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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신비롭고 웅장한 기암괴석, 황홀한 폭포를 품다

손경찬 기자
등록일 2013-05-31 00:32 게재일 2013-05-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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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 쓴 조선조 이중환 `빼어난 장관` 극찬<bR>크고 작은 봉우리들 마치 병풍 친 듯한 모습<Br>푸르고 싱그러운 솔향기가 등산객 마음 홀려
▲ 주왕산 대전사 뒤편에 우뚝 솟아나있는 흰 바위 봉우리는 사이좋은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주왕산을 대표하는 기암이다.
▲ 주왕산 대전사 뒤편에 우뚝 솟아나있는 흰 바위 봉우리는 사이좋은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주왕산을 대표하는 기암이다.

경북 청송과 영덕에 걸쳐 있는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힌다. 주왕이란 특이한 명칭은 중국 당나라 때 주왕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주왕산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어 석병산(石屛山) 또는 주방산(周房山)이라고도 불리어지며, 주왕의 전설이 산봉우리, 암굴마다 얽혀 있다.

주왕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주왕인 주도는 스스로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고 칭한 뒤 당나라의 도읍지 장안으로 쳐들어갔다가 대패하여 쫓겨 다니던 중 마지막 숨어든 곳이 신라 땅 주왕산이다. 당나라로부터 섬멸을 요청받은 신라에서는 장군과 군대를 보내어 주왕을 공격했는데, 주왕은 주왕산에 솟은 기암들을 노적가리처럼 위장하여 적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주왕산에는 주왕이 군사들을 숨겨두었다는 무장굴과 주왕의 군사들이 군사 훈련을 했다는 연화굴 등이 있어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왕산의 경치는 기이하게 형성된 암반과 함께 그 위를 흐르는 폭포수 등이 빼어난 장관을 이루고 있어 택리지를 쓴 조선조 학자 이중환은 `골이 모두 돌로 이루어져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며, 샘과 폭포도 지극히 아름답다`는 말로 극찬하고 있다.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마다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으니 풍광은 옛 그대로이다.

주왕산을 찾는 교통편은 쉽다. 전국 어디서든 청송읍으로 와서 시내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주차장으로 와도 되고,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주왕산 입구 주차장으로 와도 된다. 주왕산 탐방이나 등산은 어려운 코스가 없고, 탐방로마다 안내표지가 잘 설치되어 있어 산행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등산인 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이곳을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주왕산의 대략적인 탐방 코스는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가 국립공원입구 매표소에서 대전사- 급수대- 학소대- 제1폭포- 제2폭포- 제3폭포를 보고는 다시 돌아오는 기본 코스다. 편도 거리는 3.4km에 소요시간은 90분 정도 걸리며, 갔다가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면 3시간가량 소요된다. 특히 대전사(大典寺)에서 제3폭포에 이르는 4km의 계곡은 주왕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주왕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기본코스다.

두 번째는 초입 부분의 대전사를 보고 왼쪽으로 가는 길인데, 백련암을 거쳐 장군봉(686.8m)에 오르고 금은광이 삼거리를 지나 폭포 세 군데를 거치고서는 출발지인 대전사로 돌아오는 코스로 종주거리 8.9km에 5시간이 소요된다.

대전사~3폭포 제일 인기코스

세 번째 코스는 대전사를 지나 우회전하여 주왕산(720.6m)에 올랐다가 칼등고개와 후리메기 삼거리를 거쳐 다시 제3폭포 쪽으로 갔다가 2폭포 쪽으로 거치고 1폭포로 내려와 대전사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거리와 시간은 두 번째 코스와 거의 비슷하다. 앞에서 설명했듯 주왕산 코스는 폭포를 보는 것이 포함돼 있으니 그만큼 폭포 구경이 압권이라는 뜻이다.

전문 산악인들이야 힘든 코스와 힘이 덜 드는 코스에서 힘의 안배를 하여 무리 없도록 조절하지만 필자와 같이 아마추어 등산 마니아들은 당일 코스 가운데 힘든 지역을 먼저 등정하고 나서 나중에 코스를 택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오늘의 등산은 대전사- 주왕산(720.6m)- 후리메기 삼거리를 거쳐 폭포 세 군데를 보고서 출발지인 대전사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초입에 들어서면 산위로 주왕암이 바로 보이고 그 아래에 터 잡고 있는 고찰이 대전사이다. 이 절은 672년(신라 문무왕 12) 의상(義湘)이 세웠다는 설과 919년(고려 태조 2) 눌옹(訥翁)이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주왕내기(周王內記)`에 의하면, 절은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大典道君)의 이름을 따서 대전사라 하였다는 것인데, 절 이름은 나옹화상 혜근(惠勤)이 붙였다고 한다.

