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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적 국가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9-30 20:39 게재일 2011-09-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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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가 존속 살해, 상해, 폭행 등 패륜 처벌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시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헌법상 평등권과 외국입법례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하는 여론이 더 크다. 한국과 외국은 정서가 서로 다르다. 서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있지만 한국은 가족주의적 국가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나`라는 존재가 금방 `우리`로 바뀐다. 내 친구가 아니고 우리 친구이며 나의 부인이 아니라 우리 부인이다. 개인주의적 국가의 법을 본따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서구의 이론을 한국사회에 접목시키면 큰 혼란만 생긴다. 한국 정치가 계속 혼란스럽고 한국 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서구식 이론으로 강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때 한국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서양 문화와 풍습을 따르지 않으면 선진화 될 수 없다는 근거없는 소리를 늘 들어왔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 고유의 문화민족에겐 뿌리가 있고 관습이 있고 윤리, 도덕이 건재하다. 서구인들의 개인주의적 사상을 따르다 보니 우리의 인간성이 황폐해져 가고 있다. 가족주의를 반대하는 한국인의 가슴에는 따뜻한 인정이 있고 매력이 있어 오히려 서구인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류풍이 불고 한국음식을 찾고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한국말을 배운다. 개인적인 우수성은 비록 결여됐다 하더라도 정서문화의 여파가 국가를 지탱하고 있다. 한국인의 질병 가운데 화병, 심장병,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도 모두 인간성의 부재(不在)에서 오는 병이다. 지금도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교육이 무너지는 것도 서양문화를 추구하다 남겨진 정신적 퇴폐이다. 삼강오륜, 이것만 잘 지켜도 사회가 몰락하지는 않는다. 남의 것만 좋아하다 내 것을 잃는 어리석은 풍조는 누구의 탓일까.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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