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꿈이 울산바위 비경 속에서 무르익다
명산이 있으면 좋은 물이 함께 있다. 예부터 산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니 많은 사람들은 산을 찾고 물을 가까이 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다`한다는 뜻이 담긴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논어에 나오는 요산요수(樂山樂水)다.
필자가 서두에 산과 물을 말하는 것은 산수가 좋은 곳이 동시에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것인데 전국에 등산을 다니다보면 그런 곳이 나타난다. 그곳 중 하나가 강원도 속초다.
속초의 대표적인 산은 설악산이요, 물은 동해바다다. 동해바다에 인접된 청초호와 영랑호다. 속초를 말할 때에 가장 우선이 설악산이니 산으로 말미암아 속초시는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도시는 발전됐다.
1년이면 두세 번은 속초를 찾지만 갈 때마다 시가지나 관광지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시민들도 손님맞이에 적극적이고 친절하다.“친절, 청결의 실천이 감동이 있는 관광도시를 만듭니다”는 구호처럼 그 노력들이 쌓여 오늘날 준비된 관광도시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화강암으로 된 6개 봉우리·절벽 등 울산바위 외경에 감탄권금성 정상서 내려보는 산자락·속초시내·동해바다 장관
설악산은 속초의 명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산의 자랑이기도 하다. 사계절마다 볼거리로 손짓하고 있으니 필자는 작년에 두 번이나 설악산을 등산했고, 산행기 두 편<본지 2013년 6월14일자·10월25일자 보도>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한 적이 있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지면 또 가고 싶은 산이 설악이다. 그만큼 등산로도 많고, 오르는 곳곳에서 천하 명산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고, 힘들게 산행하면서 얻는 지혜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등산에는 대구드림산악회가 마련한 설악산 울산바위 조망길이다.
좋은 기분으로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오전 5시30분 출발한 차가 신나게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더니만 충북 제천으로 가는 도중에 그만 문제를 일으켰다.
등산을 하면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인데 버스가 기어 파열로 운행할 수 없게 됐다. 산악회 팀이 안동에서 긴급 수배된 버스를 기다리느라 1시간 30분간이나 지체가 됐다.
운행 도중에 사고를 만나 발이 묶이면 답답하다. 갈 길은 먼데 고속도로 버스 안에서 죽치고 있자니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속이 탄다. 그렇지만 큰 사고가 안 났으니 다행으로 여기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대체 차량을 타고서 설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11시30분경이다.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찝찝함도 바로 보이는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또 설악산 국립공원의 경치를 만끽하는 것만으로 쉽게 녹아내린다. 설악의 풍경은 멋진 모습으로 다가선다.
명산 설악산! `설악`이란 이름은 주봉인 대청봉(1천708m)이 1년중 5~6개월 동안 눈에 덮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설악산은 강원도의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에 걸쳐 펼쳐져 있고, 최고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서쪽을 내설악, 남쪽을 동설악, 동쪽을 외설악으로 구분한다.
내설악에는 백담계곡, 십이선녀탕, 옥녀탕 등이 있고, 외설악은 천불동계곡, 울산바위, 비선대 등이 대표적인 경관이다. 남설악은 오색약수와 온천, 용소폭포 등이 대표적인 경관을 이루는데 우리 일행이 오르는 곳은 외설악이다.
설악산 입산은 울산바위코스, 비선대 코스, 오색 등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봄철 산불방지기간인 5월15일까지 통제돼 있다. 이번 등산은 소공원에서 안양암과 흔들바위를 거쳐 울산바위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코스로 총 등산코스 왕복 7.6 km에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울산바위 등산 일정에서 마지막 집합시간이 오후 5시30분이니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어 필자는 울산바위를 빨리 다녀와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한번 올라보기로 마음먹었다.
일행은 먼저 통일대불로 향했다. 흔히 통일대불로 불리는 통일청동대불좌상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참 지혜로 우리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개인적 희망을 빌었다.
그리고서 산에 오르는 길에 신흥사에 들렸다. 신흥사는 신라 진덕왕 6년(652년) 자장율사가 창건할 당시에는 향성사라 불러졌는데, 이후 여러번의 소실과 중건으로 절 이름을 신인(神人)이 길지를 점지해 주어 흥왕을 이루게 됐다고 하여 신흥사라 부르고 있는 명 사찰이다.
부처님오신날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경내에 등이 달려있다. 필자는 법당에서 참배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 조용하면서도 성스러운 풍경을 음미한 후에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다.
울산바위는 신흥사입구 신흥교 갈림길에서 오른쪽 방향인데, 내원암골 다리를 건너 계곡 길을 접어들고 안양암골을 통과해 부지런히 걷는다. 위로 보니 계조암이 보이고 흔들바위가 바위위에 동그마니 올려져있고, 사람들이 주변에서 사진 찍는 모습들이 보인다.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와 설악산의 또 하나의 상징인 흔들바위 앞에 섰다. 앞서 있는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난 뒤에 잠시 호흡을 고르고 바위를 힘껏 밀쳐본다. 조금 미동이 있었으니 아직은 나에게 팔 힘이 있나보다 생각한다.
