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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오봉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3-10-04 02:01 게재일 2013-10-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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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에서 5봉 사이 능선길 수놓은 기암… 황홀경에 빠지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5개의 기암봉이 절묘하게 이어져 있는 오봉산은 전문 산행이 아닌 답사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산 능선 곳곳 아기자기한 암릉과 울창한 수림이 우거진 계곡,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소양댐의 멋들어진 경관은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가을등산이라 하여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계절의 맛이 다르다 보니 여유를 갖고 자연을 둘러볼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무엇보다 열정의 한고비를 지나 이제는 결실로 치닫는 계절의 순리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늘 해왔던 대로 여정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기분인데, 이번 일요등산은 호반 도시인 강원도 춘천의 소양호 부근에 자리한 오봉산이라고 하니 전날부터 마음이 들뜬다. 일요일 아침에 일행을 태운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시내를 곧장 빠져나와 등산의 들머리인 배후령 고갯길로 달렸다.

배후령에서 정상 → 청평사 → 소양댐 선착장 코스, 3시간 소요

산에서 호수 내려다 보며 걷는 기분 최고… 천년 고찰 `청평사` 볼거리

추석을 지나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날씨다. 필자가 거주하는 영남의 남쪽지방이야 아직도 한낮에는 햇볕의 따가움이 남아 있지만, 강원도지방에는 벌써 섭씨 10도로 뚝 떨어지고 첫 서리도 내렸다고 하니 가을 맛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서려는가 보다.

이젠 추분도 지났고 보면 시기적으로 가을에 접어들었다. 인간에게 계절의 변화는 많은 영향을 주게 마련인데, 한 계절이 가고 오는 변화 속에서 그 묘미를 우리가 생활 전반에서 느낄 수 있지만 등산을 하면서 필자가 감지하는 자연의 변화는 더욱 확연하다.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듯 보이지만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다.

그동안 등산을 하면서 전신으로 체험한 자연의 모습에서 전해오는 계절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었으니 이 또한 즐거움이었다. 봄에 오르는 산은 삼라만상이 깨어나는 천지의 기운을 받으니 좋은 것이요,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산은 산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힘듦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 것을 이겨내고 목표지점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을 준다. 그래서 한 여름의 등산을 꾸준히 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배운 게 많다.

강원도 춘천 오봉산 등산은 몇 개의 코스가 있다. 산악회에서는 배후령에서 시작하여 오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청평사를 들러본 후에 선착장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한다. 등산 거리는 7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또 다른 코스는 배후령에서 시작하여 안부를 거쳐 바로 청평사로 내려가기도 한다.

일반관광객들은 배후령을 이용하지 않고 바로 소양댐 선착장에서 청평사 선착장까지 배를 이용하고 거기서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오기도 하는데 소양댐이 생기고부터는 춘천을 찾아오는 타지역 사람들은 거리도 가깝고 해서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1일 관광을 즐기기도 한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10시반경에 배후령에 도착했다. 길가에 세워진 표지판을 보니 `여기는 배후령 정상입니다. 해발 600m`라 적혀 있다. 다른 등산에서 해발 600m이면 산의 정상과 맞먹는데 여기서는 등산 출발지인 들머리다. 오봉산 정상이 해발 779m이니 정상까지는 네 개의 봉오리를 거친 다음 5봉에 올라야 하지만 해발거리로 따지면 179m 정도다.

▲ 5개의 기암봉이 절묘하게 이어져 있는 오봉산은 전문 산행이 아닌 답사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산 능선 곳곳 아기자기한 암릉과 울창한 수림이 우거진 계곡,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소양댐의 멋들어진 경관은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간단히 몸을 풀고 나서 등산로를 따라 나선다. 조금 가파르기는 하나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순로 코스나 길이 나 있다. 조금 가다 보니 길가에 오색찬란한 리본 잔치가 열리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전국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형형색색의 산악회 표지다. 이 장면을 보면서 질서정연하게 걸려있는 내용물들이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르는 길은 암반도 더러 있지만 평길로 이어져 편안한 흙길이 계속된다. 제1봉으로 향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강원도 산을 산행한다는 생각에서인지 나무와 산세에서 순박함이 느껴진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산과 풍경을 마음에 담아본다.

오봉산의 옛 이름은 경운산이다. 등산객에게 알려지면서 다섯 봉우리, 즉 제1봉(715m, 나한봉), 2봉(685m, 관음봉), 3봉(725m, 문수봉), 4봉(740m, 보현봉)과 5봉((779m, 비로봉)으로 편히 불려지면서 오봉산이 되었다. 그 후 소양댐이 들어서고 난 뒤에 잘 알려진 산이다. 지금은 기차와 배를 타고 가는 철도 산행지,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산행지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

제1봉과 2봉을 지나 청솔바위에 올랐다가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3봉, 4봉도 오봉 정상에 오르면 잘 보이고 또한 풍경이 비슷하여 그냥 능선으로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오봉산의 1봉에서 5봉 사이 능선 길을 수놓고 있는 기암들은 갖가지 모양으로 인해 보면 볼수록 황홀경에 빠질만큼 매혹적이고 멋진 풍경들이다.

