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복지의 문제는 금융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야정치권이 충분한 토의를 거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경제위기 대처의 장기적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가 빚을 줄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선심정책을 펴려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지금의 금융위기가 부동산 투기와 감독정책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분배정책의 시정이 경제의 건전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당면한 위기의 해법은 외환지급 능력에 달려있는 만큼 충분한 외환보유를 위한 각종 수단을 강구하고 갑작스런 외환유출을 방지하고 대비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1차 세계금융위기를 일으켰던 미국도 무분별한 주택금융이 주범이었고, 지금 2차 금융위기에 휩싸인 유럽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도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부실이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외지급 불능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금융위기를 걱정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핵심에는 주택과 부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줄줄이 도산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가 주된 원인이었고 우리나라 은행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담보 대출의 과잉에 있다. 이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외국의 경우와 유사한 현상이다. 다만 부도 위기에 있는 서구국가들과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 저축은행 부도사태에서 예금을 도둑맞다시피 한 서민들에게 국가경쟁력을 명분으로 내세워 선심과 복지를 자제하자고 한들 그게 먹혀들겠는가.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와 탐욕 때문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 쉽게 수긍하겠는가. 복지문제를 단순히 국가가 선심을 쓰는 차원으로 말하는 데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물론 직업이 있고 주거가 안정된 국민에게 재정으로 생활을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와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많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복지는 결코 선심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이슈는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여야 정치권의 슬기를 모우는 것이다. 정치권이 위기극복의 노력을 보이는 선거를 치를 때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물가와 치솟는 집세, 불경기로 인한 실업과 금융사고 등으로 인한 재 산손실 등으로 생계가 막연한 국민들의 대책은 분명히 세워야하고, 어느 정도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를 선거기간에 토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합의된 복지의 수준과 방법들이 국민경제 전체의 운영틀 안에서 실시되는 것이 선거비용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될 수도 있다. 금융위기라고 선거에서 다른 모든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