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위와 십이폭포가 그린 한 폭의 수묵화
해발 710m 동해안 대표 명산… 한 계곡 12개 폭포 `진기`
그렇게 높거나 낮지도 않는 해발 높이 710m의 산. 경북 동해안에 고고한 자태로 솟아 있는 내연산은 포항의 명산이다. 행정구역을 따지면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죽장면에 걸쳐 있고, 북쪽 경계는 영덕군 남정면 회리와 연접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보경사가 내연산 등산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이니 포항의 산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난 11월 초에는 포항 내연산에선 전국 등반대회와 산악제가 함께 열려 동호인과 등반객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오늘은 삼지봉과 관음폭포, 연산폭포를 둘러보기로 하고 포항에 사는 영진이 형이랑 내연산을 찾았다. 10시경, 도착해 보경사 입구를 지나는데 캠페인을 하고 있어 가까이 가보니 포항시의회 이칠구 의장과 의원들이 겨울철 산불조심 및 자연보호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서 물어보니 “내연산은 포항의 대표적인 산이라 정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역사랑의 본보기로 보기가 좋았다.
내연산은 등산코스는 5코스로 나누어지는데, 1코스는 주차장에서 출발해 문수봉, 삼지봉에 올랐다가 마당미기로 해서 향로봉까지 오르고, 2코스는 보경사를 지나 상생폭포, 관음폭포로 해서 시명리를 넘어 향로봉에 오르는 코스다. 내연산 기슭에 숨겨진 보물 12개 폭포를 구경하는 곳도 좋다. 한 계곡에 폭포가 무려 12개나 숨겨져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가 드물다고 한다.
`상생폭포` 산행길 쉽고 정비 잘돼 남녀노소 안성맞춤오늘 산행은 1코스 가운데 삼지봉 정상에 오른 뒤 미결등을 타고 내려서서 은폭포부터 8개 폭포를 보며 내려오는 산행계획을 세웠는데, 등산 중점보다는 늦가을의 내연산의 정취를 흠씬 느껴보자는 심사에서다. 늦은 가을이라 산빛도 고울 뿐만 아니라 공기가 맑아서 좋다.
30분 정도 오르니 문수암이 나타나고 그 길을 이어가니 `문수봉 2km`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문수봉으로 오르다 산 골짜기 아래로 내려다보니 내연산 제1폭포인 상생폭포가 저만치에서 보인다. 산길을 걸어 보경사 들머리에서 1.4km를 걸어왔는데 산길이 잘 정비돼 있다. 나무 사이의 등산로도 걷기 편안한 길이라 등산 초보자들이 아래쪽 폭포길 뿐만 아니라 삼지봉을 올라도 좋을 듯하다. 힘든 코스가 아니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안성맞춤 산행이 내연산이다.
나무숲 사이에서 송진 채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노송들이 가끔씩 보인다. 얼마간 걸어가니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있고, 그 나무 숲 사이 걷는 등산이어서 기분이 좋다.
문수봉에 올랐다. `내연산 문수봉(해발 628m)` 표지석이 정상에 서 있는데, 다소 휑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문수봉 부근에 있는 기암괴석 속에서 이루고 있는 소나무 숲은 멋진 풍광을 가져다주고 있으니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
문수봉을 내려서서 삼지봉으로 가는데 이 길도 평길이다. 표지판을 보니 문수봉에서 삼지봉까지 거리는 1.7km로 1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될 것이다. 나무숲 사이를 걸어가서 내연산 정상에 도착했다. 삼지봉(해발 710m)에서 주변을 살피다보니 정상 표지석이 두 개가 있다.
1983년 10월 1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내연산은 예로부터 종남산이라 불리었다. 그러다가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 산으로 피난온 뒤부터 `내연산`이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1시 반이 가까워지고 있어 휴식 겸 간단하게 과일을 원기를 보충했다. 필자는 향로봉까지 오를까 하다가 미결등을 타고 하산해 은폭포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서 은폭포까지는 3km 거리다.
