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의 산간·도서벽지를 6시간 넘게 운전을 하며 그곳에서 과연 클래식 음악을 얼마나 환영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가지만 막상 도착해 그들의 맑은 눈망울들을 만나고 나면 난 오히려 그들에게서 더 많은 감동을 받고야 만다. 무료 공연이 끝나고 나에게 만원을 건네주신 할머니에서부터 `바리톤 우주호`라고 소개했더니 `마라톤 우주호요?`라고 되묻는 아이까지 그들의 청정수역 같은 깨끗한 마음은 나를 정화시켜 주는 것이다. 운동이라고까지 생각하며 각오를 하고 왔지만 막상 맞이해 주는 이들 앞에서 나는 어느새 오페라 가수가 되어, 진정한 음악가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기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우리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우리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추억이 단순히 생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뿐 아니라 감동을 받고 꿈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예술에 대한 국가지원도 예전에 비해 안정화되고 많이 다양해졌지만 아직도 한쪽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콩나물을 키워 본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것이다. 콩나물에 준 물은 다 빠져나가 버리지만, 어느새 콩나물은 자라나 있다. 문화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막상 처음에 큰 변화는 볼 수 없을지라도, 어느 순간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그랬고, 이태석 신부가 만든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브라스 밴드`가 바로 그 증거다. 엘 시스테마는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으로 이 단체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활시켜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 아이들을 구해 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으로 국제 무대에 선 사람으로는 구스타보 두다멜, 에딕손 루이스, 호엔 바스케스, L. 미겔 로하스, 에드워드 풀가르, 나탈리아 루이스 바사 등이 있다.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로 한국인 고(故) 이태석 신부가 가난한 곳에서 의술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에 이 마을을 찾았고 이곳에서 병원과 학교를 짓고 건축가, 의사, 선생님으로 일했다. 이 신부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며 희망의 기적을 일으켰고 마흔여덟의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에서 숨을 거뒀다.
우리는 이미 이들의 노력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 한 편의 동화 같은 실화는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이들에게 삶의 목표와 의미를 세울 수 있게 해 주었다.
난 음악의 힘을 믿는다. 시골 작은 교회의 가난한 성가대 소년이었던 나에게 음악은 성악가라는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음악은 나에게 참으로 다양하게 다가오며 결국 하나로 종결된다. 나의 꿈은 음악이었으며, 그 음악은 나를 꿈꾸게 했다. 음악으로써 사람을 만났고 세상을 배웠으며 사랑을 알게 해 줬다. 나는 앞으로 음악을 통해 꿈을 실현할 것이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도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찰나일지라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