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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의도 호룡곡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4-02-28 02:01 게재일 2014-02-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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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보물섬 간직한 힐링 오솔길을 걷다

 

▲ 산의 형태가 장군이 갑옷을 입고 춤을 추는 모양과 비슷하다 해 불려지는 무의도(舞衣島)는 오붓한 작은 섬으로 힐링의 명소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진은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인도교.
▲ 산의 형태가 장군이 갑옷을 입고 춤을 추는 모양과 비슷하다 해 불려지는 무의도(舞衣島)는 오붓한 작은 섬으로 힐링의 명소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진은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인도교.

매 주말마다 등산하는 필자에겐 매월 넷째 주말이 기다려진다.

그 까닭은 대문트레킹(대구문학인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하는 등산이 마냥 즐겁기 때문이다.

대문트레킹이 매월 넷째주 일요일에 주관하는 트레킹은 산악 전문 산행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게 등산하면서 힐링 코스를 찾아 전국을 다니므로 행선지부터가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이번의 제54차 대문트레킹 코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해상의 인천 무의도와 실미도다. 행여 섬 여행일까 걱정했지만 그 작은 섬에 있는 호룡곡산과 국사봉산에 등산계획이 돼 있어서 마음속에서 호재를 불렀다.

호룡곡산 정상 오르면 인천대교·아기자기한 섬들 진풍경

실미도·무의도 하루 2번 바닷물 빠지면서 갯벌로 연결 `장관`

무의도에 딸린 부 섬인 실미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의도보다는 실미도를 더 많이 알고 있다. 역사 속에 남겨진 실미도사건과 함께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가 1999년 발표된 후 이 소설을 소재로 만든 영화 `실미도`의 영향이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서 설령 한편의 영화 이야기라 해도 가슴이 찡한 역사의 현장에 간다는 설렘은 대문트레킹에서 가는 무의도, 실미도 트레킹이 흡족한데, 필자의 사정으로 등산 당일인 일요일 인천 무의도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가 볼일을 마치자마자 인천으로 가는 차를 타고 다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부근에 있는 잠진도 선착장에서 무의도로 가는 오후 4시 배에 올랐다. 배안에는 섬주민들도 있지만 등산객이나 관광객들도 많이 눈에 띈다.

잠진도에서 무의도까지는 5분거리다 보니 타고서 바로 내리면 무의도다. 무의도는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섬이 무의도이고, 작은 섬이 소무의도이다. 무의도는 산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양과 같아 무의도(舞衣島)라 불려지게 됐다.

무의도에서 숙소를 정한 다음에 일몰까지는 3시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필자는 무의도내의 또 다른 명품인 하나개해수욕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랜 세월동안 은밀하게 숨어 있다가 영종도, 용유도가 개발되고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서서히 신비의 베일을 벗은 이 해수욕장은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드는 곳이다.

200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전국 20대 해수욕장의 하나인 하나개해수욕장에는 겨울철이었지만 사람들은 많은데, 대부분이 서울이나 인천지역에서 겨울바다를 보러 놀러온 관광객들이다. 그 무리들 속에서 어울려 나만의 시간을 가진 후 그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산책삼아 섬마을을 조금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 국사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전망.
▲ 국사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전망.

일요일 새벽 5시경에 버릇처럼 눈이 떠졌다. 필자는 오전에 호룡곡산과 국사봉 등산과 소무의도를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일행들이 여기까지 오는 시간을 이용해 오전 등산을 마칠 계획이다.

등산 장비를 갖추고선 섬 일주 버스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해서 환상의 도로를 걸으면서 몸을 좀 풀다가 등산하기로 했다. 해변길을 걸으니 겨울 끝 무렵의 바닷바람은 조금 차게 느껴지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의 맛은 이미 아니다.

등산 들머리로 올라선다. 이제 본격적인 등산코스다. 산에 암릉이 군데군데 보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오붓한 오솔길이어서 정겨움이 있다. 낮은 산등성이를 오르니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마당바위를 지나 능선을 조금 더 가니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로 인해 이름 붙어진 호룡곡산(245m)이 나타난다. 산 정상에 가보니 텐트가 다섯 개 쳐져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등산애호가 일행들이 야간산행을 하고 여기서 텐트를 치고 잤다고 한다.

호룡곡산 정상은 무의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면 멀리 인천국제공항과 인천대교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아기자기한 섬들이 겹겹이 나타난다.

테크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주변풍경을 감상한다. 산에 올라 바다를 보면 마치 일석이조 같은 기분이 든다. 등산을 하면서 바다의 묘미까지 다보고 있으니 천혜의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감사함으로 차오른다.

호룡곡산 정봉에서 다음 코스인 소무의도로 가기 위해 구름다리 쪽으로 내려서서 광명선착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다. 광명선착장은 소무의도로 가는 길목인데, 2011년 12월 길이 414m의 인도교가 건설돼 자동차는 건너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걸어서 갈 수가 있다.

