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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의 너그러움 속에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0-11 20:48 게재일 2011-10-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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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계절에 상관 없다. 등산의 기쁨은 상봉을 정복했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짜릿한 맛을 느낀다. 오르는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니 그보다 더 삭막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등산을 인생여정의 축소판이라 한다. 그래서 참된 등산가는 맹목적인 장애에 항의하는 인간 의지의 상징이다. 김윤성의 `산정에서`라는 시에 보면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며 등산의 멋을 알게 된다. 바람에 둘러싸인 험난한 산을 올라간다./오를수록 시야는 멀어지고/조망(眺望)은 굽어만 보인다./이윽고 산정(山頂)에 올라서면/ 수평으로 가로 막히는 아무것도 없는 크낙한 공간/여기에서 삶의 맛을 느낀다고 한 것이다. 비록 산행이 고행이지만 그 길을 반드시 거치는 자만이 성공이 있고 정복이 있다. 산 중턱에 오른 알피니스트는 산 어귀에 있는 사람이나 정상을 정복한 사람보다 꿈과 희망이 있어서 행복하다. 산을 마악 오르기 시작한 사람은 정상과 높음과 험준함을 바라보면서 불안을 갖게 마련이고 정상에 오른 사람은 만족만 있을 뿐 그 이상의 의욕이나 꿈이 없어져서 허탈에 빠진다. 그러나 중간 이상을 오르고 있는 사람은 왕성한 의욕과 부푼 꿈이 있는 까닭에 가장 즐거울 수가 있다. 등산가의 말을 빌리면 산을 타는 이유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고 혼자서 걷는 시간 속에 많은 풍족한 마음의 여유를 느껴 생각이 관대해 지고 베푸는 마음이 일어 넉넉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혼자 흥얼거리면서 걷는 발걸음에서 정복의 의지가 생기고 무엇인가 차지한다는 의욕속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비록 힘든 자갈길, 비탈길, 그리고 가시밭길이 있지만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련으로 여딘다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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