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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요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0-07 23:03 게재일 2011-10-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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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
생각이 머무르는 곳을 마음이라 한다. 마음은 생명의 촛불이다. 그것의 상태에 따라서 행복이나 불행, 그리고 그 외의 깊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들어 홀로 길을 거닐면서 사색해 보거나, 고요함 속에 자신을 두어 보면, 우리는 `과연 나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때에야 비로소 삶속 내용을 마음에 그려 보게 된다. 또 영원 속에서의 자신을 어렴풋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의 생각하는 마음에는 양극단이 존재한다. 사랑과 미움, 수용성(용서)과 공격성, 논리적 지성과 가냘픈 감성이 있다. 또 느끼는 부분과 무의식의 세계, 선과 악, 빛나는 부분과 그림자 등으로 그 폭은 넓디넓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마음이 양극단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어디로 기울려 지고 있는가? 돈이냐, 이성이냐? 굽어져 있느냐, 바른 위치에 있는가? 평정되고 가라앉은 상태인가. 들떠 있는가?` 등을 고요 속에서 원래위치를 생각해 보자. 어쩌면 우리는 촛불과 같은 존재다. 물결없는 어둠에는 촛불을 밝힐 수 있지만, 세상만사는 바람을 일으킨다. 갖가지 바람이 일렁이면, 그 불은 꺼져 버린다. 촛불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당신의 비단 옷자락에 떨어져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우리는 순수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나그네다. 그러나 왱왱 거리는 세상의 잡소리가 우리를 어지럽힌다. 나는 고요한 달빛아래에서, 소음을 벗어나 밤새도록 홀로 사념에 빠지고 싶다. 누가 애틋하게 피리를 불어, 나를 위로해 다오. 그 소리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싶구나. 그래서 나의 미래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를 기도한다. 인간은 모두가 세월이 지나가면, 낙엽과 같이 떨어져 흩어져 버린다. 세상의 풍파가 우리를 흩날리게 하기 전에, 당신의 따뜻한 마음속에 잠시 머무르게 해 다오. 바람이 일면 더럽고도 질퍽한 땅위를 굴러다니는 보잘 것 없는 낙엽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대를 향한 마음뿐이다. 어느 빗자루에 쓸려서 길가에서 태워질지 모르는 운명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대의 뜰에서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다면, 나는 낙엽이 된 운명을 감수하리라.

우리의 마음에는 소망이 있으나 잘 이뤄지지 않는다. 왠지, 누구 때문인지, 근심과 불안은 끝이 없다. 성나거나 두렵거나 강팍해 질 때에는 머물러 고뇌해 보자. 내가 좀 교만해 졌는가, 요구사항이 많지는 않는가, 나의 주장만 이야기 하지 않는가, 무슨 이유로 내 가슴에 큰 파도가 치는지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단단히 굳어버린 땅이나, 가시덤불 길과 같은 곳이 많다. 드물게는 은은하고 잔잔한 호숫가에, 기름진 옥토가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 호수에 누구든지 들어가서 장난을 치지 못하게 잘 지켜야 한다. 흙탕물이 되지 않도록, 자기의 내면을 성숙시켜야 한다. 외부에서는 많은 것이 우리 마음을 출렁거리게 한다. 이들을 제어하기 위해, 우리는 수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대의 옷자락 속에서 사랑의 화신으로 조용히 소멸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를 승화시켜 가야 한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들에 사는 작은 짐승과 같이 약하다. 나는 겁이 많고 꾀도 부린다. 도망을 잘하고, 변장도 잘하며, 오래도록 깊이 숨어 있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수를 바라볼 때나, 숨어 있는 긴 시간 동안에, 우리는 자기의 실체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기도이다. 이때 우리는 영혼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호숫가에서, 바람이나 피리소리에서, 심지어 낙엽이 딩구는 칙칙함 속에서도 삶의 원리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재의 물질세계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러나 영원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귀중함으로, 시간 속으로 자기 가슴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호숫가에서 촛불을 들고, 나, 나그네는 낙엽을 밟으면서, 미래에 전개될 나의 삶의 여정을 명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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