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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오대산 노인봉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4-06-20 02:01 게재일 2014-06-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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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절경` 한데 어우러져 자연의 위대함 일깨우다

▲ 우리나라 `제일의 명산`으로 불리는 오대산의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다섯 산봉우리 가운데 그 오른쪽을 타고 내린 노인봉은 그 아래에서 소금강을 만들어내니 금강산과 견줄만하다는 천하의 비경이다.
▲ 우리나라 `제일의 명산`으로 불리는 오대산의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다섯 산봉우리 가운데 그 오른쪽을 타고 내린 노인봉은 그 아래에서 소금강을 만들어내니 금강산과 견줄만하다는 천하의 비경이다.

여름 등산은 산을 즐겨 타는 등산객들이 주의하는 계절이다. 호우 등 기상의 이변이 그 첫째 원인인데, 비가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한여름 무더위에도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상특보가 있으면 등산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지만 꼭 산에 올라야 한다면 먼 산과 계곡이 깊은 산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등산하는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일의 기상 상황에 대해서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비가 내리고 난 뒤에도 바위가 많은 골산을 등산지로 선택할 경우 산에 오르다보면 물기가 바위에 묻어 있어서 미끄럽다. 그래서 오르고 내리는데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편으로는 날이 길다보니 밤이 짧은 게 또한 여름의 특색이니 잠을 충분히 자야 다음날 등산에서 피곤하거나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는 것은 드림산악회 차를 타고 대구를 출발해 행선지인 강릉 오대산 노인봉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소나기를 만났기 때문이다. 흐린 날씨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다보니 등산길이 아니라 차안에서 만난 것이 그래도 다행이다.

정상까지 코스 짧아 가족끼리 등산하기 안성맞춤

운무 깔린 산봉우리 구름바다 연상, 소금강 계곡 등 볼거리

소나기가 세차게 온 후 차가 중앙고속도로에서 벗어나 동해고속도로를 탈 때까지만 해도 비가 내렸다. 국도 6번으로 빠져 나와 진고개로 오는 사이에 그치더니만 안개가 많이 끼어 있었다.

비가 오다가 그친 이런 날은 산행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이번 등산은 노인봉에 올랐다가 소금강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만나는 바위 들을 잘 타고 내려가야 한다.

등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날씨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생각부터 먼저 한다. 순간적으로 조심을 하지 않아 산 속에서 사고를 당한다면 큰일이니 정기적으로 등산하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고 마음에 새겨야하는 것은 안전대책인 것이다.

우리나라 `제일의 명산`인 오대산. 그 중에서도 경관이 뛰어난 노인봉(1천338m) 등산은 2개의 코스가 있다. 국고 6번도로상의 진고개에서 출발해 노인봉 정상에 올랐다가 계곡 아래인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고, 그 반대로 소금강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진고개로 돌아오는 코스다.

짧게 노인봉만 오른다면 진고개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진고개로 돌아오게 되면 왕복 7.8km로 3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등산길이 편안해 가족끼리 다녀오기 안성맞춤이다.

일행을 태운 차가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필자는 내려서 오대산의 하늘부터 먼저 쳐다 봤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지만 구름이 많이 끼어있고, 우리가 오를 노인봉에도 운무로 뒤덮여 구름바다를 이루고 있다.

▲ 청학동 소금강에는 노인봉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들이 많다.
▲ 청학동 소금강에는 노인봉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들이 많다.

노인봉 등산은 소금강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코스가 있지만 가장 쉬운 코스는 진고개에서 올라가는 코스다. 여기가 해발 900m 정도가 되니 한 400m만 올라가면 노인봉 정상이다.

일행은 진고개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옆으로 목책이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돌로 깔아놓았는데 완만한 등산길이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모습은 자연 그대로 풍경 고운 길이다.

조금 걸어 중앙의 경사지를 올라 왼쪽 방향의 능선을 타고 오른다. 30~40분간 길을 걸으면서 예상외로 편안한 길이 연속돼 마치 초지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길가에 피어난 풀들과 나무들, 산세를 살피면서 일행들과 함께 부지런히 앞을 보며 걷는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노인봉이 1.2km 남았다는 알림판이다.

벌써 진고개 들머리에서 2.7km를 걸어왔다는 것인데, 길이 편안해서 그런지 아니면 운무에 쌓인 6월의 산 풍경이 빼어나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걸어왔던 것이다.

돌로 된 자연계단을 오르고 데크길을 걷는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딴 판이다.

여기서부터 주능선까지 급경사로 이어져 있으니 정상에 오르려면 20분정도는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삼거리를 지나고 노인정 대피소를 지나서 300m 정도 오르니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가 좁아서 조심조심 오른다. 낮 12시10분경 일행들은 노인봉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서 보니 내려다보이는 산은 거의가 운무가 깔려 구름바다위에 산봉우리가 뽀족하게 나와 있는 형상이다.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서는 조금 밑으로 내려서서 주변을 계속 살펴본다.

구름이 없으면 오대산의 속살들이 잘 보이겠지만 구름바다로 에워싸고 있는 노인봉과 주변의 풍경도 꽤나 볼만하다. 멀리 산들은 잘 안 보이지만 저 아래 소금강 계곡은 절경으로 소문난 곳이니 노인봉의 경치마저 돋보이게 한다.

정상에서 구경을 한 뒤에 노인봉 산 밑으로 내려서서 나무숲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올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든든히 해서 시장기는 없지만 오후 등산을 위해 갖고 온 점심도시락을 꺼내고선 천천히 식사한다.

