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상승률이 전년대비 6.1% 상승해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월대비로는 0.5% 상승해 8월(0.3%)에 비해 오름세를 나타내 4개월 동안 6%대 물가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값이 43.5%나 오르면서 식료품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중심에 있다.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물가상승률(4%)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사회불안을 두려워하고 있어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가 돈을 쉽게 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며,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혀 당분간 긴축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도 큰 골칫거리이다. 당국이 공식 발표한 작년 말 지방정부 부채는 10조 7천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 GDP의 27%에 해당되는 규모로 2009년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 등에 집중 투자되었다. 특히 올해 연말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지방정부 부채의 43%에 해당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채무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다. 만약 지방정부들이 내년에 이 채무를 막지 못하면 지방정부에 대출을 해준 중국 은행들이 부실화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방정부의 부채 중 약 30%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디스는 지방정부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의 부실 채권이 최고 12%까지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도산 급증도 문제다. 해외수요 악화로 수출 주문이 감소한데다 위안화 절상까지 겹쳐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긴축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사 감각이 뛰어난 원저우(溫州) 상인으로 유명한 저장성 원저우시에선 올해 4월 이후에만 90명의 중견기업 사장들이 야반도주를 했다고 한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연리 100%가 넘는 사채를 쓰면서 원금과 이자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도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쓰러지다 보니 일자리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도시 실업률이 4.6%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9%에 이른다고 한다. 농촌의 유휴인력까지 합하면 실업률이 두 자리수라는 얘기도 있다. 부동산과열 억제에 따른 긴축효과로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서서히 나타남에 따라 부동산거품의 붕괴 위험도 안고 있다. 수출과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성장 구조 또한 문제다. 중국의 내년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8% 아래로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들이 나오고 있고 2013년 이후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고 있다.
내년은 중국을 이끌고 갈 5세대 지도부를 선출할 18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가 개최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정부 당국은 정권교체를 앞두고 안정적인 경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동반하는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암운(暗雲)이 감도는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로서는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에 주시하고 선제적인 대응 마련이 중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혜도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