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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맥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5-05-01 02:01 게재일 2015-05-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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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굽이돌 듯 산과 산 연이어지고
▲ 대구의 팔공산맥은 가산, 팔공산, 환성산, 초례산으로 이어지는 `가팔환초`로 불리는 명산이다. 특히 도시 근교에 자리잡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를 끄는 산이기도 하다.
▲ 대구의 팔공산맥은 가산, 팔공산, 환성산, 초례산으로 이어지는 `가팔환초`로 불리는 명산이다. 특히 도시 근교에 자리잡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를 끄는 산이기도 하다.

봄 산은 온갖 꽃들로 치장하므로 등산하면서 꽃구경하기가 안성맞춤이다. 특히 봄등산지에서 만나는 꽃들은 진달래가 가장 많은데, 이때는 전국 유명한 산에서 진달래축제가 성황이다. 4월에는 2주 연속적으로 진달래 축제장에 다녀왔는데 정말 등산객들이 많이 와서 오르고 내리는 길이 복잡해서 이제는 축제가 열리는 산행지에는 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산

`가팔환초`로 불리며 명성

팔공산맥 한눈에 조망 환성산

태조 왕건 재 올렸다는 초례산

도시 근교 자리잡아 등산객 몰려

계속 등산길에 오르고 또 다녀온 자료를 모아 산행기도 쓰다보니 많은 시간을 빼앗겨 급하게 할 일들을 지나쳐버리는 일들이 가끔씩 있는데, 필자가 맡고 있는 대구불교문인협회의 사화집을 발간하는데 시기가 조금 늦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발간될 녹야원 제19집 축사를 문인협회 회장에게 부탁으로 원고를 정리해놓고 한시름 놓고 있는데, 사무실에 찾아온 지인이 산행이야기를 곁들이다가 대뜸 필자에게 `가팔환초`를 아느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 소리라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등산을 그렇게 많이 가봤는데, 팔공산에 있는 `가팔환초`에 가지 않았느냐고 한다. 가팔환초라! 알고 보니 가산, 팔공산, 환성산, 초례산 등 4개산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팔공산은 가봤지만 환성산과 초례산은 가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 산이 지역 등산가들에게는 인기가 있으니 시간나면 한번 가보라고 권유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대구 근교의 가까이 있는 산이라, 주중에도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 말을 들은 김에 주말을 기달릴 것도 없이 주중에 환초를 다녀오기로 하고, 나홀로 산행을 했으니 바로 팔공산 옆에 있는 환성산과 초례산이다.

혼자서 주중에 가는 산이라 사전 정보를 알아보았다. 팔공산맥은 남동쪽의 초례봉(648m)에서 시작하여 환성산(811m), 팔공산을 거쳐 북서부의 가산(902m)에 이른다. 그리고 환성산과 초례봉을 쉽게 가려면 대구 동구에 있는 도림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초례봉에 올랐다가 매여동으로 하산하는 것이 순로 코스다.

필자는 주중 등산이 오랜만인데, 요즘처럼 봄이 되어 나른하고 또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머리도 아픈 날 홀로 등산을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싶어 차를 탔다. 음료와 간단한 식사 등을 준비해서 지인과 함께 차를 타고 대구 동구 진안동에 있는 도림사로 향했다.

팔공로 도로를 달리다가 진인동으로 가서 다시 3km 쯤 들어가니 길가에 잘 지어놓은 도림사가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필자는 혼자 내리고서 지인에게 네 시간 후인 오후 2시경에 등산 날머리인 매여동 주차장으로 오기로 약속하고 필자 혼자 산행을 시작했다.

▲ 감투봉이라고도 부르는 환성산 정상표지석.
▲ 감투봉이라고도 부르는 환성산 정상표지석.

필자는 이곳 도림사에서 환성산에 올랐다가 새미기재, 낙타봉을 타고 초례봉에 등산하고서 하산 길로는 매여동으로 내려올 계획인데, 총거리는 9.7km에 3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초례산 한곳만 등산할 경우, 동곡지에서 초례산에 올랐다가 매여동 버스종점으로 하산하면 된다.

도림사 추모관 건물의 왼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걸어간다. 첫 산행길이 시멘트 포장도로여서 산뜻한 기분이 들지는 않지만 이내 산길로 들어서서 능선에 오른다. 오른쪽 약수암으로 해서 계곡을 타고 능선길을 오르는 코스도 있다.

필자는 약수암과 계곡 코스를 선택하지 않고 직선으로 향해 능선에 오르고, 그 곳에 잠시 서서 조망해보니 오른쪽으로 환성산이 가까이에서 보이는데, 대략 1.8km거리다.

능선을 타고 계속 걸어가니 능선 안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길을 꺾어들어 조금 가서 환성재에 도착했다. 산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유명한 `가팔환초`에 올라선 것이다.

조금 더 가면 환성산인데, 가산과 팔공산에서 이어져 온 능선은 관봉과 환성산을 거쳐 초례봉까지 계속된다. 덧붙이는 것은 여기가 대구시와 경북도와의 경계선이 지나가는데, 낙타봉까지는 왼쪽이 경북도이고 오른편은 대구시 행정구역에 속한다.

능선 길은 완만하면서 주면에 참나무가 많은데 이 산의 특징인 것 같다. 잠시 후 환성산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등산객이 없는 줄 알았지만 등산객 서너 명이 환성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 쉬는 사이에 필자는 정상표지석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환성산(811.3m)은 1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공터 한 편에 바위가 있고, 그 앞에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환성산을 감투봉이라고 하는데, 감투를 쓴 모양새로 가장 높이 솟아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두 개 바위가 마주보고 서 있는 팔공산 초례봉.
▲ 두 개 바위가 마주보고 서 있는 팔공산 초례봉.

