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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화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5-05-08 02:01 게재일 2015-05-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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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끌렸길래… 13년전 서울서 낚시 왔다 반해 여태 살고 있는 아저씨
▲ 여수의 365개 섬 가운데서도 작은 섬에 속하는 하화도. 50여명이 살고 있는 이 꽃섬은 주민들이 아름다운 꽃만큼 잘 가꾸어 놓아 전국 어디서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 여수의 365개 섬 가운데서도 작은 섬에 속하는 하화도. 50여명이 살고 있는 이 꽃섬은 주민들이 아름다운 꽃만큼 잘 가꾸어 놓아 전국 어디서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늦은 봄철에는 내륙의 산에 올라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자연 풍경을 봐도 일품이지만, 초여름이 다가오는 5월쯤엔 배를 타고 시원한 파도를 가르며 섬에 도착해 우뚝 솟아난 산을 올라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한 것이 바로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만 섬 하화도 다. 그곳을 가기 위해 자료를 뒤져 하화마을의 이름 유래를 찾아보니 그 곳은 꽃과 관계가 있는 섬이다. 그러니 얼마나 아름다우랴.

임진왜란 당시에 성명 미상의 인동 장씨가 뗏목으로 가족과 피난을 하던 중에 하화도를 지나게 되었는데, 섬에 동백꽃과 성모초, 진달래가 만발하여 너무 아름다운 섬이라 여기고 정착함으로써 마을이 형성되었다.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께서 전선을 타고 못돌 바다를 항해하시다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이라고 하여 화도(花島,꽃섬)로 명명하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하화도에서 1km 지점에 상화도가 있는데 그 섬을 웃꽃섬이라 부르고 하화도는 아래 꽃섬이라고 불렀다. `1914년 여수군 설립 시 아래 하(下) 꽃 화(花)자를 써 하화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내용에서 보듯이 하화도나 상화도는 꽃섬으로 이름난 곳이다.

배를 타고 가야 하므로 일요일 새벽 일찍 일어나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대구서 출발하는 전문 산악회를 이용할 경우 출발점이 필자의 집 가까이 있어 다소 편리하다.

특별한 모임이 아닌 다음에는 필자는 주로 드림산악회나 케이제이 산악회를 이용하는데, 가는 행선지도 많고 또 나름대로 노하우들이 많아 계절에 맞는 등산코스를 활용하게 마련인데, 초여름부터 여름철에는 트레킹코스나 섬을 다녀오는 일정들이 많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오전 6시30분에 차에 올라 대구 시내 각 경유지를 한 바퀴 돌고서는 바로 고속도로를 접어든다. 필자는 전문산악회를 많이 이용했지만, 겨울이 지나고서 봄철부터는 행선지 코스에 일찍 신청하지 않으면 갈 수 없을 정도로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달 영취산에 가기 위해 여수까지 같은 코스로 갔는데, 이번에는 여수시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백야도 선착장을 이용해야 하므로 여수 시내에서 바닷가 쪽으로 더 내려가야 한다. 화정면을 접어드니 바다 위에 떠 있는 다리가 예쁘다.

화정면 끝 마을 힛도에서 백야도를 잇는 325m 길이의 백야대교는 2005년 4월에 준공됐는데, 이 다리로 인해 백야도가 연육되어 인근 섬으로 가는 길이 좀 더 편리해졌다.

일행을 태운 차는 백야대교를 건너 10시30분경에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대구에서 출발한지 세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인솔 산행 가이드가 승선 준비를 하는 사이, 필자는 남쪽 바닷가를 바라보니 가까이 또는 멀리 이어진 섬들이 조용히 떠 있다.

▲ 하화도 선착장에 내리면 `아름다운 꽃섬` 안내석이 관광객을 맞이 한다.
▲ 하화도 선착장에 내리면 `아름다운 꽃섬` 안내석이 관광객을 맞이 한다.

상화도나 하화도에 들어가려면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6~7) 또는 백야도 선착장(061-686-6655)을 이용해야 한다. 백야도 선착장에서는 인근에 있는 섬인 개도, 사도, 낭도를 오가는 태평양 해운의 대형카페리호를 이용하면 하화도 가기가 편하다.

백야도 행은 오전 8시·11시 30분, 오후 2시50분 하루 3회 운행한다. 단체로 가면 몰라도 개인적으로 간다면 섬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서 미리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해서 운항정보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일행들이 승선했고, 여객선은 시원한 바다를 가르며 내달으니 앞이 보이는 섬이 하화도와 상화도이다. 그 섬과 더불어 좋은 시간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선착장을 출항한지 20분 만에 하화도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배에서 내려 각자 장비를 챙겨서 선착장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이곳 행정구역은 여수시 화정면 하화리이다. 여수에는 365개의 섬이 있다. 그 가운데 하화도는 작은 섬에 속한다. 섬에서 거주하는 인구라 해봐야 모두 32세대 56명이다. 주민들의 노력에 의해 꽃섬은 아름다운 섬으로 가꾸어지고 관광객들이나 등산객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당장 살펴봐도 하화도 안내 표지석 밑에 작은 돌에 물고기 그림을 재미있게 그려놓았는데, 그것 하나만 봐도 이 동네 주민들이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성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하화도의 꽃길 트레킹은 단순한 코스다. 거의가 선착장 왼편으로 난 산행들머리를 잡아 탐방로 코스대로 걷는데 휴게정자, 구절초공원을 지나 큰산전망대에 올랐다가 깻넘전망대, 야생화공원으로 해서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탐방이 끝난다.

