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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이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4-04-25 02:01 게재일 2014-04-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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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날 안개 뚫고 나온 산봉우리 신비로움 가득

▲ 조선조 태조 임금이 이 산을 행차하고서 산의 모양이 마치 말의 귀와 같다 하여 이름이 붙어진 마이산. 동쪽 수마이산(680m)과 서쪽 암마이산(686m)이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
▲ 조선조 태조 임금이 이 산을 행차하고서 산의 모양이 마치 말의 귀와 같다 하여 이름이 붙어진 마이산. 동쪽 수마이산(680m)과 서쪽 암마이산(686m)이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

“오늘은 전북 진안에 있는 마이산에 올랐습니다. 벼르고 온 이번 산행은 처음부터 오르막 내리막 계속되는 매우 힘든 산행입니다. 게다가 날씨마저 좋지 않아 비는 조금씩 오는 가운데 흐린 날은 등산을 힘들게 합니다. 봄날의 궂은 하늘빛은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지만 좋아서하는 등산이라 어쩔 수 없기에 자연에 젖는 고독감조차도 행복으로 여깁니다.”

산을 타면서 친한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실은 비를 맞으며 걷는 등산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이 안 들게끔 하기 위해 마음부터 다 잡는데 일종의 기분전환이다.

힘들게 산행하면서 종전에 진짜 힘들었던 산행을 잘 넘긴 기억이나, 아니면 외국의 유명한 산악인들의 체험담 얘기를 떠올리면서 `이 까짓 것'하고 스스로 힘을 내는 것인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등산 도중에 행보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생각이 산만해져 주변을 살필 수 없는 처지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쉴 때 짧게 생각해 기분을 전환하거나 마음을 더욱 다잡곤 한다.

80기 무더기 돌탑·마이탑사 비바람 맞으며 제모습 간직

입산통제 암마이봉 올해 11월부터 자연휴식년제 풀려

새벽, 드림산악회의 일정에 따라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할 때부터 날씨는 좋지 않았다. 마이산 입구에 도착해서도 비가 와서 우중에 산행을 했는데 산행 초기부터 기분이 영 아니어서 쉬는 사이에 필자가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등반가 라인홀트 매쓰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등산기에서 소개한바 있다. 라인홀트 매쓰너는 어릴 적부터 암벽이 있는 지방에서 살아서인지 그 방면에서는 뛰어난 등반가다.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등 히말리야 14봉을 제일 먼저 이루었고 8천m이상의 히말리야에서 알파인스타일로 등정을 했었고 대부분 단독으로 이루었으니 사람이라기보다 등반의 신에 가까운 기술과 지구력을 겸비한 초인 같다.

그는 산을 타면서도 저술에도 재능이 많아 독일에서 알파인이라는 잡지사도 운영했고 많은 등반에 관련된 책을 썼는데, 죽음의 지대, 검은 고독 흰 고독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검은 고독, 흰 고독'은 그가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끝낸 뒤에 낭가파르밧의 벽을 통해 혼자서 등반하며 자신의 내면이야기를 쏟아 부었던 내용으로, 내용을 보면“고독한 새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가장 높은 곳까지 나르는 일이요, 둘째는 같은 종류라 해도 친구로 삼으려 하지 않는 일이요, 셋째는 부리를 하늘로 쳐드는 일이요, 넷째는 한 가지 빛깔을 하고 있지 않는 일이요, 다섯 째는 낮고 낮은 소리로 노래 부르는 일이다.

`검은 고독, 흰 고독'이란 책에서 그는 자신을 고독한 새로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가장 높은 곳까지 나르고 부리를 하늘로 쳐들며, 낮고 낮은 소리로 노래 부른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 마이산의 하나의 명물  마이산 석탑군.
▲ 마이산의 하나의 명물 마이산 석탑군.

어차피 누구든 산에 오르는 것은 개인적 일이고, 자연을 통한 얻음도 결국은 자신의 깊이만큼 얻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위대한 세계적인 등산가들의 집념이 대단하다고 생각해본다.

정각 오전 10시에 강정리에서 시작한 산행은 함미산성을 타고 진행한다. 일행들은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걷는데 진행도 더디지만 빗물이 바위에 닿으면 미끄러워 더욱 조심하면서 걷는데 비오는 날의 등산은 동행자를 위하면서 마음을 열어야 편안한 길이 된다.

완만한 경사 길과 비탈길 걷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서 496봉을 거쳐 광대봉에 도착했다. 거리가 3.3km로 한시간반 정도 걸리지만 빗속에서 하는 등반길이라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609m 높이의 광대봉에서 잠시 조망해보는데 동편으로 마이산, 삿갓봉, 비룡대가 나타나지만 날씨로 인해 시야가 흐리다.