환성산으로 부르게 된 유래를 찾아보면, 이 산의 생김새가 서로 고리를 걸어 당기는 형상이라 하여 환성산이라 불렀다 하는 설과 삼국유사에는 이 산에 신라 헌덕왕의 아들, 심지왕사가 창건한 환성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환성사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6·25전쟁 당시 이 산에서도 팔공산 전투가 벌어져, 산 이름을 모르던 병사들이 산 아래에 있는 천년고찰 환성사에서 이름을 따와 불렀을 것이라는 설도 그럴듯하다.

정상에 서서 주변을 조망해본다. 환성산 정상 이곳이 `가팔환초`로 이어지는 팔공산맥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멀리 팔공산 쪽을 바라보면 구미의 금오산과 칠곡의 가산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조망권이 뛰어나다.

환성산을 내려서서 산 능선을 타고 낙타봉 쪽으로 향한다. 20분 정도 걸어가면 낙타봉인데, 새미기재에 가기까지 험난한 코스가 나타난다. 내려서는 산길에는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고 로프를 타고서 내리막길로 가야한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걸어가니 평광동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정표가 있는데,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대구 동구 평광동까지는 1.5km 거리로 표시되어 있다.

참나무 숲이 사라지고 얼마간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걸어 새미기재에 도착했다. 새미기재는 대구 불로동과 도동, 평광동 주민들이 영천 하양장에 갈 때에 넘던 고개로 성령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낙타봉으로 가는 능선에는 앙 길가에 군데군데 바위돌이 있고, 그 옆으로는 산꽃들이 피어나 경관이 아름답다. 능선을 넘고 전망대를 지나면 앞에 보이는 게 낙타봉이다. 말할 것도 없이 봉우리 생김새가 낙타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면서 보니 우뚝우뚝 솟아오른 능선 위의 봉우리들이 낙타의 등을 닮아 있다.

▲ 낙타봉으로 가는 능선 길은 꽃들이 피어나 경치 좋은 곳.
▲ 낙타봉으로 가는 능선 길은 꽃들이 피어나 경치 좋은 곳.

새미기재에서 낙타봉까지는 50분 거리다. 낙타봉 표지석은 두 번째 봉우리에 있는데, 정상은 뾰쪽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오르기가 힘 든다. 보기만 해도 깎아지른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암봉이 이 일대에서는 가장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낙타봉을 구경하고서는 마지막 산인 초례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계속해서 얼마동안은 바윗길로 이어지는 가파른 하산길이다. 철탑을 지나고 삼거리에 이르니 산 고도가 낮아지면서 다소 걷기가 편안해진다.

낙타봉에서 40분정도 걸어오니 초례산이다. 산행을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데, 총거리는 5.2km이고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저 아래에 보이는 등산 날머리 매여동 버스종점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어가야 한다.

드디어 초례산 정상에 섰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마주 서 있는 정상에는 표지석과 함께 `팔공산 왕건 길`이 그려진 안내석이 세워져 있다. 이 산봉우리를 초례산 또는 초례봉이라고도 하는데, 팔공산 속에 있어 초례봉이라 불리지만 조선조 김정희가 그린 대동여지도에는 `초례산`으로 기록되어 있는 산이다.

초례산 정상과 관련해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 정상에 있는 두 바위가 서 있는 그 사이에서 초례를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고, 또 다른 전설은 고려 태조 왕건이 영천에서 견휜에게 일격을 당한 후 “다음 전투에서 이기게 해달라”며 하늘에 재를 올렸던 곳이라 한다.

초례산에서 저 멀리에 보이는 팔공산과 계속 이어진 사들을 보고, 또 멀리 가까이에 나타나는 시가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 등산을 의미를 새기면서 나름대로 망상을 해본다.

“`가팔환초`를 아시나요?/ 명산이면서도 조용한/ 대구근교의 산이지요./ 가산과 팔공산은 유명하지만/ 환성산과 초례산도/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있는 산이랍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나홀로 환초에 올랐지요./ 평일, 조용한 산길에/ 꽃들이 피어나 기분 좋은 날/ 초례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의 무언을 통해/ 참 인생을 배운답니다.”(자작시`초례산에서`전문)

이제는 하산이다. 당초 계획대로 매여동 방향으로 내려서니 하산 길 초입에 괴상하게 생간 바위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눈요깃감으로 안성맞춤이다. 산길을 계속 내려서니 산책로 같은 길이 나온다. 길가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솔향기가 그윽하니 걷기 편하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솔숲 길을 40분 정도 걸어 나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타고 조금 더 가니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포장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내려서면 매여동 버스종점이다. 필자는 여기서 차를 불러 타기로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이번엔, 뜻하지 않게 한 나홀로 등산이었다. 산행을 하면서 자연을 보고, 자연과 대화하면서 산길을 걸었으니 등산하는 동안 잡념들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일요일마다 등산했지만 사람들이 한창 일하고 있는 평일에 등산을 해보니 느껴지는 감정이 새롭다.

우연하게 `가팔환초`를 알게 됐고, 초여름이 다가온 듯 날씨가 화창한 좋은날에 또 그곳에 다녀오면서 건강을 다지고 자연에 흠뻑 취했으니 이것이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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