비가 온 후라 날씨는 무덥지가 않다. 식사를 마치고서 잠시 휴식 겸하는 시간에 산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서 운무에 쌓인 오대산 자락에 마음을 맡겨본다.

등산을 하다보면 점심식사 후에 잠시 갖게 되는 휴식시간과 산행을 완전히 마치고 버스에 타서 귀가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 이러한 시간동안 필자는 등산의 순간들, 또는 자연의 진미에 빠져 시혼을 다듬기 때문이다.

▲ 구름 낀 등산로를 걷는 것도 평소엔 느끼지 못하는 일품 등산 맛이다.
▲ 구름 낀 등산로를 걷는 것도 평소엔 느끼지 못하는 일품 등산 맛이다.

“듬직한 토산, 오대산을/ 제일의 명산이라 불렀다./ 금강산에 견줄만한/ 비경이라 소문난 산이다./ 그 동쪽으로 떨어져 나와/ 멀리서 보면 백발노인을 닮은/ 노인봉을 힘들게 오르다.//정상에 올라서서/ 화강암 봉우리 우뚝 솟은/ 그 기묘한 모습을 대하니/ 힘들었던 순간들은 간데없고/ 저 아래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펼쳐지고 있으니/ 선경을 어이 다 표현하리.”(자작시 `오대산 노인봉에 서다`전문)

천하의 절경이 한데 어우러지는 오대산과 노인봉, 그리고 소금강을 엮어 한편의 시를 만들고 나면 오후에 등산하면서 마음에 담는 자연의 위대함도 기대된다.

또한 귀가하면서 지인이나 평소에 존경하는 분, 어쩌다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낼 `산사랑 시동산`의 마음 전할 메시지로 기분이 좋아지는 흐린 날의 한 낮이다.

좋은 기분을 간직하고서 다시 오후 산행을 계속한다. 여기서부터는 하산이다.

산행정보에 의하면 계곡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급경사로 이루어지고 거친 바위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윗돌에 행여 물이 묻어 미끄러울세라 신경 쓰면서 힘든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때로는 안전한 길에서 허리를 펴고 서 있다가 계속 내려서기를 반복해 낙영폭포 앞에 서니 노인봉 정상에서 2km 구간을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노인봉에서 하산한 지 1시간 20분 정도 소요돼 폭포수가 낙영폭포에 도착했다. 그림자처럼 떨어진다는 뜻으로 이름 지은 낙영폭포는 강릉 청학동 소금강 맨 꼭대기에 있는 폭포다.

노인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류로 내려가면서 낙영폭포, 만물상, 구룡폭포, 무릉계로 이어지는데 이름하여 청학동소금강이다. 낙영폭포에서 소금강 계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 산의 계곡에 소금강이라는 별칭이 많이 있다.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부여할 때는 대개 지역 이름을 앞에 붙여 강릉 청학동 소금강, 경기 소금강, 정선 소금강 등으로 부른다.

그 가운데 이곳 청학동소금강은 대표적인 절경으로서 1970년 우리나라 최초 지정된 명승1호다. 청학동 소금강에는 백운대, 만물산, 청심대, 식당암 등 절경과 낙영폭포, 구룡폭포, 무릉폭포 등 폭포가 많고 소를 이루는 곳도 많다.

우리 일행들은 산 계곡을 타고 떨어지는 낙영폭포 아래 계곡, 위험한 등산로마다 잘 정비된 철 계단을 타고 안도하면서 하산길을 걷는다.

낙영폭포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바위가 널찍한 백운대가 있다. 잠시 쉬다가 그곳에서 600m 계곡 길을 내려서니 구룡폭포 바로 아래 만물상이 나타난다.

이곳 주변에는 거인의 옆얼굴을 닮은 귀면암이 있고, 촛불 형상의 촛대석과 암봉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낮이면 해 같고 밤이면 달 같은 일월봉, 그리고 거문고 타는 모습의 탄금대 등 온갖 형상의 모양들이 있어 만물상이라 불리어진다.

일행들은 여기에서 잠시 쉬다가 청심대로 향해 걷는다. 청심대와 평평한 바위로 된 식당암을 지난서 소금강 주변에 자리한 조용한 사찰 금강사에 이르렀다.

등산 중에서 사찰을 만나면 필자는 대웅전과 삼신각에 들러 경배를 올린다. 일상처럼 굳어진 습관이기도 한데 그럴수록 마음이 더없이 편해져온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대웅전을 나와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서는 내려서서 청학산장을 거쳐 주차장에 도착했고, 시간은 오후 4시 반경이 다 되었다. 산행 장비를 거두고 정리를 한 다음 차에 올랐다.

새벽 5시40분경 대구를 출발해 10시30분경에 강릉 진고개에 도착했고, 그 시각부터 등산을 시작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6시간 반을 계속 산행길을 걸었다.

힘든 산행이었지만 노인봉에서 소금강 계곡으로 내려서서 걸어오는 동안 만나는 갖가지의 절경들은 정말 멋있었다.

예전부터, 강릉 청학동 소금강의 경치가 빼어나다는 말을 들었다. 인연이 되어 이 코스를 직접 걸어보니 과연 천하의 절경임을 깨달게 됐다. 그 천혜의 비경을 마음에 안는 행복감에 등산인들은 힘들어도 설렘을 안고서 등산길을 나서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받지 못한 보수를 산은 등산하는 사람들에게만 베풀어준다는 믿음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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