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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망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4-03-28 02:01 게재일 2014-03-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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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경` 소문대로 두고두고 그리운 풍경들

▲ 남녘바다가 탁트인 거제 망산에 올라 바라본 남해의 절경, 환상처럼 묻어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은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그리울 풍경들이다.
▲ 남녘바다가 탁트인 거제 망산에 올라 바라본 남해의 절경, 환상처럼 묻어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은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그리울 풍경들이다.

산에 다녀보면 자연에서 오는 계절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산을 오르고 내릴 때 또는 산 속에서 잠시 휴식을 할 때마다 마주하는 자연의 공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할 수가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겨울의 문턱에서 언제쯤 봄이 오려나 생각했는데 벌써 3월 하순의 주말 산행이다. 이미 산과 들에서는 봄 정경에 후근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봄빛 속에서 바다의 풍경과 함께하는 등산은 즐거운 일이다. 지난번 인천 무의도가 그렇지만 그때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흐릿한 시계가 흠이었고, 통영 사량도 지리산에서는 정말 좋은 구경을 많이 했으니 이번 남해바다를 보는 망산 등산을 기대해본다.

최고의 조망·능선 자랑, 높지 않아 가족등산으로 안성맞춤

바람의 언덕 나무계단 산책로 따라 정상엔 바다경관 진풍경

이번 등산은 대구드림산악회에서 계획한 거제도 망산 등산이 좋을 것 같아 그리로 따라붙었다. 거제도에는 몇 번 등산했지만 춘삼월 호시절에 산을 타면서 바다 풍경도 마음껏 즐기는 망산 등산이 이 시기의 산행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 오전 6시에 출발한 관광버스는 시내를 돌면서 회원들을 태우고서는 구마고속도로를 올라타서는 곧장 남쪽으로 달린다. 거제행이다.

거제는 지난해 칠천도 옥녀봉을 다녀오고 난 뒤 산행기<본지 2013년 6월 21일자 13면 보도>를 올린바 있어 그때 가던 곳을 그대로 차가 가니 눈에 익숙한 질목의 풍경들이다.

필자는 거제시에 들어서는 차속에서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들을 잠시 보면서 생각해본다. 지난해 이곳을 산행 때에 지나다닌 가거대교, 혹은 거가대교로 불리는 다리, 일부 구간의 해저터널로 연결된 `꿈의 바닷길`을 건너 칠천도 등산할 때의 모습이 생생하다.

거제도에 도착해 등산 들머리인 저구리로 향한다. 해변도로에서 보는 바다는 이미 겨울바다가 아니다.

이동하는 사이 잠시 등산 일정을 살펴본다.

▲ 뒷면에는 `천하일경`이 새겨진 망산 정상 표지석.
▲ 뒷면에는 `천하일경`이 새겨진 망산 정상 표지석.

오전 10시30분 거제에 도착하면 저구리에서 등산을 시작해서 내봉산을 거쳐 망산에 올랐다가 명사해수욕장으로 내려와서는 오후 3시30분경 다시 차로 바람의 언덕으로 이동해 자유투어를 하고서는 등산일정을 끝맺도록 돼 있다.

저구리에 하차한 우리 일행들은 몸을 잠시 풀고난 뒤에 등산코스를 다시 확인하고서 서서히 출발을 한다. 한려해상공원의 최고의 조망과 능선이 아름다운 산을 오른다하니 시작부터가 기대가 크다.

거제도는 바다나 산 구경거리가 많다. 바다가 한려해상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섬 곳곳이 볼거리요, 산도 그리 높지 않아 가족 단위로 등산하기가 좋은데 거제 본섬에 있는 계룡산이나 대금산, 망산 등이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망산 등산코스는 대략 4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로는 일행들이 가는 1코스로 저구리에서 망산에 올랐다가 명사마을로 내려오면 6.7㎞로 시간적으로는 3시간 반 정도면 넉넉하다.

저구리 들머리에서 출발해 산행을 시작한다. 소나무 숲길이 편안하게 이어진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바다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맛에 사람들은 산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산행 내내 내려다보면 동서남북 사방에서 바다가 보인다.

각지미를 지나 여차동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니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직진하면 여차동 마을로 가는 길이다. 여차마을은 1980년 수영선수 조오련씨가 대한해협 횡단할 때에 출발점으로 삼았던 마을로, 대마도까지 거리가 최단거리라고 한다.

여차삼거리에서 우회전하니 한 300m정도 앞에 내봉산이 다가선다. 정상은 암릉으로 돼 있다.

정상 밑에 설치된 계단을 한 층계씩 조심스레 올라 바위로 구성된 내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내봉산 정상은 그 높이가 359m로 조망은 망산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차마을의 몽돌해변이 펼쳐지고 그 뒤편 천장산 해안의 절벽에 부딪혀 부셔지는 흰 파도의 모습이 조그맣게 펼져진다.

잠시 동안 주변 조망과 해변을 살펴보다가 바위를 타고 내려와 등산길에 선다. 여기서부터 망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1.9km이다. 편한 숲길인데 바다의 조망을 즐기면서 등산길이다.