바위 밑에 있는 계조암 석굴은 신라 진덕여왕 6년(652)에 자장율사가 건립한 석굴이다. 자장,동산, 봉정 세 조사가 수도했으나 훗날 원효대사, 의상조사에게 계승했다하여 계조암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잠시 쉬면서 조금 후에 오를 울산바위를 쳐다본다. 장엄한 바위군이다.
다시 산행길에 올라 너럭바위를 만난다. 그 맞은편에서 소나무가 산 능선을 따라 외줄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사람이 여기 산에 많이 심겨진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서로 햇빛을 많이 받기위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해준다.울산바위에 오르는 8부 능선에서 점심식사를 곁들여 잠시 쉬면서 면서 산위와 아래, 좌우편을 본다. 과연 설악산의 조망이 뛰어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길을 따라 계속 올라 나무계단에 섰다. 그동안 울산바위에 오르며 명물로 생각했던 철계단이 2013년도에 안전성을 고려해 철거되고 난 후에 새로 튼튼한 나무계단을 만들었으니 산이나 바다나 할 것 없이 안전이 가장 기본이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곳에서 쳐다보는 울산바위의 위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저 밑의 설악산 국립공원 소공원에서 보는 바위군의 장엄함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울산바위, 자연이 지니고 있는 외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과연 남한에서 가장 멋진 암괴가 설악산 울산바위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해발 873m의 울산바위는 사방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둘레가 4km이며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그 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울산바위는 설악의 대표적인 명경인데, 산 정상에 서서 조망해보면 저 아래 동해바다와 맞닿아 청초호, 영랑호가 이어져 있다. 고개를 돌려 내설악 쪽을 보면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중청, 소청의 능선들이 펼쳐지니 정말 멋진 산이다.
“산 아래에서 보면/ 바위가 엉켜있는 것 같지만/ 힘겹게 정상에 올라서 보면/ 여섯 봉우리로 절벽을 이루고/ 둘레가 십리에 이르는/ 장대한 바위이니/ 보면 볼수록 신비감이 더한다.// 우는 산이니/ 울타리같이 생겼다느니/ 울산 지명을 땄다고 하는 산봉/ 명산의 가장 멋진 바위에 올라/ 세상 시름을 다 잊고서/ 저 먼 곳을 바라다보면/ 힘들게 올라온 이유를 알겠다”(자작시`울산바위에 올라보면`전문)
울산바위에 올라 설악에 안겨 봄날의 정취를 즐긴 다음, 이제 남은 건 하산이다. 선경에 너무 빠져 있어도 그 신비감에서 선뜻 빠져 나오지 못할테니 자연이 어서 하산하라고 한다.
올랐던 길을 되돌아 천천히 내려와 통일대불까지 오니 약속시간보다 1시간 반 정도 여유가 있다. 필자는 바로 설악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기로 하고 입장권을 끊었다. 입구에 6월9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은 자체안전 점검을 위해 운행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며 멀리 산들을 보는 사이 벌써 도착했다.
봉화대 가는 길은 계단을 지나서 평지가 있고 다시 계단으로 이어지지만 평탄하다. 정상까지 15분 정도 걸렸는데 도착해보니 먼저온 사람들이 많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권금성 정상에 올랐다. 순서를 기다려 정상에 섰는데 권금성 정상 높이가 850m가 되니 울산바위(780m) 보다 70m나 더 높다.
일명 설악산성이라고도 하는 권금성은 둘레가 약 3.5km다. 현재 성벽은 거의 허물어져 터만 남아 있는데 이 산성은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화채능선 정상부와 북쪽 산 끝을 에워싸고 있는 천연의 암벽 요새지이다.
권금성에 관한 기록을 보면 조선조`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옹금산석성이라고 기록되어 있고`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권금성이라 하고 권·김의 두 가지 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서 난리를 피하였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권금성 정상에서 명산의 풍경과 멀리 속초시내와 동해바다를 바라본다. 산등성이와 계곡 가득히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고 푸르게 짙어가는 신록들은 더욱 멋진 설악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국립공원 소공원 쪽으로 내려선다.
관광객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아름다운 오월의 휴일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인다. 버스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면서 차창을 통해 설악산의 풍경을 마음에 감아둔다.
아기자기한 계곡의 바위들과 그 위에 이어진 숲길, 장엄한 울산바위의 정상에서 설악을 탐닉하던 소중한 순간들이 설악산을 떠나는 지금 이 순간도 그립게 느껴진다. 설악의 자락에서 마음을 정제히 닦고 귀가하는 마음이 가벼우니 그것은 분명 요산요수의 즐거움에서이리라.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