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힐링길, 나무숲의 바다를 건너다
산에 오르다보면 장년들을 많이 만나지만 그리 높지 않는 산이나 관광코스가 곁들인 산행, 트레킹 코스에서 60~70대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건강을 위해 자신에게 투자를 정말 잘하시는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필자가 등산을 시작하던 3년 전에는 일상에 쫓겼지만 몸 하나는 튼튼하게 태어났음에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도시 생활에서 몸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가 않아서 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시작했는데, 이제는 주말이 되면 산부터 생각하는 마니아가 됐다.
50년 편백나무·삼나무 울창한 삼림길 걸으며 몸·마음도 힐링건강숲길·하늘숲길·산소숲길·숲내음길 따라 자연향기 가득
지난해도 그랬다. 1년이면 52주로 주말이 50여 차례 닥치는데, 생각해보니 그 추운 한 겨울과 무더운 여름날도 빠짐없이 산에 올랐으니 그것은 건강과 신념을 지키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새삼 등산의 이점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기일을 정해놓고 산을 찾는다는 것은 신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의욕을 준다. 또한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도 준다.
어느 사람에게도 살다보면 난관이 닥치게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려움이 닥칠 때는 가장 어려웠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극복하는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의 등산길을 생각하면서 잘 견디고 참아낸다.
변죽을 울렸지만 최근에 들어 사람들의 생애주기가 길어지면서 이왕이면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 살자는 주의로 나가고 있다. 흔히 해보는 소리, `9988`이란 말처럼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것도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만큼 건강이 화두인데, 그 방법에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기적으로 산을 타거나 숲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매월 한번 씩 고향사람들과 산을 찾는데, 이번 행선지는 건강에 좋다는 힐링길이다. 잘 알려진 곳이 아니었으나 지난 2009년 6월 경 모 방송에서 `생로병사의 비밀` 천혜의 보약, 숲에 관한 첨단보고서 편에 편백나무숲의 효과가 방영되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다.
전남 장선군 서삼면에 자리한 축령산 자락에 마련된 힐링길이다. 이곳은 자연상태의 경관이 아니라 20년 넘게 나무심기와 숲 만들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애림가가 있었기에 오늘의 유명한 트레킹 명소로 자리잡게 됐다.
대구에서 출발한 차는 88올림픽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와 지방도를 달려 장성군에 접어들었고, 마침내 추암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준비를 하고 등산채비를 갖춰 10시경에 출발을 했다.
축령산 등산코스는 네 개로 나눠지는데, 크게 보면 추암 주차장에서 출발해 공덕비를 거쳐 축령산 정상에 올랐다가 건강숲길, 하늘숲길, 산소숲길, 숲내음길을 걸어 내려와 원점에 다다르는데, 인근의 북일리 금곡 영화마을에서 시작하는 코스도 있다.
우리 일행은 추암리 주차장에서 시작해 공덕비, 축령산을 거쳐서 장성이 자랑하는 4가지 힐링 길을 걸어서 원점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산이 높지 않고 빽빽이 둘러싸인 나무숲속을 걷는 코스니 무난하니 오늘따라 고향사람들과 오랜만에 대화를 하면서 기분 좋은 등산길이다.
공덕비에 도착해보니 오늘날,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애림가 고 임종국 선생(1915~1987)을 기리는 공덕비다.
선생은 평생 동안 나무심기를 일생의 사업으로 알고서 이 일대 596ha(약 1천970만평)에 253만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나무심기는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 지고지순하신 뜻이 보람의 세월을 만들어 어언 50년동안 나무들이 곧게 자라나 명품 숲을 만들었으니 그분의 살아생전의 훌륭하신 의욕과 정성은 푸른 나무바다가 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이점과 선각자의 명분을 대변해주고 있다.
일행들은 공덕비를 빠져나와 축령산 길을 걷는다.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마음의 평화다. 그것은 산은 가꾼 만큼 그 혜택을 인간에게 돌려준다는 자연법칙으로 인해서다. 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도 축령산 일대의 힐링 길이 탄생하게 된 그 배경을 마음에 새겨본다.
고향 지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으니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축령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의 높이는 620.5m로 산행 들머리의 해발 높이가 있으므로 산이 그리 높지는 않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과 북일면 일대에 걸쳐 있는 이 산의 옛 이름은 취령산이다. 또 문수산이라고도 불러졌다. 이 산이 유명해진 것은 앞서 언급했지만 산 남서쪽 산록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으로 인해서다.
편백나무 숲이 이 산의 트레이드마크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한 축령산은 등산인이나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정부기관과 단체로부터 좋은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0년도에 산림청과 유한킴벌리(주), 생명의숲국민운동이 주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숲`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숲을 가로지르며 조성된 약 6km의 길은 건설교통부(현재 국토부)에 의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축령산 산소길 2구간은 올해 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전국에서 전망 좋은 길로도 선정돼 있다.
정상에서 머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일행은 하산을 시작한다. 산을 내려서면 이제부터 새로운 길이 열린다. 건강숲길과 하늘숲길, 산소숲길를 거쳐 숲내음길이니 총 9.1km다.
건강숲길을 지나면서 이정표를 보니 이 길만 해도 2.9km이고 다음에 나타나는 하늘숲길이 2.7km다. 완전히 등산하는 길과 트레킹코스처럼 펼쳐지는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숲에 둘러싸여 숲길을 걷는 재미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
길은 힐링길 네 코스의 길이 엇비슷하다. 때로는 직선으로, 때로는 꾸불꾸불한 길을 걸으니 마치 무릉도원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건강숲길과 하늘 숲길을 빠져 나와 나오니 산소숲길이다. 이름도 재미있게 붙여놨다.
지금까지 등산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숲 속의 힐링길을 걷는 것도 처음이다. 신록이 짙어가는 6월의 산촌 길을 마음이 편히 걷고 있다. 그렇게 해서 숲내음길까지 빠져나오면서 다시한번 불모지의 산을 명소로 가꾼 분을 생각해본다.
길을 걷다가 숲 안에서 우러나오고 있는 이은산 님의 `나무의 마음`이란 시를 새겨본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 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잇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진만 / 때리고 꺾으면 눈물흘러요”라는 시구를 마음에 담아보면 더욱더 나무사랑에 대한 애틋함이 가슴을 감싸고 돈다.
우리 일행들은 그 아름답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길을 다 걷고서 오후 4시께 하산했다.
주차장 부근에서 화림산악회가 준비해온 음식으로 1시간 정도 화합의 하산주 타임을 가졌다.
전라도의 진미인 홍어와 두부 등으로 회원들이 오늘 오른 축령산 힐링길의 정기를 받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기원했다.
오후 5시께 일정을 마치고 차에 올랐다. 귀가하는 차안에서 첫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전국 최고의 힐링길에서 마음과 육체를 정제히 하니 한껏 기분이 좋고 편안해진다.
그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산을 다녀오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등산하던 때를 기억하면서 그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해낸다. 그리고선 혼자 간직하기가 미안스럽기도 해서 평소 존경하는 분들이나 지인, 또는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은 매월 첫주 행사로 대구에 사는 고향사람들의 화람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장성 축령산에 올랐습니다. 이 길은 소문난 힐링 길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답을 보내거나 전화로 응답을 하지만 일상화된 건강하고 풋풋한 생각들은 삶에 의욕과 희망을 준다.
그래서 등산에서 잘 마무리하고서 나 혼자 가져보는 위안과 설렘,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이니 등산은 그만큼 신선한 의미로 나에게 다가서니 고맙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