거리로 치면 이곳 하화도 해안선 길이가 6.4km이고, 꽃섬길 코스는 총 5.7km로 바다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쉬면서 걸어도 3시간 정도면 족하다. 나가는 배 시간이 오후 3시이니 한나절이지만 남해의 작고 아름다운 섬에서 절경들을 만나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들이다.

선착장에서 좌측으로 가니 마을 보건소가 나오고 그 곳에서 좌측 산모퉁이를 돌고 언덕배기를 올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멀리로 우리가 배를 타고 왔던 백야도가 보인다.

▲ 꽃섬 군데군데에 잘 조성된 야생화 공원.
▲ 꽃섬 군데군데에 잘 조성된 야생화 공원.

초입부터 길은 자연석으로 잘 다듬어져 있고, 길가 펜스도 관광객들을 위해 잘 가꾸어져 있다. 언덕에 올라보면 앞에 왼쪽 바다와 맞닿은 공터가 나온다. 첫 휴게 정자에서 잠시 쉬면서 펼쳐지는 남해의 다도해 풍광들을 마음에 담아본다.

유채꽃 밭을 지나서 나무로 잘 가꾸어진 언덕길을 오르니 두 번째 휴게 정자가 나타나는데 역시 주변에 정비가 잘되어 있다. 거의 도시의 공원 수준이다.

휴게 정자에서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600m 정도 걸어가니 구철초가 넘쳐나는 구절초공원을 만난다. `순넘밭넘은`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알고 보니 예전에 `순`이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고개라는 뜻이라고 한다.

구절초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쉬다가 앞에 있는 큰산 전망대에 오른다. 이 섬에서는 가장 높다는 의미로 큰산이란 이름이 붙어져 있는데 높이는 해발 118m이다. 그러니 오르고 내리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 주변에 꽃들이 많이 피어 있으니 그저 소풍 나온 기분이 든다.

큰산전망대에서 주변을 살피면서 어촌마을 풍경을 마음에 담아본다. 온갖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난 섬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마음이 한없이 맑아져오며 흐뭇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지탱시키며 필자는 꽃길 섬의 노래를 하늘로 띄워 올린다.

“여수에서 조금 떨어진/ 하화도는 꽃섬이다./ 조용한 어촌마을의/ 섬 길을 걷다보면/ 야생초 여기저기 피어나/ 봄 향기 가득한데/ 바다 풍경마저 그림처럼 멋지다.// 구두모양을 닮았다는/ 이 섬은 전체가 비경이다./ 큰산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섬을 바라보며/ 한없는 생각에 잠기다가/ 갈매기 소리에 문득 깨어나/ 다시 꽃섬 길 걷는다.”(자작시 `꽃섬 길 걸으며` 전문)

나무데크를 타고서 큰산 전망대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니 면 깻넘 전망대가 나오는데, 하화도에는 전망대가 많다. 주변이 바다 경치이고, 보이는 풍경마다 절경이다 보니 곳곳에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섬 어디에서나 보아도 전망이 좋다는 말이 된다.

큰굴 삼거리에서 아래를 보니, 깎아지른 절벽 사이 왼쪽 아래에 있는 큰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는 큰굴의 형상이다. 과거에 밀수꾼들이 밀수품을 숨겨놓는 장소로 사용됐다고 한다.

큰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나무계단을 통해 막산 전망대에 올랐다가 다시 삼거리로 돌아 나와서 야생화공원으로 향한다. 큰굴 삼거리에서 10여분 정도 가니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해변길이 열린다. 길옆에는 유채꽃이 한창 피어나 있어 필자는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채꽃방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야생화공원인데, 온갖 꽃들이 피어 초여름의 섬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섬 구경온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면서 섬 풍경을 즐긴다.

섬 둘레를 한 바퀴 돌고서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였다. 백야도로 출발하는 배편은 3시로 아직 1시간 정도가 남아 있어 늦게 점심식사를 한다. 다행히 꽃섬식당에는 생선구이정식이 유명한 집이 있어 주문했는데, 음식 맛이 굉장히 맛있었다.

주인은 탁동탁이란 분이다. 13년 전에 서울에서 하화도에 낚시 왔다가 이곳이 너무 좋아서 아예 이사 와서 펜션식당 영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만족하며 사는 게 즐겁다고 말해준다.

배시간을 기다리다가 오후 3시에 배타고 백야도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여수어시장에 들려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갖고서 오후 5시 50분 경 대구로 출발하는 귀가 차에 올랐다.

대구로 가는 차안에서 하화도에서 지낸 반나절을 다시 그려본다. 남해안의 섬 중에서`꽃섬`이라는 하화도 만큼 예쁘고 정겨운 이름이 있을까? 그 이름에 어울릴 만큼 그 섬은 어느 곳에서든 풍경이 아름답다. 바다를 벗 삼아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마음 깊이 새겨둔 한려해상의 비경들은 내 가슴에 오래도록 자리할 보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그리고 하화도 여행길에서 또 하나 즐거웠던 일을 끄트머리에서 소개한다. 드림산악회 산행가이드를 맡은 이은주씨가 대구에서 여수의 섬까지 오가는 먼 길에서도 일행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안내를 잘했다. 필자가 숱하게 산행하면서 가이드를 만났지만 자기 돈으로 선물사고 예쁘게 포장해 퀴즈를 맞춘 5명에게 직접 주는 동행자는 이제껏 만나지 못한 바, 투철한 직업의식과 친절함으로 여러 사람들이 즐거운 산행길이 되었으니 산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도 고마운 일이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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