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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남을 재회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0-10 23:50 게재일 2011-10-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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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환 `ASIA`발행인·작가
2011년 9월19일 저녁, 포항 한마당체육관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포스코 퇴직 직원 370여명이 19년 만에 재회했다. 보고 싶었소! 뵙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이유였다. 연단에 오른 박 명예회장은 내내 울먹이며 목이 메었다. 그것은 고난의 시대를 감당해온 노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친 뜨거운 무엇으로 기어이 모두를 울리고 말았다.

`감동의 재회`를 특필한 어느 신문사는 그 기사를 동판으로 제작해 박 명예회장에게 증정했다. 언젠가 그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옮겨질 그 동판 곁에 그날 영상물을 비치하면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의 진실과 영혼을 담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시청하는 후세들도 틀림없이 눈물을 글썽일 것이다.

“오늘 저녁에 우리는 추억 속으로 걸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희생하는 세대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으로 조국번영과 후세행복을 이룰 수 있다! 여러분은 그 외침에 공감하고 기꺼이 동참했으며, 저는 솔선수범으로 앞장섰노라고 자부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때의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바탕, 그 동력은 바로 여러분의 피땀이었습니다.

우리는 남들이 갖지 않은 특별한 것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연봉이나 복지보다 더 소중한 정신적 가치, 그것은 제철보국이었습니다. 기필코 회사를 성공시켜서 조국 근대화의 견인차가 되자는 투철한 사명의식을 가슴에 품고, 실패하면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우향우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그 열정, 우리의 그 헌신, 우리의 그 단결이 마침내 `영일만의 신화`를 쓰게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회사의 종자돈이 조상들의 피의 대가였다는 사실입니다. 대일청구권 자금, 그 식민지 배상금의 일부로써 포항 1기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친 제철보국과 우향우는 한층 더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영혼을 울렸을 것입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철소가 있어야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그분의 일념과 기획과 의지에 의해 포항제철이 탄생했고, 그분은 저를 믿고 완전히 맡겼을 뿐만 아니라, 온갖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도 해주셨습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력도 기억해야 합니다. 포항제철을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귀중한 시설을 포기했으며, 포항시민은 인내와 협조를 보내줬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포항제철은 공생공영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해병사단은 포항제철의 듬직한 이웃이었습니다. 국가 안보가 요즘보다 훨씬 더 불안했던 그 시절부터 해병사단은 우리 회사를 잘 지켜줬습니다. 일본에도 포스코를 위해 진심으로 협력해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두 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되신 신일본제철 이나야마 회장과 양명학 대가 야스오카 선생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간직해야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현장에는 위험이 상존했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업과 건설 중에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은 우리의 마음과 포스코의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인생의 황혼에 들어선 사람은 누구나 `인생은 짧다`는 생각을 해보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사람이 세운 큰뜻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짧은 것은 아닙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제철보국이라는 큰뜻을 함께 이룬 동료들입니다. 현재까지 85년에 걸친 저의 인생에서 여러분과 함께 그 큰뜻에 도전했던 세월이 가장 보람차고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저의 인생에 가장 보람차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준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여러분과 함께 청춘을 바쳤던 그날들에 대하여 하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추억이 포스코의 역사에, 조국의 현대사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그것을 우리 인생의 자부심과 긍지로 간직합시다. 여러분, 부디 건강해야 합니다. 부디 행복해야 합니다. 포스코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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