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죽음은 세계인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그를 애도하는 사람들은 동서양의 구별이 없었고, 직업과 계층, 종교와 정파성의 차이가 없었다. 그는 PC, 매캔토시 컴퓨터, MP3, 아이폰 등의 개발과 과학과 예술,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급 반열의 인물로 평가 되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인생은 미혼모의 사생아로 입양되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입신했지만 현실적으로 뛰어난 업적 외에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란 명언을 남길 만큼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개척하며 살았다.
스티브 잡스가 경영했던 애플이 공교롭게도 그의 죽음 직후 한국의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업계 1위의 자리를 내주고 밀리는 모습은 잡스 1인의 그늘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삼성전자가 아직은 IT업계 전반에서 애플에 뒤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이라도 앞섰다는 것은 한국의 위상에 큰 희망의 빛을 던진 사건으로 볼 수 있다. IT와 융복합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고무시키고 있는 것은 비단 삼성전자라는 기업뿐만 아니다. 인적 자원에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분야에 세계적 성과를 올리고 이를 기업적으로도 성공시키면서 우리 국민 개인에게 무료로 백신을 제공해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삼성전자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진대재, 황창규씨 등이 있다.
그러나 IT분야에서 스티브 잡스 이후 비견할 인물을 거론하는 세계적 언론에서는 일본의 손정의, 미국의 빌게이츠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우상처럼 여기는 안철수조차 여기에 끼지 못하고 있다. IT와 융복합 산업이 세계의 흐름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될 시대에 살면서 세계 10위권 내의 경제 대국을 지양하는 우리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기를 대망하는 마음 간절하다. 안철수 원장은 현재까지의 업적과 국민에 대한 헌신 등을 보면 이같은 대망의 인물에 가장 가까이 간 사람이란 생각을 갖게한다.
그러나 안 원장의 최근 활동은 이전과는 다른 정치지향적 모습으로 바뀌고 있고 이 때문에 IT융합과학분야를 떠날 것같은 짐작도 하게 된다. 안 원장은 이미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 조사결과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었고,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면서도 엄청난 지지를 끌어내고 있어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정치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꿀 만한 안 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세는 IT분야의 뛰어난 업적과 국민적 헌신에 대한 진정성이 기성정치의 부패 무기력에 진저리가 난 국민들의 가슴에 폭발적 기대감을 일으킨 것이다. 안 원장은 아직 정치권 진입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지세의 바람을 타고 정치에 몸을 담는다면 한국으로서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세기적 인물에 대한 대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안 원장이 정치에 몸담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누구도 그의 판단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국민들의 지지가 상승하고 있는 한 국민들의 선택 또한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안 원장이 정치권에 투신한다면 국가적 손실을 계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안 원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경륜을 편다면 우리 국민이 엄청나게 행복해지고, 국가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IT분야의 활동 보다 정치활동이 더 큰 국가적 공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생명이 유한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과학은 선인들의 업적 위에 더 큰 것을 쌓아서 이루는 것이란 점에서 과학은 정치와 바탕이 다르다. 안 원장도 정치에선 무능자가 될 수도 있다. 실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뒷 모습을 보면서 안철수의 앞날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