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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의 의미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0-04 20:02 게재일 2011-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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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는 봄이 시작되면 `달빛 걷기`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이 행사에 지참할 것으로 청사초롱과 같은 등불들기이다. 잡다한 세상사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남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은 자기는 물론 남을 위한 빛이 된다는 착한 마음씨가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는지 감격스럽다. 가족단위나 친구 또는 연인끼리 삼삼오오그룹을 만들어 앞서니 뒤서거나 낯선이와의 대화가 금방 친숙해 짐을 느낀다. 촛불이나 등불은 자기의 조그마한 희생이 남을 위한 봉사로 나의 길, 남의 길을 인도해 주는 사명에서 우리는 문득 큰 교훈을 느끼게 된다. 세상살이도 크게 어렵고 아옹거리며 살 필요가 없음을 감지한다. 나는 남을 위해 아주 작은 것이지만 무엇으로 봉사할까-생각이 문제지 실천은 아주 간단하다. 온 세상이 내 생각속에 존재한다는 말처럼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드넓은 우주는 물론 높은 산과 넓은 광야도 내 생각 속에 들어와야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꽃과 나무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비로소 의미가 부여되고 사회도 나라도 내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자상(自像)에 비치는 젊은날의 추억들이 가녀린듯 여운 짙은 애잔한 멜로디가 우리의 가슴을 조바심나게 한다. 믿을 수 없어 예전 같지 않은 날/ 너의 눈 속에서 느꼈어/ 천번의 사랑이 스쳐 갔어도/ 이제야 쉴 곳을 찾은 나./ 너의 눈을 볼때면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이 느낌/ 다가 가도록 용기를 줘…. 세상의 인심이 각박하여 지고 어둔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환한 등불을 비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비록 크게, 밝은 빛은 아니지만 그 등불 속에는 희망이 있고 인정이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과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작은 손끝에서 비추는 희미하게 보이는 등불이지만 거기에는 소망과 희망이 있으며 인간은 모두가 사랑받기만을 갈망했던 이기적인 자아인식이 불로 산화되길 바라고 싶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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