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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감상, 진화하는 창의성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0-12 23:21 게재일 2011-10-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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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시인
지난 주말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의 `의자, 걷다`를 둘러보다 두 개의 의자 앞에서 한참 머물렀다. 나를 멈추게 한 것은 의자 앞에 붙여 놓은 사진과 숫자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정보기술의 대표 주자였던 애플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사용했던(실은 그가 사용했던 동일품목) 의자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사진과 생몰(生沒) 연표를 붙인 것이다. 난 그곳에 전시한 의자를 보며 창의인으로서 삶을 마감한 스티브 잡스에 대해 한참 떠올렸다.

과학의 총체적 집결체이며 통신기기의 명품이라 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탄생케 한 그의 삶은 이 시대 어느 누구보다 가열찬 삶을 산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당당했던 그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갈망하고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좌우명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치도록 사랑하고, 생각을 다르게 하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사실 전시된 의자와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그가 애용하던 물건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생각하게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살며 선택했던 하나하나가 어떤 면에서는 그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현시대에 창의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어디서든 가장 필요한 요소다.

특히 예술가에게 있어서 창의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굳건하게 하는 일이다. 일찍이 러시아의 형식주의자들은 `낯설게 하기`야 말로 사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핵심이라 했다. 시인들이 시를 쓸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남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문장을 얻는 일이다. 그 작업 자체가 어쩌면 독자들에게 `낯설어 새롭다`란 인식을 심어주게 하는 일인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포스코 정문에 쓰여 있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처럼 기업체 역시 창의 그 자체를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CEO 들은 기존의 관습과 형식의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창의`란 언어를 사무실 벽에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걸어두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창의적 요소`들이 어느 날 우연하게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창의 역시 `있었던 것`에서 새롭게 갈래를 뻗고, 수정 보완함으로써 완성되고, 완성된 제품(작품)은 또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인식되며 발전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 역시 배부른 부자로 현재에 만족하였다면 오늘과 같은 영광과 추모 열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삶 자체가 불우함과 실패,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끊임없는 창의적 노력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앉았던 의자 하나에서 그의 생각과 줄을 잇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은 그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창의적인 두뇌로 우리 생활에 편리한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창의`는 엉뚱한 데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몽상에 가까운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창의적 과학과 연결되면서 신제품으로 나타난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예술적 상상력은 가공의 공간을 무한대로 확대시킨다. 그 무한대의 상상력을 현실과 연결시켜주는 실마리는 과학자들의 노력이다. 예술가들의 자유롭고 무한한 상상력은 과학자들의 창의력에 밑불을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창의력을 진화 발전시키기 위해 현대인들은 문학, 영화, 그림, 음악 등 예술작품을 더욱 감상하고 곁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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