청하골 12폭포 중 가장 크고 절경 `연산폭포·관음폭포`
필자는 쉬는 동안 보경사에서 삼지봉으로 올라오는 내연산 산행코스가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전국의 산을 등산하다보면 암릉이 없는 육산이라 해도 반복되는 산등이를 타거나 비탈길을 오르내리다보면 힘이 들거나 위험한 곳이 많은데 내연산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필자는 여태껏 등산해오면서 세계적인 등산가 헤르만 후버의 등산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가 남긴 “등산가는 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며,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이라는 말은 산에 오르면 산의 법칙을 따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면 `산의 법칙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 생각으로는 등산과 관련해서 산행지를 선택하고 시간계획을 짤 때에 당일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완주 여부 결정과 함께 안전 귀가를 위한 최선을 방법에 따라 행동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얼마쯤 걸어오니 계곡 아래 구경나온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폭포와 출렁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길을 내려서서 먼저 내연산 제8폭포인 은폭포로 향한다. 이 폭포는 숨겨져 있다고 해서 은폭(隱瀑)이라 부른다. 은폭포를 잠시보고 돌아서 나와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계곡이 넓게 펼쳐진다. 연산폭포다. 청하골 12폭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높이 30m, 길이 40m에 이르는 연산폭포와 바로 아래에 있는 관음폭포가 내연산 12폭포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데, 내연폭포는 절경이 빼어난 `내연산`에서 `내`자를 뺀 명칭인데, 정시한의 산중일기에서 `내연폭포`라 기록돼 있다.
각 폭포마다 개성 가득… 영화 남부군 촬영장소로도 유명다리를 건너서 관음폭포 쪽으로 내려서니 역시 주변의 경치들이 장관을 이룬다.
관음폭포를 지나 계곡길을 따라 하산하면서 무봉폭포와 잠룡폭포를 지난다. 폭포마다 각각 특색을 갖추고 있고,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데 잠룡폭포 주변의 골짜기에서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을 찍었다 한다.
영화에서 보면 지리산의 어느 골짜기에 모인 남부군 대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발가벗고 목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장소가 지리산 계곡이 아니라 포항 내연산의 12폭포 중에서 4폭포 주변에서 영화를 촬영한 것이다. 잇따라 있는 삼보폭포, 보현폭포를 지나 제1폭포 상생폭포 앞에 섰다.
상생폭포를 지나 보경사로 향하는 길에는 등산객들과 폭포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다. 내연산이 경북의 3경의 하나라 하고, 특히 내연산 계곡과 산들은 `경북의 금강산`이러 불러질 만큼 경관이 아름다움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폭포와 계곡의 아름다움, 그 계곡을 흐르는 물과 울창한 자연림이 잘 어울리는 내력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 보경사에 도착했다. 이 사찰은 신라시대 대덕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창건 당시 보경사 자리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대덕스님이 중국에서 가져온 팔면경(여덟면의 거울)을 연못에 묻고 메워 그 자리에 대웅전을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래서 사찰 이름은 팔면경을 `보경`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진 사찰이다. 늦가을 오후 보경사는 은은한 분위기다. 산행을 잘 마치고서 내연산의 이모저모를 한번 더 머릿속에서 떠올려본다.
`주초에 첫눈이 내려/ 동장군을 재촉하더니만/ 오색구름 덮인다는/ 내연산을 오르는 오늘은/ 날씨마저 좋고/ 산이 풍겨주는 정취에/ 기분마저 또한 좋으이.// 그리움으로 다가서는/ 산자락이 유난히 곱고/ 폭포수소리 벗 삼아/ 산길 천천히 걷노라면/ 여기가 선계인 것 같아/ 보고 또 뒤돌아 봐도/ 절경 그대로 묻어나네`(자작시, `포항 내연산에서` 전문)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