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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편지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0-07 20:42 게재일 2011-10-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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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지나간 지난 3월31일 일본 미야기현의 한 도시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12살 먹은 리나양이 교실에 막 들어오자 선생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건네받았다. `엄마가 리나에게`라고 적혀 있는 편지봉투엔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엄마(37)에게서 온 마지막 편지 였다. 일본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학교 측은 졸업 이벤트로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부탁했고 졸업식 당일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2월말에 편지를 받아 교무실에 보관해 둔 것이다. 이후 쓰나미가 학교 건물을 덮쳤고 6학년생 78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일주일간 필사적으로 뒤진 끝에 진흙탕 속에서 편지 보관함을 찾아낸 것이다. “누구에게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다오” 천국으로 간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편지지 석 장에 단정하게 쓰인 엄마의 글씨에는 평소 정갈한 엄마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났다. 쓰나미로 숨지기 전에 쓴 엄마의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계속됐다. “12년 전 아이가 배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가족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아빠는 며칠 머리를 싸맨 끝에 `리나`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진지하게 앞날을 생각해라. 네가 숙녀가 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가족 모두가 너를 도와가며 함께 힘을 모을게”라고 모성애를 감추지 않은 진솔한 얘기들이다. “엄마는 리나의 웃는 얼굴과 말에 언제나 힘을 얻는단다. 고마워” 엄마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학교 뒤쪽에서 딸의 눈물을 지켜보는 아빠의 눈도 잔뜩 붉어져 있었다. 죽음보다 더 슬픈 이별이 있겠는가.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해도 한 가정의 행복을 삽시간에 빼앗아 간 운명, 생각할수록 너무나 비통하고 애절하다. 요람에서 애지중지 키운 딸, 엄마가 먼저 떠난 이 아픔이 가슴에 한이 되어 눈물로 흐른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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