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약사를 하던 사람이 직업을 바꾸어 예쁜 쿠션을 팔고, 양털을 깎던 사람이 50대에 책을 써서 상을 받고, 산파가 시장이 되고, 유명한 갤러리를 갖고 있던 사람이 65세에 자리에서 물러나 핸드크림을 만들고, 인류학자가 회계사가 되고, 장사를 하던 사람이 대학 강단에 서는 등등이다.
이렇게 새로운 일을 붙잡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40대, 50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60대에 접어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웰링턴에서 발행되는 `도미니언 포스트`는 19일 중장년에 접어들어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는 야망과 도전은 대학에서 뚜렷하게 찾아볼 수 있다며, 빅토리아 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10% 정도가 한때 중년이라고 여겨졌던 40대 이상의 `늙은 학생`들이라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며 결국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던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이처럼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은퇴하지 않고 오래 살기`의 공동 저자인 미국의 분쟁조정 전문가 데이비드 보건과 키스 데이비스가 자신들의 저서에서 “아무도 은퇴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은퇴는 현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부조리하고 경제적으로 발전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일을 계속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서를 하다 50대에 공부를 해 박사 학위를 받은 뉴질랜드 와이카토 대학 경영학부 연구교수 마거릿 리처드슨 박사는 “중년은 이제 옛날의 중년이 아니다”면서 “나이의 전체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나이 먹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직업을 바꾸면서 30년 동안 이 일을 해왔으니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를 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또 어떤 사람들은 은퇴가 두려워서 △앉아 있는 게 싫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는 “나이든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80대, 90대에 접어든 사람들도 뭔가를 할 수 있고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대학 직업 개발 고용과의 리즈 메드포드 과장은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평생 평균적으로 다섯 번 정도 직업이나 직장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금은 그것이 14번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등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직업을 바꾸든 안 바꾸든 공부는 이제 평생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로 빅토리아 대학의 모든 과정에는 성인학생들이 많이 등록해 있다고 밝혔다.
약사를 하다 그만두고 웰링턴에서 인테리어 숍을 시작한 50대의 아만다 홀란드는 “약국 일이 싫어져서 새로운 일을 찾았다기보다 소매업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병행할 수 없어 약사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또 산파를 하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정치인으로 변신해 10여 년 동안 웰링턴 시장을 역임한 케리 프렌드개스트(58)는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며 “남의 말을 잘 들어야한다는 점에서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일이 산파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