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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3-12-13 02:01 게재일 2013-12-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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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오르면 다도해 장관, `동양의 나폴리` 통영항 한눈에

▲ 통영 미륵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울창한 수림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바위굴이 있고, 다도해를 볼 수 있는 풍광 좋은 산이다.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어 사계절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 통영 미륵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울창한 수림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바위굴이 있고, 다도해를 볼 수 있는 풍광 좋은 산이다.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어 사계절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번 등산은 남해안 코스다. 지난 산행 코스로 남해안의 사천 각산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통영의 미륵산과 현금산이니 산을 오르내리며 또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상쾌한 산행을 다시 꿈꾸어본다.

특히 남해안을 지나다니며 통영지역을 많이 봐 왔지만 이 지역에 소재한 산은 처음 오른다. 알다시피 통영시는 올망졸망 섬들이 많은 아름다운 도시다.

500여개의 섬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경관이 빼어나서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불리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조사된 바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로 선정됐다고 하니 기대가 높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용화사 광장-큰고개-봉화대-당골재 2시간 반 코스

케이블카로 손쉽게 갈 수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 붐벼

오전 6시40분경에 출발한 드림산악회 차량은 통영 시내를 돌아서 10시경 산양읍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미륵산 등산 들머리 여러 개 중의 하나다.

미륵산 등산코스는 용화사 광장에서 출발하여 큰고개, 작은망을 거쳐 미륵산에 올랐다가 봉화대 쪽으로 진행하여 당골재를 경유하여 다시 용화사 광장으로 가는 코스를 이용한다. 다른 코스로는 용화사- 띠밭등- 미륵산- 미륵치- 용화사로 내려오는데 약 2시간 반이 걸리고 같은 코스에서 미륵산에 올랐다가 미래사, 샘터, 띠밭등을 타고 용화사로 내려오면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일행은 산양읍사무소 앞을 출발하여 현금산에 올랐다가 정토봉, 미륵치를 거쳐 미륵산 정상을 보고나서 띠밭등을 타고 내려와 용화사 절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이곳 미륵사코스는 어쨌든 용화사가 들머리가 되거나 종착지가 된다.

드림산악회 일행들은 장구를 챙겨 산행을 시작했다. 전체적인 코스는 대체적으로 평범한 등산길이다. 첫 고지가 현금산인데 일행 중에서 어느 분이 “전국 산에서 가장 화끈하고 좋은 산”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현금`이 통하는 현금산이기 때문이라고 하여 한 바탕 웃었다.

초입을 조금 지나서 급경사된 등산로 오르막길을 올라 반시간 가량 힘들게 오르다보니 바다가 조망되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다소 편안한 길이 이어지는데 능선 길을 조금 더 올라 이윽고 현금산에 도착했다. 출발지점인 읍사무소에서 1.9km지점이다.

현금산은 해발 높이가 339m가 되는 나지막한 산이다. 일행들은 정상에 서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자연경관을 즐긴다. 오른 쪽으로 앞으로 올라야 할 미륵산이 보이고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거기까지는 순탄한 길로 보인다.

현금산의 유래를 살펴보니 정상의 북쪽 벼랑에 폭포가 있는데, 떨어지는 폭포수가 마치 하늘에서 고운 비단을 길게 드리운 것과 같다하여 현금산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 지방의 사료 `통영지`에는 빙암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겨울철에는 폭포가 얼어 빙벽을 이룬다는 뜻의 지명이라 하니 폭포와 연관이 있는 산이다.

가까이, 멀리 보이는 풍경들을 보고 산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폭포와 물 흐르는 폭포수를 상상으로 그리며 다음 길을 재촉했다. 정상에서 내려와 밋밋한 능선 길을 따라 걷는다. 12월의 겨울이라고 하나 불어오는 바람이 차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날씨가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날씨답지 않다는 것이다.

송신탑과 석문을 지나 정토봉에 도착하여 잠시 쉬다가 다시 미륵치를 향해 행보한다. 쉬운 등산길이다. 앞에 저만치 보이는 산이 목표지점인 미륵산이다. 이곳이 해발 500m를 넘지 않고 등산길이 가파르지 않다보니 등산 초행길로서는 걷기 좋은 산이다.

미륵산 정상은 암릉으로 구성돼 있어 그까지 올라가는 지점에는 테크 계단이 만들어져있다. 일행들은 조심조심 테크를 타고 걸어 올라가 정상에 섰다. `미륵산` 정상(461m)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등산온 사람들이 차례를 지킨다.

