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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숲 속 황톳길 맨발로 걸어볼까

손경찬 기자
등록일 2013-08-16 00:34 게재일 2013-08-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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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계족산 황톳길 트레킹
▲ 계족산 정상에서 보는 대청호의 모습.
▲ 계족산 정상에서 보는 대청호의 모습.

계족산은 대전의 동쪽지역인 대덕구 읍내동·장동에 걸쳐 있는 해발 424m의 산으로 대전 8경에 꼽힐 만큼 아름다운 산이다. 계족산은 산줄기가 마치 닭발 모양으로 퍼져 나갔다 하여 옛적부터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지명 유래와 관련해 자세히 소개하면,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동국여지지`에서 예로부터 가뭄이 심할 때 이 산이 울면 비가 온다고 전해 비수리·백달산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산의 생김새가 봉황과 같다고 해 봉황산이라 했다고도 하는데, 계족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의 이름이 봉황정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계족산과 산성은 주택가 옆에 솟아 있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에서 대전시민들이 쉽게 찾는 휴식공간이며, 마음만 먹으면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다가설 수 있는 휴식처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시야가 확 틔워져 있고 가까이 보이는 대청호의 모습은 여름에도 시원한 감을 가져다준다.나무그늘 매미소리 청량감, 걷는 재미 쏠쏠

계족산성 정상서 바라본 대청호 풍광 황홀

올해는 무던히도 비가 많이 왔다. 장마전선이 남부와 제주도 해상에 머물던 때와는 다르게 중부지방에 오래 머무른 까닭에 경기, 강원지방에 피해도 많이 줬다. 그러나 주말에는 비교적 비가 내리지 않아 한 여름철에도 등산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한여름의 절정기인 7월말과 8월 초순을 벗어나다보니 곧 있어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도 불어올 것이고, 보름 정도만 지나면 짜증났던 무더위도 꺾일 것이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직도 날씨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다보니 주말을 이용해 가벼운 여행도 생각할 것이다.

주말마다 매번 등산을 가는 필자에게도 휴가는 필요하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인생의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고, 가깝거나 소원해진 인간관계를 정리해보는 좋은 시간 갖기다. 그래서 휴가 이야기라도 꺼내다보면 어떤 사람은 나더러 “매주 여행인데 무슨 휴가가 필요하냐” 고반문하기도 한다.

주말마다 복잡한 일상의 도시 탈출을 꿈꾸는 일은 때로는 가슴을 뛰게 한다.

지난달에는 출장차 일본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와서는 울릉도 공연 등 밀린 일이 많았다. 그 사이에 등산회 팀이 아닌 일반인들과 등산도 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중견 언론인께서 토요일 등산을 제의해와 함께 다녀왔다.

본래는 일요일에 다른 산악회와 함께 등산하기로 돼있었지만, 앞당겨 하는 것도 좋을 성 싶어 약속하고 따라나섰다. 합류하고 보니 영남일보의 CEO영남아카데미 회원들이었고, 행선지가 대전의 힐링 코스 계족산이었다.

계족산 일대에는 총길이 39km의 임도가 개설돼 있고, 그 중 일부 코스를 등산로로 사용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 계족산은 힐링 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본래 계족산의 둘레길이 흙과 돌맹이 투성이로 험한 길이었는데, 2006년에 지역의 한 독지가가 사재 20억원을 털어 산 둘레에 황톳길을 만든 후에 장동산림욕장과 함께 대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다.

늘 그러하듯이 등산 일정의 출발지는 일행들이 타고 간 버스가 접근하기 좋은 주차장 부근이다. 주차장에 내려서 간단히 몸을 풀고서는 인근의 공원관리사무소를 출발지로 한다. 거기서 대체적인 등산 안내 등에 관해 설명을 받는다.

이번 등산은 계족산성을 택하는 코스로 정상의 해발이 400m 남짓해 초보자라 해도 정상에 등정하는 데는 큰 힘듦이 없다. 그리고 초입의 일정 구간이 잘 다듬어져 있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황톳길이 함께 있어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등산화를 착용하지 않고 맨발로 걷는 등산 일정도 처음인 것이어서 마음이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일행은 초입 길을 따라 등산로를 걷는다. 일반적으로 산에 오르는 등산이 아니라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곧장 물놀이장에 도착해서는 각자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코스에는 일반 길과 황톳길 두 가지가 있는데, 여기가 황톳 힐링 길이니 필자는 황톳길을 따라 걷는데,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정상을 향해 걷다보면 대전광역시가 길가에 세운 `맨발걷기의 효능`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황톳길 맨발걷기가 발에 자극을 줘 신체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소화기능을 개선해준다는 설명이 있다.

그 말에는 수긍이 가지만 그 효능에 들어가 있는 `치매 예방`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요즘 생활병에서 노인들의 치매가 많다보니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해본다.

임도로 이어지는 삼거리까지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가자니 등산을 하는지, 보도를 걷는지조차 분간이 안 되지만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매미소리를 청량감 삼아 걷는 재미도 있다.