한참 가다가 보니 천년송이 있는 호연암이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다시한번 바다를 조망하다가 산행을 이어가 해미장골동을 지나 홍포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가면 망산이다. 망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서 있는데, 이정표를 보니 500m 앞이다.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라 일행들과 섬 이야기를 하면서 쉬엄쉬엄 오른다. 망산 정상부근도 암릉으로 돼 있다. 조심스럽게 올라 망산 정상에 섰다.

▲ 여차마을의 몽돌해변과 끝부분 천장산 해안의 절벽.
▲ 여차마을의 몽돌해변과 끝부분 천장산 해안의 절벽.

정상부가 널찍한 암반이라 사방으로 조망이 빼어난 망산은 해발 397m의 작은 산으로 고려 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입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망산에 오르니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 눈에 보이는 것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섬들이다.

이름을 다 알 수 없지만 남쪽해안의 홍포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 누렁섬과 가왕도이고 그 더 뒤편에서 더 작게 보이는 섬이 어유도와 매물도, 소매물도이다.

북쪽을 보면 저구리만 뒤로 가라산, 노자산 등이 첩첩이 산줄기를 이루고 있고, 일행들이 하산할 명사마을 쪽으로 보고, 지나온 내봉산 쪽을 둘러보면서 봄의 경치를 가슴에 안는다.

망산은 2㎞ 정도 구간의 송림욕을 즐길 수 있고, 능선의 완만한 경사와 등산코스로 이어져 있어 가족단위 동반이 인기가 높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

일행들은 정상에 서서 비석에 새겨진 “천하일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눈 아래 펼쳐지는 빼어난 전망을 보는데, 천하일경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남해안의 망산 중에도 거제 망산은 최상급 조망과 아기자기한 능선을 타는 재미가 좋은 산이다.

봄볕 좋은 날, 신비의 섬이 있는 거제도 망산으로 등산 와서 온갖 좋은 풍경을 다 보고나니 편안한 마음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참 좋은 봄날의 오후다. 필자는 망산의 정상에서 나름대로 망산의 특징을 살펴보며 시심을 봄 결에 띄워 보낸다.

“망산은 고려 때/ 왜구의 잦은 침입에/ 주민들이 산에 올라/ `망을 보았다`는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앞바다의 조망이 빼어나/ `천하제일경`으로 소문이 났다. // 한번이라도/ 망산에 올라본 사람은/ 산의 부드러운 능선이나/ 한려해상공원의 신비가/ 환상처럼 묻어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안다./ 두고두고 그리울 풍경들이다”(자작시 `망산에서 바라보는`전문)

망산에 올라 천하일경을 구경하고서는 이제 하산한다. 저 앞에 보이는 명사마을 까지는 1,5km로 45분정도 소요된다. 아기자기한 산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봄기운 속에서 망산의 절경들을 보면서 길을 걷는다.

명사에 마을에 도착한 일행들은 차에 올라 마지막 코스인 `바람의 언덕`으로 이동한다. 산행은 끝이 났지만 등산 온 김에 같은 남부면에 소재한 다른 명소를 둘러보고 귀향할 계획이다.

▲ 거제의 관광명소가 된 바람의 언덕.
▲ 거제의 관광명소가 된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은 명사마을에서 산행 들머리인 인근의 저구리를 지나 14번 국도를 타고 해금강 테마박물관이 있는 갈곳리 바닷가에 세워진 건물이다.

10분정도 차를 달려 도착하니 유명한 곳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바람의 언덕`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원래 이곳은 염소를 방목하는 황무지였는데,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소로 인해 한번 뜨고 난 뒤에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었고, KBS에서 `1박 2일` 촬영지로 전파를 타면서 완전히 명소가 돼 이제는 거제도 외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풍차가 마치 이국의 풍경처럼 보이는 이곳은 회전목마, 순수의 시대 등 각종 드라마 촬영지로써 유명해진 곳인데, 최근 1박2일 거제도 편에서 소개되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도장포 작은 항구 오른편 언덕이 바람의 언덕으로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언덕에 오르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언덕 중앙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니 경관이 장관이다.

일행들은 이번 등산의 마지막 코스인 바람의 언덕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한바퀴 둘러보면서 남녘의 봄을 즐긴다. 구경을 마치고 오후 5시에 차량에 올랐다. 출발하여 10번 국도로 나오니 우리가 올랐던 망산이 저만치에 보인다.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도장포 작은 항구 오른편 언덕이 바람의 언덕으로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언덕에 오르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언덕 중앙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니 경관이 장관이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일행들은 이번 등산의 마지막 코스인 바람의 언덕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한바퀴 둘러보면서 남녘의 봄을 즐긴다. 구경을 마치고 오후 5시에 차량에 올랐다. 출발하여 10번 국도로 나오니 우리가 올랐던 망산이 저만치에 보인다.

거제를 빠져 나오는 동안 차안에서 필자는 봄이 오는 남녘땅의 아담한 산에 올라 보낸 하루 일과를 되감는 영화 필름처럼 회상해본다. 산위에 올라 남해의 절경을 보면서 편안한 마음을 다스리던 한 때, 환상처럼 묻어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은 두고두고 그리울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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