이것들은 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인 것을 산행을 통해 체득하는 것도 필자에게는 유익한 산 지식이 되고 공부가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제4봉을 지나면서 보니 암반에 마치 정원사가 잘 가꾸어놓은 것처럼 소나무 한그루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

이제 오봉 정상을 향하는 등산로가 암반이어서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등 주의를 요한다. 일행들은 서로 경각심을 주면서 조심조심 정상을 향해 오른다. 드디어 오봉산 정상(779m)에 올랐다. 여기서 일행들은 쉬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기념사진 촬영도 한다. 멀리 보이는 소양댐의 수면이 그리움처럼 떠 있으면서 손짓하는듯하다.

▲ 전국 산악회를 알리는 리본이 촘촘히 걸려있는 모습.
▲ 오봉산 정상 표지석 .

산상에서 식사시간과 휴식을 가진 후에 일행은 다시 다름 목적지인 청평사 쪽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암반을 타고 내려 오다보니 바위 사위로 틈이 난 암반이 있는데 별도 등산길이 없으나 그 사이를 지나야하는데, 이름하여 구멍바위다.

청평사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두 갈래 길이다. 완경사 길은 1.6km이고, 급경사지는 100m 정도 짧은데, 등산인들은 급경사지를 따라 내려간다. 암반을 따라 하산하면서 군데군데 위험한 구간에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면서 스릴이 만점이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추락위험도 도사리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녀야하는 길이다.

하산 길에 있는 칼바위를 보고 기슭까지 내려와 평길을 걷노라면 길가에 높이가 3m조금 넘는 3층 석탑이 있다. 현재의 포장길이 생기기 전 청평사를 오가던 옛길에 만들어진 이 탑에는 당나라 공주의 사연을 새겨들었다. 중국 당나라 때 태종은 그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을 죽이자 청년은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서 살았다 한다.

▲ 전국 산악회를 알리는 리본이 촘촘히 걸려있는 모습.

공주가 고려 땅에 와서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공주탕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스님의 옷인 가사를 만들어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이 떨어져 나갔는데, 그 소식을 들은 황제가 청평사에 3층 석탑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일명 `공주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일설에서는 중국 원나라 때 순제의 딸인 공주라고도 한다. 어째든 청평사에는 공주의 이야기가 얽힌 것이 많은데, 상사뱀이 윤회를 벗어난 곳이 청평사의 대문격인 회전문이고, 공주탕 등이다.

또한 청평사 인근에는 고려 때 자연의 입지를 살려 잘 만들어놓은 직사각형의 고려정원이 있다. 고려조 문벌 귀족인 이자현이 이곳에서 은거하면서 자연경관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물길을 끌어들여서 정원 안에 영지를 만들었다. 영지는 연못에 오봉산 부용봉에 있던 견성암이 연못에 비친다고 하여 영지로도 불리어지고 있다. 고려정원을 보고서 옛사람들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뛰어남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평길을 걸어 내려와서 이윽고 청평사에 닿았다.

천년이 넘은 고찰인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한 당시에는 백암선원으로 불리어졌으나, 조선 명종때 보우선사가 중건하여 청평사로 개칭하였다. 그 후 6 ·25전쟁으로 일부 사찰이 소실됐으나 1970년대에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소양댐이 만들어지면서 유명해진 사찰이다. 소위 `섬 속의 절`로 지금도 전국 관광객들과 등산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서 오봉산의 산행 일정은 끝이 났다. 새벽부터 바쁘게 준비했던 걸음도 강원도 첩첩산중에 들어와 좋은 경관을 보면서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을 가졌다. 힘은 들지만 매양 끝내놓고 보면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가진다. 옆에 있는 일행에게 “오늘 산행이 어떻느냐”고 물으니 “강원도 소양강 인근 산은 처음 와보는데, 산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걷는 기분이 좋다”며 흡족해한다.

일행들과 함께 어울려 청평사 선착장으로 향했다. 등산복으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장면도 낭만적이다. 소양댐 선착장에 도착하여 소양댐의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등산을 시작하여 하산을 마무리하였으니 일정대로 일과는 모두 끝이 났다.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귀가 길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의자에 편히 기대어 소양댐 내리막길을 굽이굽이 지나, 춘천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소양강을 보면서 귀가 길에서 잠시 상념에 잠긴다. 여름을 가까스로 보내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떠나온 첫 산행지로서 춘천의 오봉산 코스는 좋은 선택이었고 정말 멋졌다.

▲ 오봉산 정상 표지석 .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하루 동안 느낀 바로는 마치 황혼이 지는 소양강가의 외로운 갈대밭을 서성이는 두견새처럼 호젓함이 있고, 열아홉 딸기 같은 어린 순정의 유년기를 회억하는 듯 황홀경의 신비스런 오봉산의 기암절경과 함께 어머니 가슴같이 포근한 소양호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여울지리라.

글·사진=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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