잠시간 걸으면서 두발로 느끼는 힐링을 체험했다. 일행은 임도삼거리에 도착하여 인근에 만들어진 발 씻는 시설에서 잠시 쉬면서 정리한 다음 등산화를 다시 신고서 절고개를 향한다.

등산을 하다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때로는 급경사 또는 암반지대를 만나면 힘들 때도 많건마는 이 구간은 대체로 편안한 길이다. 가는 길이 숲이 울창하고 떨어져 있는 낙엽들이 엉켜 서걱이는 편안한 산길이 계속된다. 마치 교외로 소풍 나온 기분이 든다.

임도삼거리에서 절고개까지는 1.4km의 거리로 무난한 편이다. 절고개가 나타났다. 절고개라는 유래는 인근의 응봉산 중턱에 자리 잡은 비래암이라는 절로 인해 붙여졌다고 하는데, 이곳사람들은 비래암고개 또는 용자암고개라고 부르고 있다. 이 부근에선 큰 고개로 휴일이면 이곳을 찾 등산객이 이 고개를 이용해 계족산성에 이른다.

▲ 계족산성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
▲ 계족산성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

드디어 계족산성에 도착했다. 성벽 높이가 높고 잘 보존돼 있어 자세히 살펴봤다. 이곳이 높은 산도 아니고 해발 423m가 되는 산성의 정상이다 보니 오르는데 힘들지 않았는지 함께온 일행들이 사방으로 펼쳐진 자연을 만끽하면서 좋은 시간을 갖는다.

그 높이가 7m 정도, 둘레는 약 1.2km가 되는 석축산성이다. 이 산성은 백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8~99년 발굴을 통해 신라에서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관리가 잘 된 까닭은 개축과 증축을 거듭하며 조선시대까지 산성으로 사용됐고, 그 후에는 행정관서에서 역사적 유물로 보존해 정비를 맡아왔던 것이어서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필자는 산성 위에 도착해 일행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고는 봉수대 터가 있는 곳을 둘러봤다. 봉수란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변방의 긴급한 군사정보를 중앙에 전달하는 군사통신제도이다.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봉수제가 군사적 목적으로 시행된 것은 삼국시대이나, 그 제도가 확립된 시기는 고려시대로 확인된다. 이곳 계족산 봉수는 경상도 방면에서 도착한 긴급한 소식을 청주와 충주로 연결해 서울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 요충지였다.

계족산 봉수대는 남문 내 능선 정상부에 있었으며, 길이는 11m, 최대너비 22.8m의 규모로 평면 사다리꼴을 만들고 봉수시설을 설치했으며, 중앙부는 길이 12m, 너비 9.8m의 내무 석축을 쌓아 연료창고 및 봉수꾼들이 묵을 건물을 배치했다.

▲ 총 길이가 1.2km인 계족산성의 석축 모습.
▲ 총 길이가 1.2km인 계족산성의 석축 모습.

봉수대를 보고서 멀리 산들과 대청호를 바라보면서 자연 풍경들을 마음에 담는다. 정상은 산성으로 둘러싸여있고, 그 가운데 넓은 잔디공원이 조성돼 있어 시야가 확 틔어 마음마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산성 위에서 보는 자연의 풍경은 산뜻하다. 한 여름철이긴 하지만 땀 흘려 정상에 오른 다음,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날려 보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마치 평소에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교외에 가볍게 산책 나온 느낌이다.

산성 위 넓게 펼쳐진 초원에는 군데군데 야생화들이 피어나 자연의 햇볕과 바람과 함께 있다.

바람이 불적마다 한들거리는 잎들은 들려오는 매미소리와 더불어 숲속의 작은 음악회를 연주하는 것 같은 미묘한 풍경을 자아내는데, 정말 한 폭의 자연의 아름다움이 깃든 그림이다.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이라고 정상에 오르느라 땀을 흠뻑 흘린 이후에 시야가 확 트인 정상 위에 앉아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노라면 상쾌한 기분을 이루다 표현할 수가 없다.

잠시 쉬면서 함께 온 사람들과 자연을 소재로 한 대화라도 해보라. 왜 등산인들이 여름 등산을 즐기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행이나 휴가나 등산이나 할 것 없이 복잡한 도심을 떠나서 자연과 만나는 여정은 누구에게나 마음에 여유를 줘서 좋다. 뜻하지 않게 영남일보 손인락 사장의 초청을 받아 이뤄진 이번 계족산행은 또 하나의 좋은 추억거리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걷고 싶은 길 12선` 가운데 하나다. 자연이 주는 풍광은 더할 나위가 없고, 게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 탐방에 나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 지나온 길에서 필자는 다시 먼 후일의 산길을 떠올릴 것이다.

아카데미 회원 일행들과는 처음 맞는 동행길이었지만, `숲 속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보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계족산성을 넘나드는 길 위에 찍어놓은 맨발의 발자국은 마음의 흔적으로 그곳에 남을 것이다. 그들이 지역사회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의지가 있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고 보면, 한 여름 산성위에서 자연의 바람을 안던 날을 오래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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