섬 둘레가 2.5km인 소무의도를 한 바퀴 돌면서 아침의 섬 풍경과 서해바다를 만나기 위해 인도교를 걷는다. 이 다리가 없을 때 섬마을 사람들이 상당히 고생했구나 생각하면서 바닷물과 어촌마을 풍경을 보는 사이 어느덧 소무의도에 도착했다.

소무의도엔 섬 일주도로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8누리길이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길이 건너온 인도교다. 다리를 건너 왼쪽 편의 길이 2누리길인 `마주보는 길`이다. 이 길은 이곳 마을이 대무의도와 마주보고 있다고 붙인 이름이다.

3길은 떼무리길로 섬의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길이고, 4길은 부처깨미길로 이곳에서 주민들은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 한다.

길마다 붙여진 이름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섬을 일주하고 있다. 배를 타고 작은 섬으로 들어와 더 작은 섬에서 바다와 해안풍경을 보며 걷고 있으니 호젓한 생각이 난다. 한참 걷다보니 해변가의 바위들이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데 여기가 몽여해변길이다.

몽여의 뜻은 `쌍여(물밑에 있는 두 개의 바윗돌이라는 순수한 우리말)로 나가는 길목`이라는 의미의 목여가 변해 몽여라 불러지고 있으며, 이 해변에서 바닷물이 빠지면 두 개의 바윗돌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시간이라 그 모습은 보지 못했다.

명사의 해변길(누리6길)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휴양을 즐겼던 곳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건너다보이는 작은 동그란 섬의 섬 이름이 해녀섬인데, 그 이름을 따서 누리7길은 해녀섬길이다.

섬 일주가 끝나는 마지막에 있는 8길은 키 작은 소나무길이다. 이름처럼 이 섬에 자생하는 키 작은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소무의도서 8누리길의 경관들을 다 보고나니 10시반경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전망대에 올라 서해안의 작고 아름다운 섬 풍경을 마음에 새겨본다.

▲ 무의도에 딸린 부 섬 실미도.
▲ 무의도에 딸린 부 섬 실미도.

두 시간 정도 짧은 시간 안에 섬 마을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모습들, 섬의 진풍경을 다 본 것 같다. 대구 일행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무의도의 구름다리에서 대문트레킹 김찬일 회장 등을 만나 잠시 인사를 하고서는 일행들과는 실미도에서 만나기로 하고 필자는 국사봉에 오르기로 했다.

국사봉은 이 섬에서 두 번째 높은 산봉우리다. 국사봉에서의 조망도 앞서본 호룡곡산에서 보는 전망과 같이 주변이 아름답다. 필자는 국사봉에서 다시 하산길을 걸어 실미재를 넘고 오붓한 오솔길을 타고 내려와서는 오후 2시 10분경 실미도해수욕장으로 빠져나왔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실미도 섬 사이 바닷물이 빠져나가 바닷길이 열려있다. 실미도와 무의도는 하루 2번 썰물 때 갯벌로 연결되는데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린 갯벌을 5분 정도 도보로 건너 실미도에 도착했다.

바닷길을 건너는 기분이 묘하다. 실미도 면적은 약 7만 5천870평으로, 그 둘레는 6km인 작은 섬 실미도. 그러나 남북 대치상황이 만들어 낸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앞서도 잠시 소개했지만 2003년 12월에 개봉된 영화`실미도`는 개봉 58일만에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33년간 베일에 가려 있던 실미도의 역사가 드러났다.

사실 영화는 사건의 진실과는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느끼기도 하는데, 영화`실미도`는 1968년 창설된`실미도 684부대`에 관한 것이다.

영화 `실미도` 안내판 좌측 숲길을 오르면 아기자기한 소나무 숲 오솔길이 이어진다. 오솔길은 낮은 야산으로 돼 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그 사이를 걸으니 마치 보물이 감춰진 동굴 속을 걸어가는 것만 같다.

통한의 섬, 실미도를 1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서 다시 바닷길이 난 개펄을 건너 실미도해수욕장에 가서 소무의도에 다녀온 일행들과 만나 오후 4시반경에 대구로 출발하기로 약속하고서 필자는 해수욕장에서 휴식을 취한다.

▲ 글·사진=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1박2일간 둘러 본 무의도, 실미도 힐링의 명소 여행은 필자에게는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원시의 바닷물이 너울거리고 2월의 햇살이 춤추는 곳을 둘러보고, 또한 섬 속의 산위에 올라 서해를 바라보는 기분은 정말 좋다. 한마디 말, 한 줄 문장 표현으로서는 마음에 담은 감정을 다 드러내기는 역부족이다.

시간은 흐르고 그 흘러간 시간들이 모여 하나의 사건과 역사를 만들어낸다. 지금은 비록 잊어진 사건이고 영화 속의 잔영으로 남아 희미하게 떠오르지만, 한때 통한의 섬은 이제 과거를 묻고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명소가 됐으니 짧은 시간이나마 섬에서 보내던 흔적들은 훗날 추억의 이름으로 애잔하게 울려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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