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건 청력이지만 얻은 건 눈과 손 그리고 기술이었다. 청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문화재 수리기능자는 남대문, 경복궁 등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 고칠 수 있는 인력으로 목조각 부문의 제1인자라 한다. 청력을 잃은 대신 예리한 눈과 섬세한 손끝으로 어릴 때부터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고 한다. 나무 조각 무늬를 한 번만 봐도 곧장 똑같이 만드는 기능을 갖춘 사람이다. 1992년 공예사를 운영하면서 직원 모두가 청각장애인 20여명이었다. 그는 아주 열심히 그리고 친절하게 청각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자활을 도왔다. 청각장애인들이 땀과 정성을 쏟은 나무 조각들이 청와대에서 쓰는 무궁화 문양 등으로 쓰일 만치 기술이 뛰어났다. 위기도 닥쳤다.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 목공예품이 들어오면서 공예사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그는 다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을 얻어 그의 기술의 재능을 인정받게 됐다. “신체의 한 부분에 장애가 된다고 해서 몸 전체가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라”한다. 정신이 육신을 지배하듯이 그는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하고 익히면서 숙련이 될 때까지 그의 용기와 투지는 계속 불타 올랐다. 같은 청각장애인 부인을 만나 이제는 1남2녀의 자식 키우는 재미에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이 더욱 생의 의욕을 부채질 했다는 것이다. 같은 처지의 장애인의 대부로써 자립해 살 길은 오로지 기술임을 주입시킨 것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