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해법의 실마리는 `일월`이라는 말 속에 담겨 있다. 왜 포항은 하필이면 대표적 축제에 `일월`이라는 이름을 매겨야 했는가? 우연한 작명이었던가, 아니면 어떤 필연적 당위성이 있었던가? 포항시민은 이 궁금증을 품어야 하고 풀기 위한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것은 포항에 삶의 둥지를 튼 사람으로서 기본적 예의이며 의무라는 것이다. 이 예의, 이 의무로부터 포항시민의 일월축제 참여는 `진정한 시작`이 이뤄진다.
일월은 해와 달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일월은 해와 달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 포항의 해와 달은 `연오랑과 세오녀`이다. 해와 달이면서 특이하게도 연오랑과 세오녀인 포항의 일월은 고려의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등장한다. 그러니까 포항시민은 `삼국유사`의`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일월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는 시민은 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시민은 다 모르는 것 같은, 그래서 여태껏 포항시민에게 하나의 상식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이 글에서도 간략히 소개한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서기 157년)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 세오녀(細烏女)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으로 추대되고 그에 뒤이어 세오녀도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귀비가 되었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는데, 일관이 왕에게 해와 달의 정(精)이 일본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라 아뢰니, 왕이 사신을 일본에 보냈고 사신과 만난 연오랑이 그에게 세오녀가 짠 세초(細草)를 주며 하늘에 제사 지내면 될 것이라 했다. 이에 따라 제사 지낸 곳이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 한다.
물론 그 영일현은 옛 영일군과 현 영일만의 `영일`이며 도기야는 동해면의 옛 이름인 `도구`를 말하고, 동해면에는 오늘에도 일월동이 건재하다. 일월동의 일월은 해와 달이며 당연히 연오랑과 세오녀를 가리킨다.
포항 문화예술인들이 일차로 맡아야할 책무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 담긴 은유(메타포)를 문화예술적으로 또는 학문적으로 풀어내서 시민에게 널리 공감을 일으키고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해 나가는 일이다. 이 과정에는 과다한 향토애가 발휘되고 그에 따라 종교적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연오랑 세오녀를 무슨 신화의 주인공처럼 격상하려는 것은 지나친 향토애의 발로이며 그에 대해 종교 쪽에서 발끈했던 일은 바로 그러한 우려의 하나였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일월문화제에 뮤지컬 `연오랑 세오녀` 공연이 기획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벌써 십여 년에 포항지역사회연구소는 `포항연구`라는 책에 한 아마추어 작가가 쓴 희곡 `연오랑 세오녀`를 게재했다. 내가 받은 희곡이었으나 그의 희곡이 상연되는 것을 보지는 못했는데, 그의 희곡에 연오랑은 뛰어난 `철기 장인`으로 등장해 있었다.
관청, 특히 포항시와 포항시의회가 해결할 시급한 책무는 `연오랑 세오녀`를 포항정신의 뿌리로 만드는 과제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이것은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경청하는 자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의 과욕과 사심을 냉정히 가려내는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체계적인 기획으로 `지속 발전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연오랑 세오녀. 이들 부부는 자신들을 신라인의 자긍심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을 얼마든지 허락할 것이다. `일본에 빛을 전수했다`는 것, 이는 제철기술이든 뭐든 일본에 문명과 문화를 전수했다는 뜻이다. 바로 그 일이 일어난 영일만 바닷가에는 그로부터 약 1915년쯤 흐른 뒤에 일본의 현대적 제철기술을 전수받은 포항제철(포스코)이 탄생했다. 지역과 지역,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명 전수는 그렇게 역사의 긴 사이클을 타며 돌고 도는 것이다.
지난 2007년에 나는 `포항의 정체성은 빛의 도시`라고 주장했다. 그 글에는 다음 내용이 담겨 있다.
`자연이 선물한 영일만의 일출, 연오랑 세오녀의 해와 달,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늘 타오르는 산업화의 횃불, 포스텍과 포항방사광가속기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밝히고 있는 과학기술의 빛, 영일만 바다에 담보된 오대양 육대주로의 진출의 빛, 이것이 포항의 내면적 정신적 정체성이다.`
이제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오늘의 포항시민이 연오랑 세오녀의 `빛`을 포항정신으로 계승하여 현대적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일이며, 일월문화제는 무엇보다도 그것을 꽃 피우는 시민참여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