대전사 뒤편에 우뚝 솟아나있는 흰 바위 봉우리는 사이좋은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 봉우리가 주왕산 산세의 특이함을 대표하는 기암이다. 일행들은 잠시 기암을 보고서 대전사 경내는 돌아올 때에 자세히 보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탐방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인 폭포 쪽으로 가지 않고 바로 오른 쪽으로 택하여 주왕산 등정에 나섰다. 이 산은 산이 깊고 지질이 좋아 다양한 동·식물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송이버섯이 많이 나고 지역에서 `수달래`라 부르는 산철쭉으로 유명하다.

5월의 등산이라 산에는 온통 초록을 뒤집어 쓴 듯 녹음으로 가득하고, 새소리도 들리니 봄철의 등산은 마음을 현란하게 만든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땀에 베인 얼굴을 씻어 내리게 한다. 산길이 계속 이어지는 사이 시선을 돌려 이쪽저쪽의 기암괴석을 보면서 걷다보니 어렵지 않게 주왕산 정봉 입구까지 왔고, 정상 턱 밑에서 숨을 고른 일행은 마침내 정봉에 섰다.

주왕산은 해발 722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 주위로 태행산(933m)·대둔산(875m)·왕거암(907m) 등 해발 600m가 넘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둘러서 있어 마치 산들로 병풍을 친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주왕산 일대는 예부터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 이처럼 암석이 많기에 그 모양도 특이한데, 아들바위·시루봉·학소대 등 생김새를 따라 이름 붙인 봉우리도 많다.

▲ 골짜기 돌 위로 쏟아지는 폭포가 마음과 눈을 시원하게 한다.
▲ 골짜기 돌 위로 쏟아지는 폭포가 마음과 눈을 시원하게 한다.

대부분 등산로 평판 걷기 좋아

정상에서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을 조망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일행들은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 촬영을 한 뒤에 다음 행선지인 3폭포 쪽으로 가기 위해 바로 하산 길에 나섰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일부 구간이 암반으로 되어 있으나 평탄한 길이다. 칼등바위와 후리메기 삼거리를 지난다.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들면 가메봉 가는 길이다. 전문 등산인들은 주왕산 정상에 올랐다가 곧장 가메봉으로 오르는데, 이 코스는 가장 험난한 코스이긴 하나 그만큼 전개되는 경관이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소나무로 빼곡히 둘러싸인 주왕산 기슭을 내려오면서 푸르고 싱그러운 솔향기와 마음이 취한다. 산새 울음도 정겨움을 더하는데, 어느 사이에 제3폭포에 도착했다. 2단 폭포를 이루고 있는 제3폭포는 이곳의 명물 폭포 중에서 최대의 크기와 웅장함을 맛볼 수 있다. 다만 폭포에 직접 닿을 수는 없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 테크 위에서 관망하여야 한다.

제3폭포를 본 후에 다시 내려와 제2폭포 앞에 섰다. 여기는 접근이 가능하여 폭포에서 흘러내려 자연이 만들어 내는 물을 직접 손을 담글 수 있다. 산행에서 흘린 땀을 말끔히 씻는 기분은 시원함마저 가져다준다. 그 상쾌해진 마음으로 제1폭포에 다다랐다.

폭포 세 곳을 다 보고나니 이번 등산에서 맑아진 마음이 더 한층 진하게 배어나는 것 같다. 택리지의 이중환 선생이 `모두 돌로써 골짜기 동네를 이루니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는 산`이 주왕산이라 했거늘, 여기에 폭포수마저 곁들이니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으뜸이 바로 청송의 주왕산인 셈이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하산 길에서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 주왕의 전설이 있는 주왕암과 주왕굴을 둘러보았다. 이역만리 신라 땅 주왕산으로 쫓겨 와 일생을 마친 주왕에 관한 이야기, 주왕굴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 물로 세수를 하던 주왕이 화살과 철퇴에 맞았을 때 주왕이 흘린 피가 산을 따라 흐르면서 이 산기슭에 수진달래가 아름답게 피어났다고 한다.

오늘따라 그 전설의 수달래 축제가 주왕산 일대에서 열리고 있으니 행여 주왕의 한스런 마음이 달래질까 마는 봄빛이 가득한 속에서 꽃향기에 듬뿍 취해본다. 기암괴석의 바위 형상을 보고 상쾌한 폭포수가 절경인 주왕산 등산은 또 하나 생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니 주말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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