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날 째려보고 있었다는 걸 안 순간 질겁했습니다
내가 성의 계단을 오를 때
내 시선의 높이가 변하면서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줄 알았는데
줄곧 풍경이 눈빛을 바꿔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안 순간
뺨을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나에게 성을 안내해주겠다고 내 팔목을 잡아끌며
계단을 오르던 소녀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낮잠을 자다 깨어나니 수억만 남자들이
둘러싸고 한꺼번에 내려다보는 듯
우리는 갑자기 통해서 자지러지게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통상 우리가 풍경을 바라보는 주체이고 풍경은 그 대상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시인은 그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우리가 그 대상이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연, 그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 인간들은 얼마나 많이 변하고 달라지는가. 사방에 열려있는 자연물들의 눈을 의식해본다면 인간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재밌는 상상의 날개를 펴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