이 산에 고찰 용화사가 있어 미륵산을 용화산이라고도 한다. 통영시에서는 미륵산을 홍보하면서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라고 자랑한다. 2002년도에 산림청이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전국 산 가운데`100대 명산`을 지정했는데 그때 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륵산의 산세나 산의 풍모보다는 산 정상에서`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워지는 통영항과 남해안에 떠 있는 다도해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이 좋은 곳이어서 선정된 것이 아닐까 하고 필자는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이 지역 사람들은 `통영 여행은 미륵산 케이블카에서 시작한다`고들 말한다. 미륵산 정상 가까이 오르는데 편하게 하기 위해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전국에 설치된 케이블카 중에서 길이가 가장 긴 1천975m로,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까지 10여분이면 도착된다.

쉬운 접근성 때문에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을 찾는 사람들은 명물이 된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이나 전망대에 올라 미항 주변의 빼어난 광경들, 한려수도 등의 경치를 보고 각자의 마음에 담는 풍경들을 통영 방문 기념으로 마음에 새긴다.

어쨌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산은 명산이다. 전국의 산을 다녀보면 좋은 산의 이름은 여러 지방에서 사용한다. 미륵산의 지명은 통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북 익산의 미륵산(430m), 강원도 원주시의 미륵산(689m), 경북 울릉에도 미륵산(905m)이 있고, 충북 진천에도 있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서 전망대에서 시가지와 함께 미항으로 소문난 통영을 한 눈에 조망하면서 또한 통영8경 중에서도 제1경인 한려수도의 멋진 풍광도 보고 주변의 풍경들을 살핀다. 그렇게 황량하지 않는 겨울바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가슴에 담는다.

▲ 전망대에서 바로보이는 정봉 중 하나, 바위의 특이한 모습.
▲ 전망대에서 바로보이는 정봉 중 하나, 바위의 특이한 모습.

미륵산 정상 가까이 있는 전망대 데크에서 일행들은 점심자리를 폈다. 식사를 하면서 옆에 있는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주고받고 처음 등산온 사람들과도 인사하면서 즐거운 한 낮을 보낸다. 전망대에 흩어져 각자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필자는 일부 등산팀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일행들은 점식식사 후 휴식을 가진 뒤에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종점인 용화사 광장까지는 1km가 되니 가까운 지점이다. 띠밭등을 지나 편백나무 숲을 거쳐서 산 중턱에 자리한 절에 도착했다. 용화사란 이름의 작고 아담한 절이다.

용화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때(632~646)에 은점화상이 초창하여 정수사라고 불렀다. 그 뒤 고려 원종 원년(1260)에 큰 비로 산사태가 나자 자리를 옮겨 짓고는 절 이름을 천택사로 고쳐 부르게 되었으며, 조선 인조 6년(1628) 화재로 폐허가 된 것을 벽담선사가 새로 중창하고 용화사로 개칭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행들이 흩어져 구경하는 사이에 필자는 사찰 전당과 경내를 살펴보면서 사리탑을 보았다. 여기에는 불사리4사자법륜탑, 효봉스님 사리탑이 있는데 설명을 들으니 불사리4사자법륜탑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일본의 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으로 진신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사찰을 둘러보고 난 뒤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단풍나무인데 12월의 겨울에 아직 단풍이 붉게 물들고 정갈한 모습으로 있는 것이 이 절을 더욱 조용하고 아담하게 꾸며주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 단풍을 보면서 이번 산행의 의미를 결산해 보며 고운 시심에 젖어본다.

“통영 미륵산에 올랐다가/ 하산 길에 용화사에 들렀다/산위에서 바라본 다도해나/ 내려오면서 밟아본/ 편백나무 숲길도 멋졌지만/ 12월에도 아직 남아 있는/ 단풍을 보니 맑은 기분이 든다/아담한 터에 자리 잡고선/ 철 늦게까지 흐트러짐 없이/ 붉은 자태 고운 모습으로/ 오가는 길손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해주는/ 용화사의 단풍나무/인생도 저 같으면 정말 좋겠다.”/(손경찬 `통영 용화사의 단풍`)

사찰 경내를 빠져나와 광장에 대기해 있는 버스에 오르니 오후 3시10분이다. 오전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했으니 시간으로 치면 5시간10분이 걸렸다. 험한 산도 아닌 곳에서 그 정도 시간을 보냈으니 마음편한 산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현금산과 미륵산에 올라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의 진풍경을 마음껏 새기고 나서 통영시장의 잠시 자투리 시간 속에서 추억을 만들었다. 오후 5시경에 산행 팀 일행들은 귀가 차량에 올라 올해 마지막 달의 첫 산행지인 미륵산 등산의 종지부를 찍는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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