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제2의 천성이요 자연이라고 한다. 습관은 버릇이요 버릇은 여러 번 거듭하여 저절로 굳고 몸에 밴 행동이나 성질을 두고 한 말이다. 습관이란 동물적인 의지의 결정이 자연발생적인 움직임으로 둔갑하는 일이다. 그것은 자기 의사에 의한 스스로의 결정이라는 인간의 으뜸가는 기능이 모든 상황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기에 버릇을 고쳐 주는 긴요한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참으로 비참한 인간들이 되고 만다. 일본 격언에 병은 고치지만 버릇은 못 고친다고 한다. 요람에서 배운 것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것이다. 습관의 쇠사슬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다. 그래서 습관은 단념하기는 쉬우나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마흔 살이 지나면 남자는 자기의 습관과 결혼해 버린다고 한다. 더 이상 뗄 수가 없고 굳었다는 뜻이다. 악덕(惡德)이 습관이 시작하는 데서 시작한다. 습관은 쇠에 피는 녹이다. 그것은 영혼의 강철을 갈가 먹는다. 결국은 습관은 습관에 정복된다. 논어에 “성질은 서로 가깝고 습관은 서로 멀다”고 했다. 이 말의 뜻은 인간의 성질은 오히려 변함이 없으나 습관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여러 계층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할까 망설일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오래 내려오는 습관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다고 습관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가끔 습관이 진리를 짓밟는 적이 있다. 습관 보다는 진리가 인간의 행동을 인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의무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무를 벗어난 생활 속에는 즐거움은 없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도 보면 사람의 습관은 마치 가지 위의 잎사귀가 저쪽이 지면 이쪽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습관이 습관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고 합리적이라 해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