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시원한 폭포수… 옥녀탕 비경에 마음을 뺏기다

손경찬 기자
등록일 2013-08-09 00:01 게재일 2013-08-09 12면
스크랩버튼
지리산 칠선계곡 트래킹<BR>탐방지원소 → 선녀탕→비선담 4.2km 칠선계곡 코스 <BR>녹음 우거진 진초록 숲·계곡 물줄기 빼어난 경관 자랑

알다시피 지리산은 남한의 육지에 자리한 산으로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그 높이가 1천915m에 이르고 그 주위로 1천800m가 넘는 제석봉, 중봉 등이 있고, 일대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폭포가 7개나 되고 33개의 소를 안고 있으니 가히 명산으로서 위용을 내세울만하다. 또한 지리산에 관한 등산 안내를 위해 별도의 책이 나올 만큼 등산코스나 명소들이 많다. 이번 필자가 간 칠선계곡 코스는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이 경계하고 있는 지리산 등산로 15개 등산코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또한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를 통해서도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도 있는데, 주능선코스, 화엄사계곡코스, 피아골 코스 등 등산로가 많다. 그런 코스 가운데 많은 등산객들은 함양쪽 추성리에서 비선담을 거쳐 마폭포,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코스를 즐겨 찾는다.

▲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계곡, 자주 본 고향마을의 풍경이기도하고, 또 자세히 보면 아직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마치 선인들이 사는 계곡 같게 느껴지는 곳, 여름 피서지의 으뜸이라 칭하는 칠선계곡은 정말 일곱 선녀들이 산 것 같은 신비감이 우러난다.
▲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계곡, 자주 본 고향마을의 풍경이기도하고, 또 자세히 보면 아직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마치 선인들이 사는 계곡 같게 느껴지는 곳, 여름 피서지의 으뜸이라 칭하는 칠선계곡은 정말 일곱 선녀들이 산 것 같은 신비감이 우러난다.

요즘 여름등산은 달라진 것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는 일이고, 또 하나는 등산에 대한 더 깊은 애정이다. 기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주말에 비가 오느냐? 비가 오더라도 많은 양이냐 아니냐를 판단하여 등산 여부를 가리는 일이다. 또 하나는 지난해 주말부터 계속하고 있는 등산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다.

그래서 행여 산에 관해 관심이 많거나 나와 같은 등산 초보자들에게 등산 정보를 전함으로써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다보니 여름철에는 자연히 기상예보에 신경을 쓰게 마련인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장마철이라 해도 남부지방은 주말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빠짐없이 주말마다 등산을 할 수가 있었다.

여름등산 특히, 장마철 등산은 유의할 점이 많다. 습한 날씨라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등산마저 하니 오죽하랴. 그렇지만 일기예보에 맞추어 비가 내리지 않는 주말에는 가까운 산이나 계곡, 바다 근교의 힘들지 않는 등산은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게 하고 더불어 마음도 풍요롭게 하니 일석이조다.

이번 등산은 남부지방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지리산 계곡으로 선정했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으로 전문 등산인이나 아마추어 등산인 가리지 않고 누구나 선호하는 코스다. 다만 1998년 7월에 지리산에 내린 폭우 피해로 인하여 개방이 중단되었다가 재개하여 일부 구간만 개방하고 있다.

특히 탐방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추성리에서 비선담 구간은 2011년 8월 태풍 `무이파`호의 영향으로 낙석 등으로 폐쇄되었다가 1년간의 복구작업을 끝내고 지난해 7월말부터 다시 재개한 구간으로 위험지역 구간은 안전한 시설물로 대체되었다.

이번 등산일정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 있는 탐방지원소에서 선녀탕, 옥녀탕을 거쳐 출입이 허용되는 비선담까지 4.2km를 왕복하는 칠선계곡 코스로 정했다.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로 친다. 전국에서 유명한 계곡이 많지만 높은 곳에 자리한 명산으로 치면 이 세곳이 단연 유명한데, 칠선계곡은 영남권에서 있어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이곳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지만 지리산이 워낙 유명한 산이다 보니 전국에서도 선호하는 곳이다.

이번 코스는 일반등산객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비선담까지인데, 그 위로 가려면 별도로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지리산 칠선계곡을 통해 천황봉에 오르는 등산로는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일부 구간이 폐쇄되고 있어 제한이 따른다.

이 구간을 통해 비선담에서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마폭포를 거쳐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오르려면 복권에 당첨돼야 한다. 그 복권은 등산허가를 말하는데 1년에 4개월(5월, 6월, 9월, 10월), 그것도 일주일에 2일만 인터넷예약자 60명에 한해서만 등산이 허락되고 있다. 인터넷예약은 해당되는 달의 등산 15일전 아침 10시에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예약되기가 복권당첨처럼 별따기다.

