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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탈춤축제의 2% 부족한 점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0-10 23:21 게재일 2011-10-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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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대구본부장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던지나. (주요한의 `불놀이` 중에서)

대동강이 아니어도 좋았다. 비록 흉내 낸 낙동강 뱃놀이지만, 어린 기생의 목청 대신 스피커로 증폭되어 나오는 소리꾼들의 뱃노래에다 나룻배 뱃전에서 흐느적거리는 춤사위도, 그것이 축제의 볼거리로는 거슬리지 않았다. 아슬아슬 부용대를 향해 타오르는 줄불의 몽환적 밤풍경과 부용대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불꽃덩어리는 가슴 속 응어리까지 몽땅 벗어던지게 만들어줬다. 선유줄불놀이는 아무 곳에서나 열리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과연 대한민국 대표 국제 축제라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구성과 내용면에서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하는 많은 축제에 비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행사 주체와 관객이 하나 되는 축제로 만들어 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4회째 계속해 온 노하우에다 안동시와 조직위원회 등 관계자들의 노고가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축제는 무절제와 난장판이 아니다. 관광객들이 주최와 한데 어울려 주인과 손님이, 관광객들이 관광객들에게 서로 기쁨이 되고 활력을 주는 것이 축제다. 주최만 있고 관객은 구경하는 축제는 이제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일상의 생활 궤도에서 일탈해서 머릿속 소음을 비우고 가슴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 것이다. 그런 카타르시스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축제의 장이다.

하회마을과 안동시내 탈춤축제 행사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은 모두가 신명나 있었다. 막걸리병을 손에 든 늘씬한 서양 아가씨가 흥에 못 이겨 과장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 왔다. 하회마을 식당에서는 음식을 주문해놓고도 차례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외국인 관광객들과 어설픈 손짓과 웃음을 섞어가며 탈춤축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탈춤 공연장에서는 관람객을 불러내어 함께 즉석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탈춤축제 행사장마다 체험코너를 만들어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것이 축제다. 축제 마당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출연자로 만들어줬다. 그런 점에서 안동 탈춤페스티벌은 훌륭했다.

그러나 훌륭한 콘텐츠에 비하면 하드웨어는 아직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았다. 하회선유줄불놀이는 1년에 한 번, 탈춤축제 때 하는 행사다. 그런데 행사장 솔밭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그 흔한 가로등 하나 없었다. 분위기 있고 하회 전통에도 어울리는 등을 얼마든지 만들어 세워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변 둔치의 불편한 자리는 그것이 축제때만 벌어지는 일회성 행사여서라기엔 너무 무신경했다. 하회마을은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파고라 하나 보이지 않으니 고단한 다리 쉴 만한 곳이 없었다. 음용수 등 편의시설은 물론이다. 이것이 관광 안동은 아닐 것이고 세계에 자랑하는 하회 마을은 아닐 듯하다.

도로변 표지판만 해도 그렇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과, 특히 안동 시내에서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IC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멀고 또 불편한가. 오고 가는 길에 자신만만하게 세워 놓은 `서의문`과 `남례문`은 무엇인가. 아마 타지역에서 안동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안동의 자존을 세워 놓은 것일 터다. 휘황찬란한 관문 치장에 비해 어둡고 덜컹거리는 시내 진출입로는 탈춤 축제의 여운을 단번에 잊게 만든다.

조직위원회는 올 해도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안동을, 축제장을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관광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토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탈춤 축제를 오래 오래 개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탈춤 축제에 몰려드는 관광객들만 세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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