일행들은 사진을 찍고서 하산 준비를 하고서는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긴다. 광대봉 내리막길은 급경사 길이고 때로는 절벽을 따라 이어진 철계단도 있어 미리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일행은 조심스레 걸으며 탄금봉을 지나고 이 산 가운데 전망이 가장 좋다는 비룡대를 향해 걷는다. 광대봉에서 흐릿하게 보이던 마이산 두 봉우리가 시선을 끈다. 아무리 봐도 쫑긋이 세운 말의 귀처럼 생겼는데 누가 붙였는지 이름을 잘도 붙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룡대에 올라 전망을 살피지만 아직 운무에 가려져 먼 산의 모습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에 있는 두 봉의 마이산이 빗속에서 안개 속에 쌓여 신비감을 더해준다

마이산은 두 개의 큰 산봉우리로 되어 있다. 중생대 말기인 백악기 때 지층이 갈라지면서 솟아났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봉우리 두 개가 높이 솟아 있기 때문에 용출봉이라 하였고 동쪽을 아버지, 서쪽을 어머니라 하였으며, 신라 시대에는 서다산이라 불렀다.

조선 시대 태종이 이 산을 행차하여 보니 그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 하여 `마이산'이라 이름지었다 하는데, 지금은 속칭으로 동쪽을 수마이산(680m), 서쪽을 암마이산(686m)이라고도 하는데, 두 봉우리가운데 암마이산이 6m정도 더 높다. 마이산 산봉과 유사한 역암으로 된 탑 모양의 봉우리들, 광대봉, 관암봉, 비룡대, 봉두봉 등 10여개 산봉들이 마이산 동남쪽 약 2㎞ 지점까지 연달아 분포하는 것이 매우 특색이 있다.

비룡대를 거쳐 봉두봉에 오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이산은 오늘따라 더욱 신비롭다. 맑은 날은 그 모습을 환히 볼 수 있어 좋지만 흐린 날에도 명산의 모습은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빼어난 모습이 따로 있으니 그 모습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광대봉에서 비룡대를 거쳐 봉두봉에 오르고 난 뒤에 암마이산(686m)과 숫마이산(678m)에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 코스지만 두 개의 봉우리여서 부부봉으로 불리는 마이산 출입이 금지되다보니 아쉬움이 더해진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숫마이봉은 산세가 험해 출입이 본래부터 통제되어 있고, 암마이봉은 10년 휴식령기간중에 있어 현재에는 입산이 통제되는데, 지난 2004년 11월부터 휴식령이 시작됐으니 올해가 10년째로 11월1일이면 휴식령이 만기가 돼 등산할 수가 있다.

신비하게 생긴 바위산인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이 달리 보여 이름조차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고 하여 돛대봉, 여름이면 수목이 울창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각봉이라 부른다.

또한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처럼 보여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고 해서 문필봉 등 4개의 별칭을 갖고 있는 산이다.

▲ 광대봉(609m) 정상 표지석.
▲ 광대봉(609m) 정상 표지석.

봉두봉을 내려오면서 바로 마이산 탑사 쪽으로 내려선다. 오르지는 못하지만 깎아지른 듯한 숫마이봉 기슭의 숲속에 은수사란 절이 있는데 그곳엔 조선 태조가 심었다고 전하는 진안마이산청실배나무와 진안마이산줄사철나무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마이산 하면 물론 두 개의 봉우리가 명물이지만 이에 못지않은 풍경이 있으니 바로 80여기의 무더기 돌탑과 마이탑사다.

마이산 석탑(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35호)은 이곳에 입산해 수도한 이갑룡(1860~1957)처사가 3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것인데, 그 당시에 120기의 탑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현재에는 80기만 남아 있다. 대부분은 주변의 천연석으로 쌓아졌지만 천지탑 등의 주요 탑들은 전국 팔도의 명산에서 가져온 돌들이 한두 개씩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일행들이 탑사에 내려와서 탑사를 둘러본다. 탑사 내의 천지탑, 오방탑, 월광탑 등 많은 탑들이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날씨가 차츰 좋아지니 필자의 기분도 좋아지는데 공들여 쌓은 탑군들을 보니 신기해 궂은 날씨에 만나는 특별한 풍경에 상춘객의 시심마저 앓는다.

“흐린 날의 마이산은/ 멋진 모습들이 빼어나지요./ 등산로 곳곳엔 꽃들이 피어/ 마음까지 편하게 해주는 길/ 그 길을 걷노라면/ 산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에/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지요.// 마이산 풍경 가운데/ 유명한 것은 돌탑이지요. 세월의 무게를 잘도 견디며/ 80여 무더기로 남아 있는 탑/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돌들/ 그 정성덩이의 버팀에/ 꽃들도 감탄해 만개했지요.”(자작시,`마이산에 올라' 전문)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산 일정과 탑사 구경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립공원 입구 주차장을 향해 내려선다. 탑사에서 도립공원으로 이어지는 3km 거리 양편에는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4월 중순경이 절정기를 이룬다.

그 길을 내려서는 마음은 비록 오늘 아침에 내린 비로 일부 떨어진 꽃들도 있지만 벚꽃단지의 풍경들을 눈여겨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찬 일이다. 흐린 날 속에서도 돌탑이나 마이산의 진품들을 모두 마음에 담았으니 새벽 빗속에서 우려하는 기분과는 달리 귀갓길의 차에 오르는 필자는 날아갈 듯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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