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 사자성어에 백골난망(白骨難忘)이란 말이 있다. 백골이 된 후에도 잊을 수 없다는 뜻으로 큰 은혜나 덕을 입었을 때 감사의 뜻으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은혜는 뼈에 새기고 원수는 물위에 새기라는 말도 있다. 구약 시가서에 보면 “악인은 꾸기만 하고 갚지 않으나 착하고 선한 사람은 동정하고 후하게 베푼다”고 했다. 빚진 돈은 죽은 뒤에 후손에게 갚을 길도 있지만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은 은인의 생전에 은혜를 갚지 못하면 상심하는 것이다. 고결한 인물은 은혜를 베푸는 것을 좋아하지만 은혜를 입는 것을 싫어한다. 인간은 위험을 끼칠 것으로 믿고 있던 사람에게서 은혜를 받으면 보통 때의 갑절의 은혜를 느낀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어리석은 생각과 판단은 새로운 은혜를 베풀어서 그것으로 인하여 옛날의 원한을 잊어버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나의 큰 착오다. 그러면서도 은혜를 너무 많이 입으면 우리는 초조해지고 부채보다 더 많은 것을 갚아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은혜를 베푸는 자는 그것을 감추라. 은혜를 받는 자는 그것은 남이 알게 하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주고 받는 은혜와 감사는 피기 시작할 때만 향기를 내는 꽃과 같다고 했다.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보아도 사람은 큰 사람의 덕을 본다. 스승이나 선배, 그리고 학식이 많은 사람, 돈 많은 부자에게서 덕을 보고 은혜를 입는다. 시야에서 벗어나면 마음에서도 벗어나는 것처럼 안보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옛 선비들의 학문정신에 매진한 학자들은 “머리털을 베어 신발을 삼는다”는 말도 남겼다. 그 비장한 말씀의 속뜻은 무슨 짓을 해서든지 잊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춘추시대 중국 진나라 고사(故事)에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말이 있다. 죽어 혼령이 되어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은혜는 반드시 은혜로 갚아야 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