인터넷예약이 끝난 사람은 월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인솔자와 함께 오를 수 있고, 내려오는 하산은 화요일과 금요일에 가능한데, 일단 천황봉에 오른 후 대피소에서 자고 다음날 내려오도록 되어있으니 가고 싶다고 하여 갈 수 있는 곳이 천왕봉이다.

그만큼 칠선계곡을 통해 조망해보는 경관이 빼어남을 알 수 있다.

추성리 주차장에서 선녀탕을 향해 걸어서 오른다. 초입에서 간단히 안내를 받고 줄지어 본격적인 등산을 한다. 걸어가면서 하마나 계곡이 나오나 봤지만 3.4km지점까지는 지루한 사면길이다. 계곡 입구의 용소를 지나 두지마을과 출렁다리를 건너 선녀탕 입구로 오른다.

울창한 잡목 숲을 따라 걷는데 험한 산길이 계속된다. 장맛비는 내리진 않지만 습기가 있어 그런지 후덥지근한 날씨다. 그러나 일행들은 더위를 잘 견디면서 무사히 첫 도착지에 올랐다. 시계를 보니 정각 12시였는데, 추성리에서는 50분 남짓 걸린 시간이다.

▲ 전설이 있는 선녀탕에 도착한 등산객들.
▲ 전설이 있는 선녀탕에 도착한 등산객들.

칠선계곡에 있는 선녀탕에는 전설이 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아니라 일곱 선녀와 곰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선녀탕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들이 목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주변에 살던 곰이 선녀들의 옷을 훔쳐 바위 틈 나뭇가지에 숨겨 놓는다는 것을 잘못하여 사향노루의 뿔에 걸쳐 놓아 버렸다. 선녀들이 옷이 없어진 것을 알자 옷을 찾아 사방을 살피는데, 이를 본 사향노루가 자기 뿔에 걸려있는 옷을 선녀들에게 바쳤다는 것이다. 이에 선녀들은 옷을 입고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 갈 수 있게 되었고, 그 후 칠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에서 계속 살게 해 주고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았다”하는 전설이다.

일행들은 녹음이 짙은 나무와 흘러내린 계곡의 물로 시원하게 느껴지는 선녀탕의 널찍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서 점심식사 겸 휴식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일찍 마친 일행들은 계곡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선녀탕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필자도 일찍 식사를 끝내고서 맑은 물에 손을 담그고서 일행들과 함께 이름난 칠선계곡의 풍경을 담아본다. 잠깐의 휴식이지만 오늘은 정봉에 오르지 않고 중간계곡까지 갔다고 오는 길이라 여유도 있다.

다시 일행은 옥녀탕으로 향한다. 계곡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바로 옥녀탕이 나타난다. 선녀탕에서는 100m 정도 올라온 것 같고,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이정의 마지막 탐방지인 비선담까지도 불과 0.4km거리다. 녹음이 우거진 진초록이 따라와 물빛 속에 숨었고, 계곡의 숲이 마치 터널을 이룬 멋진 경관이다.

칠선계곡의 옥녀탕도 선녀탕과 마찬가지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폭포에서 떨어져 저 밑으로 흘러내려가면서 암반에 부딪쳐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얀 포말로 갈라지는 모습이 선명하다. 짧게 만나는 순간이지만 이처럼 자연은 끝이 없이 이어져 영원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카메라에 풍경을 담다말고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느낌을 글로 적어본다.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시원하게 무더위를 씻어주며

달려가는 물은 자연의 소리다.

저 아래에서 잔물결이 일어난다.

물결은 한 없이 너울거리며

아랫길의 선녀탕으로 향한다.

돌멩이 사잇길을 지나고

암반 길을 빠져나가면서

멋스럽게 물보라를 일으킨다.

하얀 포말로 갈라지는 물줄기는

영원을 향해 달음질치는

자연의 소리다. 옥녀탕의 비경이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그저 옥녀탕에서 자연의 소리를 내면서 저 아래 선녀탕으로 향해 흐르는 물줄기지만, 그 소리에 점점 묻히다보면 마침내 이 순간의 혼잡을 모두 잊고 영원의 저편으로 가는 것 같은 무상무념의 황홀감을 느끼게 해준다. 좋은 환경에서 뜻하지 않게 한편을 건졌으니 제목을 `옥녀탕의 비경`이라 해두어야 할 것 같다.의 마음에 품고 하산을 했다.

장마철로 멀리 가지 못하는 현실적인 등산 일정에서, 또는 자연휴식년제로 명산 지리산의 정상을 올라가지 못할 못할 입장이라면, 여름철에는 힘들이지 않고 함양 추성리에서 비선담까지 계곡의 비경을 체험하여 선녀탕과 옥녀탕을 둘러보면서 여름의 청량감을 가슴에 담는 칠선계곡 트래킹 코스를 적극 추천한다.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