 청소년의 양육권을 가져야 한다. 예방에 적절한 조치를 다함께 책임지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 청소년은 내일의 어른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