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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주월산·박달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4-02-21 02:01 게재일 2014-02-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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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서 빛나는 2월의 자연을 만나다

▲ 주월산은 바위산인데 비해 박달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지난번 내린 폭설로 잔설을 밟고 2월의 산에 오르면 신선한 감이 그대로 가슴에 담겨진다. 대자연이 펼쳐지는 공간과 시간을 갖는다는 게 더없는 기쁨이다.
▲ 주월산은 바위산인데 비해 박달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지난번 내린 폭설로 잔설을 밟고 2월의 산에 오르면 신선한 감이 그대로 가슴에 담겨진다. 대자연이 펼쳐지는 공간과 시간을 갖는다는 게 더없는 기쁨이다.

다가오는 주는 아무래도 바쁠 것 같아 설 연휴에 연속 산행을 했다. 강원산간지방과 내륙 일부지방에 폭설이 온지라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느티나무에 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충북 괴산의 주월산과 박달산 등산이다.

괴산의 지명 유래는 신라 경덕왕 때(757년)에 괴양군, 고려 때는 괴주군, 조선조 태종 때(1413년)부터 오늘의 이름인 괴산으로 이어져오고 있는데 느티나무 괴(槐)자를 사용하는 괴산은 아무래도 느티나무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돌탑봉·기암절벽 위 자라난 분재같은 아름다운 소나무들 곳곳에

박달산 정상 오르면 월악산·군자산·조령산 한눈에… 풍경 일품

등산기에 앞서 한 해의 등산에서 서운이 비치도록 느티나무에 관한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자. 옛날 과거시험이 있던 때에 지방, 특히 영남지역에서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선비들이 한양에 가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추풍령을 넘는 길이고 또 하나는 문경 새재를 넘어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추풍령 보다는 길이 더 험한 문경새재를 넘는 길을 선호하였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추풍령을 넘어온 응시생들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고, 문경 새재를 지나 괴산 땅의 느티나무 잎을 밟고 온 선비들은 과거에 장원 급제했다는 것인데 이 말이 전해져와 오늘날에도 느티나무 잎을 밟는 답괴(踏槐)행사가 괴산 땅에서는 치러지고 있다고 한다.

내륙 지역인 괴산 땅에 자리한 주월산(503m)과 박달산(825m)은 완만한 산이다. 2개의 산이 느릅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있고 코스가 짧기 때문에 많은 등산인들이 두 산을 한꺼번에 종주한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산이긴 하나 산의 특성은 180도 다르다.

주월산은 바위산(骨山)인데 비해 박달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형성된 산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IC가 근접해 있어 접근하기가 쉽고 인근에 수안보 온천 등 이름난 온천이 위치해 있어 수많은 산객들이 찾고 있다.

등산 일행들이 괴산 방곡리 새터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20분경이었다. 오늘 코스는 주월산을 등정하고 느릅재를 끼고 봉수대터를 지나서 745봉에 오르고 주봉인 박달산에 올랐다가 동골재, 사방댐을 거쳐 다시 원점인 방곡삼거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종주거리는 9.6km이고, 약 4시간 반 남짓 소요되니 초보자들에게도 알맞은 등산 코스다.

이제 산 봉우리와 계곡에 잔설이 많이 남아 있는 눈 속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종주거리가 짧거나 산 오름이 완만한 등산 날에는 일행들의 표정이 무척 밝아진다. 쾌청한 가을 날씨를 기대했으나 다소 흐린 날이어서 등산하기는 안성맞춤의 날씨다.

먼저 주월산을 향해 오른다. 가다가 보니 돌탑봉도 있고 특히 우리 산의 특징인데 기암절벽 위에서 자라난 분재 같은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곳곳에 많다.

쉬엄쉬엄 오르면서 일행들은 버릇처럼 주변의 경관을 살핀다. 가파른 등산길이거나 암벽 등 특별한 주의를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등산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생활의 이야기도 더러는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종주한 등산길과 비교하는 게 상례적이다.

어느덧 정상 가까이 올랐다. 주월산은 괴산의 명산 중 가장 짧은 코스이고 다녀본 다른 산에 비해 종주거리가 짧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에서 보면 아기자기한 암릉과 함께 소나무가 어우러진 자연경관에 전망이 좋다. 산 정상에서 자연이 주는 멋진 장면들을 대하면서 사진을 찍고 눈요기를 채우는 것도 산행의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힘들게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정봉에 서면 누구든 산의 빼어난 풍경에 취하여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게 등산의 묘미인데, 주월산도 그렇다.

500m의 낮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있는 암반과 소나무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여느 산에서 보는 정취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산위에서 풍경을 보면서 일행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야호`를 외치거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산에 오르는 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산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위치, 포토존을 발견하게 되면 으레 족적을 남기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곳 주월산 정봉에서 보면 주변의 경관도 좋지만 남쪽으로 박달산의 웅장한 자태와 동,남,북쪽의 나지막한 산들이 아래로 내려다 보여 가슴이 확 트이는 게 기분을 좋게한다.

“주월산 정상에 올라/ 큰 숨을 들이쉬고 난후에/ 건너편 산이나/ 저 멀리로 가뭇가뭇 보이는/ 샛길을 내려다보면/ 한없이 편안해지는/ 행복한 시간을 맞는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꿈꾸어보는 나만의 세계는/ 하늘 위를 떠도는 구름이나/ 숲길 사이를 지나는 바람 같이/ 모두가 아름다운 것./ 일찍이 가지지 못한 이야기들을/ 산은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자작시`괴산 주월산에서`전문)

산 정상을 지나 내려오다가 매바위에서 돌이 쌓여져 만들어진 그리 크지 않은 돌탑봉이 필자의 시선을 끈다. 주변에 흩어진 돌과 바위를 주워 모아서 돌탑을 쌓은 것인데,`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과 같이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디면서 우뚝 솟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등산온 사람들이 한 개 두 개 모은 그 정성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다음 코스로 가기 위해 하산하다가 느릅재를 만났다. 해발 397m의 느릅재는 주월산과 박달재 사이의 19번국도상에 있는데 등산 진행방향에서 우편에 등산안내지도가 박달산 등산코스를 알려주고 있다.

그 뒤쪽이 박달산으로 오르는 임도숲이다. 산행로 초입 길에는 온통 일본잎갈나무 숲이다. 걷기도 좋은 완만하고 평탄하게 나 있는 그 길, 숲 속 길 임도를 따라 1시간 가량 부지런히 걸으니 박달산 주능선의 첫 번째 봉우리와 만난다.

일행은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다시 걷는데 평탄한 길이어서 수월하다. 그렇게 20여분 쯤 가니 봉수대터가 나타난다. 조선시대에 간이 봉수대로 사용했다는 이곳엔 봉수시설은 없고 50여평 공터가 흔적으로 남아 잇을 뿐이다. 공터 주변에는 소나무가 즐비하고 그 모습이 자연과 잘 어울리는 게 꽤나 모습이 좋다.

등산을 하다보면 전국 어느 지역을 가도 큰 산에는 대개 봉수대가 있다. 봉수제도는 조선 태조 3년부터 1895년까지 500년간 사용되어졌는데, 지방에서 연기나 불을 피워 변방의 긴급상황을 중앙에 전달하는 신호체계이다. 산봉우리 봉수대에서 올린 봉화 숫자로 위급을 알 수가 있으며, 전국의 관아에서 올린 봉수는 서울 남산의 중앙봉수대에 전달되어 관장했다고 한다.

봉화의 숫자를 알아보면 평상시에는 1개, 적이 해안이나 국경에 나타나면 2개, 변경지역에 가까이 오면 3개, 국경을 침범하면 4개, 국경침범 후 적과 접전하면 5개의 횃불을 올려 상황을 조정에 알리는데, 요즘으로 치면 자연재해 발생 우려 시에 방송사가 하는 재난예보방송이나 적의 침공과 관련되는 민방위 경보에 이에 해당되는 것이다.

봉수대터를 지나 745봉에 오르고 내친 김에 바로 박달산 정봉을 향해 행보하였는데 바윗지대가 거의 없이 육산으로 이루어진 등산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주봉인 박달산에 올랐다.

박달산은 정상이 3개의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다. 정상에서 보면 추점 저수지로 뻗은 능선으로 군데군데 바윗길이 형성되어 있고, 저 멀리도 인근의 월악산, 군자산, 조령산이 한 눈에 보이며 산세 조망이 일품이다. 수목이 울창하고 수려하여 전망이 좋아 산행의 묘미가 배가 된다.

박달산을 내려오면서 박달산과 박달재가 다 같이 충청북도에 있으니 현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착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 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 구려….”로 시작되는 `울고넘는 박달재`라는 노래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필자도 처음에 박달산이라 하였을 때, “아 울고 넘는 박달재를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자료를 보니 박달재는 제천에 있고 괴산에 있는 박달산에는 느릅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날 느릅재 일부 구간을 걸으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동골재와 사방댐을 거쳐 이날 등산을 시작한 원점인 방곡삼거리로 돌아왔다. 지난번 내린 폭설로 힘들면 어쩔까 생각을 했는데 대체적으로 무난한 코스다.

▲ 글·사진=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잔설을 밟고 2월의 산에 오르고 내리면서 자연과 대화를 하다 보니 신선한 감이 더해진다. 그렇듯 대자연이 펼쳐지는 공간과 등산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필자에게는 더없는 기쁨이다.

자연에게서 배우는 지혜도 당연히 많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낯선 지역의 명산을 둘러보고서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힘듦과 인내를 배우는 일도 또한 소중하다.

그리고 산행을 하면서 매양 느끼고 간직하는 생각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걸음의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은 등산의 철학이기도 하여 등산하는 날엔 몸은 조금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한없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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